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85화 (38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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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뭐해! 어서 저 놈을 죽이지 않고!"

펠프스는 알고 있었다. 계속 싸우면 어차피 불리할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선택했다. 신성부대를 앞세워 언데드들을 처리하고, 키메라들로 유천의 키메라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말이다. 거기다 유천의 약점 또한 대충은 알고 있는 펠프스이기에 아직 희망은 버리지 않고 한 구석에 품고 있는 채로 말이다.

'언데드를 다루고 있는 동안, 놈은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여태껏 펠프스는 유천이 언데드를 부른 채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당연히 유천이 그 많은 언데드를 다루는 대신 모종의 패널티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 여기고 그 점을 노려 파고들기 위해, 그 자신부터 최전방에서 유천의 언데드를 베어 넘기며 외쳤다.

"평안히 쉬어야 할 망자들을 억지로 되살린 저 악독한 놈에게 신성한 심판을 내려라!"

백금빛 검신이 언데드들을 연신 베어 넘기고, 푸른색의 망토와 그 찬란한 금발을 휘날리며 크게 외치는 펠프스가 언데드의 체액과 시독이 가득 묻었지만 가벼운 휘두름과 함께 모두 터는 모습에, 신성제국의 인원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언데드들을 향해 저마다 무기를 휘두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네가 하면 로맨스고 내가 하면 불륜이냐 개새끼야."

유천이 펠프스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중얼거렸다. 저 뒤에서 좀비 둘의 머리를 한 손에 쥐어잡아 저 멀리 집어 던지는 것은 키메라가 분명한데, 유천이 보기엔 저 놈이나 자신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쓰는 목적의 차이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키메라 또한 죽은 몬스터나, 살아있는 몬스터의 몸을 그대로 떼어서 쓴 주제에 남에게 설교하는 듯한 저 태도에 질린 유천은 입을 열었다.

"콜 가디언."

애초에 좀비나 구울과 키메라 따위만으로 펠프스를 공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 어차피 소모전이 될 바에야 화끈하게 저지르고 보자는 유천의 방식대로 유천의 뒤에서 쭉 찢어진 검은 공간에서 온통 덩치가 커다란 모습이 튀어나오자, 펠프스는 욕을 지껄이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었다.

"젠장, 저것들은 뭐 사라지지도 않나. 캐릭터 삭제까지 당했다는 놈이."

입을 쩍 벌리며 공중으로 유천을 태운 채 날아오른 본 드래곤을 비롯해 검은 뼈로 된 바스타드 소드를 든 해골 기사와 온통 유천을 닮은 시커먼 그림자, 거대한 덩치의 그로테스크,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덩치의 샤벨 타이거와 거대한 덩치의 골렘이 나타난 모습을 보고는 펠프스는 욕을 지껄였다. 저번에도 저 놈들 때문에 엿을 먹었는데 다시 보게 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물론 크리스티나에게 들은 말로 유천은 삭제 따위를 당한 적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펠프스지만 아쉽기 그지 없었다.

"어디 한번 죽어 봐라."

본 드래곤 위에서 마나 포션을 두어개 들이킨 유천이 입 밖으로 샌 포션을 소매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불러내는 것을 비롯해 유지하는 것만 해도 무지막지하게 마나를 잡아먹는 그로테스크와 검둥이, 데들리 나이트만 제외한다면 나머진 괜찮았다. 따로 몸 여기저기에 박아 둔 마력석이 알아서 움직이는 데 필요한 마력을 공급할 테니 말이다. 투덜거리며 유천은 다시 썰물처럼 줄어드는 마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러다 오늘 포션으로 물배 채우겠네."

대부분의 서민 유저들이 한번쯤은 꿈꿨을 일을 한순간에 저지른 주제에 유천은 투덜거리며 빈 포션병을 집어던졌다. 누군가의 머리에 맞았는 지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유천은 신경쓰지 않고 침을 찍 뱉고는 입을 열었다.

"야! 너희는 뭐해! 너희도 저 새끼들 뒤통수 한번은 쳐야지!"

자신이 펠프스와 싸움을 시작한 지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성벽 밖을 기웃거리며 지켜보기만 하는 유저들을 보며 유천이 크게 외치자, 성벽 위의 유저들은 잠깐 고민하는 가 싶더니 곧 성문을 열고서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랭킹 1위 뒤통수 칠 일이 몇 번이나 있겠냐고! 가자!"

그리고 그 가장 선두에서 호기와 패기만 넘치는 기자왕과 하렘왕이 가장 먼저 튀어나오며 외치는 말을 들으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물론 그들은 곧 펠프스 측의 키메라의 발에 밟혀 일격에 사망하는 꼴을 보이며 주변의 유저들의 웃음을 샀지만 말이다.

"신유천! 너 혼자만 이런 걸 부릴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콜 발키리!"

펠프스가 유천이 있을 공중을 노려보며 크게 외쳤다. 이미 사방에서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가시에 찔려 죽는 유저가 있는 가 하면, 검은 뼈로 된 검날에 유저 대여섯의 허리가 잘려나가고, 움직이는 골렘과 샤벨 타이거, 그리고 그로테스크의 발에 채여 죽는 유저와 소멸된 키메라가 수백에 이르자 주먹을 꽉 쥐며 외친 것이었다. 곧 하늘의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빛과 함께 날개 여섯쌍으로 온 몸을 가린 채 내려오는 치천사를 보며 펠프스는 제 승리를 장담하고 웃기 시작했다.

"뭐, 어쩌라고."

물론 유천은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다. 단지 유천의 로브 후드안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더니 후드 밖으로 나가 유천의 어깨를 박차곤 하늘로 뛰어 올랐을 뿐이었다.

"애초에 성바퀴 새끼가 나한테 덤빈 게 잘못이라고. 뭘 소환해서 끌고 다니는 건 너보다 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 안해봤냐."

공중에서 순식간에 덩치를 불린 펜리르가 치천사의 날개 한짝을 물어 땅으로 함께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유천은 펠프스를 향해 말했다. 몇몇 사제와 성기사들이 펜리르를 향해 공격을 하며 치천사를 도우려 했지만, 되려 공격이 튕겨나가고 금새 뒤에 나타난 유천의 가디언들에 의해 죽는 꼴을 피할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래? 무릎 꿇고 빈다면 내 뒤통수를 친 것 쯤은 단 한번 정도는 봐줄 수 있는데."

마나 포션을 또 한병 들이키며 본 드래곤의 등에서 뛰어내린 유천이 펠프스의 근처에 서 있던 신관 하나를 밟으며 착지하곤 펠프스에게 말했다. 그것을 공격으로 판정 지은 시스템 탓에 사망한 신관 유저를 뒤로하고, 펠프스는 곧장 들고 있던 검으로 유천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어차피 이 상황에 내 근처로 온 건 죽으려고 작정했다는 소리겠지! 무릎 꿇고 빌어야 될 놈은 내가 아니야!"

"블링크."

유천을 향해 발악이라도 하는 듯 외치며 달려든 펠프스였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갑자기 사라진 유천의 뒤에서 유천을 포위하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오던 제 호위역인 골든 팔라딘 중 하나가 제 검에 찔려 즉사했으니 말이다. 전 골든 팔라딘이었던 자신을 포함해 네명 뿐이었던 골든 팔라딘 하나가 죽어 이제 저를 포함해 세명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펠프스는 욕을 지껄였다. 어떻게 언데드를 다루는 도중에 마법을 다룰 수 있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뭘 새삼스럽게 그런 표정으로 쳐다봐? 내가 블링크 쓰는 거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이해가 가지 않던 그는,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유천의 말에 이를 갈며 유천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 교황이 되며 수행한 퀘스트로 받은 일주일에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콜 발키리로 치천사를 불러냈더니 유천의 소환수 하나가 난데 없이 나타나 치천사의 날개를 물어 뜯어버렸고, 유천을 노리고 불러낸 천사는 결국 유천의 소환수 하나와 싸우며 시간을 버는 용도밖에 되지 않았다.

"으아악!"

그러는 사이에 또 주변의 유저가 죽어서는 새로운 언데드가 되어 주위의 생존자를 공격했다. 벌써 자신이 데려온 인원 중 대다수가 죽은 상황에 승산은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펠프스는 유천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퀘스트를 실패하는 한이 있어도 넌 꼭 데려가고 말겠다."

-띠링! 소환된 발키리 [에른]이 치천사의 권능으로 이 지역에 신성 구역을 선포했습니다. 모든 암흑 계열의 존재는 쓸 수 있는 힘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긴 시간동안 이 자리에 있을 경우, 암흑 계열의 존재는 형채도 없이 재가 되어버립니다. 모든 신성계열의 존재는 힘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효과는 발키리 [에른]이 천계로 돌아가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펠프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들던 펜리르의 주둥이를 멀리 쳐낸 치천사가 들고 온 지팡이로 땅을 찍자, 살아있던 모든 유저들의 눈 앞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그 메세지를 보며 베른 소속의 유저들은 절망을 신성 제국 소속의 유저들은 환호를 시작했다. 그들의 싸움에 중심에 있는 유천이 언데드란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늘도 내가 널 이기라고 부추기는 것 같군, 최악이었던 상황을 뒤집어 줄 한 수를 만들어 주다니 말이야."

아직까지 유천의 모습은 쌩쌩하기 그지 없었지만 펠프스는 마치 제가 벌써부터 이긴 양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유천의 코 앞까지 검을 들이미는 가 하면, 유천이 손가락을 툭 쳐서 검을 밀어내자 웃으며 목덜미에 검을 들이댄 것이었다.

"이제 그만 이 지긋지긋한 퀘스트를 끝내볼까. 내 승리로."

"너, 그 꼬맹이한테 하나 못 들은 거 없냐?"

펠프스가 웃으며 유천의 목덜미에 검을 들이밀자, 백금으로 치장된 화려한 검이 유천의 목살을 찢어가며 조금씩 파고들어가며 유천에게 나긋나긋 입을 열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투박하기 그지 없는 강철검이 펠프스가 검을 들고 있던 오른팔을 꿰뚫었고, 곧 힘 없이 떨어진 두 자루의 검을 보며 펠프스가 입을 열었다.

"넌 검을 왜 놨냐? 이제와서 빌려고? 저 발키리를 돌려보내서 네 가디언이랍시고 끌고 다니는 저 시체들이라도 지키게?"

"너, 내 말 진짜 이해 못 한거 같다. 내 손을 봐 병신아."

빛이 새어 올라오는 땅에서 하나 둘 언데드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며 유천이 전의를 상실해 검을 놓쳤다고 생각한 것인지,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개소리를 지껄이던 펠프스는 유천의 말을 듣고, 유천이 검을 놓은 오른손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곳에는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된 매끈한 총신을 자랑하는 총이 자리잡고 있었다.

"잘 가. 귀축 성하."

탕-!

유천은 웃으며 왼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검붉은 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펠프스의 머리를 꿰뚫던 그 순간, 펜리르가 다시 달려들어 치천사의 오른팔을 뜯어냈고, 뒤이어 거대한 검은색의 골렘이 치천사의 머리를 꺾어선 뽑아냈다. 천사의 피는 뭔가 다르다는 듯 은색으로 빛났지만, 유천에겐 잠깐의 감흥조차 줄 수 없었다. 유천은 길게 베인 제 목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 괜히 베였나. 간지러워 죽겠네."

그 잠깐 사이에 싱크로율을 조절해 칼에 베인 곳이 마냥 모기가 문 것 처럼 간지럽게 느껴지는 상황에 유천은 제 목을 긁적이며 투덜거릴 뿐이었다. 곧 마나가 모두 소비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언데드들이 그 자리에 쓰러져 먼지로 화하고, 소환수들이 역소환 되었지만 유천은 펠프스의 시체만 툭툭 차며 계속 투덜거릴 뿐이었다.

"왜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 떨궈?"

============================ 작품 후기 ============================

본격 교황 거지설. 내일 학교 갔다 와서 올리기 귀찮아서 자기 전에 올림. ㅋ 잘자요 여러분

ps. 나 코멘트 좋아해여 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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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Raccoon//[유천]: 쟤 완전히 개됐어~♬

YselAin//ㅋㅋㅋㅋㅋ부정할 수가 없닼ㅋ

인핀//은근히가 아니죠. 어떻게 보면 유천이보다 더 구를지도 ㅋ

제이스 올드윈//그리고 유천이는 그걸 펠프스에게 또 한번 맛있게 먹였습니다. 펠프스 ㅃㅃ

덱스트린//ㅋㅋㅋㅋ 혼돈 파괴 망각ㅋㅋㅋ

arcadia1019//ㅋㅋ그런 불상사가!

당가//ㅋㅋㅋ 펠프스 망했쪙

RedDregon//그럼 난 이제 자러 가야지

sAlice//님이 코멘에 그말 써서 이번화에 펠프스 그냥 죽여버림. 나 착하죠?

킴치맨//오늘 세차를 하셨다구요? 거 누가 지나가다 새똥이라도 흘린다면, 그것 참 유감이겠군요?

적현월//들킴?

TetsuRyu//ㄴㄴ여 SS급 꼬맹이가 들고 있던 게 신성제국에 남아있던 유일한 최상위 성력장이라고 말했는데..

researchers//졸리고 귀찮아서 그냥 쟤 여기서 죽이고 끗

shadow0load//키메라는 ㄴㄴ여 애초에 만들때 복종의 인이라던지 모종의 조취를 취해놔서 완전히 죽이고 언데드로 되살리는 방법 말고는 안댐

Darkness1021//ㄴㄴㄴ 경험치.

은or//근데 이래야 나는 잼있어요, 맨날 한놈만 괴롭히면 재미가 없달까

kihara//재미있어 보이긴 한데, 쓰는 내가 힘들...쿨럭-

가이오가//코멘트 감사합니다~ ㅋㅋ

심심판타지//ㅇㅇ 어째 안보이더라

인간님//그리고 유천은 펠프스를 괴롭히는 주축 중의 주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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