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1 / 0440 ----------------------------------------------
재회
"이런 상황에 공작님과 힐튼님을 모시고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아, 아니 뭐……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어쩜 겸손까지! 역시 영웅은 뭔가 달라도 다르신 모양이군요!"
뭐야 이거, 무서워 죽겠네. 유천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를 공격을 경계하며 벨리튼 공작을 뒤에 두고 앞장서서 걷던 도중, 베론의 입구에 도착했었다. 경계 초소가 설치되어 있어 유천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다가온 경비병과 기사는 유천의 양손을 잡으며 쌍수를 들도 환영했다. 그보다 더 웃기는 것은, 그 경비병이 얼마 전 레이드 당시 유천이 질질 끌고 다녔던 병사였다는 것이었다.
'출입 제한에, 경비대는 날 좋게 안 볼 거라면서. 이건 무슨 상황이냐고.'
유천은 레이드 당시에 제 눈 앞에 떠올랐던 메세지를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초소에서는 유천의 신상을 알아보러 나간 경비병과 기사가 돌아올 기미가 없자, 추가로 몇몇의 경비병이 나와 유천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 마을에 쳐들어왔었던!"
"멍청아! 그건 신성제국 교황놈이 꾸민 간계였다잖아! 저 분은 우리 마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 교황놈을 우리 마을에서 먼 곳까지 끌고가서 쓱싹하신 분이라고!"
"……?"
그렇게 다가온 기사가 유천을 향해 검을 뽑아들며 외치자마자, 옆의 기사가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되려 기사가 검을 뽑는 것을 보며 경계하던 유천이 얼이 빠져 그들을 쳐다보던 도중, 근처의 기사들에게 이야기를 실컷 하고 다니던 기사가 유천의 손을 붙잡고 있던 경비병을 밀고서 유천의 손을 잡으며 외쳤다.
"그 때 들었습니다! 데미안님! 그 분께서 저희가 크리스님께 갖고 있던 오해를 풀어주셨……."
"아아, 그래. 어쨋든 마을로 들어가게 해줄 순 없을까. 보다시피 저 양반, 상태가 별로라서."
게임에 들어오기 전 현성이 병실에서 나가며 조용히 엄지를 치켜들며 웃었던 이유가 이것일까, 유천이 한숨을 쉬며 기사들과 경비들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뒤에 발록과 라이헤르가 들것에 얹어서 들고 온(?) 힐튼을 그들에게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즉각 마을 안으로 안내하며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하는 기사들을, 유천은 벨리튼과 현재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상황을 알리라는 핑계로 그 사이에서 빠져선 발록과 라이헤르의 곁으로 다가갔다.
"얼마 전까지 나한테 칼 들이대면서 욕하던 것들이 저러니까 진짜 적응 안되네."
"우린 네가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거 보면서 적응 안된다고 생각했어."
유천의 투덜거림에 투덜거림으로 응수하는 발록을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대화할 상대는 안되는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라이헤르가 유천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공국이 여기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곧 여기도 쳐들어오지 않을까?"
"그건……."
"그건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마드모아젤."
분명 유천을 향해 질문했지만, 대답은 영 엉뚱한 곳에서 들려왔다. 유천의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튀어나와서는 라이헤르의 손을 잡으며 설명을 하겠다는 기사를 보며, 대답을 하려다 끊긴 유천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갑자기 처음 보는 인간이 튀어나와선 제 손을 잡는 것이 달갑지 못했던 라이헤르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물론 지켜보던 발록은 낄낄 웃으며 제 어깨에 엎어져있는 펜리르의 턱을 긁어주기 시작했다.
"필요 없어."
"신성 제국 소속의 이방인들이 자랑이랍시고 대놓고 떠들고 다닌 덕에, 저희 마을에 있던 이방인들 또한 그 소식을 듣고 막을 수 있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 레벨의 몬스터가 나오는 만큼 그 발전 가능성은 큰 저희 마을이니까요."
이미 라이헤르가 손을 빼내며 필요없다고 말하는 와중에도 저 혼자 감상에 젖은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하는 기사를 질린 표정으로 보며 유천이 입을 열었다. 물론 기사는 툭 밀어 뒤로 밀어낸 뒤였다.
"펠프스 그 놈이 이 땅덩어리를 다 쳐먹고 싶어서 이곳 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인것 같아. 지금 너희가 말하는 그 이방인들 중에 탑클래스 대부분이 이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지. 굳이 설명하자면 여기만 제대로 차지하면 제 휘하 기사나 병사는 레벨이나 실력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지. 반대로 다른 이방인은 근처는 구경도 못 올테고."
이름하여 신성제국파와 반 신성제국파라는 거겠지. 지금 여기에 모여있느 놈들은.
말을 마치곤 한마디를 덧붙인 유천은 아직까지 그을린 흔적이 있는 벽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저것은 자신이 만든 흔적임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런 유천의 어깨에 어느새 다가온 벨리튼이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자, 도착했네. 우리 왕국의 새로운 개척지, 베론일세."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다음 퀘스트가 발생하기 전까지 대기하세요.
-경험치 350,000를(을)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경험치 50,000를(을) 획득하셨습니다.
"야, 저거 신유천 아니야?"
"저건 왜 여기 왔대?"
벨리튼이 제 팔을 벌리며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 가운데, 근처를 기웃거리던 유저 둘이 유천을 보며 손가락질을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유천이 저 새끼들은 무슨 사람을 이거 저거로 표현하고 지랄이야? 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발록과 라이헤르가 폭소한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개하겠네. 이 이방인은, 공국 근방에서부터 이곳까지 날 보호하면서 온 크리스라네. 정작 이름보다는 별명이 더 유명한 모양이지만 말이지."
결국 마을의 중심까지 가서 공터에 걸터앉아 주위에 몰려든 기사와 경비병, 유저들에게 유천을 소개하는 벨리튼이었다. 시선이 쏠리는 것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은 유천이지만 여기저기 삿대질을 하며 제 욕이 들려오는 것은 그닥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저 새끼, 저번에 여기 와서 깽판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 낯짝을 들이대? 미친 거 아냐?"
"그러니까, 난 저번에 저 새끼한테 한방 먹였다고. 아주 얼빠진 표정이 가관이었지?"
그리고 울타리의 뒤편에서 두명의 유저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벨리튼을 향해 손을 한번 까딱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 두명의 유저의 머리 위에 닉네임 커서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결투 신청."
-[내일은 기자왕], [내일은 하렘왕] 님에게 결투를 신청하셨습니다. 해당 유저 두명이 파티 상태이기 때문에 결투는 2:1로 이루어집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어디 나한테 한방 먹였다는 그 실력 좀 보자. 얼빠진 표정이야 얼마든 지어줄테니까."
"어, 어떻게하지?"
"뭘 어째! 한방 먹였다며! 한번 더 먹이는거지!"
-파티장[내일은 하렘왕]님께서 결투를 승낙합니다. 자동으로 [내일은 기자왕]님도 결투를 승낙합니다.
[[기자들 모여라](검투사)내일은 하렘왕]/[[기자들 모여라](저격수)내일은 기자왕] VS [(대마도사)크리스]
싱크로율 30%/26% - 51%
레벨: 503/417 - 601
HP: 438,528 - 897,527/584,023
MP:3,752,513 - 252,026/804,532
메인직업: 흑마법사 - 광전사/궁수
서브직업: 네크로멘서, 기사 - 전사/도적
종족: 언데드(리치) - 인간/인간
승률: 100%(121전 121승 0무 패) - 60%(100전 60승 2무 18패)/ 50%(28전 14승 0무 14패)
PK횟수: 128,287 - 0/0
-[]길드, ()칭호
둘이 신청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공터에 메세지가 떠올랐고,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경비병과 기사를 비롯한 NPC들은 유저들을 따라 뒤로 물러났고, 유저들은 저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며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그리고 유천의 눈에는 똑똑히 들어왔다. 이제 막 80%를 겨우 넘긴 마나가 모두 차오른 것을. 그리고 곧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마자 하렘왕이 앞으로 나오고, 기자왕이 은신을 쓰고 사라지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디텍팅, 인빌저빌리티."
그 말과 함께 동시에 모습이 사라진 유천을 찾기 위해 하렘왕이 주위를 기웃거렸지만, 그런다고 유천이 보일 리가 없었다. 반면 유천의 눈에는 기척을 숨기고 은신한 기자왕마저 보였으니 기자왕의 은신은 효과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투 시작!
"헤비 스탠딩!"
결투 시작의 알림이 뜨자마자 전사 유저가 500이상이 되어야 배운다는 방어계열 상위 스킬을 발동시키는 하렘왕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내리그으며 낮게 입을 열어 읇조렸다.
"헤비, 멀티플."
공격 아닌 공격, 마법의 발동으로 결투 시 발동되는 상대를 향한 모든 행위는 은신 해제로 이어진다는 효과 때문에 유천의 은신이 풀리기는 했지만, 이미 헤비가 4중첩이 된 하렘왕은 움직이기는 커녕 버티는 것도 힘들 것이고, 제 앞에서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기자왕을 보며 유천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이거에 한방에 죽지 않았냐? 그런데 네가 무슨 날 치긴 쳐. 헬 파이어."
마력이 공급되는 한 무한히 타오르는 푸른 악마의 불꽃, 지옥 끝의 겁화라 불리는 헬 파이어가 유천의 손 위로 나타나자, 은신상태였던 기자왕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저번에도 저 공격에 한방에 죽지 않았던가. 차오르는 욕지기를 참으며 들고 있던 단검을 허벅지의 검집에 쑤셔넣고서 허리에 차고 있던 단궁을 집어 들고는 스킬을 발동시켰다.
"무한 속사!"
400레벨 이상의 레인저가 배우는 특화 기술, 단 사용 시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인 패널티가 존재했지만 그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만큼은 극강의 공격력과 연사를 지녔다는 스킬이 발동되었지만, 유천은 그저 머리를 긁적거리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게 끝이냐?"
손에 들린 헬 파이어의 크기가 조금 커지고, 곧 날아오는 기자왕의 화살을 근처에 오기도 전에 태우기 시작했다. 애써 헬파이어를 지나친 불타는 화살이 채 유천에게 닿기도 전 유천은 모습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유천이 나타난 곳은 하렘왕의 바로 뒤였다.
"오러 블레이드."
한 손에 가볍게 말아쥔 강철검, 그리고 그곳에서 뿜어져나온 칠흑의 오러 블레이드가 하렘왕의 등을 꿰뚫었다. 곧 다시 뽑혀져 나와 하렘왕의 목을 가르려 했으나, 하렘왕 또한 애써 무기를 들어 막아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부질없는 짓에 불과했다.
-[일도양단]이 발생했습니다. 모든 방어를 무시합니다.
-[내일은 하렘왕]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순식간에 상대 중 한명을 리타이어시켜버린 유천은 키득거리며 등을 돌려 기자왕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까딱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너 혼자 남았네?"
============================ 작품 후기 ============================
그리고 난 리리플 할 시간따위가 없지. 왜냐면 자러가야 되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