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리치다-307화 (307/440)

0307 / 0440 ----------------------------------------------

신입생 신고식

“음? 또 문자야? 지겹네.”

유천이 사라지기 전 도와준 덕택인지, 새로운 집을 구한 현수가 제 집의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곤 한 젓가락을 들어 입으로 넣는 순간, 식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요란히 진동하며 액정을 밝혔다. 그러나 현수는 상당히 지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질린다는 말투로 웅얼거리고는 라면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어떤 내용일까. 그래 봤자 요새 오는 사기문자랑 대출 권유 문자 말고는 떠오르지도 않는다마는 말이지.”

[나 살아있다. –CH 010-xxxx-xxxx]

“뭐야. 또 이 내용이야? 하여간에 어떻게 매일 이렇게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오나 몰라. 이번에 뒤에 붙인 건 제 이니셜인가? 별 같잖은 놈이 다 사칭을 하네 이 자식은.”

라면을 다 먹고 난 뒤에서야 제 휴대전화를 집어 든 현수는 곧 천천히 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해제하고는 문자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곧 액정에 떠오른 짧은 내용의 문자를 확인하고는 김빠진다는 듯한 태도로 중얼거리고는 휴대폰을 내려다 놓았다. 그 사이 메시지 목록을 살펴보는 현수의 시선에는 그 밑으로 이어지는 수십 개의 메시지가 보일 뿐이었다. 그 내용은 오직 ‘유천이 살아있다.’ ‘나 살아있다.’ ‘너 뭐하냐?’ 등 수십 개의 내용이었다. 곧 현수는 제 휴대폰을 뒤집어버리고는 하나라고 있는 방에 들어가서는 곧장 침대에 누워버린 뒤에야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하아……너, 진짜 어디 있는 거냐?”

어두운 방 속에서 나지막한 현수의 목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유천은────

“그 녀석, 잘 알아들었을까?”

“뭐라 중얼거리는 거냐?”

“너 병신이라고.”

────지원과 같이 일단은 베이스 캠프라 할 제가 활동할 정보에 기록된 바로는 하숙생으로 기록된 집으로 향하며 만담을 벌이고 있었다.

*          *

“일어나, 오늘 입학식이야.”

“끄응……5분만 더…….”

“그 말만 벌써 두 번째인 거 알지? 얼른 일어나. 그러게 누가 밤 새서 게임 하래?”

시간은 벌써 3개월이 지나갔다. 대학교의 새 학기도 시작되었고, 입학식인 당일 유천은 밤새 게임을 한 덕분에 아주 녹초가 되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 자신을 깨우려는 소피아에게서 필사적으로 이불을 지켜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오히려 게임을 하다 잠들었다면 특유의 가수면 모드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유천은 달랐다. 여태껏 싱크로율 90%를 유지하고 있는 유천에게는 그보다 더한 피로감도 없을 것이었다. 가끔씩 소피아와 지원이 어째서 아직도 그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유지하는 가에 대한 질문을 했었지만, 유천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할 뿐이었다. 어쨌든, 피로에 취한 유천은 이불 안에서만 웅얼거릴 뿐이었다.

“당장 안 일어나면, 문 잠궈 버릴 거야. 여기 대학은 신입생 신고식이 화려하다던데, 잘 해봐.”

“……안 가면 그만이지 뭐……나 좀 내버려 두란 말이야아…….”

거의 협박에 가까운 소피아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으며 잠에 취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유천을 향해 한숨을 내쉰 소피아는 곧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곧 유천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는 밖에 있는 욕실을 향해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서는 나가버렸다. 한 마디를 남기며 말이다.

“이번 달 청소, 식사 당번 제외시켜줄게.”

“……진짜지?”

“그래. 얼른 나와서 씻기나 해.”

“모든 것은 계획대로.”

“그런 데 쓸데 없이 진지한 표정 짓지마! 왜 청소랑 식사당번 피하려고 녹음기까지 동원하는 건데!”

욕실로 향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씩 웃으며 말하는 유천의 뒤통수를 향해 크게 외치는 소피아였지만, 유천은 그저 제 손 위에 들린 녹음기를 흔들며 욕실로 들어갈 뿐이었다.

“근데……이 새끼는 연락을 넣은 지가 언젠데 반응이 없어?”

욕실로 들어오는 길에 옷을 모두 털어버린 유천은 샤워기의 물을 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차피 이렇게 물을 틀어두고서 조용히 중얼거린다면 어디에 설치되었을 지 모를 도청장치도 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 아침은 뭐야?”

“간단하게 네 돈으로 가면서 사먹어.”

“삐쳤구나.”

“아니야!”

“난 갔다 온다. 늦어도 지랄하지 말고.”

욕실에서 나온 유천이 제 머리를 대충 말리며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소피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소피아는 유천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대답하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이 신발을 신으며 중얼거렸다. 귀신 같은 청각으로 그것을 캐치해내는 데 성공한 소피아가 크게 외치자, 유천은 문을 열며 대답했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온 지 이틀 뒤부터 지원은 집 안에 거의 머물지 않았다. 말만 감시역이지 다른 임무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 유천은 짐작할 뿐이었다.

“시작했어?”

“어. 잘 안 들리니까 조용히 해. 도청기를 옷 애매한 곳에 처박지 말라니까.”

“옷 개고 있는데 갑자기 게임 끄고 올 줄 내가 어떻게 알아. 하필 그 옷을 챙겨 입고 갈 줄도 몰랐다고.”

유천이 현관을 나서는 것을 보며 소피아는 지원의 방으로 들어가서는 말했다. 곧 방의 구석에서 조용히 대답하는 지원의 나지막한 불만에 소피아는 볼을 부풀리며 변명했다. 사실 유천이 난대 없이 튀어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도청을 당하더라도 잘 들리지 않는 위치에 박아 넣었던 것도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비단 그 옷만이 아니라 몇 벌을 제외한 웬만한 도청장치는 평상시의 대화소리라면 겨우겨우 잡을 만큼 애매한 위치에 도청기를 몰래 꽂아둔 소피아였다.

“그럼 수고해. 나도 오랜만에 게임이나 해야지.”

“망할 년. 도청은 너도 할 줄 알잖아!”

“네가 더 잘하잖아?”

“젠장. 빌어먹을 년 같으니. 신 유천 그 자식이랑 붙어 다니더니, 필요 없는 것만 닮았어.”

지원의 어깨를 툭툭 치며 방을 나서는 소피아가 피식 웃으며 말을 꺼내자, 지원이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는 지원을 향해 키득거리며 대답하는 소피아를 바라보며 낮게 욕을 지껄이며 지금 그 자리에 없는 유천을 욕할 뿐이었다.

“어디 보자……학교는 늦지 않게 도착했는데. 입학식을 어디서 한다고 했더라.”

귀국 첫날에 살폈던 대학교에 이미 도착은 한 유천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입학식을 어디서 한다고 했는지 깜빡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러나 유천은 느긋했다. 어차피 입학식은 11시에 시작한다고 했으니,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자신은 시간이 넉넉하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유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등을 돌려 학교의 교문을 나섰다. 유천이 향한 곳은 학교 근처에 있던 작은 식당이었다.

“아줌마, 여기 전주 비빔밥 언제 나와요?”

“이모, 여기 전주 비빔밥 하나요.”

유천이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었던 장면은 꽤 편안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바쁘게 음식을 나르고 있는 아줌마에게 독촉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 말에 잠시 입에 군침이 도는 것을 느끼며 유천은 그대로 근처에 있던 아줌마에게 친근한 말투로 말을 걸어 주문을 했다.

“아, 정말. 화장실 갔다 오기 전에는 여기 두세요.”

곧 사내는 말을 마치곤 제 배를 잡고서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그 자리에 사내가 앉아 있었단 것을 알려주는 것은 의자 위에 놓여져 있는 가방 하나뿐이었다. 유천은 기다리기가 지겨웠던 탓인지, 제 휴대전화를 꺼내서는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꽤나 오래 전에 나온 고전 테트리스였지만 시간을 때우기에는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물론 제 전화는 해킹 되어 안에 내장된 정보마저 복사된 상태였다. 전화는커녕 문자라도 보냈다간 그 내용이 지원을 비롯한 소피아와 아지트에 있을 사내에게 전해질 것은 당연한 것. 유천은 그저 제 휴대전화를 게임 용도 말고는 잘 쓰지도 않는 편이었다.

“학생, 많이 먹어요.”

“에? 아까 들어간 그 분이 먼저 주문하지 않았어요?”

“화장실 간 걸요 뭘. 어차피 곧 하나 더 나와요. 마음 놓고 먹으세요.”

“네. 뭐, 잘 먹겠습니다.”

“학생 정말 내 딸이 좋아하는 그 총각이랑 닮아서 그런가, 나도 호감이 가네. 내 딸이 말이야. 툭하면 제 남자 친구라며 신 유천이라는 총각 사진을 구해서는 매일 나한테 보여줬단 말이지, 뭐 작년 말에 그렇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하하……켁.”

유천이 한창 게임에 몰두했을 즈음, 아까 전 음식을 나르던 아줌마가 다가와 유천의 앞에 비빔밥을 내려두며 말했다. 곧 유천이 아직 제 뒷자리에 올라가지 않은 비빔밥을 보며 의문을 표했으나, 대답하는 아줌마의 호쾌한 말투에 중간중간 웃으며 대답을 하고는 밥을 먹었다. 채 두 숟가락을 먹지 못해 아줌마가 꺼낸 제 얘기로 당황해 웃다가 사래가 들려 켁켁거렸지만 말이다.

“기다려요, 학생. 물 가져다 줄 테니까.”

“아줌마, 여기 돈까스요.”

“어머, 미안해요 학생. 물은 직접 마셔야겠네…….”

“괜찮아요.”

유천이 사래가 들린 듯 하자 등을 두드리다 물을 가져다 주겠다던 아줌마는 곧 문을 열고 새로 들어온 새내기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의 주문에 유천에게 미안한 듯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유천은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고는 일어나서 정수기로 향했다. 곧 정수기에서 물을 뜬 채 제 자리로 돌아가려던 유천은 잠시 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뭐지?”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유천이 먹고 있던 비빔밥을, 아까 전 화장실로 향했던 사내가 다시 돌아와 유천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는 유천의 비빔밥을 야금야금 쳐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곧 유천은 헛웃음을 지으며 제 손에 들린 컵 안의 물을 다 마시고는 성큼성큼 제 자리를(사실은 비빔밥을)지키러 사내의 뒤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등장임. 이번 파트부터 유천을 대신 굴려줄 남캐의 등장이. 패기 넘치는 아침밥 스틸러 ㅋ

===============================================================================

덱스트린 : 야메떼! 이런 전개는 모 야메룽다!

//어떤 전개요? ㅋ

ordeal : 오오오오 유천짱

//그런가요? ㅋㅋ

킴치맨 : 반격개시! 는 개뿔이 또 피보것다

//엌ㅋㅋ

적현월 : 반격 시작 이군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반격 시작! 그러나 현수 그놈 마저 유천이 못지 않은 눈치 실종자

사신대왕 : 으어어어, 하지만 게임속에 들어가면 유천이가 쳐발림, 왜냐면 약해졌으니까!!! 캬하하핫!!!

//ㄴㄴ 권총 남아있음

Darkness1021 : 오오생존신고 걸리면존나게구르는기다

//근데 정작 신고했는데 상대가 못 알아봄

심심판타지 : 그럼 현실언데드!

//퓨전갈 생각 음서옄ㅋㅋ

은or : 유천이의 반란!ㅋㅋㅋ

//과연 반란은 성공할 것인가!

researchers : 서쪽하늘에서도 동쪽하늘에서도★ㅋㅋ 가사 잇기인가ㅋㅋ 덤으로 유천이도 생존신고를 했군요ㅋㅋ

//아름답게 구르네★ㅋㅋ 유천이 NEW 구름기 스타트

제이스 올드윈 : 이제 유천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는 페이크. 눈치 없는 현수와 상황이 안따라줌

인핀 : 이제부터 깽판이 시작됀다!

//레알 깽판이 시작될듯. 아침 굶었는데 아침 스틸러 등장

AQ240 : 치밀한유천 ㅋ 드레곤라자 보고왔는데 역시 그리운 조아라여 한 50대엔 죽것네 유천도 ㅋ 복수는 미션이끝나고인건가

//글쎄여. 그건 저도 써봐야알듯. 스토리를 대충 구상하고 쓰는 게 아니라 쓰는 대로 스토리가 가는 터랔ㅋㅋㅋ

인간님 : 작가님의 생존신고와 함께 유천이도 생존신고

//난 나름 생존신고 선방 치고 성공했는데, 쟨 실패한듯

테레케 : 주거라 유천

//굴러라 유천

DeButy : 현실에서 신체능력이 좋아졌으니 전보다 쌔겠지?

//그렇겠죠? ㅋㅋ

IYouMusic : 젠장 난 언제 연재하지!!

//젠장 난 연중이란 거 언제 해보지!! 한 이주정도 쉬다 오면....감이 날아가려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