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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
“어? 살아있네?”
“어째 실망한 표정이다. 너?”
“실망했는데. 우리 교수님, 결단력이 부족하셨구만?”
유천은 게임에 들어와서는 조금 당황했다. 테스터 전용 캡슐이 괜히 테스터 전용이 아닌 듯, 접속한 장소는 엘프의 숲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듯한 칙칙하기 그지없는 음침한 숲 속에서 서 있는 자신을 보며 유천은 주위만 기웃거리기 바빴다. 그러나, 곧 뒤에서 한 무리의 빛과 함께 나타난 2미터에 이르는 큰 키의 우진이 등장하자 유천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직 놈이 살아있다니, 투덜거림에 가까운 유천의 어투에 현실과는 달리 무조건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게임 안의 캐릭터는 유천을 보며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주저리만 할 뿐이었지만 말이다.
“다 모인 것 같네.”
“응?”
갑작스레 제 눈 앞을 가득 메우며 눈을 찔러대는 밝은 빛을 보며 유천이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우진의 중얼거리는 어조의 우진의 말투를 들으며 유천은 잠시 감았던 눈을 떠올렸다. 분명 호출 받은 것은 자신과 우진 뿐으로 기억했는데, 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유천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기웃거리자 우진이 유천의 후드를 뒤집어 씌우며 말했다.
“애초에 들어와 있던 녀석들을 부를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만 부른 거지. 덕분에 내 얼굴을 젓가락으로 찌르려던 교수님을 뒤로하고 당당한 이유를 대고 도망칠 수 있었지.”
“그거 정말 아쉬운데, 이건 왜 멋대로 씌운 거냐. 답답하다고.”
“너 보면 시끄러워할 녀석이 한 둘이 아닐 것 같아서. 신참 얼굴 보겠다고 설치는 꼴 좀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야.”
우진이 유천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은 유천은 아쉽다며 한탄을 하면서도 제 후드를 씌운 우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우진은 킬킬거리며 웃으며 간단히 대답을 하기에 유천은 갑작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다면 애초에 우진이 원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천은 후드를 벗으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다른 이들에게 입을 열었다.
“귀찮게 하지 마라. 다 죽여버리기 전에.”
실실 쪼개며 다가오는 이들을 보며 경고를 한 유천은 태평히 나무 하나에 기대서는 제 장비를 살피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데 장비 관리를 함부로 했다간 좋지 못한 꼴을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는 유천을 보며 우진은 짧게 혀를 차며 표정이 구겨진 일행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놈 성질 더러우니까 건들지 마라. 너희보다 랭킹 최소한 4백 정도는 위에 있다.”
“그 정도면 형보다도 높다는 소리 아니야? 그런 놈이 뭐 하러 테스터 한다는 거야? 저 혼자 사냥 영상 올리거나 아이템만 팔아도 돈은 더 벌겠다.”
“나도 몰라. 지가 하겠다고 온 걸 뭐 어쩌라고. 보아하니 그 사이 머리색도 바꿨네.”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삐걱거리는 일행들을 보며 우진은 한숨을 쉬며 말리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 있던 방패기사 하나가 투덜거리며 물었지만 우진은 투덜거리며 유천의 바뀐 머리 색에 관점을 돌렸다.
“바꾼 거 아냐. 바뀐 거지.”
나무 위에서 그 대화를 주고 받던 유천이 실험 삼아 마법 하나를 발동시키며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유천의 주위에는 옅은 전기가 튀고 있었다. 그런 백색의 전기에는 약간의 검은색이 섞여 있었다. 물론 유천의 블론드 머리카락도 우진이 말한 것처럼 검은색이 섞여 회색처럼 보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 전부 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유천은 그 원인을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가짜 신분, 그것을 위해 착용한 타이틀 탓에 변한 것일 것이다. 엘프 주제에 마기를 주로 사용하는 흑마법을 익혔으니, 평범한 엘프들과 같을 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오냐, 알았다.”
그게 그건데, 뭘 또 인정 안하고 난리야. 우진은 유천의 그런 태도에 비꼬듯 대답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맞는 도중 들은 것 중에 유천이 우진의 현 위치를 알려 줬다는 것이었다. 감히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사실 여태껏 자기가 한 행동만 보더라도 친구라 보기에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이렇게 뒤통수를 때리다니, 좋게 보일 수가 없던 탓이었다.
“오, 빨리 모였네?”
그리고 그 뒤 등장한 GM의 모습을 보며 유천은 욕을 중얼거렸다. 저렇게 대놓고 GM티를 내려고 작정을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보는 지. 처음 한성도 그랬다. 멋이라도 내려는 것인지 하늘에서 빛과 함께 나타나서는 빛을 온몸에 휘감고서 내려오는 GM, 놀랍게도 그녀는 교수였다. 우진과 유천이 거의 동시에 외치다시피 한 것도 그 순간이었다.
““대학 강의는 어쩌고!””
“다른 사람 보냈어. 어라?”
““…….””
유천과 우진의 외침을 뒤로하고 뻔뻔하게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도중 중심을 잃은 듯 휘청거리던 교수는 곧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떨어지는 위치가 절묘한 것인지 우진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고의인지는 몰라도 교수의 손에 있던 해머가 먼저 떨어지고 있었다. 얼핏 해머에서 빛이 나는 것을 지켜보며 유천은 속으로 외쳐댔다. 물론 그 기세가 범상치 않았던 것은 비단 유천만 느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저거, 고의다. 고의라고.’
유천이 속으로 외쳐대면 외쳐댈수록 해머의 떨어지는 속도는 늘어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거의 비슷해야 할 속도로 떨어져야 할 해머와 교수가 점점 해머가 먼저 떨어지며 속도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일행들의 시선이 불안하게 변할수록 우진의 심정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저, 저걸 어떻게 하라고!’
속으로도 몇 번이고 외치는 말이었다. 자그마치 GM이 하는 공격이다. 평범할 리가 없다. 그러나 피하자고 하니 그 뒤에 떨어지고 있는 교수가 마음에 걸린다. 피했다간 여자가 떨어지는 데 받아주지도 않을 거냐며 또 한번 두들겨 패며 괴롭혀댈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진퇴양난 받아줄 수도, 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 저걸 가만히 놔두면 재미 있으려나. 실수를 가장해서 장난을 쳐봐?’
꽤 높은 높이에서 떨어지는 교수는 아직까지 피할 수는 있었다. 제 머리를 붙잡고서 고민을 하고 있는 우진을 보며 장난기가 든 유천은 킥킥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애초에 떨어지는 교수를 공중에서 잡아챌 수도 있고, 도중에 멈출 수도 있는 유천이었다. 물론 다른 일행들의 실력을 감상하고자 한 의도도 있었으나, 이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 터라 들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굳이 팔짱까지 끼고서 구경할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실험이나 해볼까?’
벌써 해머는 우진의 머리에서 10미터도 채 남지 않은 곳에서 빠르게 하강 중이었다. 교수는 그 뒤를 이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목표는 아무리 봐도 우진의 머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백색의 갑옷을 갖춰 입고서 굳이 떨어지는데 무릎의 날을 세운 채 니킥이라도 꽂듯이 떨어질 이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으니 말이다.
쾅-!
큰 소리와 함께 해머가 먼저 우진의 머리 위로 작렬했다. 강한 충격에 우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눈의 검은 동공이 뒤로 넘어가 상태 이상 [기절]에 빠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교수를 향해 되돌아가고 있는 무기를 보며 기절한 우진을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일행 모두가 속으로 떠올린 말은 하나였다.
‘스킬까지 사용했어!’
유천 자신조차 생각하지 못한 일이 튀어나오자 유천은 잠시 당황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상태이상 [기절]이 풀린 듯 동공이 돌아오고 있는 우진의 정수리로 교수의 무릎이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유천의 손이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며 입이 열렸다.
“리버스 그래비티.”
발동된 스킬은 하나가 아니었다. 심지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무기에 스킬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 격투 스킬까지 발동한 것을 사용한 교수를 보며 일행들이 어이없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동안 우진의 캐릭터는 빛의 조각들로 흩어지더니 곧 사라졌다. 명백한 사망 이펙트. 뒤이어 발동한 유천의 마법을 보며 다시 한번 당황한 일행들이었다. 리버스 그래비티 자체도 고 서클 마법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을 아무런 준비 없이 발동한 유천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천천히 교수를 바닥에 내려 놓은 유천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 시켜야 될 녀석을 죽이면 어떻게 해요?”
“아, 아니. 진짜 떨어지다가 그렇게 된 거라니까? 너희도 봤잖아. 내가 중심 잃고 떨어지는 거.”
‘보통은 그냥 떨어지면 허우적거리기나 하지. 온 힘을 다해 해머를 밑으로 집어 던지고 무릎 날을 밑으로 세우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만.’
유천의 말에 엄청나게 당황한 눈초리로(그러나 얼굴에 떠오른 뿌듯한 기색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대답하던 교수는 곧 유천의 말에 반박을 했지만, 유천은 굳이 반항을 하지는 않았다. 혹시 아는가 자신 조차 공격할지. 유천은 도박은 좋아하지만 제 목숨을 걸고서 하는 도박은 진심으로 사양한다. 제 신조에 맞게 행동한 유천은 곧 한번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나 같으면 돌아다니면서 더 괴롭힐 텐데. 예를 들면 몬스터도 있고. 몬스터를 공격하다가 실수로 맞았다고 거짓말을 친다 던지. 뭐, 벌써 죽었으니 쓸 방법은 없겠네요.”
눈을 찡긋하며 교수에게 말을 건네는 유천을 보며 일행들은 속으로 외쳐댔다. 진짜 악마는 여기 있다고. 절대 미국에서 만든 게임 따위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 따위가 아니라고. GM에게 유저 소생 권한이 있다는 것은 초보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 점을 모를 리가 없는 이가 이런 소리를 지껄인 다는 것은 그 계획에 동조한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교묘하게 우진과 함께 있으며 공격을 서슴지 않던 그 모습만 보더라도 그들의 외침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었다. 우진은 마지막 그 일격을 막지 못한 것도, 피하지 못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 마지막 우진의 몸에는 유천의 주위에서 맴돌던 검은 전격이 휘감겼었다는 것을 그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거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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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dia1019 : 내..내가 드디어 첫코를!!!
//ㅊㅊ 덤으로 나도 셀프 ㅊㅊ
ordeal : 두코 크리스란 유천을 말한거고 난 유천팬이면서 안티팬이고 음 뭐지
//ㅋ 붙여서 코멘 써요, 복붙 귀찮
은or : 자고일나니...주르륵-올라왔다...조은데??ㅋㅋ 수고가 많으시네요! 잘 보구가요!!
//ㅋ 이제 끗
xldos : 오울ㅇ_ㅇ?..
//호옹이
BlackRaccoon : 마지막영홐을불태우큰거다!!!!!
//마지막 영혼을 불태웟타!
가이오가 : ㅋㅋㅋ잘보고가요~ㅋㅋㅋ 점심 먹어야지ㅎ
//숙제하고 머리자르고 잠이나 자야지
파릇초 : 만일 자신이 사나이라면 천원돌파 그렌라간을 꼭 봐라 8화 까지만 봐라 유치하다고 하지마라 나의 드릴은 하늘을 뚫을 드릴이다!!!!!!!!
//엌
DeButy : 아이고... 불쌍한내새끼
//...?!
researchers : 담편 기대하겠습니다!!
//이거로 끝이긔
인핀 : 아 그러고보니 우진과 진우...거꾸로인건가
//생각해보니 그렇네여. 자면서 써서 비슷하게 썼던게 화근인듯
archangels la : 아직 더 남았겠줘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