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12화 (312/440)

0312 / 0440 ----------------------------------------------

신입생 신고식

“……이, 이제 포기하는……게……어때? 딸꾹-”

“왜? 쫄리냐?”

제 앞에 놓인 잔의 술을 몇 번에 걸쳐서 마신 우진이 말을 더듬어가며 유천에게 항복을 권유했다. 이미 주변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던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서로 지쳐 더 놀 것도 없이 서로 앉아서는 저희들끼리 유천과 우진이 미리 주문해둔 술들 중 몇 개를 슬쩍 빼서는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예 오기로 가까스로 정신줄을 잡고 있는 우진이 그것을 눈치 챌 리도 없었고, 굳이 그 많은 술을 마실 생각도 없었던 유천 또한 그저 사이 좋게 나눠먹으라며 오히려 술병 몇 개를 집어 건네주기까지 했다.

“괴물이네.”

“교수님, 그렇게 사람 매도하지 마요.”

여태껏 혼자 자작을 하며 깨작깨작 이제 겨우 반 병을 마신 교수가 유천을 보며 웅얼거렸다. 취기가 도는 듯 코가 살짝 붉어진 그녀를 보며 유천은 간단히 대답을 하며 다시 제 앞에 있는 술병을 들었다. 이미 우진과 유천의 주위에 놓인 맥주와 술병만 14병에 이르고 있었다. 시작부터 한방에 끝내주겠다는 우진의 호언장담 하에, 과감히 소맥으로 스타트를 끊었던 둘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우진은 맥주 한잔을 겨우 들이킬 동안 유천은 소맥을 두잔씩 들이키고 있었다.

‘그나저나, 거슬린다 정말.’

다시 소맥 한잔을 들이키며 유천이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는 유천이 보고 있던 것은 문 밖과 금새라도 쓰러질 듯한 교수와 방 안의 다른 이들이었다. 어차피 이제 술 내기는 이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저 자신이 마시고 싶기에 그대로 놔두는 것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2차전이 시작되었다며 떠들기 바빴고, 방 안의 다른 이들도 유천을 따라 한다며 페이스를 올리다 나란히 취해선 헤롱헤롱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이 방에서 남학생들 중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은 유천이 유일했다.

‘무엇보다 거슬리는 건…….”

교수였다. 아까 전 술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입에 달고 살듯한 기세로 떠들다가 결국 교수에게 맞았던 우진의 한마디가 이제 와서 유천의 머리를 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쓰리 사이즈가 분명한 그 사이즈.

‘85……그 다음을 말했었나.’

오랜만에 마시는 술 때문인가, 이제 슬슬 돌기 시작하는 듯한 취기를 느끼며 유천이 웅얼거렸다. 그러는 유천의 시선도 슬슬 엄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유천이 곧 제 양 뺨을 제 손으로 내려치고는 옆에 있던 벨을 올렸다. 그 소리에 밖에 있던 다른 이들과 헤롱헤롱거리던 방 안의 신입생, 재학생, 교수가 하나같이 놀란 눈으로 유천을 볼 때, 문을 열고 들어온 종업원을 보며 유천이 말했다.

“이제 슬슬 계산할 때 됐지? 사케 가져와. 독한 놈으로.”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종업원이 접수를 받고서 다시 문을 나가는 것을 보며 유천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잠시 차렸던 우진이 유천을 보며 베베 꼬인 혀로 뭐라 웅얼거릴 때, 유천은 들어오는 종업원이 내미는 술을 받아 들며, 원래는 좀더 시원하게 술을 먹기 위해 비치해뒀을 꽤 큰 그릇의 얼음을 모조리 뒤집어 빼고는 술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두 개 있던 그 그릇에 담긴 술의 양만 하더라도 상당했다. 각각 소주만 한 병 반, 맥주가 두 병. 거기다 방금 들어온 사케 반 병.

‘멀쩡한 정신으로는 마실 생각도 못할 그 맛이었지.’

예전에 장난 삼아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고 남은 술을 모조리 섞어 마셨을 때를 떠올리며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정확하기까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양의 술을 섞어낸 유천을 보며 이제는 대놓고 안에 들어와 둘의 술내기를 구경하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유천은 우진에게 그릇을 밀어줬다.

“이거로 끝을 보자.”

“허어……이 미친 새……딸꾹-“

그릇을 거의 가득 채운 술을 보며 유천이 우진에게 말을 건네자, 베베 꼬인 혀로 거의 반쯤 나가다시피 한 정신으로도 미친 행동이라 본 듯이 유천의 멱살을 잡아들며 욕을 웅얼거리듯 중얼거리는 우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제 그릇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나가지 않은 종업원도,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도, 교수도 유천을 보며 놀라던 그 순간 금새 그 술들을 벌컥벌컥 마신 유천이 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야, 그것도 못 마시면서 술내기 한 거야? 마시지 못할 거면, 그냥 포기하고 계산하던지.”

“이익! 내가……딸꾹- 겨우, 내가 그것 하나 못 마실……딸꾹- 것 같아!”

입가로 조금 흐르는 술을 소매로 닦아내며 유천이 도발하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발끈한 우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서는 유천이 만들어낸 그 폭탄주, 유천이 칭하기를, ‘쓰레기주’그것을 한번에 들이키는 것을 본 유천은 피식 웃으며 제 지갑과 우진의 지갑을 집어 들었다.

“우욱, 이게 무슨 맛이야!”

그 온전치 못한 정신에도 그 맛이 너무도 강렬했던 탓일까, 그 사이에 헛구역질을 하며 유천을 가리키며 욕을 하려던 우진은 곧 그 자리에서 제가 마시던 그릇에 토악질을 하며 쓰러져서는 그대로 정신줄을 놔버렸다.

“이거로 계산하세요. 여기 토한 그릇이랑 뭐, 기타 등등 모조리 싸잡을 거리 있으면 전부 다.”

“네, 네…….”

토 냄새를 맡으며 표정을 찌푸리던 종업원을 향해 우진의 카드를 내미는 유천과 그 말에 급히 표정을 밝히며 카드를 받아나서는 종업원을 보며 유천은 엎어진 우진을 일으켜 세워서는 옆에 있던 휴지로 우진의 얼굴을 박박 밀기 시작했다.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낄낄 웃어 제끼며 우진의 얼굴을 닦아(?)내는 유천의 모습은 얼핏 보기에도 광기가 가득해 보였다.

“자, 이제 내가 할 일은 끝났고, 다들 내일 보죠. 카드 받으면 이 녀석 지갑이랑 같이 주머니에 넣어서 길에나 던져 두세요. 노숙자 털이범이나 만나라지.”

냄새는 그대로지만 얼굴은 그럭저럭 깨끗해진(그러나 상당히 붉게 달아오른)우진의 얼굴을 발로 툭툭 치며 말한 유천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일으켜서는 방을 나섰다. 그 뒤, 그대로 술집을 나선 유천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우진을 엿 먹일 생각에 빠져 아무런 생각 없이 그를 따라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주위를 기웃거리던 유천은 그제서야 이 거리가, 제가 살던 집 근처라는 것을 떠올렸다. 7시가 겨우 넘었을 때, 술집에 들어가 지금은 아예 11시를 넘어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 시간대면 주위를 유흥업소에서 저마다 홍보를 나올 시간대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이 시간대면 종종 좋지 않은 일이 이 거리에서 벌어지곤 했었기에 자주 다니던 길은 아니었다.

“하, 하지 마세요!”

“……무시해야 되나.”

제 앞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소리에 유천은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이제 자신이 사는 집은 이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도 굳이 문제가 생기지 않기에, 유천은 주저 없이 몸을 돌렸다.

“꺄아악! 하지 마라니까요!”

“아, 진짜 짜증나게…….”

다시 한번 울려오는 목소리에, 이제는 취기 때문에 슬슬 비틀거리기 시작한 유천이 다시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상당한 짜증이 담겨 있었고, 몸을 돌린 유천이 향한 방향은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었다.

“어차피, 이 시간에 이쪽으로 다니는 건 너도 그럴 생각이 있다는 거잖아? 굳이 튕기지 말라고. 응? 험한 꼴 보기 전에 말이야.”

“아, 진짜. 도와줘야 될 이유가 늘었잖아. 야,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 그 험한 꼴.”

점점 다가갈수록 보이는 덩치 큰 사내들과 한 여자의 목소리. 사내들은 협박이라도 하듯 점점 구석으로 여자를 몰아가고 있었고, 여자는 다가오는 사내들을 밀치며 소리칠 뿐이었다. 그럼에도 주위에서는 구경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내밀지 않자, 유천은 낮게 욕을 지껄이고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들이대고 있는 사내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내려치고는 말했다.

“이, 이 새끼는 뭐야!”

“유, 유천오빠?”

‘젠장. 알아봤나.’

겨우 뒤통수 한대 맞았을 뿐인데 거품을 물고서 기절한 사내를 보며 다른 사내들이 유천을 보며 외쳤다. 그리고 구석에 몰려있던 여자 또한 유천을 알아본 듯 유천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름 점퍼에 달린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서 얼굴을 가리려 했던 자신이었건만, 자신을 알아보는 여자, 아니 소녀를 보며 유천은 속으로 욕을 지껄일 뿐이었다.

“뭐긴, 지나가던 행인님이시다.”

‘이렇게 된 거 해결하고 아닌 척 생까고 도망쳐야지.’

유천은 이제는 대놓고 얼굴을 드러내고는 아직까지 멍하니 서 있는 사내의 머리들을 내려치며 말했다. 술김에 쓰는 힘답게 조절이 되지 않았고, 맞자마자 크게 허리를 숙여가며 몸을 움츠렸다. 유천은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소녀의 손을 잡고 제 근처에 있는 사내 하나를 발로 걷어차고는 뛰기 시작했다.

“오빠죠? 유천 오빠?”

“아, 아니라고. 요새 들어 왜 그 놈이랑 그렇게 비교하는 놈이 많은지 몰라. 봐봐. 내가 ‘신 유천’인가, ‘김 진우’인가.”

유천은 제 앞에 선 소녀를 향해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핏 자신인가? 싶은 느낌을 주면서도 완전한 확신을 심어주면 안 된다. 그것이 자신이 지금 노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제 정체를 가려줄 학생증을 내미는 유천과 그것을 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한 소녀를 보며, 유천은 입을 열었다.

“보답하려면 나중에 이 번호로 연락해. 될 수 있으면 문자로, 평소엔 ‘게임’한다고 바빠서 전화 못 받을 테니까.”

유천은 그렇게 말을 하며 소녀가 꼭 쥐고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어 제 번호를 찍고는 말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저장까지 하는 유천을 멍하니 보던 소녀는 곧 유천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몸을 움찔했다.

‘현수한테 제발 전해라 혜련아. 그 새끼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정도는 알아봐야 사람 구실은 하겠지.’

“네 남자 친구한테 안부나 전해줘라.”

[010-xxxx-xxxx –CH-]

간절한 바램을 담아, 말을 건넨 유천이 그대로 등을 돌려 제 집을 향함과 동시에, 혜련은 몸을 움찔하며 유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미 유천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남은 것은 제 액정 위에 남은 글자들이었다.

“진우라는 이름에 CH가 들어가나……?”

이미 사라진 유천이 남긴 번호를 보며 혜련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신유천 생존 떡밥 투척- 남은 것은 입 안까지 떠먹인 것을 먹느냐 뱉느냐. 주말인데 너무 할 게 없어서 써봤...근데 어제 쓴게 늦게 올라가서 본의 아니게 날짜상 연참. ㅋ

-------------------------------------------------------------------------------

researchers : 술고래 유천 과대표를 함락시킬수 있을것인가?!ㅋㅋㅋ

//가볍게(?) 함락 함정은 그 과대표 혼자 현수와 현성보다 술을 더 마셨다는 점. 유천도 꽤나 고비까지 갔

ordeal : 과대표는 발리면 카드 아주 털리는거야 이자까지 포함해서

//뒤끝 쩌는 유천이는 결국에는 뒷정리를 해야될 모든 점에 계산을 아끼지 않았

은or : 우와...과대표 털ㅋ림ㅋ!!ㅋㅋㅋㅋ 유천이의 복수!ㅋㅋ

//탈탈 털림★

인핀 : ㅋㅋㅋ 완벽히 털리는건가

//그런거죠, 술고래를 이길리가. ㅋ

덱스트린 : 주량이 한 스무병 되낰ㅋㅋㅋㅋ

//비슷비슷. 둘이 32병, 유천이 혼자 16병.

BlackRaccoon : 유천이저놈의간기능은초인적이네완전

//그 점은 문제 삼을 게 없습니다. 쟤도 사람인 건 뒤에 나와요

arcadia1019 : 와 진짜 진심 아부아니고 이렇게 겜소설인데 현실에서의 일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시면서 재밌게 하시는 작가님은 완전 제 우상이에요!!!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

//컼...감사합니다...ㅠ 요새 칭찬에 목말랐었긔

쪼커페이스 : 팔렌엔젤... 혹시 별이님이신겁니까...?... 블쏘 천우신조 하시는...

//본인 주민으로 게임하자는 주의의 1ㅅ이라. 블쏘 하려면 아직 2~3년 남았긔

archangels la : 오오 동갑이시군요 저도 고1입니다 핫핫하........아 망함 시험공부

//시험따위, 엿이나 먹으라지. 퉷퉷

심심판타지 : 허허 유정 이는못때려도 저남자는 죽일수있지 고1동지 알아두시라우요

//이거 스폰데, 나중에 가면 쟤가 유정이보다 더함. 유정이가 주로 피지컬을 괴롭게 했다면, 얘는 멘탈을 괴롭게 한달까.

인간님 : 나도 술고래가 되고싶다아아아아아아!!!!!

//레알 과장 없이 매주마다 죽기 직전까지 술만 마시세요. 3년쯤 그러면 술고래 되실 수 있을 듯. 후천적 각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arkness1021 : 술먹었다! 마싰것다 (미성년자)나도먹고싶다

//ㅋㅋ 동감

파릇초 : 나도 이름이 기억이 안나

//한놈이라면 신성제국 황제 된 그 놈이라고 생각 나는데, 두놈이라니까 누군지 짐작도 안가긔

킴치맨 : 20대가됬으니 20병ㄱㄱ

//으잌

세리신스 : 술고래... 전 술 1병이 한계라지요....

//쩝...난 언제 취할때까지 술 마셔보지...좀 마시면 어른들이 컷트. ㄱ-

아, 어떤 분이 발록외모 질문하셨는데, 그냥 이미지 비슷한 거로 따지면 브아걸 나르샤랑 비슷하달까, 나르샤, 성격 털털해 보여서 좋아하긔, 팬까지는 아니지만. 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