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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하여간에, 눈치도 없는 새끼. 배가 그렇게 고팠냐?”
“오냐, 알았으면 밥이나 내와라.”
“내가 네 감시역이라 넘어가는 거다. 돌아가서도 그 따위로 지껄였다간 가만히 안 둘 줄 알아.”
유천의 급작스럽기 짝이 없는 난입에 잠시 놀랐던 지원은 곧 웃으며 유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곤 친구와 대화하듯 쾌활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런 지원의 장단에 맞춰주기라도 하듯 유천이 지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 물론 둘이 그렇게 얌전히 있을 놈들은 아니었던가. 둘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서로의 팔에 힘을 주어 서로를 누르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배를 붙잡으며 웅얼거리는 유천이 어깨를 툭 치자 밀려난 지원이 유천을 향해 쏘아붙이고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유천과 소피아만이 남아있었다.
“집이 작지 않아서 그런가, 여기서 얘기하면 저 녀석한테는 들리지 않겠지.”
“아마 그럴 거야. 나랑 할 얘기 있어?”
“목적.”
“응?”
“목적이 뭐냐고. 한 그룹의 후계자 후보 중 하나였다지만, 그 외에는 거의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 그런 나를 납치해서 이런 식으로 굴리고, 겨우 취업이나 시키는 그 의도 따위는 묻지 않겠어. 그 영감의 목적이 뭐야?”
조용히 중얼거리는 유천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소피아를 향해 유천이 짧게 말했다. 제 귀를 의심하며 되물어 오는 소피아를 향해 유천은 차분한 눈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
저 녀석이 지금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야? 도청당하고 있다고 한 건 금새 잊은 거야? 어이 없는 표정으로 소피아가 유천을 노려보며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유천의 입이 열렸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중얼거렸다.
“뭐, 너희 같은 말단에 감시역이라지만 나한테 붙어있는 녀석들한테 말할 거란 생각은 나도 별로 하지 않았어. 하지만 말이야. 그 목적이 뭐던 간에. 그 영감도, 너희도 말이야. 내가 골탕 먹은 만큼, 내가 흘린 눈물만큼, 내 주위사람들이 흘린 눈물만큼 엿이라도 쳐 먹여줄게. 그게 지금 내가 너희에게 할 수 있는 확실한 경고니까.”
저 바보 같은 녀석이……. 소피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저 말은 일부러 들으라고 한 소리가 분명했으니까. 자신은 단지 협박 때문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완전히 저희 편이란 것을 알리듯 적대적인 분위기가 다분한 유천의 말을 들으며 소피아가 안절부절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유천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중얼거리곤 지원이 사라진 부엌 방향으로 향했다.
“알았으면 내가 엿 먹여줄 테니까 손가락이나 빨고 긴장하고 있어.”
분명 유천은 저희에게 아무런 공격도 위협도 할 수 없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인 것인가? 소피아는 피식 웃으며 자신을 지나쳐가는 유천을 보며 생각했다. 저 녀석에겐 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가능한 생각이 말이다.
애초에 유천에게 처음 접근한 것도 자신이었다. 처음에는 단지 자신감 넘치는 저 녀석을 제 밑에 무릎 꿇려보고 싶다는 작은 장난기가 다분한 다짐으로, 그러나 언제부턴가 자신은 어떤 상황에도 웃으며 제 앞을 막는 이들을 주저 없이 처리하는 녀석에게 반해 있었다. 그래서 녀석을 가지고자 이 임무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었지만, 잡혀온 녀석이 고문을 당하고는 힘 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바라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협박으로 인한 저가 속한 단체의 소유가 아닌, 저 자신만의 소유를 원했던 것이었는데 어느새 자신이 원하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소피아는 녀석을 도와주고자 다짐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보는듯한 그 자신감 넘치는 웃음에 소피아는 마찬가지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오랜만에 지어 보는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야.”
“왜?”
“이 밥 누가 했냐?”
부엌에 도착한 유천은 식탁 위에 있는 밥그릇 앞자리에 앉아선 그대로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는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나 느껴지는 것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고향의 밥맛이 아니었다. 마치 만든 이가 먹는 이를 골탕 먹이겠다는 일념 하에 만든듯한 그런 밥이었다. 윤기가 나던 어느 부분에서는 신맛이. 번들번들하게 빛나던 곳에서는 기름기 가득한 느끼함이. 그 외에도 짠맛과 쓴맛이 나는 곳까지 제 밥그릇 안에 담겨 있자, 더 이상 숟가락을 놀리기를 포기한 유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원의 멱살을 잡고서 말했다.
“몰라, 되어 있던 거 퍼서 둔 것뿐인데. 난 아직 반찬도 안 꺼냈어.”
지원의 해명에 가까운 말을 듣고서 유천은 제 밥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윤기가 나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딱딱해 굳어버린 쌀이 보였다. 마치 밥을 하고 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난듯한 그 모습에 유천은 이를 갈며 찬장을 뒤졌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 그러니 저 밥이라고 하기도 뭣한 것을 먹기 보다는 라면이라도 해 먹겠다는 생각에 찬장을 뒤지던 유천이었지만 제 기대를 배반하는 찬장에 욕을 지껄이며 유천은 제 방으로 들어갔다.
“큭큭.”
유천이 제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작게 웃던 정현은 곧 표정을 굳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제 방에 들어갔다 나온 유천이 두꺼운 패딩 점퍼를 걸치고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곧장 유천의 팔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어딜 나가?”
“이 앞 편의점에. 라면이라도 사 와서 먹으려고. 왜, 너도 사줄까?”
“너 제정신이냐?”
지원의 말에 태연히 모자를 눌러쓰며 대답하는 유천을 보며 지원은 이를 갈며 말했다. 골탕을 먹이려면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이지 하필 이런 방법이다. 유천의 생존 사실이 알려졌다가는 유천의 지인도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가장 1순위적으로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신과 소피아다. 감시역으로 붙었건만 그런 것 하나 처리하지 못한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목숨이 달린 문제에 지원의 말투가 서서히 거칠어지는 가운데. 유천은 피식 웃으며 지원에게 제 모자를 씌워주고는 밖으로 이끌었다.
“너, 이 미친 새끼가!”
지금 시간은 오후 7시가 조금 안 된 때였다. 겨울 이라 그런지 빨리 떨어진 해는 벌써 보이지 않고 휘영청 떠오른 달이 주위를 비추는 가운데 하필 근처에 공원이 있는 집이라 나오자마자 욕을 지껄이는 지원과 유천의 모습은 관심을 사기에 부족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잘 봐. 누가 날 알아보는지.”
유천은 욕을 지껄이는 지원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위협하듯 으르렁거리고는 자리를 벗어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주변에서 싸움을 벌이는 가 싶어 다가왔던 사람들도 곧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자 제 자리로 돌아가는 둥 상황은 조용해졌다. 그러던 가운데 교복을 입고서 근처를 지나가던 여학생이 친구를 툭툭 치고는 그 옆을 스쳐 지나간 유천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 남자, 유천 닮지 않았어? 그 크리스라고 닉네임 쓰던.”
“에라, 이 미친년아. 유천이 죽은 지가 언젠데 지랄이야 지랄이? 야, 키부터가 다르잖아. 거기다 머리모양도 다르구먼 뭐가 닮아? 넌 눈 삐었냐?”
유천을 쫓아가던 지원이 처음 말을 꺼낸 여학생의 말에 깜짝 놀란 것도 잠시였다. 제 친구가 머리를 후려치며 훈계라도 하듯 한 말에 잠시 고개를 돌려 유천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다시 고개를 돌렸으니까. 그제서야 지원은 유천의 의도를 알아챘다. 애초에 걸려도 무작정 아니라 잡아떼기만 해도 유천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다. 그저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자신을 알아보는가 못하는 가의 문제였지.
“이제 알겠냐? 난 이미 여기서는 죽은 놈이야. 물어봐도 잡아 떼면 그만이라고. 그리고 내 얼굴을 아는 녀석도 별로 없을 거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여기서 한참은 떨어져 있고, 내 얼굴 알법한 폐인들은 이 시간에 게임을 하고 있겠지. 더군다나 그 외에 내 얼굴을 알만한 녀석들은 제 자존심 지킨다고 이런 곳에는 오지도 않아. 오히려 조심해야 될 건 뉴스까지 타면서 얼굴이 알려진 너희지.”
어느새 어안이 벙벙한 듯 멈춰서 유천을 바라보는 지원의 귓가에 속삭인 유천은 그대로 그 앞에 있던 편의점에 들어갔고,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지원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약 십분 가량이 지나서야 나온 유천이 라면이 든 봉투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을 때였다.
* * *
‘라면은 대충 이거로 고르고……어디 보자, 메모지가 어디 있지?’
유천은 편의점에 들어와서는 곧장 라면을 집어 들고서 주위를 기웃거렸다. 뭐를 찾는듯한 유천의 행동에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이 유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종업원을 향해 유천은 손바닥에 무언가를 쓰는듯한 시늉을 했다. 잠시 무슨 뜻인가 생각하는 가 싶던 종업원은 곧 창문에 붙어있던 포스트 잇을 발견한 유천의 손짓에 메모지를 챙겨오며 말했다.
“이거 찾으세요?”
[네. 이거 얼마에요?]
“4,200원 입니다.”
작은 메모지를 건네주며 말하는 종업원에게 유천은 곧장 포장을 뜯어 그 안에 있던 메모지에 주머니에 들어있던 볼펜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바코드를 찍고는 계산을 하는 종업원을 보며 유천은 추가로 글을 써내려 갔다.
[제가 지금 휴대폰이 없어서 그런데요. 이 번호로 문자 전송 가능하세요? 내용은 제가 써주는 대로만 보내주시면 되는데. 돈은 드릴게요.]
“네,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나 살아있다. –CH 010-xxxx-xxxx]
메모지에 적힌 유천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는 종업원을 보며 유천은 웃으며 메모지에 글을 썼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지갑에서 5만원 한 장을 꺼내 종업원에게 내밀고는 웃으며 편의점을 나서는 유천이었다. 환하게 웃는 유천의 얼굴을 보며 어디서 본 얼굴이다 싶었던 종업원이었지만, 여태껏 제가 본 이들 중에 벙어리는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으며 편의점을 나서는 유천에게 인사를 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오세요~!”
가장 큰 이유는 문자 하나 보내주고 약 사만 오천원을 받았다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생존신고 낄. 오늘은 원래 일찍 마치는 날이라 한편 투척. 다음편 투척은 빠르면 금요일 늦으면 다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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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Raccoon : 역시유천은대사에욕이나와야유천이지
//그렇죠. 얌전한 유천따위 유천이가 아니죠.
ordeal : @왜냐면 말이지 난 롤링걸 로리체슬님버젼이 있기 때문이지
//킁. 나도 찾아봐야지
가이오가 : 생각해보니까 나는 리치다 처럼 이렇게 큰 규모의 게임 소설은 첨 읽어보는것같아요.ㅎㅎ 잘읽고갑니다~
//원래 그런 의도로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스케일이 이렇게 커져버린...ㅠ
창룡승천 : 야 근데 끝낼때 되지않았냐 진짜ㅋㅋㅋㅋ 너 나랑비교하면 편수는 5배차이나고기간은 두배차이나잖아ㅋㅋㅋㅋ 이제 좀 쉬어ㅋㅋ
//옹야, 솔직히 연중 없이 300화 넘은 건 나도 좀 놀람
researchers : 반짝반짝 썩은별★(응?!)ㅋㅋ
//아름답게 썩는다★(응?!) ㅋㅋ
덱스트린 : 주의를 둘러보면 빠져나갈곳은 없읭
//탈출구 장만중
사신대왕 : 쿨럭!! 감히... 신유천 따위가 지원이보다 힘이 쎄다니!!!
//는 주인공 보정효과
사신대왕 : 그래도 결국에는 더 빨리 늙어 죽는다는 점이 굉장히 맘에 드는 군요, (앞으로 이것같고도 많이 굴려먹을 듯??)
//ㅇㅇ 그런거죠
Darkness1021 : 올ㅋ 유천이 Po강화wer 그리고Po굴림wer
//등가교환 낄
제이스 올드윈 : 결국 유천은 시한부 인생인가... 이거는 행복해질려하는데 죽는것이야? 그런거야?
//글쎄요, 길어지면 새드엔딩, 짧으면 해피일듯
인핀 : 음? 잠깐 노화가 빠르다고?...경축 유천 노안 확정
//ㄴㄴ 노화되는 세포는 뇌세포요. 인간이 아무런 병치례나 사고 없다고 칠때 뇌가 최대로 살 수있는 수명을 150년까지 잡고 거기서 까는 중이요. 실제로도 사고나 병으로 죽어도 심장이랑 뇌는 짧게는 삼십분에서 길게는 한시간동안은 살아 움직이잖아요 고로 노안이 아니라. 그냥 빨리 뒈짐 동안 노안과는 상관 없다는 얘기
킴치맨 : 그래 지금 먹어둬야지. 나중에 구를때 배고프면 연속해서모타자나
//그렇죠. 더 긴 구름을 위해 배를 채워야 되는게 유천의 숙명
테레케 : 신유천 싫다는 난 여태까지 여자친구 한명 없었는데 여자인 친구는 많아도....
//나도 쟤 싫다능. ㅋ
심심판타지 : 할배가되어라
//는 꿈
인간님 : 지원이 개 발림★
//올ㅋ★
은or : 유천이 노화가 빠르면 금방 할아버지가되서..돌...돌...돌...아가시남?!
//노화되는 세포는 뇌세포 한정이요. 어차피 뇌사되면 뒈지는 건 당연지사. 피부세포나 그런 건 상관 없어요. 오히려 일반인보다 활발. 대신 뇌세포가 빨리 뒈짐요. 그렇게 빨리 할아버지 되는 일은 없을듯(외모상.)뭐, 다른 의미의 할아버지라면 글쎄...
유천이 빨리뒈지는 스포는 외전에 때린 걸로 생각하지만 뭐...난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