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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또 배냐? 귀찮게. 야 소피아, 너희들 멀쩡히 살아있는 놈 죽은 놈으로 만들고 없는 인간도 만들어내면서 왜 이런 건 귀찮게 돌아가냐?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안되냐?”
“알잖아, 아버지가 보안 하나는 정말 신경 쓰는 거.”
“지랄, 네 아버지지. 내 아버지냐?”
유천이 타고 있던 헬기가 운항중인 여객선 위에 내려앉자, 앞에서 기사가 유천과 소피아를 향해 말했다. 눈을 감고 있던 유천이 밖을 쳐다보며 귀찮다는 듯 말하자 소피아가 애써 미안한 기색으로 유천의 양해를 구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유천이 아니었다. 되려 욕을 지껄이며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으니 말이다.
“이해합니다. 저희 사장님이 그런 면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죠.”
“넌 또 뭐야?”
“이번 일만 잘 해결된다면, 다음부터는 이렇게 돌아서 갈 필요는 없을 테니 이번만 참으세요.”
귀찮다는 듯 유천이 팔짱을 끼고서 아예 다리까지 꼬고선 내릴 뜻마저 없어 보였다. 그러는 유천을 향해 말을 건네는 기사를 보며 유천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싸늘히 받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설득하듯 말하는 기사를 향해 유천은 혀를 차고는 앉아있는 소피아를 밀치고서 헬기에서 먼저 내리고는 말했다.
“뭐해? 가야 된다며. 안 내려?”
“어, 어? 갈게.”
몹시나 신경질적으로 다그치는 유천을 향해 말까지 더듬어가며 대답하는 소피아를 뒤로하고 유천은 먼저 걸어갔다. ‘어차피 이 배에서도 안내자가 하나쯤은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말이다. 단순하기 그지없지만 자신을 감시하는 그가 자신이 멋대로 행동하게끔 감시자를 붙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따라오시죠.”
그럼 그렇지.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웨이터복을 입고서 자신을 안내하기 시작한 사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뒤이어 따라오는 소피아가 보였지만 유천은 굳이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일단 자신이 세운 계획을 조금이라도 시행하려면 일단은 저 녀석과 멀어진 척이라도 해야 됐다. 방해를 받지 않으려면.
“여기서 하루만 지내십시오.”
“먹을 건 제 시간에 맞춰서 올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나중에 부르시죠.”
꽤나 좋은 방이었다. 유천 하나가 묵기에는 꽤 클 정도로. 여태껏 유천이 그룹의 일을 처리하며 탔던 배나 묵었던 호텔의 특실과 비교해도 굳이 밀리지 않을 정도면 말 다했다. 무엇보다 침대의 크기가 혼자 쓰기엔 상당히 크다는 것이 마음에 든 유천은 침대에 드러누워서는 뒹굴 거리기 시작했다.
스윽-
“…….”
“…….”
그리고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침대에 뒹굴던 유천도 문을 열고서 갑자기 들어오던 소피아도, 그 자리에서 멈춘 채로 아무런 말도 못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에 그 누구도 보지 않고 있다는 그 안도감 속에서 침대 위를 뒹굴 거리며 기지개를 켜던 유천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소피아도 열린 문 앞에서 굳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도 소피아였다.
“아, 안녕?”
“……네가 왜 여기 있냐?”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소피아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유천이었다. 둘 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표정과 말투였지만 둘은 그저 신경도 안 썼다. 서둘러 문을 닫고 들어오는 소피아도,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천은 소피아의 대답을 기다리며 방 한쪽의 의자에 앉았다.
“내……방도 여기라던데?”
“……미친.”
깜박했다. 그 미친놈이 나한테 감시를 붙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꺼낼 때는 주저하더니 뒤에 가서는 주저하지도 않고서 말을 이어가는 소피아를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면서 유천은 욕을 지껄였다.
“길어야 하루다. 귀찮게 들러붙지 마.”
“어, 그래.”
유천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침대에 드러눕고서 눈을 감자 소피아도 어색하게 대답을 마치고는 아까까지 유천이 앉아있던 의자로 몸을 옮겼다. 물론 눈은 누워있는 유천에게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헬기에 올라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으니 이상한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혹시라도 일부러 거리를 벌리는 것이라면 자신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는지 생각해야 될 순간이었다. 물론 유천은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겠지만.
“뭐해. 잘 거면 얼른 올라가서 자.”
유천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다 지고 난 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이 툭 하고 던진 말이었다. 귀찮다며 소피아를 툭 치고 가는 유천을 보며 깜짝 놀라 일어선 소피아는 유천이 툭 밀자 힘 없이 침대로 엎어졌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최대한 소피아에게서 멀찍한 곳에서 침대에서 누운 유천은 눈을 감았다.
“자고 있어?”
“오냐. 그러니까 좀 자라.”
눈을 감고서 등을 돌리고 누워선 유천을 향해 말을 건네는 소피아를 바라보지도 않고서 유천은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자신도 여자인데 이렇게도 무심히 자신을 뒤로하는 유천을 보며 볼을 부풀린 소피아는 투정이라도 부리듯 입을 열었다.
“난 누구 때문에 오던 잠도 다 달아났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투정 섞인 소피아의 중얼거림에 유천은 단칼에 소피아의 말을 잘라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을 거는 소피아를 향해 욕을 지껄이려던 순간 멈칫했다. 제 등뒤에서 안아오는 소피아 때문이었다. 그러나 멈칫한 것도 잠시,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몸을 돌려 소피아를 밀어냈다.
“이게 미쳤나. 나 여자 있는 거 아는 년이 이러냐?”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내 얘기 좀 들어줘.”
유천이 밀어내려 하자마자, 제 온 힘을 다해 유천을 껴안아오는 소피아가 중얼거리자, 유천은 소피아를 밀어낼 생각을 포기하고 말았다. 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끌어 안는다면 유천 자신으로서도 쉽사리 밀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냥 얘기 좀 들어주고 끝내면 될 일이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제 가슴팍에 닿는 푹신함이 주였겠지만.
“우리 아버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 하지마.”
“뭐?”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앉아있다. 유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대꾸하자마자, 소피아는 유천을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내 말 안 끝났어.”
“젠장.”
이러면 반항을 할 수가 없잖아. 자신과 소피아는 원수이기 이전에 다 큰 성인 남녀였다. 유천은 자신에게 육탄 돌격을 하는 소피아를 굳이 말릴 이유가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해 봤자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채린이었으니 신경도 쓰이겠지만 막상 닥친 상황보다는 덜하리라. 유천은 제 말을 이어가는 소피아를 보며 욕을 지껄이며 소피아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 * *
[아저씨는 누구?]
그 당시의 소피아는 자신의 나이도 알지 못했다. 누가 부모이고,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어떻게 살아있는지 조차 모르는 빈민가에 차고 넘치는 고아들 중 하나였다. 그 날도 여느 다른 날과 다름 없이 길거리에 나가 구걸을 하던 도중, 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내미는 말끔한 인상의 사내를 보며 물었다 머리도 검고 피부도 검은 사내가 다가온 것에 대한 궁금증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했다.
[먹고 싶어?]
갓 구운 빵인 것인지 김마저 무럭무럭 피어 오르는 빵과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던 소피아는 주저 없이 사내가 든 손을 맞잡고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더 많이 줄 테니까.]
사내는 빵 하나를 들고서 입 안 가득 베어 물고서 오물거리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더 많이 준다는 사내의 말을 들은 소피아는 크게 눈을 뜨고서 사내를 쫓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쫓았다.
[응? 빵이 어디 더 있다는 거야?]
사내를 따라 깊은 골목까지 들어온 소피아의 눈에는 어디를 봐도 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금새 다 먹어버린 빵과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화가 난 소피아가 사내에게 말하자, 사내는 웃으며 주머니에서 빵 하나를 더 꺼내 소피아에게 건네주었다.
[착하지?]
친절하게 말하며 푸석푸석한 금발을 쓰다듬는 사내의 말을 들으며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빵을 조금 뜯어서는 사내에게 내밀었다.
[고맙다.]
싱긋 웃으며 빵을 받아 드는 사내를 보며 웃어 보인 소피아는 마저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사내는 웃으며 소피아의 허리까지 길게 내려온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차츰 그 손은 머리카락을 지나 소피아의 누더기 같은 옷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에서 아무렇게나 꺼내 입은 옷은 허름하기 그지없었다. 사내가 몇 번 문지르자 바스라지듯 찢어지는 옷을 보며 크게 웃어 보인 그는 작게 부풀어오른 소피아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타앙-
그리고 그때였다.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며 몇 번 들어보았던 공포의 소리를 들으며 소피아가 비명을 지르며 엎드리자 그 위로 아까까지 소피아의 몸을 더듬기 바쁘던 흑인 사내의 몸이 엎어졌다. 그 무거운 몸에서 뜨겁기 그지없는 붉은 피가 제 몸을 적시자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거리던 소피아에게 손을 내밀고, 엎어져 숨을 헐떡이는 흑인 사내의 머리를 걷어차 소피아의 위에서 밀어내며 난생 처음 보는 피부색의 사내가 처음 듣는 언어로 중얼거렸다.
“버러지 같은 새끼. 이제 막 열 살이 넘어 보이는 꼬맹이를 덮치고 싶나?”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 살벌한 기세에 소피아가 몸을 떨며 도망치려 하자, 그 사내는 소피아의 손목을 잡아 이끌고는 제 소매를 끌어서는 소피아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영어로 말했다.
[난 저런 쓰레기랑은 달라. 날 따라오면 저런 더러운 꼴은 더 이상 안 보게 해줄 자신도 있지. 어때? 날 따라와볼래?]
그때는 공포에 질려있던 소피아는 차마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내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금새라도 사내의 반대편 손에 들린 권총 속의 총알이 제 몸을 후벼 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사내는 소녀의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당시 제대로 챙겨 먹은 것도 없어 빼빼 마르고 키도 160이 채 되어 보이지 않던 소녀의 손을 잡고서 앞서 걸어가는 사내의 웃는 얼굴은, 아직까지도 소피아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허허, 공지에 추천을 준 11명 감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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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본편 리리플
인핀 : ㅋㅋㅋ재대로된 관광이군
//화장실 관광 ㅋ
적현월 : 재밌게 읽고 갑니다. 도청찌질아 너도 우천이와 같이 구르려무나. 화장실 변기가 함께 할거야.
//엌ㅋㅋㅋㅋㅋㅋㅋ
킴치맨 : 귀찮지도않나.. 일일이들어가서내리는거
//엿을 선사하기 위해선 숭고한 희생도 필요하죠.
덱스트린 : 도청 + 위치추적 같은 최첨단 시스템을 넣어야하나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봤자 같은 건물이라 효과 없을듯. ㅋㅋㅋㅋㅋ
인간님 : 지원이도 은근히 불쌍한듯ㅋㅋ화장실 변기라니ㅋㅋ
//낄낄 그런가요?
BlackRaccoon : 유천이는작가가굴리고지원이는유천이가굴리는바람직한현실
//그쵸? 바람직하기 그지없긔
은or : 지원이는 뭔 죄여...ㅋㅋ 불쌍하지만..통쾌??.. 잘보고가요~
//사생활 침해죄? ㅋㅋ
바람기억 : 왠지 지원이 불쌍해지는..
//ㄲㄲㄲ
AQ240 : 얼마나 큰 빅엿을먹일지 궁금하다 ㅋㅋ 근대 그전에 몇번을 굴러야되 ㅋㅋ
//글쎄여. ㅋㅋ
카에린 : 장미칼로 작가님을 썰러 갈게요 기다려주세요
//와,왓?!
researchers : 잘보고 갑니다!!
//코멘트감사합니다!
파릇초 : 가오가이거?!
//ㅇ?
DeButy : 밥먹을때 개도 안건드리는데!
//얘는 미친개잖아요.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필요. ㅋㅋㅋㅋㅋㅋㅋ
archangels la : 유천이 굴림 지원이 굴림...결국 크리스님이 여신 하앍하앍
//앜ㅋㅋㅋㅋㅋㅋㅋㅋ
TetsuRyu :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굴려라 굴려!주인공은 굴려야 제맛ㅋㅋ
//그런거죠. 낄
소마광랑 : 모바일인데 아버지가 내걸로본다거 아버지아이디들어온걸 지금확인....아...파더 다메요!!
//앜ㅋㅋㅋㅋ파더 다메욬ㅋㅋ
불행마스터리 : 역시 유천은 굴려야 제맛? 근대 너무 굴리는듯?
//불행마스터리 마스터 찍어서 그래여. 스킬트리를 잘못탐 ㅇㅇ
세리신스 : 아....변기...ㅠㅠ 지원이는 무슨 죄야...ㅠㅠ 밥먹기 참....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요
arcadia1019 : 사실 지원이는 화장실 변기를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이런 츤데레같으니라고...
//앜ㅋㅋㅋㅋㅋㅋㅋㅋ츤데렠ㅋㅋㅋㅋㅋ
자이번 : 변기라.. 참 어찌보면 심한 어찌보면 소소한 복수네
//소소하지만 효과적인 복수. ㅋㅋ
341 공지 리리플
TimeWorker : 짧다!
//공지니까요! 훗!
BlackRaccoon : 아아아아아아아아안되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뭐어어어어어어어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researchers : 낚였다.. 월척이오~
//예이! 월척이구나!
킴치맨 : 이응.
//이응이응.
은or : 엌ㅋㅋㅋㅋ 낚임...ㅋㅋㅋㅋ 잼게 놀고오세여..ㅋㄱㅋ
//잘 놀고 왔어여 낄. 낚시 잼있긔
바람기억 : 월척...
//나이스!
덱스트린 : 나도 친구랑 계곡가느데 ㅋㅋㅋ
//ㅋㅋㅋ잘 놀고 오셨어요?
인간님 : 부럽다....난 시험인데....크흑 부러우면 지는건데....지는건데....ㅜㅜ
//ㅋㅋㅋ힘내여
DeButy : 유천처럼 굴리자!
//!?
AQ240 : 진드기 머겅
//?!
세리신스 : !!!!
//!!!
밀리리오 : 살인진드기와피부화상머겅!!
//?!! 나 죽으면 담편 안나와요! 그래봤자 살인진드기는 치사율 6%인가.
소마광랑 : ..이싸람이말야!엉!그런 중요(하지않은)한걸 이제말하면 어쩌잔(아주잘하잔)거야! 콱그냥 익사로 죽으(면 다음화 못본단말야!)란말야! (응?)
//네?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