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50화 (35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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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너희가 왜 여기 있어.”

“바보 아냐? 넌 그냥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니까 돌아서 오는 거야. 애초에 우리는 경찰이 찾는 시늉만 하고 있으니까 바로 돌아와도 별 문제될 게 없다고.”

유천이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자신들을 노려보며 말하자 유천에게 총을 겨눈 정현의 옆에서 지원이 깐죽거리며 유천에게 정현을 대신 해 대답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면서도 회준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얌전한 모습이 확실히 더 보기는 좋군. 자네가 아직까지는 내 말 중에 가장 강력한 말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네. 제 아무리 강한 퀸이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상 체스 판에 널리고 널린 폰 여럿보다 못할 테니까.”

반항을 시도하다 이제는 팔까지 제압당해 아예 고개만 치켜들고서 몸은 바닥에 붙어버린 유천의 머리를 손으로 슬며시 쓸며 중얼거린 회준은 곧 손을 흔들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유천은 정현과 지원이 각각 한쪽의 팔을 잡고서 끌기 시작했고, 그 뒤로 손가락 사이로 방아쇠를 끼워 넣고선 이리저리 돌려대는 크리스가 그 뒤를 쫓았다.

“빨리 죽는 게 소원이 아니라면 그 입 좀 조심하는 게 어때? 이번에도 우리가 말리지 않았으면 넌 아버지 손에 죽었어.”

“웃기시네, 그 새끼 얼굴이 어딜 봐서 날 죽이려는 표정이냐. 아예 날 갖고서 제대로 한바탕 놀겠다는 생각이 다 드러나는데.”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당당히 회준을 ‘그 새끼’라 칭하는 유천을 향해 이를 갈며 주먹을 움켜쥐는 지원이었지만, 유천은 그저 웃으며 지원을 무시했다. 확실히 회준의 표정은 아직까지 자신을 죽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보였으니까.

“보아하니 그 팔이랑 다리도 그럭저럭 쓸만한 모양인데. 또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킥킥, 그러게. 진짜 회복속도 하나는 굉장한데? 너 좀비 아니야?”

유천을 지정된 방으로 밀어 넣으며 아까 유천이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무척이나 얄밉기 짝이 없는 어투와 표정으로 말하며 나가는 지원과 정현을 뒤로하고, 크리스는 유천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물어왔다.

“너도 나가.”

“아, 심심하면 언제든 불러. 얼마든지 놀아줄 테니까. 어느 쪽이든 말이야.”

“지랄하네. 저번 생각은 안 나냐?”

아까 지원을 무시하며 대충의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는 하나, 자신이 생각하기도 싫어하는 것을 괜히 찔러 들어 생각나게 만든 회준에게 짜증이 식지 않은 유천은 크리스를 밀어내며 말했다. 그러자 혀를 내밀며 나름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덧붙인다는 듯 말했지만 돌아온 유천의 대답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허이고, 여기 와서도 내가 쉬는 꼴은 못 본다 이거냐?”

그리고 등을 돌린 유천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애초에 헤드 기어는 자신이 아예 박살을 내버렸으니 사용을 못 하겠다 싶었는데, 대신 이 방에는 캡슐 하나를 떡 하니 처박아둔 것이 아닌가. 유천은 투덜거리면서도 캡슐로 들어갔다. 머리를 식히려면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설치기보단 화풀이 대상을 찾는 게 더 빠를 테니.

“게임 시작.”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슬로스가 자신에게 건넨 관리자 권한이 사라지지 않은 것인지 게임에 접속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천은 눈을 끔뻑이며 주위를 둘러보고는 곧 몸을 일으켰다. 아직 둘이 돌아오지는 않은 것 같으니 그 사이에 다른 화풀이 대상이라도 찾겠다는 생각이었다.

-외부에서의 접촉이 발생했습니다.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젠장. 또 누구야?”

화풀이 대상이라도 찾겠다는 제 생각을 어디까지 방해할 셈인지. 유천은 욕까지 지껄여가며 게임을 종료했다. 다시금 눈을 뜨자 침대 위로 보이는 꽤 많은 부탄가스와, 열린 문을 보며 유천은 씩 웃었다. 소피아가 한 건 올렸다 생각하며 말이다. 크리스가 나가며 문을 잠그는 것을 보며 어떻게 나갈 지 막막했는데, 한번에 그 고민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아, 준비할 게 있었지.”

제 등에 침대 위에 올려져 있던 백팩 하나를 메고서 그 안에 침대 위에 있는 가스 캔들을 옮겨 담고서는 제 방에 있던 냉장고를 열어 물통 하나를 챙겼다.

“개새끼, 내가 정말 잡혀서 죽는 한이 있어도 너 하나는 제대로 엿 먹이고 간다.”

그리고 짧은 다짐과 함께 유천은 문을 나섰다. 어차피 이 곳의 내부구조와 감시카메라의 위치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사각지대쯤이야 찾는 것은 식은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가장 먼저 기지의 입구쯤에 도착한 유천은 구석에 있는 작은 틈 사이로 들고 온 가방을 쑤셔 넣었다. 애초에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큼이나 넓었던 그 공간에 가볍게 들어간 가방을 뒤로하고 유천은 메인 컴퓨터들이 가득 들어찬 메인 컴퓨터실로 향했다.

“어? 너 언제 나왔…….”

그리고 가는 길에 어디론가 향하는 정현과 코너에서 돌자마자 마주친 유천은 자신을 향해 질문을 하는 정현을 향해 물통을 내보였다. 애초에 총을 겨눠가면서까지 이렇게 나와서는 도와줄 수 없다는 소리를 지껄인다는 것은 도와줄 생각이 있긴 했다는 말이었으니, 제 목적을 알려주는 유천이었다.

“풋, 뭐,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진짜 할 줄이야.”

“닥쳐. 여기 얌전히 짜져 있던지, 아니면 따라와서 구경이나 하던지.”

애초에 장난 하나는 유천 이상으로 좋아하는 정현이었다. 조금은 지나쳤다고는 하나 요즘 들어 너무 심심했던 정현은 유천의 계획에 의외로 순순히 협력을 시작했다. 제 아버지를 죽인다거나 그 따위 소리를 대놓고 지껄이지 않는 이상에야 장난 정도는 도와줄 생각이 있었다.

“그럼 네가 데리고 가는 척이라도 해.”

“그러지 뭐.”

유천이 고개를 끄덕이는 정현을 앞세우며 말하자, 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게 무슨 대수냐며 앞장서는 정현을 보며 뒤쫓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정현 또한 굳이 감시카메라가 있는 장소를 지나지는 않았다. 이미 시작한 장난이라면 끝장을 봐야 했으니까.

“맞다. 허튼 짓 하면 가만히 안 둘 테니까 조심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문을 열며 정현이 경고하자, 유천은 방금 정현이 그랬든 어깨를 으쓱하며 정현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천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를 정현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유천의 뒤를 쫓았다. 이 계단만 내려가면 그곳은 바로 메인 컴퓨터들이 있는 방이었으니 뒤이어 낄낄 웃어댄 것은 그만큼이나 이 장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증거였다.

“자. 어디 이 빌어먹을 씨팔놈을 찾아볼까…….”

몸이라도 풀듯이 어깨를 두 번 정도 돌리고는 물통을 꺼내 뚜껑을 열며 유천이 중얼거리자, 정현은 아예 홍조까지 띄워가며 웃기 시작했다. 중간에 ‘컥컥’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웃다가 사래까지 든 모양이었다.

“찾았다.”

코드 네임이 그러하듯이 A부터 Z까지 있는 거대한 열의 속에서 C열의 여덟 번째에 위치한 거대한 메인 컴퓨터의 위용을 바라보며 유천은 비릿한 웃음을 보였다. 곧 C-8의 몸이나 다름 없는 몸체의 위로 설치되어 있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커버를 여는 순간, 커버 위로 홀로그램 하나가 올라왔다.

[무, 무슨 짓이야!]

“병신, 보고도 모르겠냐.”

무척이나 당황한 듯한 음성의 씨팔이 유천에게 외쳤지만, 유천에게는 일말의 자비도 존재하지 않았다. 열린 커버 안으로 물을 부어버리는 유천의 과감한 행동에 홀로그램은 곧 흔들리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것을 보며 미친 놈마냥 웃어 제껴대는 정현을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고는 사다리에서 내려갔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들고 있던 씨팔의 커버로 정현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다.

“너, 날 너무 믿는 거 아냐?”

그리고 정현은 유천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으며 웃어 제끼던 그 표정에서 단지 눈만이 흰자를 보인 채로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러는 정현의 몸을 뒤적거리며 권총을 찾아낸 유천은 제 허리 뒷춤에 권총을 꽂고는 정현의 목덜미를 들어 질질 끌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건 아까 네가 내 머리통에 권총을 겨눠서 그런 건 절대 아냐. 사심 하나 들지 않았다고. 물론 그건 지원이 그 놈의 왼손 약지를 걸고 맹세하지.”

이미 기절한 정현에게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유천은 정현을 질질 끌고서 계단으로 향하는 문과, 바로 복도로 이어진 문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복도 쪽이 확실히 더 편하고 어차피 제 행동도 들통난 마당에 감시카메라를 피할 이유도 없어졌다. 그러나 유천의 선택은 반대로 계단 쪽이었다.

“일어나면 며칠간은 다리도 제대로 못 움직이게 만들어주지.”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유천의 얼굴은, 정말 진심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감사하게도 제 눈 앞에 있었으니까. 단지 장난을 돕기 위해 유천을 따라온 정현이 불쌍해지는 순간이었다.

"아, 맞다. 시작하세요. 할아버지."

그리고 계단의 문을 열고서 한칸 한칸을 올라가며 유천은 제 옷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는 유천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옷 단추로 위장한 초소형 도청기를.

============================ 작품 후기 ============================

아, 저 S새끼, 괴롭히면서 진짜 좋아하고 있음 괜히 걸린 놈이 불쌍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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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현월 : 재밌게 읽고 갑니다. 부모를 걸고 넘어지는 쓰레기에게 역관광을 선사해주는거다 유천아! 그리고 C8이에게 물을 끼얹어 버려!

//물 끼얹고 역관광 준비 시작요 ㅋ

SoulForce : 소제목 바꿔야 되지 않나요?

//아....

researchers : 소제목이 공지라니ㅋㅋ 빨리 바꾸세요ㅋ

//그냥 소제목 바꾸기 귀찮아서 이대로 쭉 가려했는데...들킴들킴

제이스 올드윈 : 유천이는 화가나도 아직 이길수 없는 잉여 유천이니깐...

//근데 화풀이는 가능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Darkness1021 : 유천이파워굴림?

//이제 역관광 시작이요

BlackRaccoon : 재가자기부모패드립하면가만있을건가왜총을대지

//겨눈 놈한테는 패드립 친 놈이 제 부모. ㅋㅋㅋㅋㅋ 제 부모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놈 제압하는 건 걔들한테 있어서 당연한 걸지도..

arcadia1019 : 오오오 드디어 나왔군

//기다렸어요?

은or : 잘 읽고가요. 정보제공 슬로스에게 엿을 날려주길바래 유천아..ㅋㅋㅋ

//빅엿 선사.

인간님 : 유천에게 빅엿을 선물해준 슬로스ㅋㅋ그리고 회준이란 놈은 유천 가족사를 어찌 아는걸까요!!!!!!!!!!!!!!!!!

//유천이 뒷조사 시켰대여.

코스믹 : 슬로스에게 한컵의 물을 선물해 줍시다.

//유천이는 통이 큰 남자라 사막 한 가운데에서 컵 대신 한 통을 줌. 레알 통이 큰 놈인듯.

킴치맨 : 두명의 오마니! 낳아준엄마와 길러준엄마?

//그러하죠

인핀 : 슬로스에게 냉수한컵 예약 그리고 설마 저녀석이 친부는 아니겠지

//헐, 반전이다

덱스트린 : 패드립만큼 기분나쁜건 없다고했지. 이번엔 유천이의 손을 들어줘야겠다.

//네, 이제 유천이 역관광 시작.

TetsuRyu : 패드립이라니... 유천이는 주인공이니까 굴리고 싶지만 이번에는 저 영감탱이가 굴러야 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죠. 원래 구름은 돌고 도는거죠.낄

TimeWorker : 쾌차하세요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호전되도록 할게요

불행마스터리 : 무리허지 마시고 건장 잘챙기셔요~

//감사합니다 ㅋㅋ

소마광랑 : 아싸!독감으로 고고씽!(?) 유천아!메테오한방만!!

//!?

당가 : 이거볼라고밤에폰키다가가걸려서폰압수당해서이제코맨다네요ㅋㅋㅋㅋ

//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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