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4 / 0440 ----------------------------------------------
반격
“야, 일어나봐. 벌써 7시라고. 아까 회장님이 와서 너 일어나면 8시 30분까지는 나오라고 했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냐……잠도 못 자고 피곤해 죽겠네.”
한참을 자고 있던 유천의 방으로 우진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러는 우진의 뒤로는 이미 환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해가 이미 떨어지고, 얼핏 보이는 바다 저 너머로만 자주색 하늘이 보일 뿐, 나머지는 짙은 남색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환한 조명 탓인지,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우진에게 끌려 나오며 투덜거리는 유천에게 있어서 그만큼 안정감을 주는 것도 없었다.
“밥 줘.”
어. 최대한 빨리 먹고 준비나 해.”
“오냐.”
숙소 밖으로 나오자마자 유천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해수욕장 한구석에 아예 천막을 세워버린 이들의 모습이었다. 어째 숙소의 크기가 놀러 나온 이들에 비해 상당히 작아 보인다 했더니, 이게 바로 그 이유인 듯 했다. 그리고 그 천막의 주위로 밥차와 접이식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며 유천은 테이블 하나에 자리잡고 앉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불만이 가득한 우진의 표정이었지만, 회장이 뭐라 한 것인지 유천에게 보이는 우진의 태도는 상당히 순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낮에 있었던 우진 수장미수건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감사.”
곧 제 밥과 함께 식판에 유천이 먹을 밥을 챙겨온 우진을 보며 유천은 식판을 받으며 대답했다. 곧 척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밥과 반찬(주로 고기로 이루어진)을 먹으며 유천은 밑에 내려둔 손가락을 천천히 풀고 있었다. 절대 이번 일에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아, 잘 먹었다. 넌 얼른 준비하러 가봐. 난 교수누나한테 가볼 테니까. 가서 술이나 마셔야지. 넌 아무리 부러워도 안 끼워줄 거니까 얼른 가.”
“관심도 없거든.”
“뭐!”
곧 유천보다 조금 더 빨리 밥을 다 먹은 우진이 제 배를 두드리며 유천에게 말을 건네자, 유천은 무심히 식판을 들고 일어나며 대답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상황이 재현되려는 가운데, 유천이 먼저 씻으려 숙소로 다시 들어감으로써 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
유천은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온수를 틀어 샤워를 한 덕분에 김이 어려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유천은 굳이 그 뿌옇게 변한 거울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굳이 저 뿌옇게 변한 거울이 제 앞에 놓인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껴져 착잡할 뿐이었다.
쨍그랑-
“난 절대 안 죽어.”
절대 죽을 수 없지. 못해 본 일이 얼마나 많은데. 유천은 제 앞에 놓인 거울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곧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이리 저리로 튀었다. 그러나 유천의 몸은 스치고 지나지 않은 것인지 작은 선 하나 그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유천의 오른손만은 그렇지 못했다. 맨손으로 거울을 후려친 덕에 파편이 주먹을 파고들어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는 낮게 읊조리는 유천이 등을 돌려 샤워실을 나서자마자, 거울의 파편에 묻어 있던 유천의 피 한 방울이 뿌연 김을 가르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차갑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탓에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천은 지금 제 손에 쥐어져 있는 이 권총이 너무나도 시리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만 보더라도 손쉽게 생명을 죽이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 뼈까지 시릴 만큼 차가운 감촉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 유천이었다.
“내가 총을 드는 건 다음이 마지막이야. 이번 건 그 초석에 불과한 거라고.”
유천은 그 말을 끝으로 저가 입은 청바지의 허리춤에 권총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그 위로 흰색의 면티와 와이셔츠를 걸치고서 유천은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시계는 오후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둠에 묻힌 터라 유천이 단추를 하나도 채우지 않았음에도 허리춤에 찬 권총은 그닥 티가 나지 않았다.
“이거나 받아라.”
숙소를 나서 아까 낮에 봐 두었던 선박장을 향하는 유천에게 건물의 그림자 안에 있던 정현이 유천에게 열쇠 하나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덧붙이는 설명에 그 열쇠가 요트에 시동을 걸기 위한 용도라는 것과 위치 등을 설명했다.
“맞다. 이것도 챙겨가. 그 가짜 신분도 마지막은 화려하게 장식해야지? 네 진짜 신분처럼.”
아직까지 그림자 속에서 담배 하나를 물고서 뻐끔뻐끔 피워대는 성열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크리스가 곧 뭔가 생각났다는 듯 제 손바닥을 치고는 유천에게 작은 막대 하나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이어진 크리스의 말에 정현과 성열은 피식 웃었다. 유천의 진짜 신분을 끝장낸 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었으니까.
“거기 끝에 달린 버튼 누르면 요트 엔진실에 장착된 폭탄이 터질 거야. 넌 회장을 죽이고 난 뒤에 요트에 있는 보트를 타고 적당히 거리를 벌린 뒤에 버튼을 눌러, 그럼 네가 납치되어 있던 폐 공장처럼 화려하게 폭발할 거야.
“…….”
이어진 크리스의 설명에 서서히 일그러지는 유천의 표정을 보며 성열과 정현은 점점 더 입 꼬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쩜 저렇게 작은 말 하나 하나에 저렇게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는지. 그들은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울 뿐이었다. 유천이라는 녀석 하나가.
“자, 그럼 수고!”
어느새 다 태워버린 담배의 작은 불씨를 신고 있던 신발의 끝으로 비벼 끈 성열이 유천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그 뒤로 정현이 웃으며 마찬가지로 유천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크리스는 붕대에 감겨 있는 유천의 주먹이 가로등불에 비춰져 얼핏 붉은색이 보이자 웃으며 주먹의 끝을 찌르고 가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긴장을 풀면 그렇게 짜릿한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거야. 기대 돼지?”
크리스가 남긴 마지막 말에 유천의 표정은 더 이상 일그러질 수 없는 수준까지 일그러지고 있었다. 유천은 그저 제 이를 꽉 물며 가던 길을 갈 뿐이었다. 손목시계에 비친 제 시계는 이제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조금 늦었군.”
“죄송합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유천은 자신을 질책하듯 말하는 회장을 보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그러는 회장의 등 뒤로 험상궂은 표정의 사내가 경호원인 것인지, 유천이 건네는 요트 키를 받아서는 먼저 시동을 걸고 나서야 회장은 허리 숙인 유천을 뒤로하고 요트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준비는 해 놨구먼.”
“뭐, 그쯤이야…….”
회장은 감탄했다. 요트에 올라타자마자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난간 앞에 이미 세팅 되어 있는 낚싯대였으니 말이다. 아직 낚싯줄을 풀어 던지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 요트를 보며 감탄사를 뱉자마자 유천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정현이 준비한 것이겠지. 씁쓸한 입맛을 뒤로하고 유천 또한 출발하는 요트를 보며 난간을 붙잡고서 요트에 의해 갈라진 물살을 보며 그저 알 듯 모를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야, 어떻게 될 것 같아? 우리 막내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글쎄, 그러길 바라는 년이 그렇게 걔 성질을 건드리고 있었냐?”
“재미있잖아, 그런 건 나도 좋아한다고.”
회장과 유천이 올라탄 요트가 출발하자, 마찬가지로 정현이 요트에 시동을 걸고 요트를 몰기 시작했다. 요트의 갑판 위에 편하게 앉아서는 뒤로 보이는 아날로그틱 한 조향키를 잡고 있는 정현을 보며 크리스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무엇 때문인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쌀쌀맞게 대꾸하자, 난간에 기대어 서서는 소주병 하나를 들고서 아예 병나발을 불던 성열이 정현의 말에 끼어 들었다. 제 말 도중에 끼어든 성열을 보며 정현은 그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 뿐이었다.
탕-
“오, 벌써 시작인가?”
선착장에서 그리 멀리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총성에 성열이 환호를 하며 입을 열었다. 뒤를 이어 발악이라도 하듯 두 발이 연이어 울려 퍼지는 총성에 성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왜 갑자기 저 따위로 일이 돌아가는 건데?”
가만히 갑판에 앉아있던 크리스는 어느새 난간을 잡고서 총성이 울린 방향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들이 예상했던 총성의 숫자는 많아 봐야 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총성은 세 번째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곧 총성이 잠잠해지고, 뭔가 물에 빠지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그들의 귀로 들렸다. 곧 이어 구명 보트 하나가 그들의 요트로 다가옴과 동시에, 그들이 바라보던 방향에서는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폭발과 함께 잠깐 동안 불이 피어 오른 순간 크리스는 볼 수 있었다. 요트에 달려 있던 노란색의 구명보트가 어느새 구명 보트 위에 누워 있는 유천의 주위로 빨간색의 유혈이 낭자하게 펼쳐진 것을. 숨을 헐떡이며 유천이 그 구명보트에 거의 걸치다시피 엎드려 있는 것을 말이다.
============================ 작품 후기 ============================
난 이제 자러가야지. ㅋ
-------------------------------------------------------------------------------
비지찌개 : 첫코입니다~ 그 뒤에 일이 궁금해요!! 하앜 삐삐삐해서 삐삐삐하고 삐삐한 삐삐삐가 일어난건 아니죠?!
//네, 빨간 딱지 붙을 일은 아쉽게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슬프게도 말이죠. 쳇
덱스트린 : 이열 333화군. 666화는 언제오려나 ㅋ
//안올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BlackRaccoon : 마지막에서두번쨔고에서냐일쓰신다고약속하셨네요^^
//원래 수금연재였긔..낄 근데 이번주 금요일에 사정이 있어서 못 올린다고 어제 올린거 ㅋ
범생지망자 : 333화닼ㅋㅋ 기념으로 333연참을!
//무리데쓰요
researchers : 잘보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ㅋㅋ
적현월 : 재밌게 읽고 갑니다. 그런데 모두가 우진 데드플레그얔ㅋㅋ 그리고 제가 말한 두명은 하나는 우진이고 다른하나는 왜 도청하던 변태놈있잖아요. 그녀석이요. 유천이 도주 후 수장. 그런데 게놈프로젝트 왜 안 나오는 건지 아시나요?
//아아, 걔는 아직도 도청이나 하면서 찌질찌질 열매 빨고 있대요, 게놈 프로젝트...저도 잘 모르겠네요 왜 안 나오는건지는...ㅋ
archangels la : 왠지 여캐들중 크리스가 가장 나은듯 헠헠
//ㅋㅋ왜여?
파릇초 : 333화 기념으로 333kb를 연재하는거유
//무리데쓰요
인핀 : 크리스 여자였나?!
//님이 생각하는 건 유천이 게임 속에 있는 그 칙칙한 크리스 새끼, 여기 나온 거는 백발 여.자(!)느낌표가 붙은 건 무시하고요, 네. 여자입니다. 뭐, 그렇다고요 동명이인이랄까
심심판타지 : 허허......
//흐흐...
가이오가 : ㅋㅋㅋ나도 바닷가!!
//ㅋㅋㅋㅋ나는 잠의 나라로!
DeButy : 트리플이네... 연참하죠!!?
//ㄴㄴ 무리
은or : 우앜ㅋㅋㅋ333!! 연참..해..주시면..!!ㅋㅋㅋㅋ
//무리데쓰옄ㅋㅋㅋㅋㅋㅋ
인간님 : 수업시간에 유천이 보러왔슴요!!!공부하기 시르다ㅜㅜ졸립다ㅜㅜ
//포풍동감
킴치맨 : 333편이라그런지 삼삼하당!(뭐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이번 : 만일 369화 되면 짝짝짝 쳐드림 333이니 짝짝짝
//짝짝!
ordeal : 다음 기회가 없다지요
//어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