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72화 (37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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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기자회견을 재개하겠습니다."

이윽고 삼십분이 지나자, 하나 둘 들어온 기자들이 자리를 꽉꽉 메울 즈음에서야 들어온 사회자가 탁자 앞에 얌전히 앉아선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유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와 함께 유천이 자신의 고개를 들어 주위를 기웃거렸다. 분명히 이 중엔 자신이 아는 얼굴이 없었다. 공항에서 본 몇몇 기자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저기 기둥 옆에서 손들고 계신 여기자님 질문해주세요."

그리고 유천의 기웃거림을 질문을 받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사회자는 곧장 한명을 지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목을 받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기자가 일어나 입을 열었고,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브레이크타임의 나잉여 기자입니다."

'저 년이 그 개소리를 지껄이던 년이라 이거지?'

일단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유천은 저 혼자 소란스러워지며 되려 나잉여기자를 향해 터지는 플래쉬 세례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들려온 질문은 전혀 예상과는 다른 질문이었다.

"탤런트 채린 씨와 매우 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요. 열애 중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

간간히 게임을 종료하고 저 기자의 기사들을 봤던 유천으로서는 전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간단한 질문을 하고 상대방을 철저히 몰아가는 거의 소설을 쓰는 수준의 기사를 보며 혀를 내둘렀는데 이런 질문이라니. 이건 뭔가 함정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유천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뜻으로 질문한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게 가장 중요했다. 무턱대고 아니라고 했다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채린을 만났을 때 할 말이 없어진다. 유천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나잉여의 대답을 기다렸다.

"만약 그렇다면 사과를 해야될테니까요."

이어진 대답에 유천과 다른 기자들은 한번 더 놀랐다. 그동안 찾아본 자료로 보아 나잉여라는 기자는 개념도 어디로 먹었는지도 모르고, 사과를 요구해도 사과한번 한 적 없는 전적을 가진 여자라는 소문까지 있는 마당에 그런 말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유천보다 더 그녀를 자주 마주했던 기자들 또한 놀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분과 사귀는 사이인데 그런 추문을 퍼트렸으니,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 말을 한 당사자가 그녀이다보니 의심의 눈초리는 전혀 식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은 유천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네, 그렇습니다. 제 아들과 채린 양은 서로 사귀는 사이입니다."

"아, 아빠?"

"공석에서는 아버지라고 불러 임마. 한 두번도 아니면서."

나잉여의 질문에 유천이 어버버한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있는 동안 재욱이 유천의 손에서 마이크를 뺏어 들고는 잉여의 질문에 대답을 한 것이었다. 유천이 당황해 재욱을 부르자, 재욱은 마이크의 전원을 잠시 내리곤 유천에게 간단히 질책을 했다. 그러나 그런 부자를 신경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재벌 그룹의 후계자 중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인 유천과 요새 한창 뜨고 있는 탤런트인 채린의 스캔들이었다. 지금 당장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 기사를 작성해 올린다고 해도 전혀 손해를 볼 것 같지 않을만한 기사였지만 기자들은 그저 꾸준하게 녹음을 하며 노트북의 메모장에 기사를 어떤 식으로 적을 지 미리 써내려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그동안 근거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 점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이 타자를 치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난 나잉여는 허리를 깊히 숙여 유천에게 사과를 건넸다. 애초에 사과를 받을 생각도 없던 유천이었기에 얼떨떨한 표정의 유천은 곧 재욱의 표정을 보며 마주 고개를 숙이며 그 사과를 받았다.

"아, 그럼 맨 앞줄 가운데에서 손 들고 계시는 기자님 질문하세요."

"코리안 타임즈의 이희선입니다. 아까 전의 질문을 계속하고 싶은데요. 애인 사이가 아니라면 소피아 박과는 무슨 사이죠? 공항에서 소피아 박과 기자들의 충돌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말도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자세한 일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유천이 사과를 받자마자 곧장 다음 질문을 받아 들이는 사회자를 보며 유천이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회자가 지목한 인물이 다름아닌 아까 전 자신에게 난감한 질문을 날린 여자가 아니었던가. 유천은 급히 예의 주시할 인물에 희선을 추가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질문은 일단은 성실히 대답해야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근처에서 보고 있을 놈(년일 수도 있겠지만)이 뭔가 다른 짓을 벌일지도 모르니 노코멘트로 일관할 수도 없었다.

"뭐, 더 이상 감출 이유도 없으니 그만 납치건에 대한 일은 제가 스스로 말하고 끝내겠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대로 저는 박정현과 소피아 박을 비롯한 네명에 의해 납치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도중 저는 박정현과 소피아 박을 설득하는 데 성공, 탈출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단지 도망치는 도중 불의의 사고로 소피아 박이 큰 부상을 입었고, 누군가의 압박과 암살 위협으로 잠적하고 계셨던 유니온의 회장님을 때마침 만나 도움을 얻은 것 뿐입니다. 여하튼, 제가 이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더 이상 그 어떤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도 보고 싶지 않기도 하며. 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기 싫어서 입니다. 될 수 있는 한 감추려고 했던 것은……."

"잠깐, 잠깐만요."

유천이 사실을 섞어가며 사기를 치고 있는 동안, 희선의 얼굴은 점점 펴질 줄을 몰랐다. 본인을 비롯한 지원과 성열, 크리스 또한 그 당시 아지트에 없어서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해 유천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지만 유천의 말에서는 가장 중요한 아버지가 계시는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이를 갈며 유천의 말을 끊으며 다시 손을 들었다.

"네, 또 뭡니까."

아까 전부터 제 말이 이어질 수록 표정이 구겨지는 것도 그랬고 말을 끊는 것도 맘에들지 않았다. 자연스레 유천의 대답 또한 삐딱해질 수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것을 알아들은 희선의 표정 또한 좋을리는 없었다.

"그 같이 온 수갑차고 있던 남자는 누굽니까? 그건 말씀해주시지 않으셨는데요? 혹시 그 납치도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까?"

'아오 진짜, 저 년은 전생에 나랑 원수를 졌나.'

'아오 진짜, 저 새끼는 전생에 나랑 원수를 졌나.'

질문을 하는 측과 받는 측 모두 속으로 욕을 지껄이는 건 매한가지였다. 알려는 자와 감추려는자, 지지 않으려는 둘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동안 둘의 인내심은 차근차근 줄어들고 있었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애초에 그 남자를 데리고 온 것은 유니온 회장님이셨으니까요. 아마 회장님을 암살하려던 그 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빠각]

이어진 유천의 태연한 답변이 이어지자 유천의 귓가에는 무언가 나무가 부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이어서 하나의 목소리가 작게 귓가로 들려왔다.

-[아버지가 있는 장소를 말해.]

약간의 소름까지 끼칠 정도의 낮고 음산한 목소리. 유천은 잠깐 움찔했으나 그 움직임은 미세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유천은 입을 열었다.

"아, 오늘은 이 호텔의 뷔페를 빌린 관계로 취재로 지치고 배가 고프셨을 기자님들은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고 가셔주길 바랍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었다. 어떤 의미로 보면 기사 좀 제대로 써달라는 뇌물의 의미나 다름 없었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난 너희에게 이런 걸 가볍게 해줄 정도의 힘이 있으니 덤빌테면 덤벼봐라. 라는 자존심과 자만심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유천은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재욱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좀 있다 내가 옥상 올라가면 문고리를 쇠사슬로 감아서 아무도 못 나가게 해요. 별 효과는 없겠지만 방해할 정도는 되겠지."

그 말을 끝으로 회견장에서 나가 식당으로 향하는 유천을 보며 재욱은 단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난데없이 자신이 옥상 위로 올라가면 문을 열지 못하게 하라니. 별 이상한 놈을 다보겠네. 그리고 그러던 도중 재욱의 머리를 스치고 번뜩이는 생각이 지나갔다.

"너, 이 새끼! 여자 만나러 가는구나!"

'아빠, 틀린 말은 아닌데 아들 걱정은 하지도 않아? 바로 뒤가 기자들 뿐인데 날 앞에두고 그런 소리를 해?'

유천은 회견장을 나가는 자신을 향해 외치는 제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제 아버지를 까는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야 자신은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는 개자식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뭐,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은 맞지만 말이다.

'확실히, 그 년이 맞나. 그런데 본 적이 없는 얼굴인데.'

그리고 유천은 제 입 안으로 들고 온 샌드위치 하나를 입 안에 쑤셔 넣으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다만 문제라면 볼이 잔뜩 부풀어 올라 위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아 졸려 ㅠ 결국 수학 선방으로 평균 85.85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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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s//사기치는 유천잌ㅋㅋ

BlackRaccoon//ㅋㅋㅋㅋ방패를 뚫으려는 창과 창을 막으려는 방패의 싸움이닼ㅋㅋ

인핀//[유천]:내가 바로 이 구역의 강태공이다.

적현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는 내가 시험이 끝난 뒤네요.

덱스트린//ㅋㅋㅋㅋㅋㅋ 그럴까요

심심판타지//어둠왕 김어둠선생 ㅎㅇ

TetsuRyu//결국 85.85로 마무리. 역시 특성화고 클라스

은or//에이, 그정돈 아니에요 ㅋㅋ 기말고사 화이팅ㅋㅋ

당가//ㄴㄴ해여. 누가 더 오래참나 대결

RedDregon//히힣 하늘이 노랰ㅋㅋ

불행마스터리//히히히히히히히히히ㅣㅎ하얗게 불태웠어

가이오가//감사합니다 ㅋㅋ 수학 선방해서 80 초반까지는 안간듯여

Darkness1021///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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