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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대충 이틀쯤 뒤에……?”
“오냐.”
다행이다. 넘어갔어. 유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한고비는 넘기 듯 했으니 말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유천은 그 뒤에 커피잔을 들려다 떨리는 손으로 겨우 한 모금을 들이킬 뿐이었다. 그 뒤로는 별다른 얘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의외로 채린 또한 얌전히 제 앞의 커피를 마시며 얌전히 있었고, 유정의 어머니 또한 유천의 행동에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 최대한 빨리 처리해라.”
“어.”
얼마 가지 않아 전화를 받고 일어선 제 아버지와 함께 유정의 어머니가 일어나 자리를 뜨자, 하나 둘 유천에게 한마디씩을 건네며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유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나가는 것을 끝으로 룸 안에 있던 인원은 유천과 채린을 제외하곤 모두 다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채린의 입이 열렸다.
“걔는 왜 거기 누워있던 거야?”
유천과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하더라도 채린의 앞에서 깐죽거리며 약을 올렸던 소피아였다. 그 덕에 뺨을 후릴 뻔까지 했지만 다가오는 유천을 보고 넘어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깐죽대던 소피아가 저렇게 조용히 누워있으니 오히려 적응이 되지 않아 얼떨떨했던 채린이였다.
“내 대신 총맞았어. 바보같이 설치다.”
“……?”
간단한 한마디에 이해를 채 하지 못한 채린을 보며 유천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초에 앞뒤를 다 빼먹고 얘기한다면 설명도, 이해하기도 힘드니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계속해서 유천은 제 이야기를 계속했다. 유천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채린은 화를 내기도하고 유천을 놀란 눈치로 바라보기도 했다. 특히나 자신의 몸에 총을 쐈다는 얘기가 나올 때는 유천을 보며 ‘너 미쳤어?’라고 소리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뭐, 어쨌든 그러다 그 녀석이 내 대신 총을 맞았다 이거지. 멍청이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가족과 얘기하며 잠시 잊고 있던 소피아가 기억났던 탓일까, 유천의 표정은 잠시 어두워졌다. 어쩐지 미안해하는 기색이 다분한 유천의 표정을 자주 보지 못했던 채린이었기에 놀란 눈치로 유천을 보던 것도 잠시. 유천의 이마에 꿀밤을 먹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 너무 무모했어. 거기서 걔가 안 막았으면 어쩔 뻔했어.”
역시나 채린의 시선으로선 유천의 행동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무모하기까지 한 그 행동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둘이서 못다한 대화를 주고 받던 도중, 유천은 채린이 갑작스레 자신을 보며 입을 여는 채린을 보며 당황했다.
“그래서, 이제 우리 둘 일은 어떻게 할거야?”
“뭐, 뭘?”
“저번에도 그렇게 어중간하게 끝냈고 말이야. 안 그래?”
이제는 제 입술을 혀로 쓸어 내리며 물어오는 채린을 보며 유천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공부목적으로 만들어진 방이 그렇게 클 리가 없었다. 겨우 앉아서 얘기할 정도가 됐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곧 벽에 의해 퇴로가 막힌 유천을 향해 채린이 다가오자, 유천은 다가오는 채린을 말리며 입을 열었다.
“뭘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가면 갈수록 성격이 더 대담해져!”
“원래 성격이 그렇다 쳐. 내가 나이도 있는데 연상으로써 연하한테 휘둘리기만 하면 그건 또 무슨 재미야?”
“…….”
제 말에 돌아오는 채린의 대답을 들으며 유천은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이놈의 기지배가. 대체 누나한테 뭘 가르친 거야?’분명 아까 자신의 어깨를 툭툭치며 나간 것은 이걸 위한 거였나. 실 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유천의 곁에 다가온 채린이 유천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며 말을 걸기까지 유천은 유정을 욕하고 또 욕하고 있었다.
쪽-
“잘 돌아왔어.”
‘아, 그 년이 이것까지 지시한 거라면, 그년, 아니 걔는 천사가 분명해.’
“다녀왔어.”
채린의 말에 유천은 속으로 유정을 매도하는 것을 그만두고, 채린의 말에 화답하며 입을 맞췄다. 저번에 휘둘렸던 것을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채린을 벽으로 몰아붙여서 격렬히 입을 맞춰대는 유천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어느새 들어온 종업원이 입을 열었다.
“저기, 이 망할 바퀴벌……아니, 손님 여기서 이러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이곳이 비단 둘만 있는 곳이 아닌, 공공장소란 것을 깨달은 둘의 얼굴은 마치 홍당무마냥 붉게 달아올랐다는 것은 여담이었다. 서둘러 카페를 벗어나는 둘의 앞에 채린의 차가 나타났고, 곧 채린의 매니저가 다음 스케줄이 있다며 채린을 데리고 간 뒤에서야 유천은 소피아의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전히 복도의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사내에게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인 유천은 소피아의 병실로 들어갔다.
“뭐야, 이건 또 언제 가져다 놨어?”
그리곤 병실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캡슐을 보며 유천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거기다 작은 쪽지에 [소피아 양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게임이라도 하면서 심심함을 달래는 게 어떤가?]라는 내용이 적혀있자 유천은 ‘이 할아버지는 행동이 너무 재빠른 거 아냐?’라며 덧붙이고는 병실 안의 의자에 앉았다. 무척이나 편해 보이는 소피아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은 유천은 제 휴대폰을 꺼냈다.
[신유천의 대국민을 속인 자작극]
얼마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유니온의 회장 김창준(72남)과 함께 마찬가지로 실종상태에 덧붙여 사망신고까지 마친 상태의 신유천(20남)이 귀국을 하며 큰 이슈를 자아냈다. 그리고 국민들은 어째서 죽은 줄만 알았던 신유천이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재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 기자는 신유천이 데려온 두 남녀의 얼굴을 보고 한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신유천이 데려온 두 남녀 중 여자는 소피아 박(22여)로서, 한때 신유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박정현(24남) 또한 신유천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의심해야 할 점은, 어째서 신유천은 자신의 살해 용의자, 더군다나 소피아 박은 신유천에게 총까지 쏜 전적이 있는데. 어째서 그 둘과 함께 입국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더군다나 신유천은 실종된 줄 알았던 유니온의 회장 김창준의 일행에 몰래 끼어들어 옴으로서 제 일행과 자신을 숨기려고까지 했다. 한 기자정신이 투철한 기자에 의해 신유천과 박정현의 얼굴이 기자들에게 보여졌고, 이로써 우리들은 한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신유천은 자작극을 펼쳤다. 평소 후계자 쟁탈전을 벌이던 신유천에게 있어 게임대회를 통해 자신에게 모인 시선은 스트레스 이상의 요소가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신유천은 자신에게 오는 시선을 가장 확실히 없앨 수 있고, 자신에게 귀찮게 돌아올 일을 없앨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 자신을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신유천은 가장 먼저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권총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뒤이어 함께 대표팀을 지내며 호흡을 맞춘 일행들에게 자신을 납치, 살해하는 장면을 찍히게끔 지시했다. 신유천의 계획대로 자신의 일행들의 연락을 받고 집에서 나온 신유천은, 계획대로 미리 자신이 건네준 권총에 한발을 맞음으로써 부상의 여지를 보였다. 이어서 도주를 하는듯한 영상을 남기고, 1층에서 박정현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을 맞이한 신유천은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미리 준비한 폐공장에 들어가 미리 준비해둔 폭탄을 설치한 이후, 자신의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그곳에 있는 인부의 옷 속에 감추고는 그 장소를 떴다. 신유천이 세운 계획은 성공적으로 신유천을 감추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유천은 계획 외의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미리 계획했던 바와는 달리 연인관계로 밝혀진 소피아의 부상이 그 이유였다.
연인의 큰 부상으로 인해 신유천은 계획을 도중에 멈추고, 귀국하고 말았다. 그러나 때마침 잠적을 하고 있던 유니온의 회장이 마찬가지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유천이 세운 ‘허술한 자작극’은 끝을 맞이했다. 이제 신유천에게 남은 일은 얌전히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일이다. 신유천이 여태껏 벌인 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한국에서도 최소가 종신형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33년 4월 27일
나잉여 기자
02:12 등록
“또 이 새끼야?”
게임을 시작하기 전 아까 전 현수가 보여줬던 기사를 찾아보며 유천은 욕을 지껄였다. 저번에는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을 망령취급 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을 살인마에 자학극 환자로 만들어놨다. 기사에 대한 반응도 예술이었다. 자신을 욕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말이 안 된다며 반박하는 이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자신의 눈에는 이 기자의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제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자신이 나서기도 전에 조치를 취해버릴 테니 말이다.
“게임 시작.”
어쨌든 게임 밖의 일은 게임 밖의 일이다. 유천은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게임 안에서까지 밖의 일로 짜증을 내기엔 게임 안에서 받는 짜증도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바깥에서의 일까지 끌고 가면 자신만 골치가 아프니 말이다.
[리트머스 대륙전기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스템 설정. 데미안을 비롯한 최근 접속 제한 인원의 접속 제한 해제.”
일단 제 멱살을 쥐어 뜯을 기세로 외쳐대던 유정의 말을 들어주는 게 우선이었다. 곧 설정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유천에게 다가오는 두 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 빨리 온다며!”
“참 빨리도 온다.”
툴툴거리며 다가와 유천의 등을 두드리는 둘을 보며 유천은 한심하다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어째 너희는 다른 일을 안 해? 내가 없으면 너희끼리 좀 놀아라. 나만 기다리다가 나 올 때 툴툴거리지 말고.”
그리고 유천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둘의 공격을. 그리고 가까스로 둘의 공격에서 벗어난 유천은 중얼거렸다.
“왜 내가 공격 당해야 되는 건데?”
============================ 작품 후기 ============================
단언컨데, 신유천 저새끼는 눈치를 밥 말아먹은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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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 : 요번 편 보고 상당히 빡쳤던 점이 한가지 있다면 기자들의 태도랄까. 저 행동력만큼은 이해해주겠는데 거기에서 부가적으로 딸려나오는 비매너행동은 국회의원들의 철권싸움과도 같음.
//철권싸움ㅋㅋㅋㅋㅋ
인핀 : 우리나라 기자들은 실제로 저럴것같아서 더짜증남...
//그른가여?
burden : 여기서 유천이 아빡가 누구죠? 그 개발자? 아님 양아버지?
//양아버지요. 그 개발자놈은 구라치다 유천이한테 총으로 한방 먹었
BlackRaccoon : 순간유천아기자들한테파이어볼날려라고생각했음
//그리고 유천이의 손은 통구이가...
코스믹 : 국산 기레기라면 저거보다 더 할듯요. 아마 유천이 욕하며 소리질러도 인민러쉬로 쌩깔 수도 있을지도?
//인민러슄ㅋㅋㅋ
킴치맨 : 의사 : 에.. 그러니까 총알이 영좋지않은곳을 스쳐서.. 그러니까 선생깨선 다시는 걷지 못한다.. 이말입니다. 유천 : ?! 내가 절음발ㅇ, 아 나아니구나.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searchers : 이보시오!! 곶아라니!! 아니 이게 아니라 절음발이지!!<퍽! 그전에 이게 아니지!!
//앜ㅋㅋ 이분들 왤케 웃기셬ㅋㅋ
자이번 : 이제끝을보이는거 같은
//네, 대충 끝내고 이제 저도 쉬어야죠
은or : 기자들 추리력은 대단한데 상황판단력없이 특종에만 집중해버렷...무섭쿤..잘 보고갈께요!
//네 감사합니닼ㅋ
가이오가 : !! 재회!! 다들 쿨~하네요!!
//너무 쿨해서 탈일지도
Darkness1021 : 개패기쩌네 탱크한테꺼지라할기세
//앜 비유보소
심심판타지 : 치느님나도줘! 흐아!먹어본지한달이넘어간단말이다!
//미안, 벌써 내 위장에서 소화 끝
당가 : 기자들이특종에눈이멀어서환자가눈에안보이나보네.....어쨋든재밌게보고갑니다
//네 특종에 눈이 삔듯. 코멘트 감사합니다
소마광랑 : 오옹..그렇게돌아가면 서버운영은 되야하는데 쟤들은 왜 접속불가..?
//유천이가 블락먹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