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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무, 무슨!"
기자왕은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국내 랭킹 2위에 레벨 차이가 거의 100가까이 나지만, 하렘왕은 자신들의 사내에서도 현질이라면 손꼽히는 사내였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공격력은 몰라도 방어력과 기동력 하나만큼은 펠프스에 비견된다는 농담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하렘왕이 겨우 서브클래스 검사의 오러 블레이드 두방에 죽는 모습은 기자왕에게 있어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다.
"뭐야, 이건 뭐 입만 펠프스 그 놈이지. 다른 건 발끝도 못 따라가잖아."
"이, 이 자식!"
아무리 사실이라고는 하나 그 사실을 직접 확인시켜주는 것 만큼이나 효과적인 도발은 없다. 더 이상 견제의 의미가 없는 헬 파이어를 없앤 유천은 단검을 쥐고 달려드는 기자왕을 보며 짧게 웃고는 땅을 박차 달려드는 기자왕의 공격을 피하며 외쳤다.
"잊었나 본데, 난 마법사 계열이라고. 데드 라이즈."
그리고 유천이 자리를 피하자마자 그 자리를 향해 찔러들어가던 기자왕의 단검을 쳐낸 것은 쓰러졌던 하렘왕의 반쪽만 남은 검이었다. 이어서 깜짝 놀란 기자왕이 멈칫한 사이, 기자왕의 다리를 땅에서 솟아난 나무줄기가 휘감았다.
"이, 이거 왜이래! 야! 정신 차려!"
안타깝게도 같은편이라고는 하나 파티원의 체력을 확인할 정신조차 남아있지 않은 기자왕은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 제 검을 막고, 공격하는 하렘왕을 보며 크게 외칠 뿐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언데드로 되살아난 하렘왕이 말을 들어줄 리는 없지만 말이다.
"어라, 저거 왜 저렇게 생겼지."
되려 당황한 것은 유천이었으니 말이다. 여태껏 되살려낸 언데드들은 하나같이 살이 썩거나 뼈다귀만 남기 마련이었는데, 이번 언데드는 뭔가 달랐다. 멀쩡한 모습 그대로, 유천이 만들어낸 상처를 제외하고는 상흔도 없어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진짜 살아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죽은 직후에 만든 거라 그런가?"
태연히 중얼거리며 어째서 멀쩡한 시체의 모습으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는 동안 양 손의 단검으로 나무줄기를 끊어내고 하렘왕의 검을 쳐내는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저거, 언데드 맞지?"
"그런 거 같은데. 왜 모습이 저 모양이지?"
그리고 언데드의 모습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라이헤르와 발록 또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언데드를 자주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본 것 또한 다 썩어버린 좀비나 시독을 훌려대는 구울, 혹은 뼈만 남은 스켈레톤들 뿐이었다. 그런 둘이 하렘왕의 시체를 보며 열띤 토론을 시작하는 동안, 결과가 그들의 눈 앞에 떠올랐다.
-[Perfect!]
-승자 [(대마도사)크리스] 축하합니다!
한대도 맞지 않고 승리를 했을때나 떠오르는 퍼펙트, 그 장면을 보며 유저들은 얼이 빠진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기자왕이나 하렘왕도 그랬듯, 아무리 랭킹 2위라도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을 줄만 알았다. 알게 모르게 마법사 클래스 유저들이 이건 무슨 하향이냐며 유니온에 직접 따지기까지 했으니 유천의 승리가 더욱 의아하리라. 그중 가장 의아해 하는 것은 여전히 멀쩡히 서 있는 하렘왕이 있는데도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거참 볼때마다 신기하네."
유천이 여전히 서 있는 하렘왕을 지켜보며 손가락을 튕기자, 그 자리에 쓰러지는 하렘왕의 신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얼마 안가 다시 살아날 테지만, 굳이 유천은 근처로 다가가 하렘왕의 시체를 발로 툭 건드렸다.
"역시 썩지는 않았는데."
스스로 언데드를 부르고 물리기도 수십 번이었다. 그 어떤 언데드도 건드렸을때 찌그러지지 않거나, 시독을 떨어트리지 않았던 것은 단 하나도 없었기에 더욱 신기했던 것이었다. 그것도 곧 몰려드는 유저들과 벨리튼 공작에 의해 끊겼지만 말이다.
"역시 영웅은 뭔가 다르……."
"아니, 난 영웅 같은 게 아니라고."
아까 전 마을의 입구에서 유천을 영웅이라 부르던 그 경비병의 말을 끊고서 정정한 유천은 몰려드는 유저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곤 작게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원 마나를 회복한 보람이 없다며 작게 중얼거린 유천은 곧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저건 귀찮게 또 뭘 도망가."
"근데, 진짜 이건 어떻게 해야 되지?"
유천이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의 지붕 위에서 다시 나타난 것을 보며 라이헤르가 투덜거렸다. 저럴거면 차라리 싸움을 걸지 말던지, 괜히 일을 벌여서 저 고생이라고 생각한 라이헤르에 반해 발록은 여전히 옆에 누워있는 힐튼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우습게도 마을에 들어올 때 까지만 해도 호들갑을 피우며 난리를 치던 그들은 유천이 싸움을 벌이자마자 힐튼을 찬밥취급했으니 말이다.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나름 이 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최상급의 포션을 온 몸에 뿌려 상처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발록과 라이헤르에게 힐튼의 보호를 맡긴 건 유천의 실수였다. 벌써부터 귀찮다는 듯 귀를 파며 다른 할 일을 찾기 시작했으니 그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었다.
"진짜 징하게 달라붙네."
로브를 뒤집어 쓰고 유천은 투덜거렸다. 주위에서 기웃거리며 손가락 질을 하기는 했지만, 이 편이 얼굴을 가려 귀찮은 일을 줄일 수 있으니 편했다. 아까 전처럼 기자왕이나 하렘왕처럼 닉네임을 공개 설정해두지 않은 유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량의 마나 포션과 약간의 체력 포션을 구입한 유천은 인벤토리에 그 포션들을 집어넣고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쨍쨍한 해가 서쪽을 향해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그 자리를 뜨련느 유천의 귀에 씨팔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까전에 쇼는 잘 봤어.]
"뭐야, 용건이나 꺼내."
-[뭐,굳이 그렇게 쌀쌀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 네 주변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보여서 말을 건 것 뿐이야.]
"뭐라는 거야?"
도무지 용건을 이해할 수 없는 씨팔의 행동에 유천이 투덜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니, 지금 제 주변에 없던 얼굴이 있었던가. 투덜거리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지금 제 주위에 있는 것은 발록과 라이헤르. 맨날 보던 얼굴인데 오랜만에 본다는 얼굴이라니, 유천은 혼자 중얼거리다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직접 모습을 드러낸 씨팔이 봤던 이들. 그들이 생각난 것이었다.
"이 년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 때 본 녀석들은……."
-[뭐? 이 년?]
유천의 중얼거림에 씨팔의 반박이 이어졌지만 유천은 그것을 무시하곤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자신을 포함해 검의 소유권을 완전히 건네주고 난 뒤론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루시퍼, 그리고 발록과 라이헤르, 그리고 신성제국 근처의 성에서 주워온 신성제국의 황녀 뿐이었다. 물론 유천은 황녀라기 보다는 동네 꼬마로 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꼬맹이?"
-[몰라. 알게 뭐야.]
유천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도 주지 않고 말을 끊어버린 슬로스를 보며 유천은 혀를 차며 투덜거리고는 주위를 기웃거렸다. 분명히 자신은 그 꼬맹이를 신성제국에 내려줬는데, 이곳에서 보였다니? 아무리 살펴도 주위에는 그 꼬맹이가 보이지 않자, 유천은 그냥 농담이겠거니 싶어 유천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에이른, 저 로브쓴 사람. 분위기가 멋져 보이지 않아?"
"그러게. 그 안에 있는 얼굴은 얼마나 잘 생겼을까?"
그리고 다시금 떠오르는 그 때의 퀘스트를 떠올리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수락만 해도 처음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더니, 이런 뜻이었나 싶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그 동안 만난 NPC도 적대적인 상태에서 만났으니 그 효과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래, 오랜만……응?"
그리고 유천은 제 앞을 막아서며 인사를 건네는 꼬마를 보며 반사적으로 그 인사를 받아주다 되려 당황한 유천이 꼬마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밀조밀하게 자리잡은 이목구비. 맑은 푸른색으로 청명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오똑한 콧날, 그리고 작은 입술과 어깨까지 내려온 짧은 금발. 유천은 그 얼굴을 보며 씨팔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진짜 너였냐?"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 때 오빠 따라다니던 전 신성제국 황녀 크리스티나를 말하는 거라면 맞아요."
유천의 물음에 차분하게 대답하는 소녀, 크리스티나를 보며 유천은 작게 중얼거렸다. 얘가 이렇게 조용하고 조신했었나? 조용히 크리스티나를 보며 중얼거리던 유천의 말을 들었는지, 작게 입을 가리고 웃고는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얘기가 많아요. 어디 조용한 곳 가서 그동안 못 한 얘기라도 해요."
"기다려봐, 발록이랑 라이헤르 그 녀석도 데려오게. 그 둘, 너 많이 좋아했잖아. 너 내려주고 그 둘이 많이 아쉬워 하더라."
작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 모습에 같이 웃어보인 유천은 크리스티나의 머리 위로 손을 얹어 헝클어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 유천의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인지 눈썹을 크게 휘며 웃어보이는 크리스티나의 머리를 더 쓰다듬으며 유천이 입을 열었다.
"메세지."
[너희가 좋아할 녀석 왔으니까 얼른 와봐.]
특정 대상의 정신에 직접적으로 자신이 할 말을 전달하는 마법, 보통 대상의 허락이 없다면 전달은 커녕 되려 공격 당해도 아무런 할 말이 없는 마법이지만 유천은 별로 신경도 안썼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언제 진심으로 싸워본 적이 있어야 제대로 공격도 할 것이 아닌가.
이어서 곧장 그 공간을 찢고서 나타나는 둘을 보며 헛 웃음을 지은 유천은 다시금 크리스티나를 바라봤다. 웃으며 발록과 라이헤르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며 유천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하나같이 이쁘장한 얼굴이 서로 얽혀있다보니 주위의 시선이 몰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귀찮았던 유천은 가장 근처에 있던 발록의 어깨를 잡고는 입을 열었다.
"텔레포트."
짧은 시동어와 함께 유천과 발록, 그리고 서로 안고 있던 라이헤르와 크리스티나 또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까지 환하게 웃고 있던 크리스티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것은 그와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 작품 후기 ============================
아아, 원래 금요일 써야되는데, 게임 이벤트에 눈이 멀어서 못 썼...입이 열개라면 할 말이 있을텐데, 하나라 변명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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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suRyu//타이밍 돋네여 낄
인핀//ㄴㄴ 두방. 등에 칼빵한대, 방어 무시 한방
laren//너님 누구요. 누군데 내 이름 알고, 저주까짘ㅋㅋ 900화 넘는 건 무리라고옄ㅋ
researchers//코멘트 감사합니다 ㅋ
적현월//흔한 반도의 허세남이여. 한대 치기는 개뿔, 지나가다가 맞고 뒤짐요. ㅋㅋㅋㅋㅋㅋㅋ
arcadia1019//리리플따위. 훗
덱스트린//안자요?는 이틀 밤새 게임 돌린 내가 하기엔 콩알만한 양심에 너무 찔리는 말인듯
심심판타지//ㅋ 지각이나 하지
RedDregon//호옹이! 버슼ㅋ
BlackRaccoon//무슨 일이길래...
인간님//허세남들의 최후
당가//[지나가던 작은 하마]:작은 유천을 건드리면 누구든 꽃되는 거야. 꽃되는 거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킴치맨//다크니스-!
kihara//ㅋㅋ
은or//끔살크리 ㅋ
Darkness1021//오랜만이네여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