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7 / 0440 ----------------------------------------------
반격
“너 어떻게…….”
“너 멍청이냐. 내가 설마 내 몸에 대고 위험한 곳에 쏠 것 같아?”
뭐, 아직까지 움직일 정도로 괜찮은 건 아니지만. 조용히 덧붙이는 유천의 말을 귀신같이 들은 채린이 유천에게 매달려서는 다시 침대에 눕히자 그제서야 소피아도 기억해냈다. 유천의 몸 안에 박혀 있던 총알 둘 중 그 무엇도 위험하다 싶은 부위와 근육은 교묘히 피해 자리잡고 있던 것을. 그리고 유천의 상처가 살짝 벌어져 피가 베어 나오는 것을 보며 호들갑을 떠는 채린을 보며 소피아는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난 저기까진 무리일까?’
자신은 피에 너무나 익숙했다. 이미 저렇게 작게 베어 나오는 피를 보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렇지만 저거 하나는 부러웠다. 작은 것 하나에도 호들갑을 떨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되기에는 이미 자신은 너무나도 타락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소피아는 유천이 좋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자신과 비슷하게 피가 그리도 익숙해졌음에도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살고, 행동하는 그 모습이 인형과도 같이 연기만을 하며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는 자신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으니까.
“그만 눌러. 피도 이제 그쳤다고. 얼른 가봐야 할 곳도 있고.”
그리고 유천은 벌어진 상처 사이로 나오는 피를 보며 깜짝 놀란 채린이 구급차에서 찾아낸 깨끗한 천으로 유천의 상처를 눌러 꾸역꾸역 베어 나오는 상처를 내리 누르자마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통증에 표정을 구기며 대답했다. 무심코 나온 날카로운 말투에 채린이 당황에 떨어지자마자 유천은 제 상처를 누르고 있는 천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가야 할 곳이라니?”
“아아, 내가 두발 쭉 뻗고 자려면 꼭 가야 될 일이라서.”
그리고 그런 유천을 보며 유천이 한 말의 요점을 콕 집어내는 채린을 바라보며 유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확실히 그 인간이 살아있기만 한다면 유천은 어디 한 곳에 놀러 가더라도 죽을 각오를 하고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야 한다. 그런데 발을 쭉 뻗고 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이 없는 소리니 유천으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제 도착한 것 같군. 이제 우리는 짧은 작별인가?”
“할아버지. 작별이란 단어는 이럴 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허허, 그건 그렇지.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네.”
곧 브레이크를 밟은 구급차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유천이 누워있는 침대에까지 충격을 전달하자 회장이 유천을 바라보며 악수라도 하자는 듯 오른손을 쭉 뻗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자마자 유천이 핀잔이라도 주듯 가벼운 말투로 대꾸하며 손을 마주잡자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이고는 먼저 구급차에서 내렸다. 뒤를 이어 소피아가 잘 해보라는 듯 유천의 어깨를 툭툭 치고서 회장을 따라 차에서 내리는 소피를 보며 유천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 그러고 보니까. 이제 우, 우리 둘 뿐이네?“
“……!”
이것 때문이었나! 유천은 재빨리 소피아를 따라 차에서 내리려 하며 속으로 외쳤다. 도대체 회장과 소피아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탓에 어색하기 그지없는 자신과 채린을 둘만 남겨둔 것만 보더라도 둘은 정상이 아님이 확실했다.
“왜 벌써 가려고 해.”
이, 이 누나 왜 이래! 유천은 갑자기 제 어깨를 붙잡고 한쪽 벽으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채린을 보며 당황해 속으로 외쳤다. 이미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과 등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느껴지지 않은지 오래다.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채린의 얼굴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풉.”
아, 이 누나 왜 이렇게 귀엽지? 당황하던 기색의 유천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구급차의 조명 아래 빛나는 눈동자가 스르르 감기고, 까치발을 들어 유천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추려던 채린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기껏해야 유천의 턱 근에도 닿지 못했는데 기를 쓰고 입술을 맞추려는 모습이 귀여워 무심코 웃음이 나오는 유천이었다.
“씨…….”
“어어?”
유천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채린은 화라도 난 듯이 이를 꽉 물고서 으르렁거리던 것도 잠시, 유천의 멱살을 잡고서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설마 그렇게 반응을 할 줄은 몰랐던 유천이 당황해 끌려가자 채린은 그런 유천을 비웃듯 웃음을 지으며 제 입술을 유천의 입술에 맞췄다.
“으읍!”
그냥 입을 맞추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아예 유천이 뒤로 빠지지도 못하게 벽으로 밀어놓고서는 허리를 펴지도 못하게 유천의 양 볼을 붙잡고서 입술을 부벼대면서도 유천의 얼굴을 놓지 않았다. 크게 뜬 눈은 절대 닫히지 않을 듯 채린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채린은 그런 유천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이, 이게 무슨…….”
결국 채린이 입술을 때어낸 것은 제 숨이 차도록 유천의 입술을 마음껏 맛본 후였다. 만족한 듯이 한숨을 내쉬는 채린이었다. 그러는 사이 유천이 채린을 보며 외쳤지만, 채린은 작게 웃으며 유천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키. 스.”
“그,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더 진하게 해줄 걸 그랬나…….”
도대체 자신이 없는 사이 채린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일까? 유천은 그 사실 하나로도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해왔다. 그 전까지만 해도 부끄러워하는 역할은 채린이, 항상 주도는 유천이 해왔었는데 지금 저 모습은 무척이나 도발적이기 그지없었다.
“그, 그런 소리 하지 마. 적응 안되니까.”
애써 당황한 목소리를 감추며 유천은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채린은 ‘히히’거리며 웃고는 혀로 제 입술을 핥았다. 그 표정을 보며 침을 꿀꺽 하고 삼킨 유천은 애써 등을 돌렸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시간을 오래 끌수록 저쪽에서는 예상을 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에? 벌써 가는 거야?”
“응. 아까 그 할아버지랑 기다리고 있어.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유천이 등을 돌려 다시 구급차를 나서려 하자 채린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내심 유천과 더 있고 싶어서 어울리지도 않는 성격을 연기했던 것인데, 수확이라고 한 것이 유천의 당황한 얼굴 말고는 없었으니 아쉬운 것은 당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구급차에서 내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채린 또한 구급차에서 내렸다.
“어라?”
유천은 당황했다. 기껏 구급차에서 내렸더니 위치한 곳이 공항도 아니고, 항구도 아니었다. 원활한 서버의 유통을 위해 전국 곳곳에 설치한 유니온의 지부였다.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회장의 생존이 드러나서는 안되었다.
“안심하게. 이쪽 지부의 사람들도 오늘은 휴가니 말이지.”
뭐, 경비야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으니 괜한 걱정은 말게. 의심 어린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유천을 보며 회장이 덧붙였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 유천이 회장을 따라 건물로 들어가자, 회장이 입을 열었다.
“자, 그래서 이 뒤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건물로 들어서고 얼마 가지도 않았다. 유니온 본사에 비해 작기는 했지만 커다란 규모의 건물에 들어온 소피아와 채린이 둘러보며 이것저것 만지고 있는 동안에 회장이 유천에게 질문을 했다. 곧 유천은 그 대답을 내놓았고, 회장은 만족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우선 놈을 한국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에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후후, 이것 참 말년에 일이 참 재미있게 돌아가는구먼.”
옥상으로 올라가게. 회장은 그 말을 덧붙였다. 그 뒤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지으며 유천과는 반대로 지하로 내려가는 회장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고는 여태껏 구경하기 바쁜 소피아의 뒷덜미를 잡아채고서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다.
“어어, 어디가?”
“시끄러워. 따라오기나 해.”
곧 당황한 소피아가 유천을 돌아보며 멍하니 중얼거리자 유천은 귀찮다는 듯 소피아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그러자 탐스러운 금발이 찰랑거리며 유천의 눈 앞을 어지럽혔지만 유천은 귀찮다는 듯 손으로 제 눈가를 가리는 소피아의 머리카락을 쳐대며 걸음을 내디뎠다.
“유천아?”
“다녀올게.”
그리고 유천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야 그것을 눈치챈 채린이 등을 돌려 유천을 바라보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제서야 채린은 오랜만에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유천의 웃는 얼굴을.
“근데 옥상에는 뭐 하러 가는 거야?”
“뭐기는, 헬기 타러 가는 거지.”
그것도 모르겠냐? 바보자식. 유천은 중얼거렸다. 여태까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부터 대충은 짐작했을 텐데 물어오는 소피아를 보며 키득거리며 대답한 유천은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천은 근처의 계단으로 올라갔다. 곧 유천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깝다 생각되는 푸른 하늘과 금새라도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다는 듯 프로펠러를 힘차게 돌리고 있는 헬리콥터 하나였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함다. 곯아떨어져서리..
-------------------------------------------------------------------------------
덱스트린 : 아 이런 젠장 바퀴벌레보다 더한놈 징하다징해 진짜 아오 뭔 미생물이냐 아니 단세포니? 생물은 맞니? 아니 그렇다고해서 나쁜마음이잇는건아님 ㅇㅇ
//동감 또 동감이요 ㅋ
ordeal : 왜 두코지 요번도
//글쎄요. ㅋ
archangels la : 소피아... 크윽 유천이를 더 굴릴수는 없는거냐!! 이게최선이야!!
//ㅋㅋㅋ
인핀 : 아 하기야 랄까 소피아와 채린의 양손의 꽃이란ㄱ
//신유천 개깩기
파릇초 : 음 코멘트 달기가 뭐하다 흐규흐규
//리코 달기도 뭐하다 흐규흐규
킴치맨 : 마지막이라.. 그래 유천의생명이 마지막! 은베드엔딩
//올ㅋ
심심판타지 : 슬슬갬에들어가면 발록이특수아이템장미칼을들고기다리고있을껍니다!
//그러쿤요
researchers : 잘보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인간님 : 징하다 정말....총맞고 그렇게 움직이네ㅋㅋ
//약 맞아도 안 죽는 바퀴벌레 같으니...
DeButy : 저런 끈질긴 생명력 저도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 드레인!
//엌ㅋㅋㅋ 먹거리 X파일ㅋㅋㅋㅋㅋㅋ
Darkness1021 : 흔한반도의남자 유천.avi
//흔한_반도의_바퀴벌레.jpg
은or : 총맞고 잘 움직이는 사람..ㅇㅁㅇ..신기방기?ㅋㅋ 잘보고가요!!
//그건 말이죠 저놈이 주인공 버프를 달고 있는 바퀴벌레라 가능한 겁니다.
arcadia1019 : 짜증나 짜증나 양손에 꽃이라니.... 벌한테 쏘여랏!
//올ㅋ
BlackRaccoon : 이제폭탄으로폭을추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리신스 : ㅋㅋㅋ
//ㅋㅋ
적현월 : @이제 목숨도 확보됐으니 미친듯이 굴리죠. 저 바퀴벌레는 굴려야 제 맛.
//그런거죠. 암, 데굴데굴
비지찌개 : 유천은 지구어디에서나 생존할수있는 생존력을 가진 생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밥이지요 -베어 그릴스-
//이 바퀴벌레는 조흔 단백질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