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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크흠……설마 저 인간이 올 줄이야.”
회준은 침음성을 흘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씨팔 대신 다른 메인 컴퓨터가 씨팔의 역할을 대체함으로써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 감시카메라들을 지켜보며 회장을 본 것이 그 탓이었다. 그리고 다른 카메라가 송신하는 장면에는 유천이 정현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저 멍청한 놈이…….”
기어코 욕까지 지껄여가며 몸을 일으킨 회준은 이윽고 제 책상의 서랍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그 서랍 속에는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마냥 선명하게 빛을 반사하는 매끈한 은색의 권총이 들어있었고, 회준은 그 총을 집어 들고는 제 방을 나섰다.
* * *
“야, 이쪽은 아버지의 방이 있는 곳이 아니야. 어디로 가려는 거야?”
저걸 콱 쏴버려? 유천은 계속해서 뒤를 따라오며 쫑알쫑알 시끄럽게 쪼아대는 정현을 보며 진심으로 이를 갈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현은 그 입을 조용히 다물고서 유천의 뒤를 쫄랑쫄랑 따르기 시작했다.
“소피아가 안 왔어. 연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건. 중간에 걸렸다는 뜻이지.”
“따라와 이년아!”
유천의 말을 들으며 정현이 ‘그런가?’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하자마자 그 건너편 코너에서 거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애초에 유천이 이 곳에서 본 여자(용병도 있었고, 가사를 전담하거나 감옥에 갇혀있던 이들도 다수 있었다)들이 워낙 많았던 탓일까. 유천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서 제 등 뒤를 엄지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그래, 좋은 예가 저기…….”
“저거 소피아잖아!”
“……에라이 도움 하나도 안 되는 년 같으니라고. 왜 내 주변은 항상 이 모양 이 꼴이야?”
정현의 외침과 함께 욕설을 지껄여대며 혼자 중얼거리던 유천은 그 긴 금발 생머리를 쥐어 잡힌 채 뚱뚱한 남성의 손에 끌려가는 소피아를 향해 뛰어갔다. 일단은 자신을 도와줬으니 데려갈 생각도 있었고, 제 사기행각이 성공하려면 소피아의 도움이 필요했다.
“음? 넌 또 뭐야? 아까 소집명령 못 들었어? 당장 위로 올라가서 회장님이나 지켜!”
“뭐야, 너였냐. 우리 구면이지?”
유천이 그들을 한발 앞질러서 사내를 막아 서자, 사내는 유천의 어깨를 옆으로 밀쳐내며 외쳤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제 앞을 막아선 말라깽이 같은 멀대는 옆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되려 제 어깨를 짓누르며 인사를 건네듯 웃으며 말하는 유천의 얼굴을 보며 사내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난 너 잊은 적이 없는데, 넌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 난 아직도 네가 내 발바닥을 뜨거운 철판으로 지져댄 걸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야.”
자신의 얼굴을 보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사내를 보며 유천은 잠시 키득거리며 웃고는 사내의 종아리에 총을 겨누곤 주저 없이 쐈다. 짧은 총소리가 긴 복도에 울려 퍼질 때, 사내는 제 다리를 붙잡고 복도를 구르고 있었고, 유천은 그런 그의 머리에 축구공을 차듯 발을 날렸다.
콰직-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코가 주저앉은 듯 피가 치솟는 코를 한 손으로 움켜쥐며 한 손으로는 제 다리를 잡고 굴러다니는 그를 경멸에 찬 눈으로 쏘아보며 유천은 본의 아니게 넘어진 소피아를 일으켜 세우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없어서 그쯤 하는 줄 알아.”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얼른 나가야지.”
“멍청한 년아, 너 없으면 내 신변이랑 내 결백은 누가 증명하는데.”
유천이 자신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멍하니 소피아가 중얼거리자, 유천은 헝클어진 소피아의 머리를 대충 손으로 빗어서는 풀어주곤 퉁명스레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 소피아가 아니더라도 보다 쉽게 유천의 신변과 결백을 증명할 사람은 많았다. 유천의 말이 단순한 핑계임을 알아챈 소피아가 피식 웃자마자, 유천은 뒤따라 오는 정현에게 소피아를 밀어 보내곤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지금도 늦었어! 얼른 뛰어!”
“괜히 말 돌릴 거 없으니까.”
“그러게.”
가만히 서 있는 둘을 놔두고 벌써 저만치 뛰어간 유천을 보며 소피아가 불만이라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리자 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리고는 다리를 다친 듯 비틀거리며 한쪽 발을 저는 소피아의 팔을 제 어깨에 둘러메곤 유천의 뒤를 쫓아 느린 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다리는 왜 그래?”
“계단에서 굴렀어.”
그리고 다리를 절어대는 소피아를 보며 질문한 정현은 돌아오는 소피아의 단답에 혀를 내둘렀다. 유천이 물어볼 때는 아예 과장까지 해대며 난리를 쳐대 놓고서는 저가 물어보니 단 두 마디로 끝이란다. 젠장, 이래서 남자는 나고 봐야 돼. 제기랄. 정현은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며 이제는 천천히 걷는 유천의 뒤통수를 강하게 노려봤다.
“빨리 와라.”
그리고 그런 정현의 눈초리를 느낀 것인지. 유천은 왠지 모르게 따가운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뒤따라 오는 둘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안 그래도 위험한 판국에 중앙에서 통제가 가능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유천을 보며 의아해하는 둘이었지만, 곧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강하게 뭔가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유천을 바라봤다.
““알고 있었어?””
“내가 신이냐, 그런 걸 다 알게. 그냥 우연이다.”
물론 사실은 뛰면서 제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회장의 지시사항을 들은 것이었다. 큰 소리로 회준을 꾀어낼 테니 그 사이 탈출을 하든 뭘 하든 하라고. 그래 봤자 자신들이 입구를 막아 섰으니 탈출이 불가능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말이지. 이곳에 다니는 사람도 모르는 밖으로 나가는 비밀통로가 있어. 누가 내 머리에 쑤셔 박은 설계도에서 봤지.”
앞 말은 모조리 다 삼키고 뒷말만 덧붙이는 유천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둘은 곧 멈춰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리는 유천을 서둘러 뒤쫓기 시작했다.
“여기 이쯤인가?”
입구가 있는 1층의 바로 밑층인 2층의 방 하나에 들어온 유천이 욕실로 들어가서는 세면대 근처의 거울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마자 곧 천장이 열림과 동시에 내려오는 사다리를 보며 짧은 감탄사를 뱉으며 유천은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난 그냥 벽 뚫고 지하로 가는 줄 알았네. 이걸로 1층까지 올라간다는 건가?”
물론 그 층과 층 사이는 약 3M가량의 공간이 있어 올라가는 데 조금의 시간을 사용한 유천과 정현, 소피아는 유천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멈칫하는 것을 보며 의아해 하며 따라 올라왔다.
“설마 여기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나 몰래 탐방이라도 하고 다녔나?”
“아니, 나 같은 천재는 이런 시시한 지하 아지트 따위는 봤다 하면 그 구조가 머리에 그려지는 터라서. 아, 당신은 머리가 딸려서 그런 게 안 되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유천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며 물어오는 회준의 말을 들으며 유천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물론 그딴 일이 가능하면 유천은 이미 수 많은 건설 업체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유망주였을 테다. 사기성 짙은 유천의 명백한 도발에 얼굴이 약간의 분노로 붉어 오른 회준을 보며 유천은 팔을 벌리곤 키득거렸다.
“자, 쏠 테면 쏴봐. 1층 구석진 곳에 위치한 문짝 하나 없는 이 창고에서 내 머리를 겨누고 있는 총으로 한방 갈겨 보라고. 물론 나도 쉽게 가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서서히 손가락에 힘을 주는 회준을 보며 유천 또한 기폭제 스위치와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정현은 유천의 손을 보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분명 저 기폭 스위치는 제 것이리라며 지레짐작을 하며 말이다.
“맞다. 아까 전에 인사를 깜빡 잊고 안 했었네. 오늘은 좋은 기념일인데 말이야.”
제 손에 들린 스위치와 권총을 보며 당황하는 회준을 지켜보는 유천은 계속해서 키득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총 그립에서 손을 때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끼우고서(아쉽게도 안전장치를 풀지 않아 총이 도중에 발사되는 일은 없었다)이리 저리 돌리며 유천이 건넨 말에, 당황하는 회장이었다.
“무슨 소리지. 오늘은 어떤 나라에서도 기념일 따위는 없는 날인데 죽을까 봐 못하는 소리가 없군.”
유천의 말을 개소리 취급하며 무시하는 회준을 보며, 순식간에 안전장치를 푼 권총을 회준의 미간에 들이대며 유천은 입을 열었다.
“신유천 해방일 병신아.”
============================ 작품 후기 ============================
내가 초큼 늦었네요, 죄송함다. 학교 수행평가 준비한다고 늦었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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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Raccoon : 역시새벽에는사람들이하나도없네이제부터유천이의총질이시작된다
//유천:탕탕탕빵
researchers : 유천의 리벤지 타임 start!!
//올ㅋ
당가 : 유천원딜러로변할차례인가?ㅋㅋㅋ
//ㄴㄴ 여전히 포지션 불명이요. ㅋㅋ
적현월 : 재밌게 읽고 갑니다. Every body 구를 시간. 예에에!
//예에에!
은or : 잘 읽고 갑니다~ㅋㅋ
//코멘트 감사합니다
코스믹 : 드디어 유천의 반격이군요.
//그러게요. 이제 끝이 보이...는데 한참 남았네요 젡
가이오가 : 블록버스터같당
//그러나 현시창.
인핀 : 대박엿 한번더투척!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해...
//그런가요. 어디 분위기가..
킴치맨 : 회장님이 짱짱맨이시내. 요즘회장님들은 다들 수류탄쯤은 완벽하게 던질줄알아야져
//기본 소양이신듯. ㅇㅇㅋ
TetsuRyu : 씨팔이를 죽인건 더 큰 굴림을 위한 추진력에 불과하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킴
덱스트린 : 자고로 영화에서 저런 차림의 복장은 간지가 안났지. 그 흔한 머리보호용 헬멧이나 팔꿈치 혹은 무릎 보호대까지도 안갖춘 ㅄ들이 드글거리니... 정작 머리 맞추는 놈은 한명도 없어 어떻게... 그런 의미에서 그리네이드 런쳐같은거로 뿜뿜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네이듴ㅋㅋㅋㅋㅋ
인간님 : 유천의 역관광 스타트
//오오미 그리고 하루남은 내 방학식도 카운트다운 스타트! 그러나 일요일 시험. ㄱ-
제이스 올드윈 : 이제 모든 떡밥들은 회수가 되겠징
//떡밥 뭐 던졌더라...
소마광랑 : 붕어들이몰려온당?!떡밥을 회수하라!!
//쿨럭-
AQ240 : 엿 무한보급 예정ㅋ 올해안에는 완결일세~
//만세~
불행마스터리 : 가랏! 씨팔에게게 물을 준것처럼 이제 빅엿을 먹이는거닷!
//오오!
arcadia1019 : 아....설마 완결은 아니겠지요...
//아쉽게도 아직 멀었...ㅜㅠ
맞다. 요새 초기에 태클 자주 들어오는데요. 초기 건 태클 먹어도 싸다고 개인적으로도 인정하긴 하는데, 큐어(cure)는 치료하다라는 뜻도 분명히 있거니와 리커버리(recovery)는 복원의 뜻도 있습니다. 영어 뜻은 본인이 더 찾아보고 오시죠. 큐어가 해독이라니 러커버리가 힐의 효과를 지니니 그런 건 다른 소설 얘기고, 제 소설에는 제 소설 나름의 설정이 있습니다.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아시고 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