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3 / 0440 ----------------------------------------------
신입생 신고식
“저기 있지, 나 오늘 유천 오빠랑 똑같이 생긴 사람 봤다?”
“뭐?”
한때 유천의 집이었던 곳. 그곳에 도착한 혜련이 자신을 맞이하는 현수를 보며 말했다. 그것을 들은 현수가 지레 큰 소리로 되묻자, 혜련은 대답 대신 제 휴대전화를 꺼내서는 아까의 남자가 찍어주었던 번호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웃기지? 이름은 김 진우라는데, 이니셜은 CH이래. 잘못 누른 걸까?”
“…….”
혜련의 말을 들은 현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제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분명 어디서 본 이니셜이었다. 무엇보다 자주 들었던 이니셜이기도 했었으며, 종종 쪽지에도 남겨져 있던 이니셜이지 않은가. 곧 제 기억을 되짚어가던 현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그 녀석, 어디로 갔어.”
“응?”
“그 녀석, 어디로……됐다. 벌써 갔겠지. 그 녀석이 뭐 다른 말 한 건 없어?”
“오빠한테 안부 전해달라고 했었는데…….”
다급히 제 어깨를 잡으며 물어오는 현수를 보며 혜련이 당황한 듯한 얼굴로 되물었지만, 현수는 곧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는 다른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혜련을 보며 현수는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녀석은 살아있었다고. 이어서 집 안에서 채린을 포함한 청과 형준 등이 아직까지 현관에서 대화를 나누던 둘을 끌고 들어가며 ‘커플이라고 유세 떨지마!’라고 외치던 것은 여담이었다.
“언니도 커플이잖아!”
물론 그 와중에 유정이 채린의 어깨를 옆으로 밀어내며 한마디를 남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채린의 목덜미를 끌고서 집 안으로 들어간 것 또한 여담이었다.
* * *
“뭐야, 얼마나 마셨길래 얼굴이 그렇게 붉어진 거야?”
“몰라, 대충 나 혼자 열다섯 병은 좀 넘게 마시지 않았나 싶은데. 약간 취기가 돌기는 해도 취하진 않았으니까, 허튼 수작 부릴 생각 말고 잠이나 자시지.”
“알았으니까, 너도 오늘은 그냥 자. 어차피 너 오는 거 보고 자려고 한 거였으니까.”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반기듯 유천의 가방을 받아 들며 말하는 소피아의 모습은 일순간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일 정도의 모습이기는 했으나, 까칠하게 대꾸하며 유천은 소피아가 들고 있는 제 가방을 다시 낚아채며 투덜거렸다. 언제나 그랬듯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곤 제 방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괜한 참견은…….”
슬슬 돌기 시작하는 취기를 느끼며 유천은 그저 조용히 중얼거리며 천천히 비틀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리는 유천이었다.
“아, 편하다……. 게임 스타트.”
침대에 누운 유천은 그대로 피식 웃으며 힘 없이 중얼거리고는 제 머리맡에 놓여진 헤드 기어를 집어서는 게임을 시작했다. 익숙하게 지나가는 장면들과 메시지를 뒤로하고 보인 것은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쾌적함이 느껴지는 숲 속이었다. 항상 입고 다니던 검은 갑주가 둘러진 로브는 온데 간데 없고, 대신 조금 칙칙해 보이는 회색의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이제 오냐?”
“아아, 미안. 일이 생겨서.”
나무 위에서 엘프의 모습을 한 라이헤르가 유천을 보며 물었다. 유천은 그런 그녀를 보며 오른손을 스윽, 들고는 익숙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이어서 유천의 뒤에서 어깨를 툭 치며 나오는 발록에게도 손을 들어 보인 유천은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아선 익숙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이 짓이야? 그냥 던전 가면 안되냐? 아니면 이 숲에 대고 마법 실험이라도 하던지. 요새 심심해 죽겠다니까. 네 말 들어보니까 예전에 그 녀석들이랑은 만나도 안 되는 것 같고.”
유천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요상하게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유천의 왼쪽 편의 모습이 완전히 뒤틀린 것도 그 때였다. 유천의 왼쪽 뒤로 보이는 장면들이 뒤집히거나 불이 붙은 그 모습은 게임 시작 장면에서나 보던 마계의 모습과 흡사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가 하면 유천의 오른손에서는 붉은색의 가느다란 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발록이 작게 불평했지만. 유천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는 나도 불청객이고, 너도 그런데. 여기서 그 난리를 피워봐라. 내 정체 들키는 건 시간 문제라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불만 또한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리는 유천이었다. 3개월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 반응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나마 유천이 이 숲에서 하이 엘프들을 도운 전적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쫓겨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워낙 기운에 민감한 엘프 답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기를 흘려대는 발록을 보고선 기겁을 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난리만 생각하면…….’
-치솟는 불길로 인해 4,200의 피해를 입습니다. 약한 화상을 입습니다.
‘이크…….’
유천이 잠시 딴 생각을 한 사이, 유천의 오른손에서 타오르기 시작하던 불 줄기라도 하기도 민망한 그것이 순식간에 유천의 몸을 삼킬 듯 커져선 유천에게 데미지를 주었다. 당황한 나머지 속으로 침음성을 흘리며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서야 유천은 다시 생각을 시작했다.
* * *
“아무리 은인이라 하더라도 저런 마족과 함께 하는 이상 이 숲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아니, 진짜 책임지고 아무 일도 없을 거라니까…….”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하이엘프가 유천을 보며 크게 외쳤다. 일단은 자신도 불청객이기에 강하게 나갈 수 없는 유천이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건 말건 하이엘프는 발록을 노려보며 죽어도 안 된다며 필사적으로 말릴 뿐이었다. 난감한 기색이던 유천은 곧 한숨을 쉬며 도박을 시작했다.
“그럼 나는, 리치잖아. 너희가 보기엔 마족이나 언데드인 나나 별로 차이가 없을 텐데.”
지금 이 자리에는 유천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밝힌 다는 것 자체가 이곳에서 죽던지, 아니면 받아들여지던지. 둘 중 하나였다. 두고 볼 것도 없이 다른 엘프들이 무기들을 빼어 드는 것을 필사적으로 말리는 하이엘프와 유천에게 도움을 받았던 다른 엘프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 유천은 결국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야, 라이헤르. 나와.”
한숨을 내쉬던 유천이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든 것은 숲에 들어오자마자 엘프의 모습으로 제 몸을 바꿔선 나무 사이로 숨어버린 라이헤르였다. 애초에 마나로 풍부한 숲이었기에 정체를 숨길 수 있었던 라이헤르가 모습을 드러내자, 처음에는 유천을 옹호하던 엘프들 조차 당황해 유천을 바라봤었다. 다만 그것도 라이헤르가 으르렁거리며 제 모습을 드러낸 후에야 조용해졌었다. 결과적으로 라이헤르의 종족을 들먹인 후에야 그녀를 보증인으로서 겨우 숲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 * *
-넘실거리는 화염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습니다. 10,472의 데미지를 입습니다. 화상이 심각해집니다. 초당 500의 피해를 화상이 치료되기 전까지 입습니다.
“젠장, 안 해. 때려 치라 그래. 무슨 퀘스트를 이 딴걸 주고 난리냐고.”
유천이 회상을 하던 도중 제 눈앞을 빼곡히 메우기 시작하는 메시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애초에 이 숲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며 유천은 속으로 한탄을 시작했다. 처음 숲에 들어왔을 때는 분명히 엘프들도 자신들을 불청객, 잘해봐야 손님 정도로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유천이 간간히 주변의 던전들을 정리(?)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유천의 처우는 다르게 변해 있었다.
“숲 북쪽 외각에서 두 무리의 오우거가 등장해 나무들을 꺾고 있다는군.”
“우리 마을 남쪽 인근에서 지하 오크 군락지가 발견 됐다네.”
“오빠, 오빠! 어른들한테 들었는데 오빠가 그렇게 강하다면서? 우리 마을 서쪽에 코볼트떼가 튀어나왔는데. 그 코볼트 떼를 처치하면 오빠가 강하다는 거 인정해줄게!”
처음에는 정말 가볍고 간단한 일을 시켰었다. 그러던 도중 유천이 많은 몬스터들을 손쉽게 해치우는 것을 보며 엘프들은 점점 유천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예전에 유천이 베히모스를 해치운 전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떼는 더욱 어려운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마을 동쪽에서 인간들의 침공이 시작되었다네. 그들을 부디 막아주게.”
“…….”
솔직히 말해서 유천은 그 부탁은 들어주기 싫었다. 그 중에 유저들이 섞여있지 않을 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지만 자신은 그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왜? 집주인의 일에 가능한 최대한 협조하는 것. 그것이 세입자로서 유천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인간들의 침공을 막는 데에 성공하셨습니다. 엘프들이 당신을 신뢰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처지를 이해한 엘프들이 당신에게 위조신분을 선사했습니다. 타이틀 [타락한 엘프]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받고서 시스템 위조가 가능했던 것인지, 정말 자신의 종족이 엘프로 바뀌어있는 것을 보았을 대, 유천은 정말 당황했었다. 그러나 곧 좋아하기 시작했다. 리치로 알려진 자신의 정체가 들킬 확률이 배 이상 줄었으니 말이다.
“우리 엘프들도 인간들보다는 덜하지만 서로의 부족 간에 교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에 잊혀진 엘프들의 마법들을 익혀 우리 부족의 위상을 떨쳐 주십시오.”
“……내가 왜…….”
“좀 더 확실한 신분을 드리지요.”
이쯤 되어서야 유천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자신이 숲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순둥이 같던 엘프들은 더 이상 없다고. 분명히 라이헤르와 발록의 작품이 분명한 것을, 떠올리며 순간의 욕망에 혹해 퀘스트를 받아들인 자신의 성급함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잊혀진 푸른가지 일족의 비전 마법을 익혀라
난이도: A-
레벨제한 :450
제한: 엘프의 일족이거나 그에 준한 자.
퀘스트 설명: 여태 당신이 엘프들의 일을 도와주며 당신은 엘프의 일족과 비슷한 대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들보다는 덜하지만 엘프들 또한 서로의 부족들의 교류를 하고, 서로의 기술과 힘, 실력 등을 뽐내기도 합니다. 이번 교류에서 부디 당신이 대가 끊긴 엘프의 마법을 익혀 푸른가지 일족의 위상을 엘프들 사이에서 높이 울려주십시오.
성공조건: 잊혀진 엘프의 마법을 익혀라. (3/5)
실패조건: 교류까지 5개의 마법을 익히지 못할 경우.
보상: 더 완벽한 위조 신분, ???
실패시: 푸른가지 일족과의 친분 악화.
============================ 작품 후기 ============================
아침에 후딱 한편 투척. 리리플은 생략. 그나저나 요새 설정 태클 거는 새끼들이 종종 보이는데, 니들이 짤 거 아니면 닥치고 있어라. 싱크로율 80% 넘으면 뭐, 게임에서 팔 잘리면 뼈가 부러져? 내가 초기부터 싱크로율이 몇이건 뇌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그 지랄을 떨었는데. 눈이 리신이냐. 아주 상 병신이 납셨네. 아침부터 아주 기분 잡치고 학교가네 정말. 설정 니들이 잘 알아보고 태클 걸어라. 웬 병신같은 드립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