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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362화 (36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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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두어라

"응?"

어디선가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유천은 표정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수 많은 언데드들이 쓰러져 있길래 벌써 보스쯤은 잡고 있을 줄 알았었다. 그런데 겨우 이

쯤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라니. 유천은 발끝으로 제 그림자 끝을 툭툭치며 입을 열었다.

"검둥아, 보고 와라."

끄덕-

유천의 말을 듣고서 고개만 빼들곤잠깐 끄덕이더니, 곧 순식간에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다. 곧 다시 제 그림자로 돌아와 고개를 빼꼼 내미는 검둥이를 보며 유천은 속으로 욕지기를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자신과 똑같이 생겨서야 굴릴 맛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제 얼굴에 침을 뱉는듯한 기분이라면 이것과 비슷할까.

"저기 다른 인간들 있어?"

끄덕-

"이기고 있어?"

도리도리-

애초에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검둥이 답게, 유천이 질문하고 검둥이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저들이 밀리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유천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주저앉고는 입을 열었다.

"검둥아, 얘들 데리고 가서 인간들 싹 쓸어버리고 와. 기왕이면 걔들이랑 싸우고 있는 몬스터도 잡으면 좋고."

유천의 말에 검둥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유천의 그림자에서 밖으로 튀어 나오더니 유천이 여태껏 오면서 모아온 언데드들을 이끌고 병장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분명히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했는데!"

"뭐긴, 내가 되살렸지."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서 싸움을 시작한 것인지 경악에 찬 외침이 들려오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그에 답했다. 물론 들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곧 유천의 눈 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되살아난 스켈레톤이 신성제국 소속 성기사대 제 3소속 npc사제 [클로에]를 처치하셨습니다.

"응? 뭐가 이렇게 약해."

경악에 찬 외침이 들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허무하게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유천이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예전에 신성제국에 침입해서 난리를 피웠을 때도 성기사대에 있는 성기사와 사제들은 이렇게 약하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하여 유천에게 모두 목숨을 잃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력자는 유저들이기에 죽어도 별 소용이 없다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상한데."

그때 보았던 사제들은 아무리 약해도 저마다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는 되었었다. 심지어 제 몸을 보호하며 유천을 공격까지 했으니 그 강함을 충분히 설명할 만 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한다? 말이 되지 않았다. 벌써 수많은 언데드들이 쓰러진 것을 봤고, 유저들의 시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약해져서 살아난 언데드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유천은 믿을 수 없었다.

"뭐야."

서둘러 몸을 일으켜 건너편으로 넘어가자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그저 어정쩡하게 공격을 하다 멈춘 검둥이와, 그 앞에서 이미 반 이상 뼈가 박살이 난 스켈레톤이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시컴은 자신을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몇 언데드가 또다시 쓰러져 다시 쓸 수 없도록 가루가 된 언데드도 간혹 보였다.

"젠장. 물어볼 수도 없잖아."

정말 이 놈들은 자신의 말을 철썩같이 지켰다. 이 조그마한 공터에 살아있는 유저라곤 전혀 보이지는 없었다. 혀를 끌끌차며 유천이 한숨을 쉬고 있는 동안 유천의 눈 앞으로 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스턴트 던전 [암흑의 구덩이]의 부 보스 몬스터 걸어다니는 악몽, 부활한 전장의 악마 [용병왕 레이딘 칼]을 처치하셨습니다.

"……하아."

잠시 조용하다 싶었더니 검둥이는 이미 싸우고 있던 그 해골을 해치운 모양이었다.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한숨을 내쉰 유천은 곧 욕을 지껄이며 검둥이의 손에 쓰러진 해골을 발로 찼다.

"일어나 이 게으른 새끼야."

밖에서 자신이 튀어나오길 기다리고만 있을 라이헤르나 발록이 유천 자신을 보며 수없이도 생각했을 말을 제 입으로 뱉는 유천이었다. 아마 둘이 듣고 있었다면 혀를 차며 너나 잘하라고 외칠 말을 지껄이던 유천의 앞에서 방금 전 검둥이의 손에 쓰러진 스켈레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너는……누구냐.]

"어쭈, 이 건방진 새끼가. 야, 내가 너 살려준 거야 망할 새끼야. 존대 안해?"

[난 이미 죽은지 백년 이상이 지난…….]

"난 여기서 죽은 지 수백년이 지났다. 하룻 강아지 같은 새끼야."

되살아난 용병왕. 레이딘 칼이 유천을 향해 반말로 말을 건네자, 유천은 제 몸보다 더 커 보이는 해골의 머리를 후려치는 모습은 상당히 코믹했다. 해골의 말에 단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치는 유천의 모습은 실로 당당하기 그지 없었다. 곧 화가 난듯한 레이딘은 곧 유천을 향해 그 큰 손을 뻗기 시작했다.

[건방진 놈……!]

솔직히 말하면 게임 밖에서나 안에서나 레이딘은 유천보다 어렸다. 기껏해야 이 게임은 오픈한 지 아직 채 1년도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소가 20배는 더 산 것이었으니, 유천은 키득거리며 레이딘이 뻗는 손을 향해 제 손을 마주 뻗었다.

"멍청한 놈."

애초에 검둥이 하나에게 당한 레이딘을 보며 유천은 이 던전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웬만한 상위 클래스의 전사 유저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유천의 힘을 레이딘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지금의 유천은 한창 발록과 라이헤르와 한판 뛰다 왔으니, 버프로 단단히 떡칠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체력과 힘을 뻥튀기 시켜주는 스트랭스는 물론, 이동속도와 민첩, 회피율을 배 이상 올려주는 헤이스트, 거기다 지능과 지혜를 올려주는 마법까지, 거기다 현재 상태는 보스 몬스터 상태. 레벨도 능력치도 레이딘을 훨씬 상회하는 유천을 감히 힘으로 이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서 보스도 안 되는 새끼가 개기고 지랄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딘은 유천에게 실컷 맞아 다시 재생된 뼈가 또 금이가 부숴지기 직전까지 얻어 터지곤 엎어져서 유천의 의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천은 그런 레이딘의 머리를 툭툭 치며 충고라도 하듯 말했고 말이다.

[워, 원하는 게 무엇이……입니까?]

"너, 반말하려고 했냐?"

[아닙니다!]

몹시 훌륭하기 그지없는 주종관계가 된 이상, 유천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죽은 놈을 되살린 것도, 제 말을 알아먹을 만큼 쥐어 팬 것도 모두 이것을 위한 일이었다.

"아까 너랑 싸우고 있던 놈들, 이게 전부냐?"

[아닙니다. 제 일행들 중에 가장 약해보이는 일부만을 떼어 놓고는 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확실하게 상하 관계가 머릿 속에 확립된 것인지, 유천의 말에 바로바로 심지어 웅얼거리던 발음마저 알아 듣기 쉽게 고친 유천에게 보고를 마치자, 유천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손을 까딱하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언데드들이 다시 일어났다. 팔이 떨어진 좀비는 어디론가 기어가 새로운 팔을 주워 붙였으며, 뼈가 사라진 스켈레톤은 죽은 유저들의 뼈를 뽑아내어 제 팔에 끼워넣었다. 원래라면 사제나 성기사의 시체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할 언데드임이 분명하나, 이 던전이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인지, 죽은 유저들의 시체에서는 그 어떤 신성력도 느낄 수 없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죽은 언데드들의 시체에서는 신성력이 느껴지는데 언데드에선 느껴지지 않다는 것. 그것이 신기한 유천이었다.

"놈에게 신성마법을 퍼부어! 행동 반경을 좁게 만든다!"

"성기사는 방패를 세워 놈의 공격에서 사제를 지켜!"

"오, 숫자는 더럽게 많은데."

유천이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온 몸이 썩어들어간 듯한 모습과 악취를 풍기며 서 있는 거대한 덩치의 좀비가 있었다. 또한 그 공격에 상당한 숫자의 사제와 성기사가 당한 것인지, 이미 많은 숫자가 쓰러져 있었다.

-보스 몬스터(일시적) [크리스]이(가) 등장했습니다. 차원을 달리하는 강함에 스탯이 추가적으로 하락합니다.

"뭐!"

유천이 사제들과 성기사를 보며 키득이며 말하자, 곧 그들의 눈 앞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유천의 예상대로 모든 숫자가 성기사와 사제로 이루어진 파티, 아예 신성제국에서 레이드로 들어왔으니, 유천이 기분이 절로 나빠졌다.

"또 너냐……."

주위를 기웃거리다 한 남자를 발견한 유천은 곧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펠프스가 은백색의 갑주를 걸치고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넌 또 뭐냐!]

그리고 그런 유천을 노려보며 그 커다란 시체 또한 유천을 노려보며 외치고 있었고, 유천은 그런 시체를 보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런 개같은 세상."

============================ 작품 후기 ============================

펠프스:! 너는!

유천:너, 누구더라. 나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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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그렇죠, 굴림 이즈 베스트

YselAin//ㅇ? 무슨 뜻이죠

킴치맨//운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자랑 운명이라니, 유천이도 꽤 슬픈 놈이네요

AQ240//그렇죠, 구름의 매개체. ㅋ

인핀//검둥이, 입에 착착 붙는데. ㅋ

BlackRaccon//이제 곧 맞다이 떠요(파워스포)

TetsuRyu//그렇죠, 포풍굴림의 시작. 긍데, 멈춘적이 있었나

적현월//아아! 신유천! 구르시에이팅! 깔끔하게 들어갑니다!

researchers//ㅋㅋㅋㅋ굴림순위 top10 ㅋㅋㅋㅋㅋㅋㅋ

덱스트린//불쌍하긴요 ㅋ 사내새낍니다. 동정은 필요없어요. 대신 침이나..퉷퉷!

arcadia1019//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바 외전

은or//굴림신ㅋㅋㅋㅋㅋㅋㅋ

코스믹//염산으잌ㅋㅋㅋㅋㅋ

소설보러놀러온//오오미, 멋지다

인간님//ㄴㄴ 이번엔 숫자적 우위를 펠프스놈이 가지고 있음. 긍데, 그마저도 유천은 살릴 수 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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