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77화 (37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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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설마 꿇으라는 소리가, 그 꿇으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연속된 충격의 후유증 탓일까, 유천이 비틀거리며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제발 바닥에 꿇으라는 소리라도 괜찮으니 제가 생각하기에 최악의 한마디만 나오지 않기를 유천은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신은 유천의 편이 아니었다.

[잘됐다 오빠, 나랑 1년 더 같은 학교 다니겠네?]

망할년, 그렇게 제 오래비를 확인사살 해야겠더냐. 유천은투덜투덜거리며 그대로 정신줄을 놔버린 듯 멍하니 중얼거렸다. 뒤이어 유정이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미 멘탈이 박살날 대로 박살난 유천은 그 말을 들을 정신도 남아있지 않았다.

[뭐, 그럼 내일 보자, 오빠. 다행히 개학하고 오빠가 없던 동안은 공결처리됬으니까…….]

그리고 유정의 한마디에 유천의 정신은 순식간에 제 자리를 되찾았다. 공결? 미친놈들, 개학하고 돌아와서 공결이면, 없던 기간도 공결처리해줄 것이지! 매정하기 짝이 없군!

"그래, 내일 보자."

빌어먹을. 전화를 끊고서 유천은 조용히 욕을 지껄였다. 이건 음모가 분명하다고, 음모일 게 뻔하다고. 그러나 유천의 기대는 또 한번 박살났다.

"여, 유급생 신유천 학생? 꿇으신다면서요? 그거 참 안타깝네요. 낄낄."

"어머어머, 유급생이래. 대학 유급도 아니고 고등학교 말년에 꿇은 유급이래!"

개새끼들, 씹어 죽어도 모자랄 개새끼들. 유천은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자신을 도발하는 현성과 현수가 보였다. 그러나 그 두마리의 개새끼들은 유천을 동정하기는 개뿔, 약올리기 바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유일하게 잘못한 것이었다.

"슬슬 해 질때도 됐는데 말이야. 복날 개 패듯 팬다는 말이 어떻게 나온건지 보여줄게."

정도를 모르고 유천의 앞에서 설친 결과,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무도 자신들을 도우러 올 수 없는 옥상으로 유천에게 끌려 올려가, 말 그대로 복날 개 패듯 쳐맞았다. 나름 힘 조절을 한답시고 적당히 힘을 빼고 둘을 두들겼지만 그마저도 지옥으로 보일 둘이었다.

"이, 이 새끼, 주먹에 감정이 실렸어……!"

"너 같으면 안 실리겠냐 개새끼야."

굳이 두명이 유천의 앞에서 설치지 않아도 유천은 유급이라는 충격에 정신줄마저 관광을 나갔는데, 그 앞에서 도발을 한다는 것은 불을 향해 기름가득 먹은 섶을 두르고 달려든 꼴이었다. 심지어 유천은 오늘 희선을 놓치는 등 안 좋은 일이 상당히 많았기에 그에 실린 감정은 더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엎어진 채 유천을 향해 억울하다는 듯 외치며 삿대질을 하는 현수를 보며 옆구리를 툭 친 유천은 몸을 틀었다. 애초에 이정도 때려서는 어디가서 죽는다는 소리도 못한다. 굳이 말하자면 몸 곳곳 옷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멍이 들 뿐이었다.

"개새끼,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위로해주는데 돌아오는 건 매타작이지?"

현수가 유천의 발에 옆구리를 채이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인지, 현성이 유천을 바라보며 욕과 함께 타박을 시작했다. 누군가 보면 개소리라고 지껄일 말이었다. 위로가 아니라 약올리러 온 주제에 맞아도 쌌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태도를 보이는 현성을 보며 유천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넌 진짜 짐승으로 대해줄게.

건물의 옥상에서 해질녘 노을에 비친 유천의 비릿한 미소는 얼핏 보기에 살기까지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현성을 보며 조용히 명복을 빌어주기 시작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난 너와 친해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친구야, 잘가라."

어디서 나온지 모를 손수건으로 제 눈가를 닦아내는 시늉까지 하는 현수의 신파극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현수가 앉은 자리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양 무릎을 세워 두 팔을 그 위에 걸치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유급이냐……."

우울하기까지 한 유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현수는 유천의 등을 두드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넌 잘못한 거 없어. 학교가 꽉 막혔을 뿐이었지."

아까까지 맞고 때리던 관계라고는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려 드는 둘의 모습을 보며 방금 전까지 생명의 위협을 겪었던 현성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랄도 풍년이다.'라고 말이다. 다행히 둘의 귓가에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되려 그들의 대화가 현성의 귀에 들려왔다.

"단지 네가 학교를 빼먹은 횟수가 심각하게 많았을 뿐이야. 학교는 그걸 조용히 넘길 융통성이 부족했지."

"……."

"……."

현수의 그 한마디는 조용히 중얼거리던 유천의 독백도, 둘이서 아주 청춘 드라마를 찍으라며 비웃던 현성도 침묵을 고수할 수 밖에 없었다. 현성은 유천이 유급을 당할 정도로 결석을 많이 했다는 점에서 놀랐고, 유천은 찔리는 게 있으니 입을 열 수 없었다.

"어디보자……."

그리고 현수는 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 한장을 꺼내며 입을 풀듯 중얼거렸고, 곧 크흠, 하는 짧은 헛기침과 함께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는 줄줄이 이어지는 발표가 시작되었다.

"꾀병으로 인한 조퇴. 1학년 25번, 2학년 32번, 3학년 15번."

"야, 잠깐만. 유급같은건 한해 결석만 계산하잖아!"

현성의 발표가 딱 한줄을 다 읽자마자, 유천의 입에서 반박의 말이 튀어나왔다. 나름대로 유급당하지 않기 위해 한해 한해 결석도 일일이 계산해가면서 했던 유천이었다. 그것도 물론 잘했다고는 하지 못할 짓이지만, 어떻게 저 새끼가 제 출결상황이 기록된 종이를 들고 있는지가 문제였다.

"무단 결석. 1학년 3번, 2학년 4번, 3학년……허이고. 42번?"

"미친, 그거 내가 납치당한 날 다 포함한거 아니야? 왜 그게 무단결석이야!"

"알게 뭐야, 기록이 이렇게 되서 바꿀 수가 없다는데."

이어진 현수가 읊은 유천의 무단결석 회수에 유천이 욕설과 함께 반박을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의 어깨를 툭 치며 현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이미 기록된 공문서는 돈을 웬만큼 처먹이지 않고서야 수정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불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불법이란 게 애초에 거리낄 것은 없었지만 애시당초 주위 사람이 아는데 그런 짓을 벌여서 좋을 것도 없다는 게 유천의 생각이었다.

"이어서 병결과 공결이……."

"닥쳐. 더 말하지마. 내가 슬퍼지니까."

현성이 흥미로운 눈길로 다가와 종이를 살피고, 현수가 이어서 목록을 읊으려 들자, 유천은 그 종이를 뺏어서 구겨버리곤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어디 함부로 던졌다가는 기사 나는 건 순식간이니 말이다.

"꺼져버려. 난 게임이나 할거니까."

"맞다. 게임하니까 생각난건데."

"그 영감님이랑 네크로멘서들, 그 바퀴벌레한테 붙은 거 같더라?"

유천이 투덜거리며 둘을 발로 툭툭 걷어차기 시작하자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문을 열고, 현성이 말을 마쳤다. 그리고 유천이 고개를 들어 둘을 응시했다. 너무 오랫동안 못봐서 잊고 있었지만 유천은 게임에서 용병단을 꾸렸었다. 물론 용병단의 이름과 단장직은 빌린 것이었지만 넬의 인자한 웃음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걸 너희가 어떻게 아는 건데? 그 성바퀴한테 붙은건지 아닌건지."

유천이 질문했다. 이번에도 추측이니 뭐니 대답을하면 진심으로 걷어차버릴 것이라 생각을 하며 말이다. 갑작스레 오한이 든 현수와 현성은 그저 유천에게 간단한 대답만을 남기고 후다닥 계단으로 달려갔다.

""게임에 들어가면 알아!""

새끼들, 저럴때 보면 둘이 아주 찰떡 궁합이네. 둘이 나란히……는 개뿔, 서로 밀치며 제가 먼저 내려가겠답시고 계단에서 서로 옷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쇼를 보며 유천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둘의 말을 들었으니 확인할 것도 있는 유천은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겨 둘의 뒤를 쫓았다.

"내가 먼저 튈 거라고!"

"아까 내가 더 쳐맞은거 못봤냐 개새끼야!"

"사이좋게 더 쳐맞기 싫으면 비켜."

계단을 얼마 내려가지 않아 계단에서 서로 투닥거리는 둘을 발견한 유천은 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고작해야 두명이지만 그 둘은 유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각각 계단과 난간으로 붙어서 유천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줬다.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흘러나온 유천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위로 고마웠다."

"천만의 말씀"

"뭐, 그 정도 쯤이야."

둘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며 중얼거린 유천의 한마디를 들은 것인지, 유천이 계단에서 내려가고도 계단에 남아있던 둘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야, 어깨 누르지마. 아파!"

"너야말로 들지마. 어깨 빠져!"

물론 그 모습이 훈훈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둘이 굳이 병원까지 와서 유천을 만난 이유는 이미 달성했다. 어딘지 모르게 기자회견을 한답시고 텔레비전에 나와 기자들의 답에 대답할 때부터 묘하게 찌그러져 있던 유천의 표정은 분명히 풀려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 유천은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올라오는 수많은 메세지들을 보며 욕을 지껄였다.

-신성제국 [가이아]가 아칸(아시아 서버 전역)대륙 전역에 성전을 선포했습니다.

-중립 성향의 유저들은 소속을 정해 성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남부 자유의 도시 [프리온]이 [가이아]에게 함락당했습니다.

-남부 펠리온 왕국 소속 [벨리튼 공국]이 [가이아]에게 함락당했습니다.

-북부 전역이 [가이아]에게 함락당했습니다.

"미친, 이게 무슨 소리야?"

유천이 욕을 지껄이며 수없이 올라오는 메세지들을 봤다. 유천이 알고있는 가이아의 전력으로는 동시에 이만한 일을 벌일 수 없었다. 각 왕국에도 최소한 형준만한 6클래스 이상의 마도사가 있었고, 현성보다는 조금 딸리지만 소드 마스터들도 있었다.

심지어 벨리튼 공국에는 아칸 대륙을 통틀어 유일한 그랜드 마스터마저 있다. 한꺼번에 저런 일을 벌이려면 최소한 가이아를 지킬 병력이 십만 이상이 있어야 되고, 각각 지역을 공격하는 병력이 이십만은 되어야 했다. 그만큼 점령된 지역이 넓었고, 그 위세마저 장난이 아니여서 유천조차 쉽사리 건들 수 없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만한 병력은 가이아에 없다. 그것은 가이아의 수도에 들어가 그 중앙병력을 아예 박살을 내버린 유천이 가장 잘 알고 자신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쓰러트린 병력조차 대부분이 하이 프리스트와 고위 뭉크, 이단 심문관, 홀리 팔라딘들이었으니 말 다했다. 도무지 말이 안되는 상황에 유천은 그저 욕을 지껄이며 가이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          *          *

(도시 설정)

자유 도시 [프리온]

무법도시. 법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 유일의 법이란 약육강식, 도시의 지하에는 무수하게 많은 암흑조직이 존재하며, 그 중앙에는 프리온의 도박장 대부분을 밑에 두고 있는 어쌔신 조직 [칼리온]이 존재한다. 시민 대부분이 방랑자 혹은 한방을 노리고 몰려든 도박사들 답게 한곳에 묶여있으려는 의식은 부족하다. 단 그들이 있는 프리온에는 하루에도 몇명씩 죽어나가는 암흑 투기장이 존재한다. 그 투기장의 수준은 다른 나라에서 주관하는 무술 시합만큼이나 높다고 알려진다. 멋 모르고 함부로 프리온을 건드렸다간 곱게 죽을 생각은 포기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검투사들은 당신이 죽을 때까지 쫓을 것이며, 도박사와 적지 않은 귀족들은 당신의 목에 현상금을 걸어 쫓을 것이고, 어쌔신들은 당신이 먹는 모든 음식과 음료에 독을,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당신의 목을 노릴 것이다.

시민(국민): 약 27만명으로 추정

병력: 지하 암흑 세력 50개.(총병력 13만) 칼리온(소수 정예 8천), 검투사 1만 5천(추정), 기타 기사와 마법사(5만으로 추정)

경제적 상태: 빈부격차 심각 뒷골목에서는 하루에 수시명의 아이들이 굶어 죽거나 소매치기에 실패해 맞아죽는다.

분위기: 전체적으로 침울

펠리온 왕국 소속 [벨리튼 공국]

넓은 아칸 대륙 유일의 그랜드마스터가 있는 공국, 한 나라의 공작이 꾸린 소왕국이라고는 하나, 그랜드마스터 [힐튼] 한명의 위상으로 벨리튼 공국은 펠리온 왕국보다 더욱 강력한 군사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공국의 국민들은 공국과 왕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전시에는 스스로 병사로 자원할 만큼 용감하다. 또한 그들의 상징적인 존재인 그랜드마스터 [힐튼]은 대륙의 이름난 검사들이 모여 벌이는 비무대회에서 우승해 더욱 유명해졌다. 소드마스터 6명을 상대로 가뿐히 승리를 따낸 그의 존재 앞에 적군은 공포의 전율을 금치 못할 것이다.

시민(국민): 약 150만명으로 추정

병력: 지하조직 추정불가(최소 18만명 이상이 몸담고 있는것으로 알려짐), 그랜드마스터 힐튼(존재 자체만으로 일개 사단장 이상의 기량을 발휘 휘하의 군병력과 기사병력 25만) 마법사(6클래스 마도사 3명, 7클래스의 고위 마도사 1명을 비롯한 5만여명의 마법사, 5대 학파의 마탑이 모두 건설되어 있음) 기타 민병(희망자) 70만

경제적 상태 : 풍족

분위기: 전체적으로 활발

============================ 작품 후기 ============================

아마 리치 쓰고 본문에 설정올리는 건 거의 처음 쓰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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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Raccoon//생긴 게 아니라 확. 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심판타지//무지개 반사

인핀//ㅋㅋㅋㅋ 맞은게 워낙 아팠나 보죠 ㅋㅋ 유천이의 굴림은 계속됩니다!

적현월//아녀, 따지려고 전화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멘붕. ㅋㅋㅋㅋㅋㅋ

소마광랑//그...그런 슬픈 사연이...!

RedDregon//?!

당가//이녀석의 멘탈은 이제 쿠크다스화됬습니다. (응?)

researchers//히히, 요새 너무 안굴렀

sAlice//꿇어라, 이게 바로 너와 나의 눈높...아니 이게 아닌데?

arcadia1019//월척이다!

코스믹//는 공문서 위조로 철컹철컹

인간님//감사함당 ㅋㅋ

덱스트린//꿇릴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etsuRyu//사가의 시루누이님이 넵처형에게 열심히 조언도 하고 계셔요. 저도 기대기대

은or//투데이 이즈 멘붕이 한가득

불행마스터리//잉? 뭔 일 있어요?

shadow0load//별로 과학 쪽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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