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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지금이 기회다. 마룡은 제 입 안으로 들어와 손을 뻗어서는 제 송곳니를 뽑으려 안간힘을 써대는 유천을 보며 중얼거렸다. 워낙 툭 튀어나온 주둥이 덕에 유천의 위치까지 파악한 마룡은 곧 혀를 내밀어 유천을 휘감는 데에 성공했다.
“뭐냐?”
“…….”
물어본다고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있나. 마룡은 속으로 투덜거리고는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놈의 술책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남은 방법은 몸을 쓰는 방법과 브레스 밖에 없다. 그렇지만 날개 하나쯤은 뜯길 각오를 하고 한 행동과는 달리 얌전히 있는 골렘과 그로테스크를 번갈아 보며 당황하던 마룡은 곧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주변이 자욱해질 만큼 진한 흰색의 산성 브레스가 숲을 가득 메웠다.
“뭐야, 지금 저거 위험한 거 아냐? 살아는 있으려나?”
“몰라, 다시 살아나겠지. 어떻게 저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어?”
그 장면을 지켜보던 발록이 호들갑을 떨며 유천의 모습을 찾는 반면 라이헤르는 여전히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는 거의 미끌미끌한 마룡의 맨살을 보며 중얼거렸다. 발록이 얼핏 보기에도 마룡의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 없었으니, 라이헤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브레스를 쏜 상대는 드래곤들도 쉽사리 건들지 않았던 마룡이다. 자연스레 발록의 눈은 유천을 찾기 시작했다.
-[관리자의 권한으로 한계 이상의 피해를 무효화합니다.]
“역시 관리자는 달라. 안 그래?”
그리고, 그 자욱한 산성이 주변의 나무와 땅을 녹여가며 짙은 안개를 만들어내자,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마룡은 아직까지 제 혀에 뭔가 닿아있는 듯한 느낌에 눈살을 찌푸리며 안개 속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속에는 유천이 키득거리며 태연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유천은 제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키득였고, 마룡의 얼굴에는 다시금 절망이 자리잡았다.
“아이고, 이 병신아. 내가 뭘 믿고 너한테 혼자 덤볐겠냐, 저기 든든한 빽도 두고. 다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넌 말이야. 생각이 부족해 생각이. 알아?”
알긴 뭘 알아 개만도 못한 자식아. 마룡은 나오지도 않는 욕을 지껄여가며 유천을 노려보고는 혀를 높게 쳐들고는 곧 유천을 땅바닥에 패대기 치듯 내던져버렸다.
“컥-!”
이건 효과가 있군. 마룡은 중얼거리며 유천을 죽일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는 곧 제 앞발을 들어올렸다. 발톱과 다리를 덮고 있어야 할 비늘이 없어 뭔가 처량해 보이기는 했지만 유천을 밟아 죽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아 씨바……. 진짜 이 방법 쓰면 아이템을 제대로 회수 못 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블링크.”
제 머리 위로 떨어져오는 마룡의 발을 보며 욕을 지껄인 유천은 곧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시금 유천이 나타난 곳은 마룡의 주둥이 바로 위였고, 곧 유천은 허리춤에 메어진 가죽 주머니 속에서 보석 하나를 꺼내서는 마룡의 콧구멍 안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물론 그것은 마룡의 콧구멍의 크기가, 유천의 몸통만했기에 순조롭게 깊고 빠르게 들어갔고. 곧 유천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야 어쩔 수 없지.”
말을 마치곤 유천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마룡의 날개를 잡고 있던 그로테스크와 고렘은 등장과 같이 검은 공간을 찢고서 그 안으로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유천의 몸 또한 마룡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제 브레스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남아있는 가시덤불의 파편들만이 마룡의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흠……무슨 생각이지?]
유천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마법이 풀렸다고 생각한 마룡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주변에 널려있던 가시덤불의 파편들이 마룡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뭐긴, 꽃꽂이지.”
“저게 어딜 봐서.”
“네 미적 감각 하나는 정말 타고났네. 비뚤어 질대로 비뚤어졌어.”
유천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곧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록과 라이헤르를 보며 씩 웃었다. 그와 동시에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마룡의 외침을 듣고서 태연히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마룡에게는 들릴 일이 없겠지만 그것을 들은 발록은 그대로 유천의 말에 전면 부정을 나섰고, 라이헤르는 유천을 쏘아보며 투덜거렸다.
“뭐, 어때. 이제 진짜 꽃꽂이가 될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여전히 웃으며 마룡의 몸에 달려들어 꽂히는 가시덤불의 파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다시 서로 엉키기 시작해 다시금 마룡을 묶기 시작했고, 아까와는 달리 공격적으로 줄기를 마룡의 피부 안으로 쑤셔 박기 시작했다. 아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식물에 달려있는 가시라는 건 말이야. 뭔가를 지키기 위해 있는 거라고. 뭐 별종은 몇 개 있을 지 몰라도. 대부분은 그렇지.”
유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발록과 라이헤르의 고개도 저절로 마룡을 향해 돌아갔다. 마치 일부러 유천이 노리기라도 한 양, 가시덤불의 줄기들은 유천이 벗겨낸 마룡의 비늘이 있던 자리를 순식간에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마룡의 비명소리와 함께 유천은 덧붙였다.
“내가 던진 보석은 이정표. 메인은 네 드래곤 하트다.”
유천의 말과 함께 마룡의 몸체는 양분을 전부 다 빨린 양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마룡의 몸을 휘감고 있는 가시덤불들은 점점 커져갔다. 곧 가시덤불의 군데군데에서 꽃봉오리가 피어 오르자 유천은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마룡을 잡은 보상이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와…….”
“…….”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뉘었다. 애초에 마계에서 더 잔인한 장면을 밥 먹듯이 봤던 발록은 마룡의 남은 몸체를 집어 삼키듯 가리고서 피어나는 붉은 장미들의 세례에 감탄사를 내뱉는가 하면 라이헤르는 대놓고 표정을 찌푸리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쓸 유천은 아니었지만, 유천은 곧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헬 파이어.”
그 말과 동시에 유천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헬파이어가 지나가자, 마치 모세가 지나간 홍해마냥 쩍 갈라지는 덤불을 보며 유천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마룡과의 거리는 상당히 멀리 있었지만, 블링크를 써가며 움직인 유천은 곧 마룡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온 몸의 피부가 말라붙어 등가죽이 뼈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며 잠시 서 있던 유천은 마룡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게 왜 날 건드려? 입고.”
유천은 분명히 조롱조가 분명한, 그러나 그 대상은 다시는 듣지 못할 소리를 지껄였다. 그리고는 마룡의 머리에서 손을 떼자마자 마룡의 사체는 공중에 붕 뜨더니 마치 그로테스크와 골렘이 튀어나온 공간마냥 찢어진 검은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곧 유천을 따라 온 발록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그렇게 죽이고 아예 다 가져갈 거였으면 처음부터 그러지 왜 비늘을 뗐어?”
“뭐, 이 방법을 쓰면 비늘이 많이 상할 테니까. 그리고…….”
“그리고?
발록의 물음에 대답을 하며 뒷말을 흐리는 유천을 보며 라이헤르가 궁금하다는 듯 되물었다. 유천의 뒤를 쫓으며 발록에게 유천과 마룡의 악연을 대충 전해들은 라이헤르는 굳이 유천의 앞에서 마룡에 대한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저 같아도 자신을 먹어 치운 놈이 있다면 그대로 달려가 유천보다 더 심한 꼴로 만들 자신이 있었으니까.
“괴롭히고 싶었어. 그냥, 그게 다야.”
“복수가 아니고?”
“그게 그거잖아. 괴롭히는 거나 복수나.”
어이가 없다는 눈초리로 자신을 보며 물어오는 발록을 보며 유천은 다시금 대답했다. 어차피 자신에게 있어선 그게 그거였고, 마룡 덕에 새로운 스킬들(어디 가서 쓸 지는 모르겠다만)도 얻었으니 기분도 좋았다. 물론 마지막에 산성을 뒤집어 쓴다든지 땅에 처박혀 밟힐 뻔한 것은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제 목적은 달성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척이나 오랜만에 보는 듯한 메시지가 유천의 눈 앞에 나타났다.
-단순한 괴롭힘으로 상대를 빈사상태로 몰고 간 당신은 진정한 진성 S입니다. 타이틀 [사디스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컥-!”
그리고 그 순간 유천은 아까 전 마룡에게 패대기 쳐졌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유천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발록과 라이헤르였지만, 유천은 곧 밖에서 자신을 부른다는 호출 메시지에 간단한 말을 건네고는 게임을 종료했다.
-외부에서의 접촉이 있습니다.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아, 급한 일이 생겼네. 나중에 보자.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그 동안 근처 마을 가서 놀고 있어.”
“뭐?”
“야, 어디가!”
유천의 말에 반발하듯 외치는 발록과 라이헤르를 뒤로하고 게임을 종료한 유천의 눈에는 익숙한 공항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마치 환자라도 된 양 들것에 실려서 옮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은 욕을 지껄였다.
“젠장 도착하면 깨우라고 했잖아.”
“아, 미안. 공항 도착하면 깨우라고 한 줄 알았지. 어차피 세시간 걸리는 비행기 두 번만 타면 도착인데 나랑 대화나 하면서 가자. 응?”
유천의 욕설에도 웃으며 저에게 고개를 들이대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소피아는 아직까지 누워있는 유천의 고개 바로 앞으로 제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다. 그리고 소피아의 긴 금색 머리카락이 유천과 소피아의 얼굴을 가린 그 순간, 유천을 바라보며 소피아가 입술을 달싹였다.
‘너, 조심해. 아버지가 네가 아시아 서버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눈치 챘어.’
============================ 작품 후기 ============================
난 어째서 불같은 금요일에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구르다가 집에와서 바로 곯아떨어졌고, 새벽에 일어나 이걸 쓰고 있던 거지? ㅁㄴㅇㄹ 멘탈이 붕괴되는 듯한 느낌...근데 마영전 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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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 : 우와 휴대폰 간수는 잘하셔야죠. 액정이 마치 마룡의 비늘처럼 처참하게 되어버렸군요
//그러게요. 집어던지는 게 아니었어요 ㅋ 뭐, 오늘 수리해서 가져왔
researchers : 아.. 마룡 불쌍해지는...
//거기다 주금. 불쌍불쌍
BlackRaccoon : 마룡고기는야생의좋은영양공급원이죠그러므로제가한번먹어보겠습니다.
//얘는 못 먹을듯여. 다 말라붙었긔
코스믹 : 먹자면 먹을 수는 있을 텐데...
//뼈에 붙은 작은 고깃점이나 건질런지 의문.
인핀 : 그러고보니 드래곤은 본래 양성 아닌가
//제 세계관은 성 정해져서 태어나긔. 안그러면 라이헤르랑 얼떨결에 입을 맞춘 유천이가 너무 불쌍해짐
opweration : 탈탈 털어가는 우리의 주인공..... 아 위드보다 더한거 같아 대단히.... 복수심이 강하군
//다른 말로는 뒷끝이 엄청 긴 찌질...쿨럭-
적현월 : 재밌게 읽고 갑니다. 마룡 싹다 털림. 그리고 고문과 도축스킬 GET. 마룡은 조흔 고기가 된다죠.
//ㄴㄴ해여 조흔 뼈다귀
자이번 : 마룡을 죽여서 본 드레곤화???
//올ㅋ?
YselAin : .... 아... 심히 안쓰러워..
//미안해 마룡찡
당가 : 마룡은죽어도버릴게없겠다ㅋㅋㅋㅋ
//그러게요. 버릴 게 없네..ㅋ
arcadia1019 : 유천이가 나빳네..ㅇㅅㅇ
//개나쁜듯.
파릇초 : 스킬 얻음
//[유천]:이게 뭐지? 도축? 비늘이나 더 뜯어볼까? [마룡]:...!!
킴치맨 : 불쌍하내. 돈되고 무기되고 식량되는 드래곤. 그는 차켓습니다.
//아아. 그는 갔습니다. 용의 침묵 中.
은or : 마룡만 굴리시다니..마룡이 불쌍했어..어쨌든 잘보고가요~
//너무 불쌍하긔...약간이지만 죄책감이 들었달까
인간님 : 고문스킬ㅋㅋㅋㅋ이젠 유천이 그대로 당할 차례ㅋㅋㅋ
//근데 저 나쁜놈이 영자 파워 두르고 옴. 브레스 맞았는데 멀쩡. 젡
DeButy : 당한만큼 돌려주는게..!
//는 실패.jpg
가이오가 : ㅋㅋㅋㅋㅋ마룡뭔가 불쌍..ㅋㅋㅋ
//지 깨웠다고 잡아먹었다가 영혼까지 탈탈 털림
AQ240 : 피랑 심장도 쓸만헌데 ㅋ
//가질 생각이 없는듯요
Darkness1021 : 유천이가 날 죽여서라고말할것같은건나뿐인가
//뒤에 독백에 덧붙였긔. 근데 결국은 날 죽여서가 맞음여 ㅋ
바람기억 : 드래곤하트랑 눈 피 가죽 고기 뼈... 드래곤은 버릴데가없네...ㅋㅋㅋ
//소도 버릴 데가 없죠. 고기라던지 고기라던지 고기라던지 말이죠.
용의 침묵 -신유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자비롭던 나의 도마뱀은 갔습니다.
산성 입김을 내뱉고 가시덤불을 뒤덮고서 난 저 하늘로 가는 길로
날아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그 눈깔은 썩어빠진 동태눈깔이 되어
한줌의 가루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날카롭던 그 송곳니에 씹히던 추억은 나의 복수의 불꽃을
붙이고 뒷걸음쳐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복수의 향기에 귀먹고 도마뱀같은 그 얼굴에
죽빵을 날렸습니다.
복수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때릴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복수는 뜻 밖의 일이 되고
놀란 그는 한번에 갔습니다.
그러나 복수는 쓸데 없는 피만 흘리고 마는것은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 인줄 아는 까닭에, 겉잡을 수 없는
복수의 힘을 옮겨서 그의 콧구멍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때에 죽을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도망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그를 버리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복수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감싸고 돕니다.
원작: 한용운 - 님의 침묵
어째서인지 불금을 못 즐겼다고 새벽에 멘탈이 쪼개진듯. 어쩌다 그 좋은 시를 저리 개떡같이 바꾼거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