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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두어라
"얼굴을 갈아 엎는 건 내가 네놈에게 해주지!"
그 작은 중얼거림을 용케도 들은 펠프스가 유천을 향해 외쳤다. 귀 하나는 더럽게 밝아요. 혀를 차며 중얼거리던 유천은 자신을 향해 검을 찔러 들어오는 펠프스를 보며 기겁을 하고는 허리를 뒤로 숙였다.
"쥐새끼 같기는!"
코 앞을 바로 스치고 지나가는 펠프스의 검을 보며 유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때, 펠프스는 검을 그대로 내리치며 외쳤다. 재빨리 다리를 들어 검을 내려치는 펠프스의 팔을 후려쳐서 방향을 틀어낸 유천은 잠시 당황을 한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언제 마나가 이렇게 빠진 거야?'
무심코 펠프스가 헬 플레어를 헤치고 지나올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마나는 넉넉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줄어든 마나를 보며 유천이 기겁을 하고 있던 도중 유천의 좌측 하단에 작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가디언 [검둥이]가 스킬[메타모포시스]을(를) 사용했습니다. 소환자의 최대 MP의 15%를 사용합니다.
"이 개새……."
무척이나 작은 글씨로 구석에 처박혀 올라온 메시지였기에 유천이 확인이 불가능 했던 것이었다. 유천이 고개를 돌려 검둥이를 향해 욕을 지껄이던 순간, 검둥이의 모습이 변했다. 그림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실은 검둥이의 몸에 들러 붙어 검둥이의 덩치를 늘렸고, 곧 검둥이는 제 앞에 있는 카르마와 똑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차이점이라고는 단지 온 몸이 검은색이라는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닮아도 너무 닮았더라."
"어쩌라고!"
유천이 중얼거리는 사이 유천의 허리를 양단할 기세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펠프스의 검을 보며 유천은 제 손에 들려있던 검을 마주 베며 입을 열었다.
"베쉬."
대상이 없는 베기였다. 사거리에 들어 오지도 않은 펠프스의 몸에 채 닿지도 못하고, 되려 급하게 회수한 펠프스의 검에 옆구리를 크게 베인 유천이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끼기긱-!
곧 쇠와 쇠가 긁히는 듯한 듣기 싫은 소음이 주위로 울려퍼졌다. 펠프스의 갑옷 위로 은은하게 떠올라 그와 그의 갑옷을 보호하던 백색의 기운이 대부분 사라지고, 심지어 그 튼튼해보이는 갑옷에까지 자국을 남긴 것이었다.
"무기부터 수준이 다르잖아!"
"알게 뭐야. 뒤통수나 치고 다니는 주제에."
펠프스가 억울한 듯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치며 검을 내리쳤지만, 유천은 그 검을 맞받아치며 그에 응했다. 검붉은 오러와 백색의 오러가 서로 얽히며 검고 하얀 스파크가 일어나고, 그 안의 검들 또한 서로 맞닿아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니가 이러고도 마법사냐! 승자의 표효!"
"나도 그게 정말 궁금하던 참이야. 언데드 로어."
펠프스의 악에 받친 외침에 이어진 스킬로 동굴이 얼핏 듣기에 청량하기까지한 음성으로 가득찬 반면, 이어진 유천의 대답과 그에 이은 스킬에 찝찝하기 그지 없는 상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펠프스는 자신의 발 밑이 갑자기 진득하게 신발에 달라붙더니 곧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당황하며 뒤로 빠졌다.
"샤우팅에선 내가 이긴 모양이네."
언데드 로어의 부가효과, 대상에게 환각을 보이는 효과가 제대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러나 유천이라고 상태가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휘청거리며 제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으으! 그냥 죽어버려!"
"싫어."
유천은 이쯤에서 게임의 스킬 개발진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굳이 귀찮게 영창까지 해서 스킬을 사용해야 제 위력이 나는 반면, 검이나 화살 등 직접적으로 무기를 사용해 공격하는 스킬은 기본 동작만 취하면 제대로 나가는 것이었다. 초반에야 같이 스킬명을 외쳐야 했었지만, 뒤이어진 업데이트로 마법사의 마법이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다는 유저들의 항의에 개편된 것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영창을 늘리던지."
연속해서 펠프스가 검을 내리치는 것을 연이어 걷어내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직접 타격계의 스킬도 스킬 이름을 외친다면 부가 효과까지 얻어낼 수 있으니 더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가디언 [검둥이]가 스킬 [에시드 필라]를 사용했습니다. 소환자의 남은 MP 중 7%를 소모합니다.
"젠장!"
연이은 펠프스의 오러가 듬뿍 담긴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 또한 오러를 머금은 검으로 막아설 수 밖에 없었던 유천은 계속해서 나가는 마나가 껄그러울 뿐이었다. 서브 클래스 특성상 데미지도 메인 클래스보다 떨어지고, 마나의 효율성 또한 현격하게 떨어진다. 그나마 유천이 마법사 계열이라 마나는 많았지만 저렇게 계속해서 마나를 집어먹었다가는 좋은 꼴은 못 볼 것이 분명했다.
"검둥이 역소환!"
그랬기에 유천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갑작스레 제 상대가 사라진 카르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곧 싸우고 있는 둘을 발견하고는 맹렬하게 돌진하는 카르마를 피해 거리를 벌리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이 외쳤다.
"버닝 썬더."
타오르는 번개, 말 그대로의 붉은 번개는 혜성처럼 빠른 속도로 펠프스를 향해 날아갔다. 피할 새도 없이 공중에 뜬 채 번개에 직격당한 펠프스는 예상하던 감전계열의 디버프가 아닌 화상계열의 디버프가 떠오르자 당황한 듯 했다.
"뭐야, 번개라며?"
조롱기 가득한 어조로 비아냥거리는 펠프스를 보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저 놈은 아직까지 제 몸에 들러붙은 불을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싱크로율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었다. 있으면 조금 더 강한 능력치를 손에 넣는 것은 기본. 공격을 당했을 때 어느 쪽에서 날아온 공격인지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디버프 계열에 있어서는 더 심각했다. 화상이 아니라 불이 옮겨 붙은 경우에는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제 몸에 불이 붙은 것조차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 그 대표적인 예시로 망토 끝자락부터 태우면서 올라오는 불꽃을 몸에 두른 펠프스가 있었다.
"세인트 로드!"
곧 거리를 벌린 둘을 보며 멈칫한 카르마가 곧 결정을 내려 유천을 향해 달려들자 펠프스는 달려드는 카르마와 유천 둘 모두를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곧 그의 손 끝에서 뿜어져 나간 빛이 둘에게 적중했고, 좋지 못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천을 보며 펠프스가 외쳤다.
"목이나 제대로 닦아라! 곱게 뒤지고 싶다면!"
"저 새끼가 뒤지려고 환장했나."
[한 눈 팔지마라!]
펠프스가 도발하고, 유천이 그를 비웃고 그를 향해 카르마가 그 커다란 팔을 내리치며 외쳤다. 제빨리 몸을 굴러 카르마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온 유천이 입을 열어 외쳤다.
"리치화!"
-주위에 펼쳐진 신성력의 영향으로 조금씩 신체의 일부를 시작으로 리치화가 더디게 시작됩니다.
-30분 동안 모든 스탯이 50% 증가합니다. 모든 데미지가 25% 늘어납니다. 치명타 확률이 30% 상승합니다. 시전 시간이 60% 짧아집니다.
-30분 후 현제 레벨의 20%로 게임 시간으로 12시간 동안 레벨이 일시적으로 감소합니다.
-현제레벨 597 스킬 해제 후 레벨은 119입니다.
-사망 시 부활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유천은 당황했다.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수많은 메시지들을 보며 말이다. 효과가 늘어난 것은 충분히 만족할만 했다. 그러나 30분간 지속되며 스킬이 해제될 시 현제 레벨의 20%까지 줄어다니는 것만 해도 유천의 멘탈에는 치명타로 다가왔으며.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는 결정타를 먹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죽어라! 기분 나쁜 해골!]
그러나 한 눈을 팔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카르마 이 놈은 방어력은 형편 없는 대신 공격력은 무지막지하게 강력했다. 리치화로 인해 스탯이 다시 늘었다지만 쉽게 맞을 용기가 나지 않은 유천은 몸을 돌려 카르마의 공격을 피해냈다. 이어서 날아오는 펠프스의 발차기에 뒤로 밀려난 유천이 손을 뻗으며 외쳤다.
"일어나라 죽지 못한 망자들아! 언데드 라이즈!"
-주위에 퍼진 신성력과 시체들을 감싸고 있는 신성력에 의해, 언데드를 부를 수 없습니다. 높은 숙련도의 스킬로 인해 일부의 시체가 부활합니다. 그러나 신성력에 뒤덮힌 신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며 스스로의 몸을 갉아먹습니다.
"씨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날아오는 카르마의 팔을 피하자 마자 어느새 환각을 풀고 달려오는 펠프스의 판금 각반에 걷어차인 유천이 언데드를 부르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지만, 효과는 미비했고 다시금 달려드는 카르마와 펠프스를 보며 유천은 또 한번 욕을 지껄였다.
============================ 작품 후기 ============================
그래 되는 일이 없지. 개학 뒤로 이놈의 숙제는 끝날 기미도 없는 주제에 쌓이고만 있지.
졸려서 이번화 리리플 생략.
P.S 펠프스 퀼리티는 쩌는데 성격이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