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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
“너, 이 나쁜 자식!”
“어, 또 온다.”
역시 그 레벨은 폼으로 올린 것은 아니란 것인지 떨어지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킨 우진이 유천에게 달려들며 외쳤지만, 유천은 그저 우진의 뒤를 가리키고는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등을 돌린 우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까와는 다른 모습의 드레이크들이었다.
“이번에는 색깔이 다르네.”
태평하게 중얼거리는 유천과는 달리 찌그러진 갑옷을 보며 울상을 짓던 우진은 곧 얼굴을 펴고는 크게 외치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우진을 보며 한숨을 쉬며 뒤따라 달리는 방패기사와 창기사들이었다. 물론 유천은 뒤에서 팔짱을 낀 채로 구경만 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제 실력은 방금 한방으로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설 이유도 없을뿐더러, 교수 또한 우진 혼자 들이댄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니 굳이 유천을 독촉하지는 않았다.
“하압!”
짧은 기합과 함께 우진의 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장검에서 오러 블레이드의 갈기가 날카롭게 치솟았다. 제 주인의 앞을 가로막은 드레이크의 몸을 이등분한 뒤에서야 그 기세를 갈무리한 오러 블레이드가 피에 반사되어 섬뜩한 붉은 색을 띄워가며 빛날 때, 뒤에서 마찬가지로 오러에 휩싸인 창 하나가 또 하나의 드레이크의 목을 꿰뚫었다.
“오, 이번 녀석이 약한 건가요?”
“그런 모양이야. 대신 물량은 많은 모양인데?”
아까 전과는 달리 그들의 검과 창이 지나갈 때마다 순식간에 베여 나가는 드레이크들을 바라보며 유천이 중얼거리자,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교수 또한 동의 하며 대답했다. 그 말대로 벌써 우진과 나머지 둘을 둘러쌌음에도 부족하고 아직까지도 나오고 있는 드레이크들을 보며 피식 웃은 유천은 입을 열며 교수를 바라봤다.
“주말 까지는 여기 끝내야 될 텐데, 가능할까요.”
“글쎄, 이 속도라면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빨라도 다음주 주말은 가야 될걸. 여기서 막혀서야, 보스 몬스터는 잡겠어?”
주말에는 할 일이 있으니, 그때 까지는 일을 끝내놔야 했다. 그래야, 제가 계획한 일을 시행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만에 하나 일을 끝내지 못했을 경우, 자신이 계획한 이번 주말의 화합을 위한 합숙 여행에 따라가지 못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짧게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유천은 곧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체인 라이트닝.”
교수 또한 유천이 꽤 오랜 시간 우진을 돕지 않기를 바랬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유천이 발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린 말 한마디와 함께, 바램으로 돌아갔다. 유천의 발치에서 시작된 그 번개는 곧 바닥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해서는, 드레이크 한 마리에게 닿았다.
크웨에엑-!
시작은 한 마리였다. 비명을 지르며 드레이크 한 마리가 제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드레이크의 몸에서 두 개의 번개가 튀어나왔다. 다시 바닥을 타고 흐르는 번개들은 또 다른 드레이크들을 노렸고, 두 개는 곧 네 개가, 네 개는 곧 여덟이, 여덟은 곧 열 여섯으로 늘어나며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드레이크의 숫자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속도와 숫자로 드레이크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물론 한 방에 죽는 드레이크의 숫자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물량 앞에 장사가 없었다. 기껏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몸을 일으킨 드레이크에게는 더 많은 번개가 작렬했으니 말이다.
“와우.”
자신들은 공격하지 않은 채로 주변의 드레이크들을 시작으로 마구잡이로 드레이크들의 사이를 헤집으며 드레이크들을 학살하는 유천의 번개를 보며 방패 기사가 조용히 감탄사를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확실해 졌다. 함부로 저 놈에게 까불다간 뼈 하나도 제대로 못 추릴 것이라고.
“정말 줄기차게 나오네. 이거 도대체 몇 명제한 파티 퀘스트에요?”
“뭐, 따지고 보면 파티 퀘스트라기 보다는 레이드 퀘스트에 가깝지……최대 파티원 8명을 꽉꽉 채운 파티 8개를 더해서, 총 64명이 최대 인원으로 도전하는 거야. 뭐, 그 밑 숫자도 가능하고 굳이 파티원 숫자도 전부 다 채울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뭐, 과연 그럴 녀석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짧게 덧붙이는 교수를 보며 유천은 치를 떨며 중얼거렸다. 엘프의 숲에서 엘프들의 고서들을 뒤적이며 얻은 패시브 스킬 덕에 쓰러트리는 적에게 사용한 마나의 10%를 돌려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줄기차게 떨어지고 있는 마나를 보며 유천은 투덜거릴 뿐이었다.
“뭐하냐, 너희는 구경만 해?”
이제는 저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마법 하나에만 의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생각한 유천은 곧 검을 빼어 들고 앞으로 달려나가며 중얼거렸다. 그러는 유천의 검에는 아까와는 다른 푸른 전기가 검신을 감싸고서 맹렬한 기세를 빛내고 있었다. 유천이 검을 휘둘러 드레이크들을 베면 벨수록, 검에서의 전기는 드레이크의 몸을 타고서 바닥으로 흘러 내려가 또 다른 드레이크들을 공격했다. 그리고는 더 많은 전기와 함께 검으로 돌아왔다.
“어, 어? 우리도 도와야지.”
마치 한 편의 무쌍이라도 찍는 듯 드레이크들 사이에서 아예 영화를 찍어대는 유천을 보며 당황한 우진은 말을 더듬다가 제 앞에서 자신을 노리는 듯 치솟으며 번뜩인 번개를 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곤 답을 중얼거렸다. 그러는 그의 검에서도 오러가 치솟아 주위의 드레이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저건 뭐……우리는 쩌리로 따라왔다, 이거구만.”
유천이 혼자 무쌍을 찍어댈 대는 그래도 볼만했다. 아무리 그래도 엘프라는 종족 특성답게 곱상하게 생겨선 꽤 멋지게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진까지 끼어들어서는 그 거구로 드레이크들 사이를 헤집고 있는 그를 보자니 뭔가 매치가 되면서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착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방패기사를 보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창기사였다.
그러나 아무리 번뜩이는 전기가 멋있다고 한들 검 위에 또 다른 갈기를 세운 검을 만들고서 적들을 학살하는 두 자루의 검을 든 우진의 모습보다 멋질 리는 없었다. 덩치부터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유천보다 머리 세 개는 더 커 보이는 우진이 유천보다 눈에 뜨이면 더 뜨였지, 그렇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한꺼번에 쓸어버린다.”
짧은 유천의 한 마디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을 타고 흐르던 수많은 번개들이 유천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모이는 번개들이 바닥에서 공중으로 떠올라 유천의 검 위에 맺히기 시작했다. 그 번개는 곧 밝은 빛살과 함께 그리 크지 않은 용으로 변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우진의 검 두 개를 합친 것 보다 조금 더 큰 정도. 그러나 유천이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채찍마냥 날아가기 시작한 용은 그 앞에 서 있던 드레이크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워……진짜 저 둘이서 혼자 다 해먹을 기센데?”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아 둘을 구경하던 방패기사가 중얼거렸다. 귀찮다는 표정이 가득한 유천이 검을 휘두르자, 그 주위로 몰려드는 드레이크들을 모조리 한꺼번에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검게 탄 채로 쓰러지는 드레이크들과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몰려드는 드레이크들을 향해 검을 휘둘러대는 우진의 검이 지나갈 때마다 드레이크가 두 마리, 세 마리는 우습게 죽어나갔다.
“아, 끝났다.”
마지막으로 유천이 검을 제 주위로 한 바퀴 돌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동굴 내부로 들어서는 길에서 쏟아져 나오던 드레이크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숫자의 드레이크들을 쓸어버리는 일을 마친 유천과 우진은 곧 어깨를 두어 바퀴 돌리며 중앙으로 모였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뒤에 있는 드레이크들의 시체들을 보며 비웃었다.
“풋.”
“큭.”
눈대중으로만 보기에는 검에 의해 몸이 잘려나가 죽은 드레이크가 검게 탄 채로 쓰러져 죽은 드레이크들 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유천이 비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제 주위에 있는 멀쩡해 보이는 드레이크들만 하더라도 시작할 때 자신이 사용한 마법에 안 쪽이 깔끔하게 타 죽은 드레이크들이 아니던가, 그 숫자를 비교한다면 오히려 우스워지는 쪽은 우진이었다.
“얼른 가야지, 아직 한참 더 남았어. 다른 테스터들한테 보스 몬스터 넘겨주기 싫으면 얼른 출발해.”
이제는 대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는 둘과 퍼질러 앉아서는 이제 인벤토리에서 육포까지 꺼내서 뜯어 먹고 있는 밀며 말했다. 그 말에 놀란 것은 유천과 우진 둘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구경하던 둘마저 깜짝 놀라 교수를 바라봤으니 말이다.
“아, 말 안 했는데. 이거 파티원 레벨 비례해서 몬스터 레벨 정해져.”
교수의 그 말이 끝나고서 벌어진 상황은 간단했다.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교수를 바라보는 유천과 억울하다는 듯 교수를 노려다 보는 세 명이 교수를 보며 외친 것이었다. ‘저 놈 끼우지만 않았으면 더 편했다는 거 아니야!’라며 크게 외치는 셋을 보며 교수는 무심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쟤 없었으면 방금 거기서 살 수는 있을 것 같고?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후방 지원이야. 후방 지원 없이 파티를 맺는 건 몬스터의 레벨이 자신보다 한참 낮을 때나 하는 짓이고. 그런데 너희 레벨에 맞게 나오는 이 던전 안에서 그런 짓을 벌인다는 건 자살행위지. 그러고 싶어?”
““…….””
“……그래도 다른 녀석을 끼우면…….”
“아, 그냥 쟤 실력 테스트 해보고 싶었어. 테스터 최상위라는데 막상 너희 전부 모아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방패기사와 창기사는 그래도 교수의 대답에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나 우진은 달랐다. 끝까지 토를 달며 물고 늘어지는 우진을 향해 떨어지는 그 대답은, 막상 기대한 것을 한참이나 벗어난 그것이었다. 되려 듣고서 당황한 것이 우진이라면 말 다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빌어먹을 학교는 내게 지리산을 오르라 했지. 젠장. 지리산 올라갔다 온다고 늦었습니다. 천왕봉, 다시는 안 올라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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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eal : 첫코납치 수학여행에서 그 조만간이 한달이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켰나
xldos : 헿?
//핳?
researchers : 잘보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Ψ魔皇Ψ : 교수님 딱 내스타일ㅋㅋㅋ
//엌
archangels la : 작가님 Impossible is impossible 이래요. 가능할지도... 뭐- 그냥 유천이나 열심히 굴려주셈
//그래야죠, 안돌아가는 머리 굴려서 쟤 굴려야지 ㅋ
BlackRaccoon : 저내일시험끝나고다음주는수련회를가는데전문계라서겁나빠른듯
//말이 봄소풍, 현실은 극기산행을 다녀옴, 지금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듯..
파릇초 : 우오오오!! 유천 짱쌤
//ㅋㅋㅋ 주인공 가오잡이
arcadia1019 : 하긴...스킬정리하려면 삼일 날밤을 새야할듯ㅋㅋㅋ
//더 걸릴지도...?
인핀 : 굴려라 굴려라 우진을 굴려라
//으잌ㅋㅋ
은or : 잘 보구갈께요..담편이 오길바라며..ㅋㅋ
//아슬아슬하게 금요일 세이프
AQ240 : 유천이 요즘 조금 느슨하게 구르네 ㅋ
//그러게요, ㅋ
Darkness1021 : 으앙시험이얼마안남았닥 근데난여기서뭐하는거지?
//나랑 같이 노는거죠. 시험따위 포기하고 ㅋ
밀리리오 : 작가는유천은 유천은우진을 그럼우진은? .... .작가님이결정하시것죠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
DeButy : 한사람의 희생으로 이리많은 독자님들이 즐겨보시는데!!말이죠...
//그 희생이 제가 되긴 싫단게 큰 문제죠
세리신스 : 그냥숲을만드는것도괜찮을듯..싸울아비 룬에서도8 서클마법중타인의생명을빼앗아숲으로만드는마법이있으니까요..
//동굴 안을 숲으로 가득 매워서 진로 방해. 올ㅋ 멋지다
킴치맨 : 그렇다 교수는 츤ㅊ.. 구라고 그냥 즐기는겁니다. 괴롭히는걸요
//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