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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371화 (37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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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아, 훌륭한 답변이었다. 유천은 속으로 자기 자신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노코멘트란 말을 만들어낸 인간한테는 노벨상을 줘도 몇 개는 줘도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답을 피하시는 건가요?"

거참 끈질기네. 유천은 조용히 혀를차며 끌끌거렸다. 도무지 대충 답을 피해서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천은 입을 열었다.

"지금 여기서 박미경 기자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지금 질문한 것의 요지는 저에 관한 것입니까, 유니온 회장님에 관한 것입니까, 총성에 관한 겁니까?"

좋아 훌륭한 받아치기였어. 유천이 만족한 얼굴로 작게 얼굴을 끄덕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자 재욱은 그런 유천을 보며 피식 웃고는 탁자 밑으로 유천에게만 보이게끔 엄지를 세웠다.

"물론 셋 전부입니다."

응? 이래도 안 물러나? 이게 아닌데? 너무나 당당하게 유천의 질문에 답하는 박미경 기자를 보며 유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답이 왔으니 그에 응해주기는 해야 되는 유천은 속으로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첫째, 저는 그 당시 납치된 상태로, 함부로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밥이나 제때 먹으면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개뻥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원하는 때에 밥까지 챙겨먹었다. 은근히 가슴 한구석이 찔리는 것을 느끼며 유천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유니온의 회장님과는 마주할 수도 없었던 노릇이죠. 이로써 두번째까지 입증했습니다. 세번째, 그 장소에도 없던 전 그 자리에 총성이 울렸든 누가 총을 맞았든 폭탄이 터져도 모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죠."

-개소리 하네.

유천이 한번 거짓말을 시작하자, 그 뒤로는 막힘없이 거짓말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질문한 박미경마저 어째서 이렇게 몇번 캐물으면 대답할 거면서 답을 피한것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유천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약간의 기계음이 섞이긴 했지만 분명 씨팔의 것이었다.

'아오, 이걸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젠장. 이 빌어먹을 고철덩어리 새끼가. 왜 갑자기 시비를 걸고 지랄이야?'

-여기 있는 기자놈년들, 네가 끌려와서 한 일 다 조금씩은 부분적으로 알고 있을걸.

이윽고 유천이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씨팔을 까는 동안, 다시 한번 씨팔의 목소리가 유천의 귓가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알고 있다고? 어떻게? 자세한 일은 아직 옆에 있는 재욱은 물론이고 자신의 친구도, 채린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알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다는 씨팔의 말에 유천은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병신아, 정신 차려. 질문 들어오잖아.

애초에 처음 몇번은 유천이 지목했지만 그럴 거라면 주위에 사회자 따위는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머리를 갸웃하며 앉은 박미경을 뒤로하고 일어선 다른 기자가 유천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이지만, 혹시 귀에 끼고 계신 이어폰.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저희의 답변을 지시받는 건가요?"

-어휴, 멍청한 새끼. 멍때리면서 이어폰을 그리 눌러대는데 눈치 못깔 병신이 어디있냐.

기자의 질문과 함께 씨팔의 조롱이 들려오자, 정신을 차린 유천이 금새 태연히 입을 열었다. 어느정도의 연기실력과 태연한 척은 이미 어릴때부터 수천 수만번을 해본 일이었다. 아마 자신이 작정하고 연기를 한다면 웬만해서는 눈치채기 힘들 것을 알고 있는 유천은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이어폰은, 혹여나 기자님들의 말이 잘 안들릴 경우 기자님들이 앉은 책상에 위치한 마이크의 음성을 직접 전해주는 역할입니다. 갑자기 제 호박씨를 까는 기자님들 때문에 깜짝 놀라 그런 거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박미경 기자님 구라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구라 아닙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고, 그 때문에 한쪽 귀에만 끼고 있던 이어폰이었다. 대놓고 자신을 지목하며 말하는 유천때문에 진짜 그 말을 했던 박미경 기자는 얼굴을 붉힌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마이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 뭐하겠는가, 진짜 마이크는 책상 밑면에 달라붙어 있는데.

"그렇군요, 스마일 타임즈의 강선호 기자입니다. 신유천씨가 실종된 기간 동안 한 대학에서 신유천씨를 보았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것 봐라. 다 조금씩은 알고 있다고 했지?

강선호 기자가 유천을 바라보며 질문을 하자 씨팔은 그에 동조하며 유천을 타박했다. 유천은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잠깐 내려놓고는 입술을 작게 달싹였다. 바로 앞줄에 있는 기자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그 한마디를 달싹거린 유천은 마이크를 집어 들곤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까 전에 자신은 납치된 상태라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그리 말을 했건만 저딴 질문이란 말인지, 이제는 휴지쪼가리만도 못해진 예상질문을 내려 놓고서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 그 당시 납치된 상태라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숙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질문을 마지막으로 30분의 쉬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뭐야, 예상질문대로 안 나오니까 당항했나, 질문 몇개 받지도 않고 쉬는 시간이래.]

[어쩌겠냐, 지은 죄가 있는데 감추려면 그만한 시간은 필요하다 이거지.]

유천이 답을 하며 사회자가 주는 신호대로 쉬는시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건 기다리던 씨팔의 목소리가 아닌 왠 두 남정네의 대화였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떠드는 둘을 찾으며 저 뒤에서 둘이서 궁시렁거리고 있는 두 기자들을 지목하며 유천은 입을 열었다.

"아, 거기 뒤에서 왠 말도 안돼는 근거 없는 소문을 흘리는 두 기자분, 지금 이곳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는 녹음되고 있다는 것만 아시길 바랍니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트린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셔야 될 겁니다."

명백한 협박, 그에 이어진 침묵은 한동안 다른 질문을 막아버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곧 한 두명식 다시 손을 들기 시작하고, 사회자가 그 중에 한명을 지목했다.

"코리안 타임즈의 이희선입니다. 저는 다른 분들과는 다른 것에 흥미를 가졌는데요. 신유천씨,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은 그곳에서, 어떻게 이곳으로 돌아오셨죠? 또, 유니온의 회장도 함께 귀국했으며 수많은 경호원들과 함께 큰 부상을 입은 신유천씨 살해 용의자 소피아, 그리고 모자를 쓴 채 수갑을 차고 걸어가던 두명의 남자분들 또한 함께 귀국한 것인데요. 그 부상은 누가 입혔으며, 두 사람은 누군지. 각각 다른 순간에 실종, 아니 납치 당한 두 명이 어떻게 경호원들의 사이에서 함께 돌아올 수 있었는 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여태까지와는 비교조차 안되는 길이의 질문에 잠깐 당황한 것도 잠시, 질문 내용에 유천은 욕을 중얼거렸다. 이 빌어먹어도 모자랄 놈의 씨팔은 설명하랬더니 잠수를 타버렸으니, 믿을 건 오직 이 한마디 뿐이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노코멘트라니!"

이희선 기자는 유천의 간단한 대답에 당황해 소리까지 질렀지만, 이미 유천은 일어났고 매정한 사회자마저도 오전 회견은 끝났다며 30분 동안의 휴식시간을 가지라는 소리와 함께 마찬가지로 자리를 떠버렸다.

"뭐, 뭐 이딴 기자회견이 어디있어!"

그리고 다른 기자들도 각자 자신의 필기구와 노트북을 챙겨 일어나 각자 자신의 회사로 전화를 걸어 그간의 내용을 보고하기 바빴지만, 이희선은 달랐다. 노트를 땅에 패대기치듯 던지며 크게 외친 것이었다. 아직까지 남아있던 몇몇 기자들이 눈을 찌푸리며 눈치를 줘댔지만, 이희선은 땅에 패대기 친 자신의 노트를 발로 밟아대며 욕을 실컷해댈 뿐이었다. 이윽고 다른 기자들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자신 또한 욕을 지껄여가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며 회견장을 나가며 전화를 걸었다.

"야! 그 새끼 무슨 그렇게 개념이 없어! 내가 실컷 머리 굴려가며 퍼트린 소문도 헛소문으로 만들지를 않나, 겨우 외운 질문을 노코멘트 한마디로 씹어버렸다고! 그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

옥상에 올라온 이희선은 온갖 욕을 지껄여가며 유천에 대한 험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이희선의 휴대전화 너머에서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정해, 미친년아. 아버지가 계신 곳을 부르기 전까지 그 새끼는 건들지 마. 엿같지만 지금 그 새끼가 유리한 상황인건 확실하니까.]

"빌어먹을 새끼, 넌 네 여자친구 편도 못들어주냐?"

[미친년, 그럼 넌 하나뿐인 남자친구한테 빌어먹을 새끼란 말이 쉽게 나오냐?]

단지 목소리만 침착했다. 도무지 말리는 말투라고는 볼 수 없을만큼 험한 말이 끝나고, 이희선은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욕을 하며 말했다. 그러나 반대편 또한 쉽게 져줄 생각은 없다는 듯 거친 욕을 하며 맞받아쳣다. 되려 말리는 쪽이 열을 받아버린 그 대화는 한창을 그렇게 욕을 오가던 도중 먼저 진정을 한 희선이 말로 끝을 맞이했다.

"그래서 지원아, 그 새끼를 어떻게 요리하지?"

[하던 대로 해. 끝까지 비슷한 내용으로만 몰아쳐. 그 새끼 인내심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 다행히 넌 그 새끼 있을 때 한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으니까 그냥 몇번 도발하면 분명히 넘어올거야.]

"개새끼, 지가 하는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기는."

희선이 조언을 요구했지만 지원은 단지 대충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희선은 욕을 지껄이며 휴대 전화를 주머니에 거칠게 쑤셔넣고는 옥상 문을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꽤나 튼튼하게 되어있었을 그 문은 희선의 발 모양대로 우그러진 채 푹 파여 열렸다.

"빌어먹을 새끼."

욕을 지껄이며 계단을 내려가는 희선의 뒷주머니는 유난히 불룩했다. 그리고 그때 유천은 대기장에서 여전히 이어폰을 꽂은 채 씨팔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친 년아. 얼른 대답해."

-조금 튕겼다고 바로 욕 지껄이는 거 하고는. 근처나 경계해라. 그 소문 퍼트린거 그 연놈들 짓이니까.

"뭐?"

-난 자러간다.

미친. 고철덩어리가 무슨 잠이야, 잠은. 내가 언제 다시 한번 물통 들고 너 찾아간다. 각오해라. 유천은 속으로 욕을 지껄여가며 제 뒷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소름끼칠만큼 차갑고 딱딱한 금속이 손에 닿았다. 유천은 여전히 욕을 중얼거리면서도 뒷주머니에 꽂혀있는 총에서 손을 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유천의 머리 속에는 자신이 회준의 아지트에 있을 적에 본 얼굴들을 떠올리기 시작할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히힣, 시험 안끝났지만 기습 투척. 현재 평균 91.3 그러나 내일 마지막 시험은 수학이 대기타고 있다지. 시망. 그러나 그 시험이 끝나도 17일 자격증 시험. 슈밤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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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suRyu//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님이 시험기간이네요? 근데 난 아직도 시험기간이네? 난 안될거야 ㅠ

적현월//도발이다. 이건 도발이다!!

BlackRaccoon//공부하는 척이라도 안하면 컴금 먹어서 하는 척 해야됨여.. ㅠ

은or//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험 ㅠㅠㅠㅠ

덱스트린//자동차 정비 기능사요. ㅠ 저번 필기 떨어짐 ㄱ-

당가//지못미여. 시험은 잘 치고 있어요?

researchers//넵 감사합니다 ㅠㅠ

심심판타지//그롸롸뢐 흐콰한다!

RedDregon//다함께 외쳐! 시험 개깩기!

youngjoon12//시망

소마광랑//히히 그러게요 시험 개깩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행마스터리//시험 이 개깩..

밀리리오//큐베 같은 거요. ㅇㅇ

가이오가//ㅠㅠㅠㅠ이건 악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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