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10화 (310/440)

0310 / 0440 ----------------------------------------------

신입생 신고식

“어디 한번 도망쳐 봐. 가능하다면.”

유천이 제 손에서 떠나간 백색의 용을 보며 중얼거렸다. 물론 들고 있던 검은 검집에 넣어 인벤토리에 넣은 뒤였다. 우진이 아무리 도망을 친다 하더라도, 전룡은 어디까지나 전기였다. 전기가 잘 통하는 철을 향해 거의 자동으로 쫓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유천이 말을 마치고서 얼마 되지 않아 발을 헛디딘 우진의 몸이 앞으로 휩쓸림과 동시에 쩍 벌어진 전룡의 아가리가 그를 집어 삼켰다.

[Perfect!]

퍼펙트 게임. 메시지에 떠오른 말 그대로였다. 유천의 체력은 단 1도 감소하지 않았다. 단지 마나만이 상당량 줄어있을 뿐, 그 외에는 특별한 것도 없었다. 반대로 상대의 우진은 거의 절망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서 허망한 표정으로 게임을 종료하려 들 뿐이었다.

“아, 맛있겠다. 스테이크.”

유천은 정말 진심으로 중얼거렸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자신이 한 것 외에는 제대로 된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그마저 놈들의 아지트인지 뭔지에 있을 때는 간간히 철분 보충이랍시고 고기라도 얹어 줬는데, 여기 와서는 그런 것도 없었다. 분명 제 통장을 통해 들어오는 잔고가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자금이랍시고 고기도 한번 안 사줬다. 오랜만에 먹어 볼 고기 생각에 유천이 기분 좋게 중얼거린 순간 우진이 무엇인가 떠오른 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쳐들며 외쳤다.

-[아드리안]님이 재대결을 신청하셨습니다.

“남자는 원래 삼세판이야!”

“……치사하네 정말. 나 배고픈데.”

“내 밥 훔쳐먹었으니까 배 부를 거야! 과대표로써 말하는데 당장 시작해! 이번에는 절대 그 따위 마법에 안 당하니까!”

유천이 제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마자 찔리는 듯 외치는 그를 보며 유천은 한숨을 뱉고는 중얼거렸다. 싱크로율 90%대의 수준은 그 정도였다. 게임 안에서의 배고픔도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 굳이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내리지 않았던 것을 그제서야 후회하는 유천이었다.

“그래 봤자, 한대도 못 칠 텐데.”

주린 배를 잡고서 중얼거린 유천은 그대로 인벤토리에서 검집 째로 검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발끈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우진을 보며 혀를 차고는 땅을 박차며 중얼거렸다.

“공간의 틈새로 도약을, 블링크.”

굳이 말하자면 유천은 이번에는 오러 블레이드도 쓰지 않았다. 마나를 잡아먹으면 잡아먹는 기술일 수록 유천의 포만도는 순식간에 떨어지고 만다. 게임 상에서는 언데드라 죽을 일은 없겠지만, 공복의 고통만은 쉽사리 넘길 것이 아니니 유천은 애써 마나를 잡아먹는 기술을 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익! 맞고 죽어버려!”

약 다섯 번 정도를 유천이 우진의 공격 도중 사라져 그의 뒤통수 혹은 옆에서 나와 공격을 했었다. 가까스로 급소를 피하는 행동으로 데미지는 최소화 시켰지만, 우진조차도 일반인에 비하면 싱크로율이 낮은 편은 아니었다. 곳곳이 아려오는 듯한 감촉에 짜증이 난 우진은 이번에는 한 손으로 공격을 하고는 남은 한 손으로 제 옆에서 공간을 찢고서 나타나 검을 휘두르는 유천을 향해 검을 찍어 내렸다.

“이번에야말로 저녁 잘 받아 먹겠습니다, 꺼지지 않는 지옥불의 검.”

애초에 유천이 누구던가, PVP면 PVP, 대규모 레이드조차 두 번을 겪었다. 다른 유저들이 쩔쩔 매는 대형 몬스터조차 우습게 잡는 유천에게 있어 우진 같은 저돌적인 공격 스타일의 플레이어는 수없이 만난 패턴이었다. 마지막에는 가벼운 환각으로 분신을 만들어 옆에서 기습을 시도하는 듯한 착각을 심어주고, 검을 맞대고 있는 본체로는 7서클 상위 인첸트 계열 강화 마법을 사용했다. 유천의 검에서 피어 오른 진홍의 불꽃은 순식간에 우진의 몸에 들러붙어 타올랐다. 그 뒤, 가볍게 끝난 승부에서도 유천은 퍼펙트 게임을 따내는 것에 성공했고, 그제서야 포기한 듯 우진은 게임을 종료해 밖으로 나갔다.

“한 번은 운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라고. 설마 두 번 연속으로 퍼펙트 게임을 따낼 줄이야…….”

“선배가 칼빵 맞아봐. 얼마나 아픈데, 그거 싫어서라도 안 맞지.”

마찬가지로 게임을 종료한 유천이 옆의 캡슐에서 나온 우진의 중얼거림에 비웃으며 말했다. 유천에게 있어선 사실이나 다름 없지만, 그에게 있어선 도발이나 다름 없는 말이었다. 우진이 달려들려 함과 동시에 뒤에서 다른 학생들이 유천을 향해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잠깐 얘기 할 시간 될까?”

“아……뭐, 잠깐쯤이야.”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유천이 난감한 기색을 표하자마자 여교수가 다가와 유천에게 말을 건넸다. 유천은 학생들과 여교수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곧 여교수를 따랐다. 이곳에 있다가는 그나마 버틸 체력도 잃고서 골골대며 배고프다 중얼거릴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아까 그거, 농담 아니었지?”

“뭐가요?”

“칼빵 맞으면 얼마나 아픈데.”

“아, 뭐 그런 거죠. 사실이에요.”

제 집무실이나 다름 없는 방으로 들어온 여교수는 곧 옷을 챙겨 입으며 핸드백을 들며 유천에게 질문했다. 유천이 알아듣지 못한 듯 되물어보자마자 아까 유천이 꺼낸 말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그녀를 통해 유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런 유천을 향해 교수가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할게. 그 싱크로율 당장 낮춰, 네 목숨이 달린 문제야. 겪어봐서 알 텐데. 그 정도면 가벼운 공격 하나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그럴 생각이에요. 위험성에 비해 턱없이 효율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네?”

유천의 말을 들으며 그럼 그렇지 라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유천을 향해 경고에 가까운 음색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유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차피 싱크로율을 그만큼 끌어올렸던 이유는 이렇게 하면 맞기 싫어서라도 피하는 것을 무의식화 하게 되지 않을 까 했던 것이었다. 뭐, 결과적으로 상위랭커에게까지 먹힐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되어 집에 가자마자 우회서버로 접속해 슬로스를 만나 내릴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유천의 대답을 들으며 다시 말을 꺼내는 그녀를 보며 유천은 무심코 입을 열어 되물었다.

“학생 말이야. 유니온에서 일해볼 생각 없어? 테스터로는 적합해 보이는데, 물론 아까 학생이랑 싸웠던 그 녀석도 테스터로 일하고 있어. 보수는 상당히 넉넉하고 리포트나 그런 거에 가산점도 들어가. 이 정도면 꽤 좋은 조건 아닌가?”

‘……이게 웬 횡재냐.’

“할게요. 그런데요. 이만 가면 안될까요? 저 배고픈데.”

“그래야지. 나도 오늘 처음 그 녀석 돈으로 밥 먹는 건데 말이야. 빠질 수야 없지,.”

유천의 되물음에 피식 웃으며 권유를 하는 교수를 보며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곳으로 온 목적이 입학식 첫날에 성사되어 기분이 좋아진 유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짜 밥이었으니 말이다. 교수 또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제 집무실을 나섰다. 유천도 따라 몸을 일으켜 집무실을 나섰다.

“저기 말이야, 너 직업이 뭐야?”

“업데이트 이후로 대전 하면 관전자들한테 직업 보이잖아요.”

“에이~ 최상위 랭커면 알 거 다 알면서 왜 그래? 대략적인 직업의 특성으로 계산한 노멀 클래스 말고. 네가 사용한 마법 히든 클래스잖아?”

집무실을 나선 유천이 제 자리로 가 챙겨온 크로스 백에 꺼내둔 노트와 필통을 집어 넣는 사이 다가온 앞자리의 여학생이 유천에게 질문했다. 그 여학생의 친구인 듯 그 옆에선 여학생마저 유천에게 묻자 유천은 귀찮다는 듯 대충 설명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쫓아오며 계속 묻는 여학생을 보며 유천은 표정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관전 창이 과대표뿐만이 아니라 제 화면까지 비춘 것이 분명하다 생각하며 말이다.

“환술사 계열 히든 클래스. 일반 원소 마법도 사용 가능해요. 이걸로 됐죠?”

“잠깐만! 더블 히든이야?”

“아니요.”

계속 옆에 있다가는 더 많은 질문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속도를 올려 걸으며 대답을 하고서 벗어나는 유천이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다. 흑마법 중에서는 환각, 환술 계열 마법도 상당히 많았으니 말이다. 슬로스가 한국 서버 메인 컴퓨터에 침입해 수정한 유천의 데이터는 원판과는 상당히 달랐다. 케릭터 명과 레벨 능력치는 비슷했지만, 종족과 직업 명이 바뀌어 버렸으니 말이다. 실상 유천이 본다면 그대로지만 말이다. 언데드(아크 리치)였던 종족명은 엘프로 바뀌었고, [타락한 엘프]라는 타이틀도 얻어냈다. 직업도 흑마법사에서 환술사로 바뀌었고, 서브 직업도 네크로멘서에서 나이트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유천의 말은 사실이었다. 3개월 전 막 한국에 귀국한 유천이 게임에 접속했을 때는 제 모습이 달라져 있어 상당히 놀랐었다. 타락한 엘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인간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설정으로 바뀐 유천은 서둘러 그 장소를 벗어났었다. 나름대로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가지 않아 인연을 맺었던 엘프 부족이 있었다. 다행히 그쪽 부족의 하이엘프를 구해준 전적이 있었기에 호감도는 최상. 어렵지 않게 동족이라는 이유로 그 숲에서 숨어 생활할 수 있었다. 간간히 쳐들어오는 대형 몬스터를 처리하며 레벨 업을 하고 근처의 고레벨 던전을 홀로 돌아다니며 스킬을 수련했다.

결과적으로 환술은 상대가 높은 정신력 스탯을 가지고 직접 빠져 나오거나 자신이 해제하지 않는 이상은 탈출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랐고, 취미 삼아 쥔 검은 노가다로 인해 소드 마스터 초입이라는 위치로 유천을 이끌었다. 하지만 아지트에서 단순히 레벨업을 하며 모였던 스탯을 몰아 넣은 유천의 정신력 스탯을 넘어서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유천이 지난 3개월의 노가다를 떠올리며 도착한 레스토랑에서 유천은 고기를 썰어 먹고서는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이 맛이었어.”

하마터면 정말 잊을 뻔했다. 고기 맛을. 정말 과장 없이 제 입맛이 퇴화 당할 뻔한 위기에서 탈출했다 생각한 유천이 배불리 스테이크를 먹고 주위의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을 때였다. 웨이터가 유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계산하시겠습니까?”

“네? 오늘 계산은 우리 과대표가…….”

“방금 그 분이 이분께서 계산을 할 거라고…….”

“……이, 개새끼가아!!”

============================ 작품 후기 ============================

두줄 요약

"후훗, 방심은 가장 큰 죄악이다!"[과대표, 직장 선배(?)김 우진]

"이, 이런 개새끼!"[골탕 먹은 신입생 대표 김 진우(신 유천)]

네, 예상하셨다시피 이놈은 미친놈입니다. 낄.미친 놈을 굴리려면 미친 놈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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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eal : 야자인데 내가 이걸 보다니 ㅋㅋ 그것도 1빠야

//집에오자마자 내가 이걸 쓰다니 ㅋㅋ 그것도 11시얔ㅋㅋㅋ

researchers : 베베 꼬이고 꼬여서 굴려지고 굴려지는구나ㅋㅋ

//거기다 주머니 위협 당하는 중

테레케 : 에이 한번더 깽판쳐야지 소환! 투명 그로테스크......... 저녀석을 때려부셔라!

//그랬다가 '나 신유천임'하고 떠들 일 있나여 아직까지 인질에 가까운 유천이 일행들이요. 짐덩이가 따로 없긔

은or : 잌ㅋㅋㅋ히로인 진건가...쩝...당연한것같은데 아쉽닼ㅋㅋ..

//[우진]:내가 진 것은 이러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지!

덱스트린 : 이야 저런 관찰력 대단하오 소설이 아니라 실제엿다면 저런 캐릭터정보는 훑고 말았을텐데...

//사실 저 여교수가 말만 교수지 그냥 테스터 찾으러 온 거라 캐릭터 정보 세세하게 살핌 ㅇㅇ

Darkness1021 : 유천이는어짜피구를운명 만세!!!!!!!!

//만세!

인간님 : 오~~싱크로율이 92퍼라니!!

//단순히 배가 더 고파진다는 이유로 하향 다짐

BlackRaccoon : 저구름은보통구름이아니야

//[유천]:!?

xldos : 구르자구르자~

//데굴데굴 구르자~

인핀 : 싱크로92%라니 뭐야 저거 무서워

//ㅋㅋㅋㅋㅋ무서워 하지 마요. 그래도 저 놈은 공입니다. 구르고 까일 운명이죠.

루이레나 : ㄷ다읽..엇어!

//ㅋㅋㅋㅋ수고하셨습니닼ㅋ

슈마뽕딸 : 역시인건가 ...ㅋㅋ 저과대표는 레스토랑사줄 돈은잇나?

//있긴 있는데 냅다 튐

DeButy : 작은유천은 아주 무서워요

//다음 화, 작은 유천이가 과대표 털러 갑니다

킴치맨 : 가차없죠. 이겨도 구른다니 이번편에선 상대를 발랐지만 다음편은 구르는건가!

//그런거죠. 가차 없어요. 계산서 남기고 튀어버림

밀리리오 : 뭐야ㅋㅋ어째서1써클짜리쇼크가전룡으로변하냐고ㅋㅋ그리스이자식마나조정실력이늘어서쇼크라는전기마법의마나로용을만들다니ㅋ쩔어

//고서클 마법 봉인됬답시고 던전에 틀어박혀선 저서클 마법에 마나 틀어박고 개량시작. 저것보다 더한 것도 있음 근데 나올지는 의문

세리신스 : 허허허......싱크로율 뭐냐!!!

//귀찮아서 남겨둠. ㅋ 근데 그 덕에 취직 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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