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76화 (376/440)

0376 / 0440 ----------------------------------------------

기자회견

"쫓아가."

호텔의 옥상에서 내려와, 건물의 외곽 근처에 있던 검은색 벤츠에 올라타서는 서둘러 건물에서 나와 근처의 차에 올라타는 희선을 보며 유천이 입을 열었다.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운전사의 뒤통수를 보면서 유천은 휴대전화의 베터리를 뽑았다.

도청 하나는 자신있다고 제 앞에서 그렇게 자랑해대던 지원의 얼굴이 떠오른 유천은 이를 갈면서 제 양손에 쥔 권총 두 정을 으스러질세라 움켜쥐었다. 제 몸에 총알을 박아넣으며 비웃던 얼굴도, 총알에 관통당한 오른손을 딱딱하기 그지없는 굽의 발판으로 밟으며 자신을 도발하던 그 얼굴도, 유천은 잊을 수가 없었다. 이제서야 그 복수의 시간이 다가왔다.

"뭐야, 근처에 있었나."

유천은 근처에 있던 벤에 올라타는 희선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당황하고 말았다. 벤에 올라타자마자 문을 채 닫지도 않고서 벤은 달리기 시작했고, 신호까지 위반해가며 달려가는 벤을 유천은 차마 쫓을 수도 없었다. 이미 벤이 지나가고 벤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댄 운전자들 덕에 거리는 이미 막혀서 쫓아가려 해도 쫓을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젠장!"

앞의 운전자마저 당황한 기색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유천은 조수석의 시트를 계속해서 주먹으로 내려쳤다. 겨우 이제서야 그 면상에 제대로 된 주먹을 꽂아줄 수 있게 생겼는데,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유천은 그 사실이 그렇게 분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후……, 그냥 병원으로 가요. 집에 가도 할 것도 없는데. 본가 쪽에서 날 좋게 볼리도 없는데."

본가쪽으로 차 방향을 돌리려는 운전사의 행동에 유천은 한숨을 내쉬며 애써 진정했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뒤이어 유천은 조용히 투덜거렸다. 이놈의 집구석은 날 좋게 보는 쪽이 없다고.

어떻게 자신이 납치되었다가 돌아왔는데 보이는 얼굴이라고는 제 친구들과 동생, 그리고 부모님 뿐이었다. 할아버지야 바쁘니 그렇다 치고 다른 가족들은 보이지도 않았으니 유천의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우야 한창 근신 기간이니 오지도 못했을테고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대학병원의 입구로 들어온 차에서 내린 유천은 운전사를 향해 잘 가라며 인사를 해주고는 저 또한 병실로 들어갔다. 여전히 침대에 엎어져 자고 있는 정현을 비롯해 누워서는 미동도 없는 소피아가 있었다.

"맨날 나보고는 잠많이 잔다고 잠탱이라고 놀린 주제에, 이젠 지가 더 쳐자고 난리야."

내가 잠탱이면 넌 잠만보다. 들을 사람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천은 뒷말을 조용히 중얼거렸다. 의사가 말했었다. 저런 상태에서도 말을 걸면 들을 수 있으니 말이라도 자주 걸라고, 그런데 뒷담을 깠다가는 깨어나서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 유천은 조용히 혀를 차고는 캡슐의 커버만 열고서 캡슐에 걸터앉았다. 애초에 귀빈용 1인실이라 소피아의 침대 말고도 소파와 텔레비전, 컴퓨터 등 편히 쉬며 즐길 것은 많았다.

"단지 저 빌어먹을 식충이 2호가 그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다는 게 문제지."

유천은 투덜거리며 근처에 있던 휴지를 뭉쳐서는 소파 위에 엎어져 자고 있는 정현의 얼굴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애초에 무게가 가벼워 그리 멀리 날아가지도 못하고 떨어졌기에 유천은 또 한번 투덜거리며 일어나서는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입고 있던 정장의 마이를 벗어서는 소파에 걸치곤 넥타이 또한 풀어 헤쳐서는 그 위에 얹은 뒤 캡슐 안에 들어갔다.

딱딱한 보조 침대보다는 차라리 이 쿠션이 푹신하지.

작게 중얼거리며 유천은 캡슐의 커버를 내렸다. 어차피 시간도 이제야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다. 점심겸 저녁까지 배불리 먹고 온 유천은 할 일도 없으니 시간이나 때울 생각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리트머스 대륙전기]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언제나 보던 멘트에 뭔가 덧붙인 느낌이 들었지만 애초에 그런 걸 신경쓸 유천이 아니었다. 이어서 홍보용인지 거대한 검은색의 불덩이가 눈으로 뒤덮힌 성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보는 영상에 유천이 신기함을 느끼며 그 장면을 지켜봤다.

거대한 검은색의 불꽃에 직격당한 눈으로 뒤덮힌 보석의 성은 순식간에 검은색의 화염이 옮겨 붙어 불타기 시작한 모습을 보였다. 성의 주위에 있던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성의 첨단이 큰 소리와 함께 무너져 성의 주변에 패여진 해자에 떨어져내렸다.

[누구도 감히 따를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을 원하는가?]

"와, 시발 잠깐만."

유천의 말을 인식한 것인지 화면 위로 떠오른 글자를 보며 유천은 욕을 다시 한번 지껄였다. 다시 보니 저 모습은 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은근슬쩍 과장을 섞어 불덩이의 모습을 키우고 의도적으로 제 모습을 작게 한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저 모습은 분명히 제 모습이 분명했다. 그 이유로 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거 내가 작살낸 성인데, 작살나는 장면이 왜 여기 있어?"

2차 유저 레이드 즈음, 제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도망친 펠프스를 쫓아 간 신성왕국 가디언의 수도 니플하임, 그곳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던 보석으로 온통 치장된 성, 그것은 자신이 작살을 내버렸고 얼마전에 들어갔을 때도 한창 보수중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유천이었다. 그 얘기는 누군가 제 멋대로 유천을 촬영해 팔아먹었다는 소리였다.

"일단, 이건 나중에 그 양반한테 직접 따지면 될 일이고."

김한성, 이제는 회장의 비서직까지 된 양반인데 이런 거 하나 모를 리가 없었다. 유천은 투덜거리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 플레이 영상이 홍보용으로 쓰일 정도로 멋이 있었나 싶어 뿌듯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그 어떤 법 또한 먹히지 않는다!]

또 다른 장면이 흘러나왔다. 한 바바리안 유저가 제 앞을 가로막는 경비병의 목에 칼을 꽂아넣고서 다른 이들의 돈을 뺏는 모습이 흘러나왔고, 이어서 한 몬스터 토벌전의 장면이 흘러 나왔다. 마법사들이 줄줄이 줄을 서고, 그 앞에 궁병들이, 그 앞에서 전사들이 제 몸집만한 타워실드를 세워 벽을 세우고, 궁수들의 화살비가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콰광-!

이어서 마법사들의 사이에서도 서로 힘을 합쳐 만들어낸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몬스터들의 한 가운데 떨어져 폭발했다.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거대한 그을음만을 남긴 땅위로 수많은 몬스터들이 다시 뛰어왔다. 가장 수가 많은 오크, 그 뒤를 이어 놀과 코볼트가 몽둥이와 녹슨 무기들을 들고 달려오는 모습은 장관이었으나, 전사들의 타워실드가 그들을 다시금 밀치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각종 토벌전에 참여해 대륙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려라!]

온갖 유저들이 협곡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을 때, 그 협곡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입에 화살을 물고 있던 유저가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제 몸보다 긴 대궁을 쥐고서 그만큼 큰 화살은 곧 시위가 유저의 손을 떠나자마자 협곡 밑에 있던 트롤의 질긴 가죽을 뚫고서 바닥에 틀어박혔다. 이어서 수많은 화살이 그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꿰뚫고 지나가자 또 다른 장면으로 넘어갔다.

[너도 뒈지고 싶냐?]

"……?"

그리고 그 곳에는 수많은 유저들의 시체를 밟고서 한 여성유저의 얼굴에 아이언 크로를 걸고 있는 유천의 얼굴이 있었다. 언젠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누군가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껄였던 때인것 같았다. 유천은 그 장면을 보고 얼이 빠진 채 멍하니 있다가 홍보 영상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아나, 이런 혁신적인 개새끼를 봤나."

유천의 평가는 짧고도 단순했다. 단지 홍보영상을 본 것 뿐인데도(정확하게는 일부)게임을 할 의욕이 사라진 유천은 게임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병실 안에 비치된 전화기를 들어 한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홍보영상 무슨 약 빨고 만든 거에요?"

[무슨 소리야, 우리 영상 바꾼 적 없어. 지금도 정상이라고.]

"……?"

유천은 제 2차 멘탈 붕괴에 빠졌다. 바꾼 적도 없다니. 내가 본 건 또 뭔데?! 유천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속으로 외치고 있을 때, 한성과의 전화가 끊기더니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내 선물은 잘 봤냐?]

"……아오, 이 씨팔 새끼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짧은 만담 이후,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유천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는 근처에 있던 컵에 물을 따라 마시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때, 병실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귀빈용 병실 답게 개인적인 통화마저 가능하고, 오는 전화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잠깐 신기해하던 것도 잠시, 유천은 전화를 받았다.

[오빠, 내가 오빠 앞으로 온 편지를 받았는데.]

"뭐. 피곤하니까 짧게 말해."

[오빠 1년 꿇으라는데?]

그리고 유천은 오늘 하루, 병실에 들어온지 채 한시간이 안되어 3번의 멘탈 붕괴를 겪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아, 졸려. 어제도 쓰다 곯아떨어짐.

오늘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토론했는데, 1학년 중 내가 가장 잘했다는 칭찬과 최고점 획득. 옹예

맞다. 넵처형 신작 연재 시작이요. [인트로 코드] 미레작가님임. 어떤 등장인물이 나올지 궁금하시면 선작 고고요

----------------------------------------------------------------------

TetsuRyu//왕겜 개꿀잼여. 아니에스 핰

shadow0load//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자격증 시험도 그정도면 망친건 아닙니다. 그리고 시험 성적이랑 자격증 시험 비교하는 거 같은데, 저 전교 17등입니다. 반 7등. 시험 망친 동지 찾았다고 위안하는 게 아니라, 공부 열심히 하세요.

BlackRaccoon//쫓아간 주제에 놓침

덱스트린//훗, 저기 빠진 사람이 한명 더 있었네요. 젤랑형이 있었긔

적현월//?!

인핀//어떤 부분에서요? ㅋㅋ

당가//스토킹(?)하려구요 ㅋ 근데 실패

킴치맨//잉? 어디서 나왔어요?

RedDregon//간바레...ㅠ

TimeWorker//살아는 있어요, 요새 간간히 보이기만 해요 ㅋ

심심판타지//안끼워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searchers//접수 완료. 포풍 굴림

은or//스토킹하려구요 ㅋㅋㅋㅋㅋ

arcadia1019//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의 인식개선이랄까

AQ240//?어떤 면에서요?

Darkness1021//감사함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