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17화 (31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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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지령

‘아침부터 복불복 이라니.’

유천은 큰 시련에 맞닥뜨리고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유천의 등은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히 잠을 확 깨게 해준다며 토스트 사이에 무언가 장난을 쳐 두었을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바다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멸치 액젓과 함께 까나리가 섞인 잼으로 자신을 한번 골탕 먹인 전적이 있지 않았던가.

“응? 왜 그래? 얼른 먹고 가야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냐? 나 오늘 바빠. 잘하면 너희 첫 지령 오늘 안에 끝나겠는데, 다음 지령이나 준비하라고. 그리 먹는 거 보고 싶으면 자고 있는 저 방 주인한테 먹여.”

그러나 유천은 지능적이었다. 자신이 먹지 않을 것이라면, 남에게 먹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유천은 학교와 지령을 핑계로 후다닥 집을 빠져나가며 말했고, 그러는 유천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지원은 최악의 아침을 맞이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오늘 강의 다 듣고 나면 여기로 돌아와. 우진이 데리고 같이 가야 되니까.”

아침까지 포기한 보람이 있었던 것인지,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것은 유천 혼자 뿐이었다. 나름대로 일찍 왔다는 생각과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자신을 대신해 엿을 먹었을 지원에 대한 비웃음을 가득 품고서 낄낄 웃어댈 뿐이었다. 곧 얼마 가지 않아 하나 둘 학생들이 들어왔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은 가상 현실게임으로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나 다름 없을 캡슐의 구조와 그 안에 담긴 프로그램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우우! 더 재미있는 거 가르쳐 주세요!”

“재미 있는 거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데?”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유천조차 나름대로의 연기를 위해 필기를 하는 척이나마 하고 있는 와중에, 유천의 옆에 앉아있던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쭉 뻗어 높이 들고서 외쳤다. 교수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는 듯 팔짱을 끼고서 보드매직의 뚜껑을 닫고서 우진을 바라봤다.

“교수님의 쓰리 사…….”

퍽-

“시끄러워.”

우진이 허튼 소리를 할 기미가 보이자마자 유천은 들고 있던 공책으로 우진의 뒷머리를 후려치며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이 당황한 듯 유천과 우진을 번갈아 봤지만, 그들이 보기에도 둘의 사이에서 갑은 유천이었다. 어떤 누가 보더라도 을은 우진이었다. 유천의 실수라 취급하고 조용히 수업을 재개하려는 그 때, 우진의 입이 다시 한번 열렸다.

“첫 경험 얘기 해주세요!”

““…….””

유천조차도 이번에는 감히 우진을 때릴 생각을 하지 못 했다. 한 대를 맞았으니, 얌전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설마 아까 보다 더 한 수위의 대화를 꺼낼 것이라고는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강의실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침묵을 유지하는 사이, 우진의 입이 다시 열렸다.

“첫 경험은 첫 남자친구랑 했어요? 기분은 어땠어요?”

““…….””

점점 수위가 올라가는 대화 속에 우진은 눈치 없이 더욱 더 높은 주제로 대화를 이끌려 하고 있었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혼자 하는 얘기만으로도 이미 수위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차 올랐다.

“김 진우 학생.”

“왜요.”

“저거, 죽기 전까지만 패면 안될까?”

“고소미 무마시킬 돈만 주신다면 얼마든지요. 원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착수금도 반만 받을게요.”

유천을 부르는 교사의 한마디에 유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와 엄지를 붙여 보았다. 누가 보더라도 쩐을 원하는 포즈였다. 유천이 웃음 가득한 어조로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교수를 보며 유천은 주저 없이 우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악-!”

“시끄러워.”

유천에게 뒤통수를 맞은 우진은 그대로 책상에 이마를 들이받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유천은 작은 죄책감마저 가지지 못한 듯 그런 우진의 뒤통수를 지그시 눌러줄 뿐이었다. 그럴수록 오히려 비명만 더 지르며 강의를 방해하는 그를 보며 유천은 한번 더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러자 곧 비명만 질러대던 우진은 축 늘어져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붉게 부풀어 오른 우진의 이마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음……. 쟤 괜찮은 건가?”

“아마도. 한 시간이 안 돼서 일어나서는 또 떠들고 있을걸요.”

“뭐, 그러려나.”

축 늘어진 우진을 보며 교수가 유천을 향해 질문했다. 그러자 유천은 어깨를 으쓱하며 제 자리에 앉았고, 교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무엇보다 유천이 그러한 행동을 주저 없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약 50%에 다다르는 우진의 싱크로율 또한 자신보다는 못하더라도 몸에 영향을 끼치리라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위험할 정도로 아니면 말고 식의 행동이었지만 유천은 자신의 행동에 일절의 후회도 없었다.

“그러면 오늘 강의는 이거로 끝을 내고. 우진이랑 같은 강의 듣는 사람 있으면 대충 대출 부탁할게. 보아하니 아직 못 일어날 것 같거든. 그럼 오늘도 좋은 시간 보내.”

약 삼십 분 가량이 지나서야 강의는 끝이 났다. 애초에 유천에게 주어진 지령과 종이에는 학과 설명은 가상 현실 게임과 말고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대충 없다 생각한 유천은 굳이 강의실을 나가지 않았다. 그저 남아있는 자신을 보며 질문을 하는 교수를 향해 유천은 당돌하게 말했다.

“응? 너는 안가?”

“다른 과 신청할 시간을 놓쳐서요. 지금 하는 건 이거 하나 밖에 없어서요. 저거 일어날 때 까지는 저도 게임이나 하고 있으려고요.”

“어? 그래. 그렇게 해. 싱크로율은 낮춰뒀지?”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교수의 승낙을 받고서 유천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근처에 있는 캡슐 하나에 몸을 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캡슐 안쪽의 푹신한 감촉에 유천은 편히 눈을 감고서 입을 열었다.

“게임 시작.”

또 다시 익숙한 화면들이 지나갔다. 익숙하게 화면을 조작한 유천은 곧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바위들을. 몇 번 팔을 강하게 털어냄으로써 바위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볼 수 있었다. 무너진 천장을 가득 메운 초록색의 이파리들을 말이다. 유천은 잠시 제 눈을 비볐다. 이곳이 자신이 로그아웃을 했던 장소가 맞는가에 대한 자문을 하다 결론에 도달한 유천은 퀘스트 알림을 열어보았다.

[잊혀진 엘프의 마법을 익히셨습니다. (5/5)]

성공. 그 한마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렁이들의 시체를 뿌리 밑에 깔고서 있는 거대한 거목들 하며, 무너진 천장 위에 자라고 있던 수목들 또한 지하의 나무들이 밑에 깔고서 제 영양분 삼고 있었다. 유천은 곧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뼈가 짓눌렸었던 듯 팔꿈치가 아려오기는 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디로 나가지?”

천장이 무너짐으로써 들어온 입구 또한 함께 무너졌다. 출구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천이 주위를 기웃거리며 출구를 찾고 있을 때, 유천은 제 옆에 있는 나무를 바라봤다. 어차피 이 나무가 천장 높이는 우습게 넘은 나무들이 아니던가?

“리버스 그래비티.”

중력 역전. 간단하지 않은 마법이었지만 유천에게 있어 어렵지도 않은 마법이었다. 두둥실 떠오른 유천의 몸이 주위에 떨어지던 많은 나뭇잎들과 함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곧 천장을 넘어선 높이에 이른 나뭇가지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 유천은 널찍해 보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잡고는 마법을 해제했다.

“읏차.”

나무 위에 올라선 유천은 주위를 기웃거렸다. 분명 나갈 때는 자신을 버리고 간 발록이었지만, 애초에 자신을 버리고 어디론가 갈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툭하면 발록을 비롯한 일행들을 두고 다닌 것은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기웃거리던 유천의 눈가에 곧 그림자가 드리웠다.

해를 가린 구름과, 아직까지 해가 비치는 숲 외각의 그늘 안쪽에서 펜리르를 무릎 위에 올리고서 낮잠을 자고 있는 발록을 말이다. 얼핏 보기에는 웬만한 그림보다도 더 매력 있는 한 폭의 그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유천에게 있어선 그저 자신을 놔두고 혼자만 도망친 배신자의 모습이었다.

“어딜, 나 혼자 놔두고 자려 들어.”

유천은 그렇게 주저 없이 자고 있는 발록의 이마를 향해 제 주먹을 꽂아 넣었다.

============================ 작품 후기 ============================

아...졸려...한숨 자고 스포츠 클럽 갔다와서 연참 나머지 할까..ㅠ 내가 괜히 이런 짓을 벌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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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악마 : ㅋㅋ 형 독자들한테 인기 많네

//시끄러워 이눔아

성냥팔이악마 : 난 형처럼 성실하게 할 엄두가 안나 ㅋㅅㅋ

//내가 좀 한 성실

archangels la : 흠... 26연참이아니라 50연참해야합니다. 잉여킹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이번 : 갑자기 현실에 등장한 게임속 인물.. 10년후 그중간에 무슨일이..

//글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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