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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두어라
인스턴트 던전, 쉽게 말하자면 1회용 던전이었다. 프로그램 설정상 강한 몬스터가 잠시 쉬는 공간. 예전에 짧게나마 테스터를 했던 유천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일반 던전과는 달리 부숴져도 복원이 되지 않으며 보스가 죽으면 그것으로 던전 자체도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난이도의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 내가 보스보다도 더 긴장해야될 이유는 따로 있지."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던전이다. 최초입장 보너스도 분명히 존재함과 난이도 설정 창이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던전이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보스를 빼앗길 위험이 있으니, 경쟁적으로 빠른 속도로 공략을 하든, 아니라면 협력을 해서 함께 공략을 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다.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나한테 호의적일 리는 없겠네."
잠깐이나마 자신이 게임 속에서 하고 다닌 행적을 떠올리며 유천은 중얼거렸다. 악명은 그 어떤 머더러 유저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니, 걸어다니는 보물창고이며 경험치이니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 지언정 친절하게 도와줄 리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던전의 입구가 이어졌던 라이헤르와 발록의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것. 그 덕에 유천은 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애초에 복원 불가능의 던전이니만큼 입구가 부숴진 이상 탈출 방법은 보스를 잡는 수 밖에 없었다.
"성직자가 단체로 들어왔나……."
일단 다른 던전들과도 비교를 거부하는 인스턴트 던전이니 구석에 널린 잡 몬스터도 필드 밖으로 나가면 필드 보스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저기 널려있는 언데드들과는 달리 그 어디에도 유저의 시체가 보이지 않자 유천은 중얼거렸다. 더군다나 기분나쁠 만큼 자신을 쿡쿡 찔러대는 이 기분은 상대가 자신과 상극이란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뭐, 일단 이 놈들이라도 써먹어야지. 죽음에서의 귀환."
될대로 되라는 듯 중얼거리며 귀를 긁적거린 유천은 주위에 널린 언데드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일단은 성직자 계열의 유저들에게 당해 상당히 약화되어있지만 일단은 인스턴트 던전 내의 몬스터였다. 호위로 두르고 다니기엔 충분했다 생각한 유천은 곧 그들을 이끌고 걷기 시작했다. 애초에 몬스터가 뻗은 자리가 거의 일직선이기에 몬스터들이 쓸려나간 길만 따라가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가디언."
유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천의 발치에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애초에 이렇게 좁아 터진 장소에 덩치부터 남다른 본 드래곤이나 언데드 샤벨 타이거 로드, 자이언트 다크 골렘을 비롯해 그로테스크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데들리 나이트는 대부분의 공격이 거의 준 광역기 수준이라 벽면이 남아나지 않을테고 말이다. 고로 남은 것은 한마리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몇번 안 써봐서 뭐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유천은 중얼거리며 자신의 그림자를 봤다. 그러자 그림자의 머리부분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붉은 눈이 껌뻑이며 유천을 마주보기 시작했다. 유천이 처음 이 녀석을 봤을 때 만큼 놀란 적도 없었을 것이었다. 유천은 그렇게 녀석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야, 그래서 여기 너랑 본 드래곤 말고 뭐가 있다는 건데."
[기다려라 주인. 아마 이 근처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거다.]
그로테스크를 얻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유천은 주위를 기웃거리다 또 다른 던전을 발견했었다. 마찬가지로 던전의 이름은 크리스의 비밀 연구실이었지만 최초 입장 보너스를 받은 것과 주위에 몬스터가 널려있지 않은 것이 유천에게 있어선 새롭게 다가왔다. 그 전의 연구실에는 온갖 실험체가 널려있었으니 말이다. 얼마 가지 않아 그것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본 드래곤과 데들리 나이트 때문이란 것을 알았지만, 곧 각인을 마치고 가디언으로써 둘을 맞이한 유천에게 데들리 나이트가 말했다. [이 근처에 한 녀석이 더 있다.]라고. 그 말을 철썩같이 믿은 유천은 데들리 나이트와 함께 주위를 뒤졌으나, 잡템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데들리 나이트의 뒤통수를 후리며 말했다.
"어디 있는 건데 이 사기꾼 스켈레톤 새꺄."
가디언이 되기 전과 후의 태도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던 데들리 나이트는 무턱대고 자신을 만들어 주었다고 주장한 유천과 각인함으로써 계약을 맺었던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유천은 데들리 나이트를 구박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유천이 다시 한번 데들리 나이트의 뒤통수를 후려치려던 순간, 데들리 나이트의 텅 빈 두개골에서 푸른 안광이 번뜩였다.
[저기 있다, 주인!]
"뭐?"
그 섬뜩하리만치 푸른 안광에 유천이 멈칫한 사이, 그 행동을 어떤 의미로 해석했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데들리 나이트는 그대로 손가락을 펴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책장의 그림자를 가리켰다. 잠시 그 방향을 바라보던 유천은 손을 뻗어 데들리 나이트에게 뻗었다.
"없잖아 새꺄, 이게 어디서 또 사기질이야? 블래스트."
애초에 웬만한 유천의 동레벨 유저보다 더 강한 데들리 나이트이기에 유천의 공격은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데들리 나이트는 자신을 약올리듯 제 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림자를 보며 이를 갈기 시작했다.
[주인! 그림자를 똑바로 봐라! 놈은 그림자 안에 숨는 특기가 있다!]
"진작 말할 것이지. 디텍트."
이윽고 데들리 나이트가 크게 외치자, 유천은 마법을 발동했다. 애초에 숨은 놈을 어떻게 찾을 지도 막막했고, 없을 가능성도 고려해 마법은 쓰지 않았지만, 그림자라는 한정적인 대상이 생긴 이상 유천은 주저 없이 수색 마법을 발동했다. 지하답게 어두운 공간에는 횃불이 비춰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둠에 휩싸여 있어 놈이 숨을 장소는 많았다. 그러나 유천의 마법은 피할 수 없었다.
[끼에엑!]
곧 유천이 제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자 그 손 끝에 잡혀 발악을 하며 그림자 속에서 끌려 나오는 검은색의 인형(人形)을 보며 유천은 헛웃음을 뱉었다. 온 몸이 이렇게 검으니 쉽게 발견도 못하지. 몸 한쪽 구석에 제 인장을 박아넣다시피 한 유천은 입을 열었다.
"계약하자."
[안돼!]
"돼."
{끼?}
마치 악덕사장이라도 되는 양 비열하기 그지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유천을 보며 데들리 나이트가 절규하며 외쳤다. 크리스가 자신과 본 드래곤을 이곳에 넣었을 때 감시역으로 함께 넣었던 녀석이 생각나 유천에게 말했던 것 뿐이었지만. 이렇게 노예계약의 동반자가 되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 유천에게 반항이라도 하는 듯 외치는 데들리 나이트를 보며 유천은 단 칼에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그림자를 보며 유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번쩍-
계약의 성사를 알리는 푸른빛이 주위를 감쌌다. 계약 마법 자체가 고개를 갸웃하는 행동을 승락으로 받아들인 탓이었다. 그렇게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림자를 손에서 풀어주자,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유천은 그림자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끼이-]
그리고 갑자기 제 등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말하는 그림자 때문에 등을 돌렸던 유천은 기겁을 했다. 온 몸과 옷이 검은색이란 것만 제외하면 온통 자신과 똑같이 생긴 놈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자신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눈까지 피를 묻힌 것 마냥 붉었으니 놀람은 더더욱 컸다. 오히려 그런 신선한 유천의 반응에 데들리 나이트와 그림자가 유천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네 이름은 그냥 검둥이로 하자. 다른 걸로 부르기도 귀찮아."
[끼에]
그리고 그림자, 검둥이는 유천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곤 그 뒤로는 용병으로 전쟁에 참가해 깽판을 놓을 때 말고는 이 녀석을 부른 적이 없었으니, 유천이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 * *
-몸에 익은 신성력이 강력한 사념과 사악한 기운을 감지합니다.
-보스 몬스터 되살아난 시체 [카르마]이(가) 등장합니다.
-강력한 사념에 모든 스탯이 일정량 하락합니다.
-아직 사악한 기운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경계를 풀지 마십시오.
"어서 저 녀석을 제거한다! 아무리 인스턴트 던전의 보스 몬스터라고 해 보았자, 우리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아직 남은 녀석이 하나 남아있으니, 서둘러 처치하고 놈을 끌어들인다!"
""예!""
자신의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한 메시지들을 보며 펠프스는 자신을 따라온 사제와 성기사 부대를 보며 명령했다. 지금이라면 누가 덤벼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미 게임 속에서 랭킹 1위를 달성했고, 눈에 가시같던 녀석은 자신을 방해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당분간 사냥을 계속하며 녀석과 차이를 확실하게 벌린 뒤, 펠프스는 계획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 작품 후기 ============================
아, 리리플 귀찮아. 조알 업뎃이 병맛 되니까 리리플 할 맛도 안나네.
---------------------------------------------------------------------당가//원래 이거 쓴 목적이 화풀이 대상을 찾기 위한게 두번째 목적이였
researchers//엌ㅋㅋ 굴림옥ㅋㅋㅋ
BlackRaccon//그냥 던전 안에 가둬버릴까봐요
불행마스터리//그런 권한 나 같으면 받지 않겠지만 이 놈에게 그런 권리 따윈 없죠 낄
인핀//운명까짘ㅋㅋㅋㅋ
적현월//재수탱이란 이런 놈을 보고 하는 소리죠. ㄲ
은or//1회용 던전 ㅋㅋㅋ 근데 난이도는 상상초월
덱스트린//헐 구름이라니
킴치맨//아, 이분 너무 재밌으셬ㅋㅋ
심심판타지//내가 좀 ㅋ
Darkness1021//메테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님//오오미 귀환 축축요 ㅋㅋㅋ꿈도 희망도 없는 유천이 굴림 월드
arcadia1019//ㅇ? 고백한 적이 있었나요? 200화 특집때 심심풀이로 본편관 전혀 관계가 없는 외전으로 쓴 기억 말곤 없는데
소마광랑//굼뱅잌ㅋㅋㅋ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신유천 닮은 꼴이었네요
TetsuRyu//마룡ver.2라닠ㅋㅋㅋㅋㅋ乃
AQ240//ㄴㄴ 구름신이 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