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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391화 (39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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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oe

"아야야……."

제 멋대로 사복을 입은 채 교실의 제 책상에 엎어진 유천이 중얼거렸다. 손하나는 진짜 맵다고, 나중에도 함부로 화가 나게 만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강렬한 한대였다고 유천은 생각했다. 오죽하면 지금도 손바닥 자국에 손톱이 길게 긁혀서 밴드까지 붙이고 나왔으니 말이다.

"집에가면 사과부터 해야겠다."

잠에서 깨자마자 유천의 따귀를 후려치곤 상황을 이해한 뒤로는 어쩔 줄 몰라하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유천에게 아침을 지어주며 미안한 표정을 짓던 채린을 떠올리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에 자신의 방에서 자신이 자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해 반발해 밥을 먹으면서도 한마디를 하지 않고 먹자마자 잘먹었다는 한마디와 함께 그대로 집을 나서며 학교로 향한 유천에게 유정이 이야기를 해 줬었다.

[언니가 왜 오빠 방에서 자고 있었는 지 이유는 알아?]

[몰라.]

[오빠 방이, 왜 깨끗했는지는 알고?]

[……모르지.]

[오빠가 없는 동안, 언니는 매일 오빠 방에서 잤어. 오빠만 생각하면서, 오빠가 돌아와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게 매일 청소하고 오빠 방에서 잤어. 그건 나름대로 오빠를 생각하는 언니 마음이었다고.]

[…….]

[거기다 돌아와서는 몇일 동안 병실에서만 살고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은 주제에. 솔직히 오빠가 자기 방에서 언니가 잤다고 뭐라고 타박할 자격은 있어?]

[없지…….]

[언니가 그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혹시나 자기가 싫어진 건 아닐까 하고. 얼마나 나한테 울면서 말한 줄은 알아?]

[…….]

[그래놓고 어제 기자회견에서 자기 여자친구로 자신있게 말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집에 가면 반드시 사과해. 오빠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 없어. 자격도 없고.]

학교로 오는 도중에도 내내 계속해서 자신을 힐난하던 유정을 떠올리며 유천은 계속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리고 수업종이 침과 동시에 교실에 들어온 교사 한명이 유천이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는 주저 없이 유천이 앉은 자리로 향해 들고 있던 책으로 유천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책으로 맞은 뒤통수도 아팠지만, 책상에 닿아있던 이마는 더욱 아팠다.

"이 새끼가, 3학년 된지 얼마나 됬다고 바로 사복을 입고 지랄이야?"

유천의 머리를 후려치고서도 이마를 쥐어잡고서 고통에 겨워하는 유천을 내려다보며 교사가 욕과 함께 훈계를 하며 계속해서 유천의 어깨를 책의 모서리로 찍던 행동은 참다 못한 유천이 손을 뻗어 교사의 팔을 잡고서야 끝났다.

"아 진짜, 쌤. 내가 그 성격 좀 고치라고 말을 몇번이나 했어요? 진짜 학생 초상나는 꼴 봐야 정신 차리려나."

고개를 올리고 보자, 작년에도 자신이 자기만 하면 와서 머리를 교과서로 몇번이고 때려대던 수학 교사였다. 설마 유천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인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던 수학 교사는 곧 익살스런 표정으로 유천에게 말했다.

"네가 바로 그 유명한 출석일자 하루가 모잘라서 유급당한 그놈이냐?"

"윽……."

유천이 잡고 있던 자신의 팔을 빼내며 그가 유천을 놀리듯 말하자, 유천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자신이 납치되어 실종된 기간동안, 출석기록은 인정이 되지 않았다 치더라도, 그동안 한 결석이 학교 출석률의 70% 미달이라는 기록과 함께 유급이 결정되엇다고 통지가 날아왔으니, 유천은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교무실에서 또 담임이 되었다며 잘 부탁한다고 악수를 건네는 재희의 손이 얼마나 보기 싫었는 지는 유천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          *          *

"찾았나?"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살아있단 것을 안것만 해도 큰 수확이니까."

신우 건설의 사장실 그곳에서 비서의 보고를 받던 재욱은 자신의 물음에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질타 대신 괜찮다며 격려를 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베여있는 배려가 감동이라도 줬는 지 연신 열심히하겠다며 사장실을 나가는 비서를 보며 재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유천이 근처에서 몰래 어슬렁거리는 건 그 녀석이 확실한데……."

어째서 접근을 하지는 않는거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떨쳐내지 못한 채 계속해서 한숨을 내쉰 재욱은 곧 제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별 짓을 다 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지."

말을 마치며 비서실에 잠시 외출을 하겠다며 의자에 걸어둔 외투를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재욱은 곧장 사장실에서 나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곧 자신의 차에 올라탄 재욱은 유천의 학교를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런 재욱의 모습은 유천의 근처에 녀석이 있을 거라 단정짓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시간 다른 곳에서는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조차 없는 방 안에 옹기종기 모인 네 명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몹시 중요한 일인 듯 얼굴에 드러난 표정마저 구겨져 있어 이들의 분위기는 더욱 우중충하고 위험해보였다.

"아버지가 계신 곳은 찾았어?"

"아니, 어디다 꽁꽁 숨겨뒀는지 도무지 꼬리가 안잡혀."

염색을 한 것인지, 백발이 아닌 윤기가 도는 검은 머리의 크리스가 지원에게 묻자, 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던 와중에도 성열이 작은 소리로 '혹시, 잘못되신 건 아닌걸까'라는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지원이 표정을 더욱 구기며 말했다.

"그 따위 소리는 꺼내지도 마. 이제 외국에 있는 다른 놈들도 아버지의 신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하나 둘 한국에 들어온다. 그 전에 최소한 아버지가 계신 곳정도는 알아놔야 그 새끼들이 우리한테 지랄을 못한다고."

"그 문제는 맡겨 둬, 잘 풀리고 있으니까."

지원의 말에 희선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회준 그를 찾기 위해 고용한 흥신소만 열이 넘었고, 들인 돈 또한 한두푼이 아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은 유천의 취재를 한답시고 그 당시의 유천과 함께 귀국한 특수부대원와 접촉해 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국정원 내부에 있는 자신들의 첩자도 있었으니 자신만만할 만도 했다.

"이제 신유천, 소피아, 박정현 그 새끼들을 회유해서 아버지의 위치를 알아낼 필요 없어.  그 새끼들을 혹여나 보게 된다면, 주저말고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

지원은 그 말을 마치고는 마치 더러운 것을 입에 담았다는 양 찝찝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물통의 물을 마시곤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차며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런 지원의 뒤를 따라 하나 둘 방 안의 인원이 방을 나서자, 방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 아무런 사람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          *          *

"뭐야, 아빠가 왠일로 마중을 다 나와?"

"불만이냐?"

"물도 있는데?"

"오, 센스 있는데?"

유천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려 유정과 함께 교문을 나서던 도중 자신들을 마중나온 듯 차에 기대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손을 흔드는 재욱을 향해 같이 손을 흔들며 말을 건넸다. 그리고 유천의 질문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자 재욱은 유천의 목덜미를 잡으며 애써 불량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건네자, 유천은 차 안쪽에 보이는 생수병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런 유천의 머리를 헝클이며 웃는 재욱과 같이 유천이 웃는 동안 유정은 둘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먼저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너 진짜 예전 이름 아무한테도 알려준 적 없지?"

"당연하지, 유정이도 모를걸."

"감 잡히는 놈은 없고? 친구라던지."

유정이 차에 타자마자 유천의 귓가에 말을 속삭이는 재욱과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유천, 거기에 다시금 확인을 받으려는 재욱의 태도에 유천은 오늘따라 재욱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내가 그런 거 말하고 다닐 놈이야? 아빠도 알잖아, 나 사람 그렇게 쉽게 안믿어."

어차피 그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재욱이 유천의 대답에 작게 반응했다. 유천의 성격이 까칠한 것도, 무례한 것도 상대를 향한 불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자신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에게 입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름마저 바꾸고서, 신씨 가문에 새로 들어왔으니 그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재욱의 아버지, 철민의 말 아래 파티를 열었었다.

"오냐, 차나 타라."

재욱은 유천이 타라고 조수석을 열어주면서도 머릿 속으로는 그 때일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어리기 그지 없는 유천에게 다가가 친근한 척 다가가선 유천에게 친구를 하자며 손을 건네고, 함께 놀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둘.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유천이 모르는 사이에 유천의 험담을 늘어놓으며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고, 겉으로는 친한척을 하고 회사 차원의 공격적인 M&A를 노리며 주식까지 야금야금 털어먹던 것을 유천이 알아 차린 것이 문제였다. 급속도로 악화된 둘의 관계, 그리고 처음 접근하던 것부터가 계획이란 것을 알게 된 유천은 꽤나 힘들어 했다. 여태껏 살아오던 방식과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삶이었으니까.

"도착하면 말해."

피곤한 듯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서 눈을 감은 유천이 재욱을 향해 말을 하자, 잘 자라며 짧게 대답한 재욱은 유천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몇번이고 반복되자, 유천은 더이상 주변사람을 믿지 않게 되버렸으니 말이다. 그 뒤로 굳이 본가를 벗어나 기업의 상속자들이 모여 다니는 학교가 아닌 평범한 학교를 온 것도, 유천 나름대로 변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재욱은 조심스레 추측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꽤 좋은 친구들을 사귄 것 같아 재욱은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내 아들은 내가 지킨다."

혼자뿐이던 유천의 곁에도 어느새 많은 친구가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재욱은 제 자랑스러운 아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를 흥얼거리던 유정은 듣지 못했지만, 유천의 입꼬리는 작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재욱도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어마어마하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금요일 10시경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 시작, 잠시 멍 때리다가 곯아 떨어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 7시. 베터리 방전크리. 7킬바 증발. 농구 가기전 연재를 하겠다는 다짐 아래 다시 글을 쓰던 도중, 윈도우 업뎃 어쩌고 창이 떠서 나중에 종료를 누르던 도중 손이 미끄러져 지금 종료. 8킬바 증발. 농구 다녀와서 곯아 떨어졌다가 지금 기상. ㅠㅠ 왜 나는 이렇게 곶통받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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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 올드윈//옹ㅋ ㅊㅋ여 ㅋ

인핀//아직 비밀 ㅋ 굳이 말하자면 내 기억이 맞다면 아직까지 한번도 언급 안된 놈

덱스트린//노숙자 맞아여 ㅇㅇㅋ

킴치맨//읭?

당가//코멘트 감사합니다

researchers//코멘트 감사합니당ㅋ

적현월//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심심판타지//하얗게 불태움?

arcadia1019//환상통이여. ㅋㅋ

Darkness1021//Phantom이랑 Pain 따로가 아니라, 둘 다 합쳐서 환상통이라고 해여 굳이 환상통 해도 되는 걸 왜 영어로 했냐고 물어보신다면....뭐, 뽀대나니까...(먼산)

TetsuRyu//그거 포기함요. 퉷. 400화 완결이라니, 내가 그런 부질없는 걸 바랬을 줄이야

AQ240//그분 글에서 모티브를 따온 건 맞아여, 의족이란 단어 보고 이거다! 싶어서 부제로 환상통 가져왔.

은or//잉, 추리 보면서 노는 게 내 취미인데. ㅋㅋㅋ패스 안하셔도 되여 ㅋㅋ

John Doe:신원 미상의 남성. 주로 법정에서 쓰임(여기선 x) 그냥 익명인이라고 생각하면 편함요

Phantom Pain: 환상통, 잘려나가 더 이상 없는 부위에서 있을 수 없는 고통이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이번 파트에서는 신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로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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