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8 / 0440 ----------------------------------------------
반격
“도착하면 불러라. 게임 시작.”
헬기에 올라탄 유천이 소피아를 보며 말하고는 안전벨트를 제 몸에 채우고는 머리에 헤드 기어를 착용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제 짐은 회장이 이미 모두 챙겨서 헬기 안에 있었으니 유천으로선 상당히 편했다. 지겹게 하늘만 볼 일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유천은 자신의 권한으로 제 싱크로율을 올려 상처의 치유속도를 올릴 수 있으니 준비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어? 이거 너무 무방비 한 거 아냐?”
자신이 헬기에 올라타기 전부터 이 모양이라니, 무방비 해도 너무 무방비 해. 소피아가 툴툴거리며 중얼거렸다. 회장이 완전히 자신들의 편이란 것은 단정짓기도 어려운 판국에 그의 사람 아래서 이리도 가벼이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는 유천을 보며 소피아는 툴툴거리기 바빴다.
“히히. 뭐, 그래도 이런 건 괜찮네.”
그러나 그것도 곧 잠시, 유천의 안전벨트를 풀고는 히히거리며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녀를 막아줄 운전사는 헤드셋을 쓰고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거칠게 없는 소피아는 키득키득 웃으며 유천의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자신이 바라던 살갗의 부드러움 대신 차가운 헤드 기어의 금속 따위의 차가운 감촉이 닿았지만 얼굴에 비친 웃음기는 사라질 기미가 없어 보였다.
* * *
“…….”
“…….”
“저기, 왜 아무런 말도 없는 건지 물어도 될까?”
게임에 들어온 유천은 곧 당황했다.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앞에 자리잡은 두 여인네들을 바라보며 ‘안녕?’ 이라는 소리를 지껄였다가 보기 좋게 실컷 얻어 맞았던 것이었다. 기어코 발록이 으르렁거리며 아공간에서 검은색 검을 하나 뽑는 그 순간에서야 정신을 차린 라이헤르가 후다닥 발록을 말리기는 했지만 이 불안하기 그지없는 대치상태는 벌써 십 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너 말이야. 얼마 만에 우리 앞에 나타난 건지는 알아?”
“…….”
아직까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발록을 애써 무시하며 유천이 고개를 돌리자, 그 방향에서 난데없이 블링크를 쓰고 나타난 라이헤르가 심통이 난 얼굴로 유천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심코 유천이 뒷걸음질 치자 라이헤르는 그러는 유천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농담으로 건네는 말은 아닌 듯 눈동자가 쭉 찢어지며 금색으로 물드는 것으로 보아 화가 단단히 났다 생각한 유천은 대답 없이 고개만 스윽 돌렸다. 대답을 회피한 것이었다.
“너 진짜…….”
“……미안.”
아예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는 듯 등마저 돌리는 유천을 보며 라이헤르가 어이조차 없다는 듯 외치려 한 순간 발록의 앞에서 유천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차마 그런 반응이 돌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둘이 눈을 크게 뜨고 유천을 바라보자 유천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너희가 그렇게 걱정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 연락도 안하고 사라져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도록 노력해볼게.”
“어, 뭐 그래.”
그나마 대답을 한 것은 라이헤르였다. 라이헤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유천과 함께했던 발록은 유천이 그렇게 쉽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할 줄은 몰랐는지 아직까지도 입을 벌린 채 유천을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유천의 사과를 받지 않을 수도 없으니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내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뭐, 오늘 기분 좋은 일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채린을 보지 않았더라면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대놓고 공격까지 가하는 둘을 가만히 두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둘을 쓰러트리지는 못하더라도 단순히 제압을 하거나 도망치고서 회복하고는 아예 잠수라도 탈 수도 있었지만, 둘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을 준 것도 계속해서 유천과 인연을 맺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채린의 덕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둘은 아직까지 유천을 이상하게 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야, 씨팔. 시스템 콘솔 띄워.”
그러는 그들을 그대로 두고서 유천은 근처의 나무에 기대어 앉고는 중얼거렸다. 꼴에 나태와 교만을 담당한답시고 그냥 말하면 관심도 안 가질 게 뻔하니 일부러 그녀가 듣기 싫어하는 별명까지 붙여 부르는 유천이었다.
-뭐라고 했냐. 이 빌어먹을 새끼야?
빙고. 유천은 거친 욕설과 함께 들려오는 청아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빙긋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어 시스템 콘솔을 띄우라 명령했다. 그런다고 말을 들을 슬로스가 아니었으나 유천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나 지금 너희 기지로 귀환 중이다. 어디 메인 컴퓨터실에 생수 한 병 들고 구경이나 가볼까?”
-개, 개새끼!
“마음대로 생각해. 난 내 상처나 치료해야겠으니까.”
유천의 협박에 슬로스가 당황하며 크게 욕설을 지껄였지만 유천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냥 놔두더라도 한 달이 조금 넘지 않아 완전히 나을 정도의 가벼운(?) 상처였고. 들어주건 안 들어주건 일단 유천은 메인 컴퓨터실에 있는 슬로스에게는 생수를 한 병이 아니라 바가지라도 부어줄 생각이었으니까. 결코 유천이 을이 될 일은 없던 것이 그토록 당당할 수 있는 이유였다.
-너, 나중에 두고 봐!
“그래. 나중에 두고 보자.”
네가 싫어도 보게 될 거다.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슬로스가 제 눈 앞에 띄운 콘솔을 조용히 바라봤다. 어딜 봐도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듯한 유천의 모습을 보며 발록과 라이헤르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유천은 별 반응 없이 제 허리춤의 권총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발록과 라이헤르도 유천을 바라보던 그 이상한 눈초리를 거뒀다.
“살아있는 제 뇌를 살아서 보는 놈이 몇이나 될까?”
문득 유천은 그것이 궁금해졌다. 슬로스가 띄운 콘솔이 여태 자신이 띄워서 보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던 것이었으니까. 여태껏 자신이 슬로스에게 받은 권한으로 띄운 관리자 전용 콘솔은 유천이 환경 설정 등을 위해 띄우는 메뉴와 비슷한 모양이었더라면, 지금 이것은 사용자의 뇌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를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그 뇌 모양의 콘솔 위로 유천의 이름이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까 이 년이 내 속을 알고 박박 긁어댔다 이거네.”
유천은 콘솔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 원래 띄울 수 있는 게 한가지인지 아니면 권한을 일부러 제한해서 준 것인지는 몰라도 하나밖에 없는 제 뇌 모양의 콘솔을 보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물론 주위에 있던 발록과 라이헤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 콘솔이었지만 유천은 무심코 둘의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콘솔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감정 관리 콘솔이라 떠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 동안 슬로스는 유천의 감정을 살피며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약을 올렸다 이 얘기였으니 말이다.
“어디 보자…….”
유천은 콘솔을 기웃거리며 싱크로율 관리기관을 찾기 시작했다. 감정과는 달리 감각에 대한 콘솔이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 유천이 중얼거렸다. ‘이 놈은 감정은 신경도 안 쓰고 단순히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군.’이라며 말이다. 뭐,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안가 그 사람의 감정이 평소와 달리 보인다면 의심을 받을 수 있었으니 일부러 배제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감각 등의 관리는 깊숙한 곳에 처박아 짧은 시간 안에 쉽게 발견할 수 없게 해둔 것도 자신과 관리하는 메인 컴퓨터들, 그리고 경비시스템을 과신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 같으면 추가로 암호나 그런걸 걸어둘 텐데 말이지.”
남들이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하려면 말이야. 유천이 조용히 중얼거리며 감각 관리 콘솔을 가볍게 터치하자, 유천은 순식간에 뇌 모양의 콘솔이 여태껏 자신이 보았던 그 콘솔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유천은 제 싱크로율을 90%대로 올리고는 콘솔을 닫았다. 그리고는 게임 속에서는 멀쩡하기 그지 없는 제 몸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힐.”
신성력 따위가 아닌 오직 마나를 이용해 세포를 활성화해 치료 속도를 향상시키는 마법. 이것으로 게임 바깥에서는 뇌가 게임 속에서 한 것처럼 세포를 자극해 치료 속도를 조금이지만 향상시킬 것이었다. 그 작업을 몇 번 반복한 유천은 다른 콘솔을 열었다. 예전부터 슬로스가 제게 넘긴 콘솔이었다.
“기왕 할 거라면 제대로 한 방 터트려야 되지 않겠어?”
장난을 준비하는 개구쟁이마냥 웃어 보인 유천이 콘솔을 조작하자 오래지 않아 콘솔 위에는 한글로 또박또박하게 글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시아 서버 접속 중……]이라며. 그 콘솔을 바라보며 유천은 콘솔을 잠시 접어서 내려두고는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아시아 서버였다. 동아시아고 서아시아고 없이 다 합친 통합 서버. 인도와 중국을 포함해 자신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는 한국서버도 있다는 말이었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천은 몸을 일으키는 자신을 보고 있는 발록과 라이헤르들의 어깨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텔레포트.”
============================ 작품 후기 ============================
이제 롤 접속보상 받으러 가야겠네요. 낄. 다음 편은 10년후 외전 갑니다.
-------------------------------------------------------------------------------
AQ240 : 구른대가로 얻은 값진키스 ㅋ
//ㅋㅋㅋ글쎄요, 그 앞에는 더한 구름이 있을지도
BlackRaccoon : 아제리드가아닌리드당하는쪽이네ㅋㅋ
//잠수타더니 리드실력이 퇴화한듯. 역시 바퀴벌레
archangels la : AQ240님 이건 구른게 아니에요 준비운동이지...후후후후후후후후 양손꽃의 대가일뿐.. 자 이제 키스의 댓가를 받으리라.... 후후후후후후후후
//엌ㅋㅋㅋㅋㅋㅋㅋ어디선가 암울한 오오라갘ㅋㅋ
researchers : 키스의 대가는 무한굴림ㅋㅋ
//에이, 알면서★
은or : 키스= 엄청난 굴림이 기다림..?
//어느샌가 공식이 완성되었다?!
적현월 : 좋아! 그렇게 양손의 꽃에 먹혀버려라! 그리고 계속 굴러버려라! 너에게 휴식은 사치다!
//어엌ㅋㅋ
DeButy : 본격 솔로염장지르기.......
//본인도 솔로, 눙물눙물
파릇초 : 그냥 죽여 시끄럽네
//!?
인간님 :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이게 무슨 소린지 맞추시면 작가님은 천재!!유천이는 헬기타고 슝~~
//ㅋㅋ...뭐지 저 소리는..
인핀 : @양손의 꽃이 독화이기를 빈다
//으잌ㅋㅋㅋㅋㅋㅋㅋ
덱스트린 : 콜 오브 듀티의 사운드트랙을 보면서 으히으이어흐어이아 하고있었다. 그런데 음악에서 갑자기 박진감 넘치는 타이밍이라서 우아아아악! 여기가! 진리다! 소프! 어서쏴! 거리고있는데 키스장면나옴.
//미안여. 박진감 넘치는 타이밍 망친듯
arcadia1019 : 와우 드디어 본격 유천이 굴리기 프로젝트!.. 키.키스가 부러워서 이러는건 아니야!
//으잌ㅋㅋ
킴치맨 : 채린이가 꽤 대담해졌내요. 그리고 유천이가 또다치겠찌
//그거슨 당연한 이치
가이오가 : 히히. 잘보고가요ㅎ
//헤헤 코멘트 감사합니다 ㅋ
심심판타지 : 장미칼빵~
//으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