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8 / 0440 ----------------------------------------------
테스터
“이거 원래 프로그램에는 없던 아이디어였는데……아까 전에 선배가 간 게 그 이유였나…….”
한창 몬스터들의 사이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넷을 보며 교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는 그녀의 머리 속으로 아까 게임에 접속하기 전 급하게 담당 프로그램 관리실로 뛰어 들어가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러나 곧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거의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난이도를 올려버리는 게 테스터들에게 있어선 얼마나 큰 방해물인지 잘 아는 것도 한성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각, 한성은 담당 프로그램 관리실에서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흔들의자에 앉아서는 메인 모니터에 떠오른 게임 속의 화면을 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관찰자와 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는 교수의 시야였다. 처음 유천이 주저 없이 광역 스킬을 날려대자 다른 쪽 GM의 모니터를 보던 이들까지 고개를 돌릴 정도로 호응을 끌어냈지만, 뒤이어 파티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공격을 해대는 유천의 모습을 보며 저마다 ‘저 놈, 못쓸 놈일세.’라며 혀를 끌끌 차고는 다시 자신들의 담당 모니터 앞에 앉아 감시(라고 쓰고 구경이라고 읽는다)를 시작했다.
“낄낄, 아마 저 놈도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을 걸? 따질 테면 따져보라지. 내가 했다는 증거가 없는데.”
이미 다른 GM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 파티들은 보스를 사냥하고 있을 정도로 진행단계가 빨랐다. 오직 유천이 속한 파티만이 그렇게 느릴 뿐이었다. 이미 유천이 있는 파티에 ‘테스터 중 최고 클래스니,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라는 명목으로 난이도 조정을 한 것을 알고 있던 그들은 별 시선을 주지 않았지만, 다른 파티로서도 고전을 금치 못한 중간 보스 두 마리가 동시에 나타나자 시선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저 파티가 속한 상황이 어떻던가? 최소 인원에 난이도는 최상, 거기다 몬스터들의 레벨과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도 최상이다. NPC의 바로 밑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몬스터들이니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ERROR]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붉은색의 글자가 메인 모니터를 가득 메우기 시작한 것은. 그러나 오직 메인 모니터 하나뿐이었다. 다른 테스터들의 화면은 생생히 잘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유천이 구를 것만 같은 상황에 난대 없는 불청객이 화면 위로 떠오르자 인상을 찌푸린 한성이 크게 외쳤다.
“뭐해! 당장 화면 복구시키고 에러 원인 찾지 않고!”
“네, 네!”
아까 전 그 상태로 멈춘 화면이 그대로인 채 흐르지 않자 불만이 가득한 한성의 외침이 관리실에 울려 퍼졌고, 구석에서 차나 커피를 홀짝이며 구경하기 바쁘던 기술자들이 서로의 컴퓨터로 달려나가 프로그램들을 살피던 순간이었다.
“무, 무슨…….”
한성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프로그램들을 점검하고 있는 기술자들을 쏘아보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다른 기술자가 중얼거렸다. 뭐라도 찾았나 싶어 그러는 가 생각한 한성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메인 모니터를 쳐다본 채로 굳어져 있었다. 궁금증이 솟은 한성 또한 고개를 돌려 메인 모니터를 본 순간 입을 쩍 하고 벌린 채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 * *
“야! 어떻게 좀 해보라니까!”
젠장, 나보고 뭘 어쩌라고. 이제는 우진까지 합세해 언제 다가온 것인지 제 멱살을 붙잡고서 외치는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커브를 보며 유천이 혀를 차고는 속으로 욕을 중얼거렸다. 분명 어제 들은 설명으로는 테스터들의 플레이는 언제나 GM들이 함께하거나 혹은 NPC를 붙여 테스터들의 행동을 지켜본다고 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자신이 눈에 뜨인다면 골치 아파질 수 밖에 없는 유천은 그저 혀를 찰 뿐이었다.
‘제기랄. 그 아저씨가 기어코 일을 벌인 모양이네.’
유천은 한번 더 속으로 욕을 지껄이고는 한숨을 쉬었다. 정상적인 생각으로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최대 인원의 레이드 파티가 와야 할 난이도가 아니던가? 분명 한성 그 인간이 벌인 것이라 결론을 내린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제 멱살을 잡고 있는 지원을 발로 걷어차는 유천이었다.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될 거 아니야. 제기랄.”
어차피 자신은 이번 일을 끝내지 못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른다. 차라리 이쯤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 유리할 지도 몰랐다. 욕을 지껄이며 유천이 인벤토리 깊숙한 곳에서 꺼내든 것은 두 개의 보석이었다. 곧장 자신의 양 손등에 박아 넣은 뒤 침을 퉤 하고 뱉어 버리곤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는 낮게 읊조리듯 중얼거리는 유천이었다.
“꼭두각시.”
그 순간 유천의 오른손에서 흘러나가듯 튀어나온 검은색의 줄기가 쓰러진 골렘들의 머리에 닿았다. 그 순간 무너지듯 쓰러져 미동도 않던 골렘들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쓰러지기 전과는 달리 군데 군데가 검은색으로 물들어진 골렘들은 저마다 뭉쳐서는 주위에 있는 붉은 골렘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제 동료였던 이들이 공격을 하자 당황한 골렘들을 향해 이어진 유천의 공격이 이어졌다.
“마기 주입.”
놀고 있던 왼손이 유천이 조종하는 다른 골렘들에게 얻어맞아 휘청거리는 골렘의 발에 닿았다. 그 순간 폭사 되는듯한 검은색의 빛 줄기가 골렘과 유천을 뒤덮었다. 그 뒤 전신이 검게 물들은 골렘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다시 다른 골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뒤에서 다가오는 드레이크들은 다시금 일어나 유천의 뜻대로 움직이는 골렘들이 막아 섰다.
‘확신까지는 안 된다. 긴가민가할 정도로만.’
갑자기 달라진 유천의 태도와 공격 방식에 당황한 것은 비단 몬스터들 뿐만이 아니었다. 될 수 있는 한 환각과 원소계열 마법만 사용하며 검을 휘두르던 유천은 온데간데 없었다. 온통 검은색투성인 주변에 이제는 유천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얼이 빠져 저마다 싸우고 있는 몬스터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유천의 모습이 공중에서 드러났다.
“망자의 귀환.”
유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른손을 통해 어설프게 연결되었던 골렘들과의 연결이 끊겼다. 곧장 허물어지듯 쓰러진 골렘들은 이제는 조각조각 부숴져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와 동시에 검은색의 구체가 쓰러진 골렘들과 그런 골렘들에게 공격 받아 죽은 드레이크들의 몸 위에 떠올랐다. 그리고는 흐느적거리며 다시 일어섰다. 다시 한번 주위의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그들을 보며 유천은 혀를 찼다. 그렇게 많은 골렘들과 드레이크들을 이용해 공격했는데, 저 멀리서 거대한 화염 구체를 던져대는 탑은 쓰러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드레이크들 중에 가장 뚜렷이 제 모습을 보이는 인페르노 어쩌고 하는 드레이크도 여전히 불을 뿜어대며 시끄럽게 울부짖기 바빴으니 말이다.
“될 대로 되라.”
중얼거리며 표정을 구긴 유천은 곧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 뒤, 골렘 하나의 팔 위로 우진을 올린 유천은 땅으로 내려갔다. 이제 골렘 위에 있는 우진이 알아서 화살을 날려대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제는 대충 상황 파악이 끝난 커브와 크루도 다시금 공격을 시작했으니 유천에게 있어 문제는 없었다. 워낙 본판이 훌륭했으니 다시금 일어난 드레이크들과 골렘에 의해 어그로가 우진들에게 쏠리는 일은 없었다.
“타임 스토퍼.”
그리고 유천의 그 말과 함께, 움직이던 모든 것들이 멈췄다. 어느새 검은색 골렘의 머리 위로 올라가 오러로 만든 듯한 화살을 줄기차게 드레이크들의 눈을 향해 날려대며 낄낄 웃어대던 우진도 드레이크의 발톱 사이로 창으로 찔러 넣던 커브도, 자신을 들어 올리는 골렘의 손을 되려 이용해 뛰어 내려서는 근처에 있던 드레이크의 주둥아리를 오러를 두른 방패로 후려치던 크루도, 멀리서 팔자 좋게 구경만 하던 교수도 모두다 멈췄다. 그와 동시에 유천의 양 손등에 박혀 있던 보석들이 깨져나갔다. 그와 함께 동시에 무지막지한 속도로 빠져나가는 자신의 체력과 마나를 쳐다보며 짧게 욕을 지껄인 유천은 입을 열었다.
“시스템 콜, 체력과 마력의 회복속도 최상으로 가속.”
거의 치트키에 가까운 유천의 행동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행동이 그대로 멈춘 것이었으니 말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9서클에 자리잡고 있는 마법 타임 슬립, 그것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이었으니 말이다. 공기 중에 자신의 마나를 흘려 주위의 마나를 감싼다. 그리고 그것의 동결, 원리는 간단했으나 일정 범위 자체의 행동 자체를 멈추는 일이었으니 대가도 엄청났다. 초당 줄어드는 마력 소비량만 해도 유천의 전체 MP의 1/3에 달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체력까지 깎아먹는 마법이었기에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엘프들의 잊혀진 고대마법인지 뭔지 하는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굳이 만들지도 않았을 마법. 그것을 발동시킨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너흰 다 뒤졌어.”
말을 마친 유천의 왼쪽 시야 상단에서는 수시로 HP와 MP가 줄어들고 채워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천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포자로 보이는 것을 보곤 씨익 웃으며 그대로 주머니를 뒤집었다.
“쾌속 성장.”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천의 왼쪽 시야에서 깜빡이며 계속해서 점멸하던 유천의 MP가 0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천의 손을 벗어나고는 그대로 멈춰 버렸던 포자들도, 그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덩치를 불려갔다.
“이, 이게 뭐야!”
그리고 골렘들과 드레이크들의 몸을 뒤덮는 거대한 나무줄기가 되었다.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유천의 뜻대로 움직이는 골렘들과 드레이크들이라고 그 공격의 반경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싼 것은 나무 줄기가 아니었다. 골렘들과 드레이크들의 몸에 들러붙은 포자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탓에 그리 보일 뿐이었다. 겉에서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마나를 쫓는 마계 식물, 체이서. 그것이 유천이 뿌린 포자의 이름이었다. 표피 밖으로 뿌리를 내놓은 체이서는 그대로 드레이크와 골렘들의 몸 사이에서 덩치를 불려갔고, 곧 숙주의 몸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차피 여기서 저 녀석들의 먹이가 될 만한 건 덩치 큰 놈들밖에 없으니까, 알아서 되겠지.”
이제는 나도 모르는 일이야.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는 유천이 제 손을 털자, 애매하게 서 있던 검은 골렘들은 그대로 허물어지듯 무너졌다. 물론 가장 위에 있던 우진은 갑자기 허물어진 발 밑의 골렘을 보며 비명을 지르며 날개 짓이라도 하듯 팔을 퍼덕이기 시작했다.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니까.”
무지막지한 속도로 차오르는 경험치 바를 쳐다보며 유천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물론 유천의 HP와 MP는 이미 자신이 설정한 되로 떨어지자마자 꽉 차오른 지 오래였다. 남몰래 중얼거림으로써 다시 원상태로 돌린 뒤 유천은 탈진이라도 한 듯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무리 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기분이더라도 제 몸 안에서 무언가 쭉 빠져나가는 느낌은 좋지 못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일단 이거로 시작. 건강검진, 그거 신입생 단체로 보낸 거임여. 군대 드립 치신분, 보고 나 병원에서 웃다가 미친 놈 취급당함. 당신 때문이옄ㅋㅋㅋ
-------------------------------------------------------------------------------
ordeal : 첫코 ordeal : 앜 작가님 알려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안쓴지 일주일이 넘었더니 뭘 감췄는지도 생각이 안남, 전변 리리플 보고 와야지
xldos : 잘보고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세리신스 : 드레이크 등에 타고나서 칼빵해주고 씨앗 심고 숲만들기!!!하면 드레이크 등에 나무들이 우수수!!! 드레이크는 미라..? ㅋㅋㅋ
//올ㅋ 비슷비슷. 근데 아쉽게도 미라가 아니라 터져죽음, 낄
밀리리오 : 어이쿠......어떻게될까?응?유천아ㅋㅋ머리좀굴려봐ㅋ
//신유천의 판단 : 무리수 투척
덱스트린 : 아이고 맙소사 우린 이제 죽었어
//아이고 맙소사, 이제는 정체를 밝힐 건가봐요
인핀 : ㅋㅋㅋ아이고 맙소사 중간보스 단체강림ㅋㅋ
//ㅋㅋㅋㅋㅋㅋ구름 퍼레이드
은or : 잌ㅋㅋㅋ중간보스다!!..작가님...어서 담편을!!!
//미안요, 일주일이나 걸림
인간님 : 기분구린 시험이자나요ㅋㅋ망쳐서 기분좋고 끝나서 기분좋고ㅋㅋ진심과 반어법이 공존하고있죠ㅋㅋ
//시험 끝난 게 안 밑겨서 얼떨떨
파릇초 : 이렇게 모두 게이가 돼는거겠지(어째서?)
//...?!
DeButy : 유천이 검이 그냥 일반검에 전기만 두른건가?
//그런거죠. 강화는 덤. 덧붙이자면 겨우 7강한다고 부숴먹은 검만 10개라는 여담.
가이오가 : ㅜㅜ나는 2주뒤ㅣ 시험.. 왜 그리 늦게 보는건지..
//낄 고생하시죠
킴치맨 : 행운을 마이너스라도 찍었는가봅니다 그려
//그런가보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searchers : 역시 유천이 안굴려지는꼴을 못봤어ㅋㅋ
//그게 의도한 결과죠 낄.
Darkness1021 : 시험5일남았다 시한폭탄이째깍거리는기분이다 히힣헿힛(정신이이상해져간다)
//정신줄 잡고 공부든 게임이든 고고ㅋㅋ
자이번 : 시험 빌어먹을!!
//빌어먹을!
archangels la : 오늘은 즐거운 시험당일 하지만 난 소설을 읽고있쥐 으허ㅓㅓㅎ어헝
//오늘은 즐거운 시험 마지막 난 롤을 하다가 뒤늦게 정신줄을 잡았죠. 그리고 멘탈 깨지고 정신줄 놓고서 끄적이는 중
심심판타지 : 띠링! 고딩첫중간고사라는중간보스가등장햇습니다 올스텟50%감소
//으아니! 디버프다!
arcadia1019 : 중딩중간고사의 효과로 상태이상 '시험기간'에 걸려 스트레스가 풀차지 상태입니다. 던전 '피방'의 입장이 제한됩니다. ㅠㅜㅠㅜ
//오늘 건강검진 갔다가 친구들이랑 그 봉인 풀고 왔어여 낄, 한시간 뿐이었지만..
AQ240 : 귀찮다 메테오!! 라든가 ㅋㅋㅋ
//엌ㅋㅋ 그게 있었짘ㅋㅋㅋ
튀타투 : 저기요 작가님 저는 123편보고있는사람인데여 혹시 호원고다니시나여??? 의정부에있는
//아녀, 공지에 누가 코멘 다셨는데, 대한민국에 있는 보석 중 하나에 살아요. 레알 보석 말고, 이름만 보석 ㅇㅇ 힌트: 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