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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367화 (36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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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두어라

"시, 신의 가호!"

펠프스는 자신을 보며 무심히 말하는 라이헤르의 마법 시동어에 기겁을 하며 외쳤다. 만일을 대비해 준비한 스킬이 자신의 목숨을 구할 줄이야. 허겁지겁 도망치는 펠프스를 쫓으려던 발록과 라이헤르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 죽는 모습을 보였으니 당분간은 보이지 않을 유천이 그 곳에 있는 것이었다.

"가게 둬."

난데 없이 튀어나온 유천을 보며 당황한 둘이 채 펠프스를 쫓을 생각도 못 하는 사이, 유천은 이미 펠프스를 쫓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펠프스는 제 검을 아직 회수도 하지 않은 채 아까 전 주운 유천의 강철검을 빼들고서 달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뭐, 뭐야! 왜 입구가 없어졌어!"

유천이 여유로울 수 있던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들어올 때 던전의 입구가 막혀버렸으니 말이다. 그 사이 고개를 돌린 펠프스가 기겁을 하며 외쳤다.

"너! 어떻게 그 사이에 살아 돌아온 거야!"

펠프스가 기겁을 하며 외치거나 말거나, 유천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하며 주워온 검을 집어 던진 것이었다.

"이거, 더럽게 따갑네."

유천이 주워온 검은 다름아닌 펠프스가 자신의 두개골이 쑤셔박은 검이었다. 이미 그 검은 극악성향의 유천은 쥐고 있는 것만으로 데미지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렇게 큰 데미지가 아닌터라 들고 온 유천은 유천의 손에서 던져져 펠프스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내 칼은 내가 가져간다."

정확하게 펠프스의 팔에 검을 꽂아넣은 유천은 펠프스가 쥐고 있는 흔한 강철검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곤 주저 없이 펠프스의 면상에 유천은 검을 쑤셔박았다.

"받은 건 그대로 갚아 주는 게 내 신조라서."

이미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펠프스를 보며 중얼거리는 유천이었다. 어차피 빈사상태였던 펠프스는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한번 못하고 그대로 사망판정을 받고 그대로 로그아웃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유천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는 당황해서 잊고 있었는데. 우리들 나눠야 할 대화가 있지 않나?"

펠프스를 끝장낸 지 얼마나 지났다고, 금새 제 뒤를 쫓아와 말하는 라이헤르를 보며 유천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유천은 입을 열었다.

"로그 아……."

"어딜 도망치려고."

-전투 중에는 로그 아웃이 불가능합니다.

유천의 도주시도는 그렇게 가볍게 실패하고 말았다. 유천이 로그 아웃이라는 단어를 외치기도 전에 뒤에서 튀어나온 발록이 유천의 입을 제 두손으로 막아버렸으니 말이다. 그저 입을 막는 것이라면 로그아웃이 가능할 지도 몰랐지만, 안타깝게도 발록의 그 행동은 시스템에 있어 공격 판정으로 인정받아 유천의 로그아웃을 방해하고 말았다.

-[어디 오랜만에 엿좀 먹어봐라]

그리고 머릿 속으로 울려퍼지는 씨팔의 조롱 가득한 말에 유천은 조용히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이, 미친년이 물 한잔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라이헤르는 유천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유천은 무슨 이유로 라이헤르와 발록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지는 잊은 지도 오래였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존이었다.

"너, 어떻게 살아난 거야? 보통 죽으면 한참 있다가 부활한 주제에."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에게 다가온 라이헤르는 유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예상 외의 질문에 잠깐 멈칫했던 유천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른 이 생각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분명 자신은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다. 어떻게 패널티 없이 부활했는데, 이렇게 깎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말해줘도 모를걸. 게임 종료."

설마 진지한 얼굴로 도망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둘은 또다시 눈 앞에서 유천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유천이 바로 부활할 수 있던 이유는 상당히 간단했다. 차마 유천을 엿 먹일 생각으로 잠수함 패치를 진행했던 한성도, 그걸 모르고 당했던 유천과 펠프스 그리고 레이드에 참가한 모든 유저가 짐작조차 하지 못한 그것은 바로 레이드 직후에 언제나 자신을 맞이했던 그 메시지였다.

-레이드 도중 사망한 모든 유저들은 패널티 없이 곧장 부활할 수 있습니다. 단, 레이드에 참가는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자신이 레이드 대상이었으니 레이드에 참가는 가능할 리가 없었다. 다시 로그인 하자마자 자신의 인벤토리에 보이지 않는 흔한 강철검을 쫓아 온 유천이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검을 돌려받은(?) 유천은 그대로 자신을 쫓아온 둘에게 엿을 먹이며 게임을 종료해버린 것이었다.

"환자를 옆에 두고 게임이 눈에 들어오냐?"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게임에서 나온 유천에게 태연히 말을 건네는 것은 분명 나오자마자 유천이나 소피아와는 달리 회장에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끌려갔던 정현이었다. 태연하게 유천이 먹고자 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온 과자를 먹고 있는 정현을 보며 유천은 곧장 주먹을 내질렀다.

"어이쿠, 위험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정말 진지한 의미로 흉기나 다름 없는 유천의 주먹을 고개를 틀어 피해낸 정현이 괜히 엄살을 피우며 중얼거리자, 유천은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 올렸다. 과자를 내놓으란 의미였다.

"그래, 본론을 말해라 이거지?"

"아니, 이 개새끼가."

제 주먹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정현에게는 유천의 정의(?)가 가득 담긴 주먹이 다시 한번 뻗어졌다. 차마 본론을 꺼내려던 도중 공격을 할 줄 몰랐던 정현의 얼굴 정면에 유천의 욕설과 함께 주먹이 꽂혔다.

"아, 진짜. 네 기자회견, 내일이라고. 이틀 뒤라고 알고 있을 너한테 소식 전해주려고 뛰어 왔더니, 환자를 옆에두고 게임을 하고 있지를 않나, 나오자마자 주먹질이냐? 너, 이번에 나랑 싸우자는 거야?"

"과자 달라고 개자식아."

이미 여섯 개의 과자가 정현의 옆에서 속을 탈탈 털린 채로 나뒹굴고 있는 장면을 보며 유천의 이성은 간단히 본능을 풀어주고 말았다. 차마 본인의 입으로는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제 뜻을 못 알아준다니 어쩌겠는가 말할 수 밖에.

"미친……."

그리고 그제서야 유천의 의도를 알아채고 제 주위를 둘러다보며 정현은 욕을 지껄였다. 도무지 둘 다 환자를 옆에 둔 거라고는 열번을 고민해봐도 열번 다 아니라고 말할게 뻔한 태도였다.

"그래서, 너 어떻게 왔냐."

"몰라, 몇 개 물어보다가 내려준 곳이 여기던데."

유천이 뒤늦게 언제 어떻게 온 것ㅇ니지 물어보자, 태연히 대답하는 정현을 보며 유천은 긴 하품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될대로 되라며 중얼거리곤 캡슐 안에 누운채 잠을 청했다. 도무지 고민이라곤 티끌만큼도 보이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천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정현이었다.

"너도 그렇지, 어쩌다 이런 녀석을 좋아해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잠든 소피아의 이마를 툭툭 치는 정현이었다. 입양되긴 가장 먼저 되었고, 나이도 동갑이지만 언제나 동생같이 보이는 소피아가 그저 불쌍할 뿐인 정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이제 코까지 곯아가며 자고 있는 무심한 놈일 뿐이었다.

"넌 언제 한번 혼나 봐야 돼."

"시끄럽다. 잠 좀 자자."

"……. 안 자고 있었어?"

눈 감고 있는 유천의 앞에서 인상이란 인상은 다 쓰고서 주먹을 눈 앞에 들이대는 정현을 눈도 뜨지 않은 채 입만 열어 웅얼 거렸다. 그런 유천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정현을 보지도 않은 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하는 유천이었다.

"바로 코 앞에서 시끄럽게 구는데 잠이 퍽이나 오겠다."

"……."

그 말을 끝으로 유천은 올렸던 손도 내리고선 작은 목소리로 욕을 지껄이며 투정을 부리던 것도 채 오분을 못가 조용해졌다. 비로소 소피아의 병실에 제대로 된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으음……."

정현마저 근처의 의자에 주저 앉아 잠을 청하는 사이, 소피아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세어 나왔다. 오래 누워있어 몸이 뻐근하기라도 한 듯 뒤척거리던 소피아는 오래가지 않아 다시 편히 눕고는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아들, 일어나."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유천의 아버지가 들어와 캡슐에 누워있는 유천을 발로 툭툭차며 유천을 깨우기 시작했다. 유천은 곧 신경질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 진짜……누구야!"

"누구긴, 니 애비다. 어디서 환자가 있는 방에서 큰 소리를 치고 지랄이야?"

"아, 아빠?"

============================ 작품 후기 ============================

신유천 개같은 성격도 누군가의 영향이 매우 큰 듯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많은 숙제를 나에게 넘긴 학교에게 빅 엿을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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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Raccoon//그러나 다시 뺏어왔네요. 안타깝게도

적현월//같이 웃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stelada//예전처럼 수동으로 하려니까 중간중간 몇개씩 빠지는듯...지송여

덱스트린//는 하루도 안되서 탈환

가이오가//결국엔 되찾았쿤여

인핀//그러나 모두가 잊고 있던 레이드 버프는 이렇게 빅 엿을 선사햇쿤여. 특정인물에게 더더 욱 큰 엿을요

당가//그러게요. 더 굴려줘야될듯

킴치맨//ㄴㄴ해여. 레이드 도중에 죽으면 패널티 없긔 심지어 리치화 패널티도 없었다는 후문이.

밀리리오//내 구름의 강도는 강강중각약이지! 는 개뿔이고요. 그냥 닥치고 강강강강강입니다.

researchers//지가 아무리 잘나봤자 결국 펠프스죠

심심판타지//모두가 아니라 특정인물인듯

TimeWorker//조타. 멋져요

소마광랑//근데, 죽어도 죽은게 아닌듯 얘 왜 이렇게 바퀴벌레 삘이지.

은or//그러므로 펠프스도 같이 ㅈㅈ

카에린//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스믹//ㅋㅋㅋㅋ그러게요. 근데 이 바퀴벌레는 계속 살아나네.

arcadia1019//다시 살아났긔

TetsuRyu//패널티 ㅈㅈ 강철검 탈환

Darkness1021//그 대사는 펠프스 줘야될듯

AQ240//모든 것은 유천이를 엿 먹이기 위한 김한성의 잠수함 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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