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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그래 니 애비다. 이 새끼가 납치 한번 당하고 왔더니 멘탈이 나갔나."
유천이 제 아버지를 보며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 유천의 아버지는 유천을 한번 더 발로 툭툭 차며 대답했다. 제 친구 중 하나가 그랬다면 주저 없이 그 발을 꺾어버릴 유천이었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움직일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었다.
"얼른 일어나, 지금 출발해도 늦어."
몸을 뒤척이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천을 보며 유천의 아버지는 유천의 귓볼을 잡은 채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마치 그동안 걱정을 시켰으니 그 복수를 해주겠다는 것 마냥 잠깐의 망설임도 없는 행동이었다.
"아, 아파!"
"흥, 아픈 걸 아는 놈이 그딴 짓을 벌여?"
유천이 문까지 끌려가는 도중 고통을 호소했지만 유천의 아버지는 그 말을 콧방귀로 무시하고는 유천의 이마에 꿀밤을 먹이며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그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돌린 유천의 눈에는 들어왔다. 보조 침대에 누워있던 정현이 묘하게 몸을 뒤척이며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을.
'내 저놈을 가만히 두면 내 신 유천이 아니다.'
유천은 끌려가는 도중에서도 이를 갈며 정현을 강하게 쏘아봤다. 그리고 그 강렬한 눈빛에 정현이 계속해서 몸을 뒤틀며 움찔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강한 의지를 다짐하며 끌려가는 동안 유천은 짧은 시간이나마 귀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잊을수는 없었다. 유천의 비명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곧장 잡은 귀를 비틀며 강도 조절까지 한 그였으니 말이다.
"옛다."
그리고 그렇게 차까지 귀를 잡고 끌고온 유천의 아버지는 조수석에 유천을 태우고는 뒷좌석을 뒤적거리다 몇장의 종이뭉치를 유천에게 던지며 말했다. 작은 파일에 꽂힌 종이들은 깔끔하게 유천의 손으로 들어왔고 유천은 그걸 보면서 중얼거렸다.
"예상질문이네. 이런 거 필요 없는데."
"그래놓고 당황해서 또 반말로 욕 실컷 해대면서 반박하려고?"
유천이 투덜거리며 파일을 펼쳐들자 유천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대답하는 유천의 아버지 재욱이었다. 궁시렁거리면서도 착실하게 예상질문을 보며 그 답안을 외우기 시작하는 유천을 보며 재욱은 피식 웃으며 아들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물론 자고 일어나 떡진 머리는 훌륭하게 손가락에 엉겨붙어 머리를 더욱 엉망으로 만드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유천을 보며 재욱은 조용히 차의 방향을 돌렸다. 머리가 새집이 됬을 때도 대충 정리를 시키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정도가 조금 심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투덜거리며 제 머리를 그나마 원상태로 돌리려는 유천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헤어숍으로 향하는 재욱이었다.
"그러게 머리를 왜 건드려! 그나마 좀 얌전하게 만든건데!"
"넌 닥치고 질문이랑 답변이나 외워라."
유천이 신경질을 부리며 뜬 머리를 다시 제 손가락으로 헤집으며 외치자, 재욱은 유천의 머리를 한대 더 쥐어 박으며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얌전해질 유천은 더더욱 아니었다.
"또 때린다! 주먹이면 다 되는줄 알지? 어? 어디 칠거면 제대로 쳐봐!"
"너, 오랜만에 아버지한테 뒤지게 맞아보고 싶지?"
그리고 유천이 강하게 대들며 제 얼굴을 들이대기까지 하자 재욱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게 깔며 유천에게 대답했다. 마치 중학교 때 오토바이 좀 사게 돈 좀 더 달라고 개기다 쳐 맞았던 기억이 떠올라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유천이었다.
"내가 언제 네가 이렇게 개겨댈 줄 알고 그렇게 팬 거야 임마."
뒤이어 덧붙이는 말에 유천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서커스단에서 키우는 코끼리는 새끼때부터 말뚝에 밧줄을 감아 다리에 감아둔다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아느냐 물어보지를 않나, 그 이유는 그 밧줄에 감겨 많이 움직이면 밧줄 때문에 고통이 느껴져서 도망칠 생각을 못 해서라는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다 큰 뒤에도 그 작은 말뚝에 메여서는 느껴질 고통 때문에 도망칠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뭐 자신이 코끼리라도 된다는 것인지. 말하고서 저 혼자 웃어대는 재욱을 보며 유천은 한숨만 푹 내쉬었다.
'진짜 내가 코끼리라도 된 것 같잖아. 젠장'
속으로 욕까지 중얼거리며 투덜거리던 유천은 결국 혼자 질문을 보며 속으로 울분을 삭히다 또 다시 재욱의 손에 이끌려 헤어샵에 끌려 들어갔다.
"이 자식, 머리 좀 빨리 정리해주세요."
그리고는 헤어샵에 유천을 밀어넣고서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발로 툭 걷어차버린 재욱은 그렇게 유천을 헤어샵에 집어 넣어버리며 말하며 밖으로 나서며 유천을 향해 한마디를 남겼다.
"아, 질문 하나라도 잊기만 해봐. 가만히 안 둔다."
그리고 그런 유천의 오른손에는 아까부터 읽고 있었던 예상 질문이 정리된 파일이 잡혀 있었다. 결국 유천을 울며 겨자먹기로 손에 든 예상 질문을 외우는 수 밖에 없었다.
"다됬습니다."
질문을 외우느라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던 유천의 귀에 머리가 다 됬다는 말이 들려오자, 유천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있던 돈으로 대충 계산을 마치고서 나오자, 재욱의 차가 보이지 않자 당황한 유천이었다.
"뭐야. 늦는다더니, 이 양반 나 버리고 간 거야?"
젠장, 기자회견장이 어디인 지도 말 안해놓고 어떻게 찾아가라는 건지. 투덜거리며 발 걸음을 옮기는 유천은 곧 또 한번 욕을 지껄이고 말았다.
"그래. 그 양반 여기있다."
마치 처음부터 듣고 있었던 것처럼 살벌한 표정으로 뒷덜미를 움켜쥐며 귓가에 속삭이는 재욱을 보며 유천은 맹수에게 잡힌 쥐새끼마냥 아무런 말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분명 이 뒤에는 뒤통수를 휘갈길 것이 분명했다.
뻐억-
유천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뒤통수를 후려치는 손바닥은 피했지만, 이어서 등짝을 후리는 공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유천은 길 바닥에 엎어져 자신의 등짝을 애타게 부여잡으며 비명을 끅끅 참아내는 꼴을 피할 수 없었다.
"네 옷 구해왔으니까, 차 안에서 입어."
그리고 고통을 이겨내 겨우 선 유천을 차 뒷좌석에 태우고서 들고 온 정장 하나를 던져주며 말하는 재욱을 원망스레 쳐다보는 유천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힘이 없으니 당해야 될 뿐인데. 그렇다고 힘이 있답시고 이길만한 상대도 아니었다.
결국 기자회견 장으로 정한 호텔로 향하며 유천은 차 뒷좌석에서 정장으로 갈아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천은 제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뒀던 권총을 정장의 허리 뒷춤에 꽂아넣고는 마이로 덮어버렸다.
"도착했다. 늦었으니까 서둘러."
그리고 차를 대충 주차한 재욱은 유천을 호텔의 엘리베이터에 처박으며 서두르라는 말을 계속했다. 이만한 위치에 있으면 거만하게 행동할 법도 한데, 잡아둔 약속은 경중을 막론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재욱다운 행동에 유천은 피식 웃으며 그 손길에 순순히 밀려줬다.
"뭘 쪼개! 얼른 뛰기나 해!"
물론 그 모습을 걸려 맞은 것은 여담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제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결국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열심히 뛰어 도착한 회담장에서, 유천은 차분히 단상 위로 올라가 고개를 살짝 까닥여 사과를 표하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 유천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기자들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본업에 충실한 기자들은 손을 올리며 유천의 지목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거기 남색 남방 입으신 남자 기자분. 질문하세요."
그리고 그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물론 가장 먼저 들어온 질문은 간단했다.
"반도 일보의 강정훈입니다. 신유천씨의 납치 사건과, 살해 건, 그리고 유니온 회장님의 살해 건은 모두 신유천씨의 자작극입니까?"
"아닙니다. 다음 질문 하실 분 손 들어주세요."
시작부터 듣기 거북한 질문이 들어오자 인상을 와락 구기며 대답한 유천을 보며 선두의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 떠드는 사이, 다른 기자들은 손을 올리며 유천의 지목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기분이 나쁘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지도 않고 있는 유천이 다른 한명을 지목하자 저마다 기자들은 탄식을 뱉었다. 마치 자신에게 맡긴다면 특종거리가 잡힐만한 질문을 할 것이란 것처럼.
"거기 아까 정훈 기자님 뒤쪽의 여기자분, 질문하세요."
이어진 지목에 여기자가 일어나서 유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코리아 스포일러의 박미경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유니온 회장님 실종 당시에 총성이 울렸고 그 장소에 실제로 같이 있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
젠장. 이건 예상 질문에도 없던 문제인데.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거야? 유천이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욱은 유천보고 알아서 하라는 둥의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당황한 듯한 제 아들을 보며 뭔가 생각난 것은 있는지 급하게 종이에 휘갈겨 쓰더니 유천에게 보여줬다.
[니가 잡은 기자회견이잖아? 너 알아서 해.]
'아, 젠장. 내 편은 어디에도 없는건가.'
유천은 그 쪽지를 보며 혼자서 속으로 눈물을 삼켜낼 뿐이었다. 어쨋거나 여태껏 제 편이 없다는 건 오랜 경험을 통해 획득한 바 있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지 편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다행이랄까. 금요일 못올린거 올립니다. 어제 도착해서 포풍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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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현월//성격의 비밀. ㅋㅋㅋㅋㅋㅋㅋ
덱스트린//많이 못 받으셨어요?
심심판타지//클라스 지림? 난 할머니댁 가서 와이파이 안뜨길래 노트북에 깔린 체스만 주구장창 해댔음. 컴퓨터랑 떠서 전승 달성.
당가//그리고 유천이는 간만에 배에 기름칠 좀 했다고 합니다.
범생지망자//거기서 힌트를 얻어왔 거의 대놓고 패러디랄까
계절독감변종//들킴 들킴
BlackRaccoon//부자의 행동반경마저 똑같달까. ㅋㅋㅋㅋㅋㅋㅋ
gksguq963//거기서 보고 오셨어요?
Darkness1021//도플갱엌ㅋㅋㅋㅋㅋㅋㅋ
밀리리오//쟨 죽어도 구를 팔자
researchers//대표적인 예 까지얔ㅋㅋ
인핀//원래 듣기만 해도 가슴 한켠이 따뜻해야 되는데, 얘들을 보면 웃음밖에 안나옴
제이스 올드윈//보셨쿤요
킴치맨//아바다 케다브라!
가이오가//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즐거운 한가위되세요 ㅋㅋ
불행마스터리//ㅋㅋㅋ깨달음을 같이 얻었네요. ㅋㅋㅋ
RedDregon//감사합니다~ 늦었지만 드래곤님도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Estelada//부제를 바꿔야겠. 부전자전으로. ㅋㅋㅋㅋㅋ
소마광랑//원래 특집은 한편으로 잘라야 맛깔남는 구라고 귀찮아서 안씀여
TetsuRyu//ㅋㅋㅋㅋ 요새 재밌는거 많던데요
은or//사이좋은 부자
youngjoon12//유천아 주인님 불러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