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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10년 후
“으음…….”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소피아는 자신의 다리를 무언가 누르고 있다는 듯한 느낌과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 나온 햇빛에 자신의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의자에 앉아 제 왼쪽 다리에 머리를 베고는 곤히 자고 있는 유천의 모습이었다. 소피아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자고 있는 유천의 옅은 갈색을 띄우는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어났어?”
“응. 잘 잤어?”
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소피아의 손을 맞잡으며 유천이 묻자, 작은 미소를 띄우며 소피아가 되물었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과는 달리 자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윤기가 나는 소피아의 금빛 머리칼을 정리해주는 유천이었다.
“밥 먹을래?”
“응. 여기 아줌마가 해주는 밥보다 네가 해주는 밥이 더 맛있어.”
“그러면 곤란한데? 아줌마가 할 일이 없어지잖아.”
“피. 그렇다고 자주 오는 것도 아니면서.”
제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이 웃으며 질문했다. 그에 조용히 눈을 뜨고 대답을 하는 소피아의 푸른색 눈동자를 보며 짐짓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어린애마냥 웃으며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서며 말했다. 그런 유천을 보며 볼을 부풀리며 심통이라도 난 듯 중얼거리는 소피아를 보며 ‘미안, 미안.’이라며 손을 흔들며 방을 나서는 유천을 웃으며 보내는 소피아였다. 곧 소피아는 제 옆의 서랍 위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요새는 이런 책도 읽나 보네.”
자신이 어제 잠들기 전에는 없던 책이었다. 아마 자신이 잠들고 난 뒤, 유천이 가져와 읽다가 잠든 것이리라. 어차피 유천이 나가 요리를 시작했으니, 잠시 동안 시간을 때우기엔 부족함이 없으리라.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 책등에 적혀있던 제목만 보고서 감탄을 했던 소피아는 곧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글쓴이. 강현수. 깨알같이 제목 밑에 적힌 저자를 보며 말이다. 이어 표지를 보고서는 소피아는 작은 폭소를 터트렸다. 책의 표지에는 마찬가지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이라는 책을 들고서 웃고 있는 채린이 의자에 앉아 있었으니까. 표지에는 채린의 것으로 보이는 친필 사인이, 그 밑에는 깨알 같은 추신이 달려있었다.
[나중에 내용 물어볼 거니까, 달달 외우고 있어!]
귀여운 협박. 소피아는 그것을 그렇게 정의했다. 쿡, 하고 작게 웃으며 책의 구석구석에 적힌 유천의 친구들로 보이는 이들의 글에 간간히 웃으며 소피아는 책을 펼쳤다. 그 와중에 밖에서 들리는 밥이 다 되었다는 유천의 말에 책을 접고서 서랍위로 내려놓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소피아, 내가 있는데 혼자 그럴 필요 없어. 이쪽에 기대.”
몸을 일으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소피아에게 제 팔을 건네며 유천이 말했다. 곧 소피아는 볼을 부풀리며 불평이라도 하듯이 중얼거렸다.
“너, 맨날 이럴 거야? 내 목발 함부로 치우지 말라니까. 맨날 너만 오면 기대게 만들어…….”
“바-보, 내가 이런 거 해주면, 고맙다고 하고서 기대는 척하고 안기는 거야.”
소피아의 미안함과 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추측해 보 건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천은 능글맞게 웃으며 팔을 뻗었다. 그제서야 풋 하고 웃으며 제 두 팔을 뻗어 마냥 안아달라는 것처럼 팔을 넓게 뻗는 자신을 안고서 방을 나가는 유천을 향해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이제 유부남이면서?”
“뭐 어때, 채린이도 이해해줄걸. 내가 누구 덕에 나왔는데.”
“그으래?”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어조로 묻는 소피아를 향해 마찬가지로 웃으며 대답하는 유천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인지, 말꼬리를 길게 끌며 묻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은 내심 미안함을 느꼈다. 탈출 이전에 자신이 얼마나 소피아에게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리며 말이다.
“미안해. 그때 일은.”
“뭐, 어때. 벌써 지난 일인걸. 그런다고 만나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야야, 나 유부남이라고.”
“알아. 그래서 이렇게 장난도 치는 거지. 혹시라도 네가 죄책감에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으면 따귀라도 후려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만 밥이나 드시죠, 아가씨.”
소피아의 말에 금새 축 쳐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유천의 이마를 툭 밀며 분위기를 돌리는 소피아의 말에 유천이 그에 호응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레 말하는 소피아가 말꼬리를 흘리자, 그 사이에 유천은 재빨리 식탁 앞의 의자에 소피아를 앉히며 말했다.
“재미없게 말이야. 해바라기도 때로는 쉬어줘야 되는데.”
“시끄러워. 밥이나 먹으라고.”
“그래야 너답지. 이거 먹고 가는 거야?”
“응. 오늘은 집에 들어가는 날이라서. 일주일 동안 본사에서 썩었으면, 그 개념이 나가 떨어진 형이라는 양반도 어쩔 수 없었겠지. 일주일 동안 퇴근도 안 시켜주고 야근이 뭐냐고, 그래 놓고 아침이면 숙직실에 와서 깨우고는 도망치고 말이야.”
김 빠진다는 듯 툴툴거리는 소피아를 향해 실로 오랜만에 말을 끊으며 대답하는 유천을 보며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곤 질문을 하는 소피아를 보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중얼거리는 유천의 뒤로 음울한 기운이 보이기라도 하는 건지. 소피아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유천을 외면하곤 제 앞에 놓인 밥을 먹기 시작했다.
“넌 안 먹어?”
“난 집에 가서 먹어야지. 안 그랬다가 무슨 말을 들으려고. 너도 알잖아. 원래는 어제 밤에 들어가야 했었다고.”
“네, 네. 그러시겠죠.”
“미안해. 다음에는 다른 애들도 다 모여서, 다 같이 먹자.”
아까부터 밥은 먹지 않고 밥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만 하는 유천이 불편해 보였던 것인지 물어보는 소피아를 향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는 유천에게 볼을 부풀리며 대답하는 소피아의 볼을 쓸어 내리며 유천이 대답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 없이 소피아의 식사가 끝이 났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유천은 소피아를 안아서는 방으로 다시 데려갔다. 곧 유천은 소피아의 서랍 위에 있는 제 책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
“너, 얼마나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길어봐야 30년이겠지. 그 이상은 나도 신경 안 써. 어차피 이만한 힘이랑 능력을 얻어놓고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래. 넌 언제나 그랬지. 제 앞에 벌어진 일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 들이면서 말이야.”
“칭찬으로 들을게. 다음주에 또 들릴게.”
유천이 책을 집어 들며 몸을 일으키자, 진지한 태도로 묻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언제나 대화는 길어졌으니까. 그러나 유천의 예상과는 달리 가볍게 끝난 소피아의 말에 유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켜 소피아의 방을 나서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현관을 열고서 밖으로 나가며 휴대 전화를 꺼내서는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 이제 들어오시면 되요. 저 녀석 잘 부탁 드려요.”
[네, 부사장님. 오늘도 수고하세요.]
“네. 아줌마도 수고하세요.”
현관을 나서며 전화를 거는 유천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축 쳐져 있었다. 피곤에 지든 것 마냥 어두워진 표정은 소피아의 집 안에서는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일부러 소피아의 걱정을 덜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곧 유천은 울리는 듯한 제 머리를 움켜쥐고서는 주차된 제 차로 들어가 좌석을 뒤로 눕히고는 그대로 눈을 감고서 짧은 시간의 단잠을 취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정말 압도적인 표차로 2번...그냥 한번에 끝내기는 나도 힘들고 고삐리가 된 내 시간도 부족하니까 간간히 외전삼아 올릴게요. 일단 요건 맛보기겸 반응보기랄까. 완결이 보이기 시작...ㅠㅠ빛이 보인다...! 근데 코멘 공지 40개 넘는거 보고 조금 당황. 평소에도 그만큼 달렸다면 리리플은 꿈도 못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