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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394화 (39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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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oe

"으아아악! 미친! 이게 무슨일이야아!"

이제는 천장 부근에서 자그마하게 생긴 불덩이가 생기는 것을 보며 유천이 외쳤다. 저 조막만한 크기의 불덩이가 위험하다며 계속해서 떠오르는 메세지를 보자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원래 화염 저항력이 높아 데미지는 입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메세지의 경고는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그 사이 이제는 제 손의 라이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화구에 의해 밝아진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유천은 당황했다.

"시발?"

너무 당황한 나머지 별다른 말은 커녕 일단 욕부터 지껄이고 본 유천은 제 눈을 비비곤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천장과 마찬가지로 넓디 넓은 공간의 벽은 선홍색이 가득했고, 자신의 발 밑에는 허연 돌이 있었다. 큼지막한 그 허연 돌에는 간혹가다 굳은 피와 흡사한 검붉은 얼룩마저 있었다. 그리고 아까 자신이 서 있던 자리 위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를 보며 유천은 결론을 내렸다.

"어째 발 밑에는 위액도 없어서 위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젠장, 이 미친 짝퉁 용가리는 왜 날 한입에 먹어놓고는 삼키지도 않고 지랄이야!"

이제는 손만 뻗으면 닿을법할 정도로 커진 화구를 지켜보며 유천은 혼자 떠들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유천은 곧 하나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뒈지나 보자! 헬 파이어!"

맞불작전. 어차피 마나로 이루어진 불이나, 산소를 매개로 타오르는 불꽃이나 다른 점은 거의 없다. 마나로 이루어진 불은 불이 붙을 물질과 온도, 산소를 마나로 충당하는 반면 일반 불꽃이 산소와 불이 붙을 물질, 온도가 필요하다는 것만이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유천은 머리를 굴렸다. 산불이 났을 때, 맞불을 놓아 더 이상 탈 물질이 없게 만드는 것과 같이, 더 이상 태울 마나를 없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화악-!

그리고 금새 유천의 손 위에서 생겨난 푸른색의 불꽃은 덩치를 급하게 늘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드레이크의 목구멍에서 생겨난 불꽃을 잡아먹으며 덩치를 키워간 헬 파이어가 드레이크의 화구를 압도할 만큼 커졌을 때, 유천은 즉시 그 불꽃을 제 발 밑을 향해 집어 던졌다.

끼에엑-!

짧은 비명과 함께 폭음이 울려퍼지고 벌려진 입에서 튀어나온 유천은 시커먼 검댕이를 뒤집어 쓰고서 기침을 콜록이더니 곧 침을 뱉으며 욕을 지껄였다.

"존나 독하네. 앞도 안보이잖아."

투덜거리며 팔을 휘저어 조금이지만 연기를 몰아낸 유천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 동굴의 전경을 보며 이제야 살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본다면 검은 로브 안에 웬 검둥이가 있냐며 묻겠지만 볼 사람도 없었고, 신경쓸 유천도 아니었다.

"크긴 진짜 크네."

덩치로 봐서는 라이헤르가 현신해도 밀릴법한 크기였다. 왜 동굴이 쓸대없이 거대했는 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충분히 높고 넓다고 생각될만한대도 고개만 올리면 지체없이 천장에 머리를 처박는 드레이크를 보며 유천은 할말을 잃었다.

-보스 몬스터[자이언트 인페르노 드레이크]가 당신을 적대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는 안 했냐."

떠오르는 메세지를 보며 한차례 투덜거린 유천은 곧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드레이크를 도발했다. 드레이크는 유천의 행동이 무슨 뜻을 가졌는 지는 몰랐다. 다만 자신을 우습게 본다는 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뒤 행동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유천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달려오는 드레이크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나 다름 없었다.

"콜 가디언."

단지 함정이라면 유천에겐 아직 꺼내지 않은 비장의 수가 있었다는 것, 그것이 드레이크가 몰랐던 함정이었다. 순식간에 동굴의 허공을 찢고 나타난 거대한 검은색의 골렘이 드레이크의 목을 휘감았다. 거대하다고는 하나 드레이크보단 작은 그 덩치를 보며 유천은 다시 한번 더 놀라고 말았다. '설마하니 저 녀석보다 클 줄이야.'라며 작게 중얼거리는 유천을 향해 드레이크가 울부짖으며 이따위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계속해서 뛰어왔다.

"아직 안 끝났어."

하지만 유천이라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다. 여전히 열려있던 허공에서 뛰쳐나온 검은색 그림자 하나가 순식간에 드레이크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더니 드레이크의 발등을 뚫는 거대한 가시가 되어 나타났다.

"환영의 늪."

그리고 드레이크는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딱딱하기 그지 없던 돌바닥이 발이 푹푹 빠지는 늪지대로 변했으니 말이다. 늪에 빨려들어가지 않게 발버둥을 치며 난리를 쳤지만 점점 깊이 빠지는 몸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이것은 유천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했지만 레벨이나 덩치에 비해 지능이 심각하게 부족한 드레이크는 이것을 깨달을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유천은 거기서 끝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암흑의 족쇄."

유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속이 보이지도 않는 검은색의 기운이 뭉치기 시작하더니 곧 하나의 족쇄가 되어 드레이크의 발목에 걸렸다. 여전히 있지도 않은 늪에 빠진 양 허우적거리는 드레이크가 곧 발에서 더욱 묵직한 기분과 함께 걸음마조차 느려지는 것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었다.

"글레이셜 그라운드."

방금 전까지 유천의 손 위에 검은색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가득했다면 이번에는 한기마저 느껴지는 하늘색의 청명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천의 손에 모인 기운은 순식간에 드레이크의 발목을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레이크는 안 그래도 몸이 무거워 죽겠는데 갑자기 자신의 발목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얼음을 보며 이를 갈았다 차오르는 비명을 삼켰다.

"오, 효과 좋은데?"

그저 발을 확실하게 묶기 위해서 사용한 마법이었지만 예상 외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환호에 가까운 음성으로 외쳤다. 그런 유천을 보며 화가 머리 끝까지 샘솟은 드레이크가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지 몸뚱아리 위에 누가 있는 지 보고 행동해라."

그 심각하리만치 커다란 덩치는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지만, 목이 죄이고  발등부터 시작해 배까지 뚫고 있는 그림자의 창, 거기에 이어 다리를 굳세게 붙잡은 투명한 얼음과 검은색의 족쇄가 채워진 드레이크의 모습은 더 이상 공포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불쌍해 보이면 불쌍했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위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자이언트 인페르노 드레이크]

추정레벨: 572

남은 체력: 88% (상태이상: 출혈, 동상, 느려짐, 혼란)

남은 마력: 42%

적대도: 최상

"아직 쌩쌩하네. 근데 왜 꼴이 저 모양이야?"

태평하게도 유천은 직접 드레이크의 근처에 다가가 드레이크의 몸을 두드리며 정보창을 띄우는 만행을 저지르고는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유천의 의문은 간단했다. 여태껏 보던 모든 몬스터들은 제 체력이 얼마나 남았건 상관 없이 자신에게 달려들었었다. 일부 감각이 없는 몬스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고통을 느낄 세도 없었던 것은 물론, 오랜 생존을 통해 얻은 경험과 고통들로 고통에 익숙해진 상태였으니 말이다.

"비실비실한 모양새가, 어디 병이라도 걸렸나?"

실 없는 농담을 중얼거리던 유천은 던전에 들어왔을 때의 메세지를 떠올렸다.

-인스턴트 던전[인페르노 드레이크의 보금자리]에 최초로 입성하셨습니다.

"최초?"

간단하게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문제였다. 저 덩치로 만들어졌으면 처음부터 다른 여타 드레이크들과는 급을 달리하는 괴물이었을 테고, 다른 드레이크들은 제대로 힘도 못쓰고 죽어야 했을 것이다.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고통에 취약한 것은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대충 이유를 짐작한 유천은 드레이크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참을성이 부족한 거였네. 뭔 애도 아니고 말이야."

콰앙-!

유천이 드레이크를 짜게 바라보며 독설을 내뱉고 있을 즈음 드레이크는 입 안에서 충분히 화염의 크기를 불렸다고 생각하고서 입을 쩍 벌려 불길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가공할만한 열기에 발을 묶고 있던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드레이크의 목덜미에 메달려있던 골렘이 즉시 드레이크의 주둥이를 후려쳐 벌어진 입을 닫아버렸으니 말이다.

걀극 도중에 끊어진 불길은 갈 곳을 잃고 헤메다 애꿎은 동굴을 달구다 사라졌고 드레이크의 입 내부에서는 폭발이 일어난 듯 거대한 폭음이 울려퍼졌다. 어느새 드레이크의 등 위로 올라온 유천은 갑작스레 뒤척이는 드레이크의 행동에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아까 전 유천이 일으킨 폭발과는 비교도 안되는 듯 연신 뒤척이는 드레이크를 노려보며 유천이 상태창을 띄웠다.

-[자이언트 인페르노 드레이크]

추정레벨: 572

남은 체력: 42% (상태이상: 출혈, 동상, 느려짐, 혼란, 혼절)

남은 마력: 25%

적대도: 최상

이제는 다리에 힘이 풀리기까지 한듯 제자리에 엎어지는 드레이크의 등 위에서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 공격에 지가 당해서 기절까지 하는 꼴을 보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던 탓이었다. 끝장을 내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임이 분명하기에 유천은 손을 뻗어 드레이크의 등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던 도중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유천은 갑자기 손을 떼고는 키득거리며 인벤토리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걸 받아서 여기 어디에 뒀었는데?"

그리고 그 모습은 악동이 장난치기 직전의 모습과 같았다. 귀에 걸릴 듯 치켜 올라간 입꼬리와 음흉한 눈초리, 누군가 본다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 조용히 지나갈법한 얼굴을 하고 유천은 계속해서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한참이 지난 후 드레이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드레이크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간에 기별도 안갈만큼 작은 고기를 내미는 해골의 모습을.

"뭘 봐? 말하는 해골 처음보냐?"

당연하게도 그 해골은 유천이었다. 곧 유천의 정체를 눈치챈 듯 이를 갈며 뒷걸음질 치는 드레이크를 보며 유천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는 고기를 드레이크의 입을 향해 집어던졌다. 주는 고기를 마다할 생각이 없는 드레이크가 고기를 삼키고 난 뒤, 유천은 입을 열었다. 고기에는 통역마법 외에 별다른 장난을 치지 않았다. 단지 지금부터 할 장난에 벌써부터 신이난 유천은 연신 턱을 떨어대며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드레이크는 자신이 먹은 고기에 저 해골이 무슨 짓은 한 것은 아닌가 걱정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기사단 게임을 시작하자."

[잠자고 있는데 내 집에 들어와서 난데없이 공격을 한 주제에 이제와서 게임을 하자고, 이 미친놈아?]

"네 의견 따윈 내가 알 바가 아니란다.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 너 같은 돌대가리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지. 바로 내가 이제부터 너한테 공격을 할거야. 위험하다 싶으면 그만을 외쳐."

============================ 작품 후기 ============================

요새 소방차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다면서 boooooooooooooooy♂

시루님의 의지를 받들어 소방차 게임 대신 기사단 써야지 핰

근데 오늘이 무슨 날임여? 난 그냥 빨간 수요일로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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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dia1019//첫코 쟁탈전? ㅋㅋ

BlackRaccoon//ㅋㅋ 이번 첫코는 누가 가져갈지 ㅋ

youngjoon12//시름

덱스트린//위액 역류 크리

가이오가//ㅠㅠㅠㅠ

인핀//입 안에 있는데 위액이 역류함여 ㅋㅋ

researchers//코멘트 감사합니다

당가//글쎄여 ㅋㅋㅋㅋ

인간님//그냥 입에 처넣어버림여 낄낄

불행마스터리//역시 얘는 굴려야 제맛

킴치맨//ㅋㅋㅋㅋ 그쵸?

적현월//그래서 입 안에 넣었죠, 굴려야 재밌긔

제이스 올드윈//그만큼 잡생각이 많았죠 ㅋㅋ 난데없이 제 이름이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채린이랑 싸우고 ㅋ 마지막으로 출석률 1% 부족으로 유급크리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은or//ㅋㅋㅋ 조흔 자세다! 근데 솔직히 유천이가 바퀴벌레처럼 질기긴 했음 ㅇㅇ

왜 위가 아니고 입이냐고 묻는다면, 그냥 뭐 더 굴리고 싶엇음여

여튼 가장 중요한건, 이카루스 짱짱걸. 이해 못하면 사가 정주행 타! 그리고 이카루스의 매력에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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