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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299화 (299/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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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정복기

“진짜, 저 망할 돼지 때문에 진짜……!”

유천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유천의 말에 대꾸할 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유천이 나무 등걸에 등을 세게 부딪힌 반면, 마법사들은 각각 바위와 땅에 머리를 박고서 그대로 목이 꺾여 그 자리에서 즉사, 돼지는 굵은 나무의 가지 하나에 몸을 꼬지 마냥 꿰여서는 과다 출혈로 사망. 여자 기사는 그 나무 뿌리에 머리를 맞아 그대로 뇌진탕으로 골로 가버렸다. 유천은 제 등을 어루만지며 땅에 엎어져 있는 돼지에게 다가갔다.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도움이 안 되는 자식.”

아무리 나무에 몸을 꿰였다지만 그는 드래고뉴트였다. 쉽사리 죽을 리가 없었지만, 유천은 피를 다룰 수 있었다. 이미 돼지의 몸 밖으로 나온 피는 유천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피를 이용해 내장 기관을 망가트리고 상처를 더욱 벌려서야 겨우 죽은 돼지를 보며 유천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질린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대가 마지막 왕을 죽인 자 인가.”

“그렇다면.”

유천의 중얼거림이 끝나자마자 유천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머리를 허리께까지 내린 장발의 남성이었다. 그의 질문에 유천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자, 붉은 머리의 남자는 곧 표정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었나?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들인데.”

“그래서 그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말들로 전쟁놀이를 하셨나?”

어차피 레드 드래곤의 등장은 유천으로서도 각오했고, 기대했던 일이었다. 겨우 표정을 살짝 구긴다고 해서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는 유천이 대놓고 그의 말을 비꼬자, 더욱 표정이 일그러진 그가 대답했다.

“그랬지. 나름대로의 유희였다. 도무지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유희만한 것도 없으니까. 그러나, 방해 당했다. 겨우 죽다 살아난 뼈다귀에게.”

“웃기고 있네. 유희는 개뿔이. 그렇게라도 해서 인간들에게 떠받들어지고 싶었냐? 그러고 싶으면 왕국 수호룡이 되지 왜 이 딴 섬에 처박혀서 이 난리를 피워?”

사내의 말이 이어지고, 유천의 반박 또한 이어졌다. 유천의 정체를 파악한 사내의 말에 유천은 대놓고 비웃으며 그를 비웃었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아는 만큼 단어를 택하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존재 하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성격이 불 같다는 레드 드래곤답게 현신을 하며 제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모습은 라이헤르의 현신보다 더욱 거대했다. 유천은 피식 웃으며 그를 향해 외쳤다.

“인간 흉내를 내던 도마뱀이 도마뱀으로 돌아간다고 뭐가 달라지나.”

명백한 도발이었다. 드래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면 백이면 백 당연히 들어갈 도마뱀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도발한 것이 유효했는지, 레드 드래곤은 곧 그 커다란 날개를 퍼덕여 제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이어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그를 보며 유천은 피식 웃으며 외쳤다.

“죽은 자들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하는 이에게 죽음의 형벌을, 거침 그대들의 손길은 그 어떤 적이라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리라. 이터니티 데드.”

정신을 차린 직후부터 끌어 모은 유천의 마나와 함께 유천의 오른손에 박혀있던 보석이 깨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유천의 왼손에 들려있던 보석이 환하게 빛을 발했다. 찬란한 금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은 곧 눈에 뜨이도록 색이 탁해지더니 곧 불투명해졌고, 곧 투박한 돌이라도 된 것인 것처럼 회색으로 변했다. 골드 드래곤의 하트. ‘그 안에 있던 모든 마나가 빠져나가 더 이상의 하트로서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드래곤 하트는 돌처럼 변해 곧 마나의 품으로 돌아간다.’ 크리스가 남겼던 책에서 보았던 글귀였다. 그리고 곧 유천이 사용한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네놈……우리 동족을 죽였었나.]

“지금 네가 신경 써야 될 건 그게 아닐 텐데.”

그 커다란 붉은 도마뱀의 입은 움직이지도 않았건만 제 머리를 울리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천은 웃으며 대답했다. 한 순간이나마 붉은색으로 물들었던 하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컴컴한 밤이 된 듯 앞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든 하늘. 그리고 유천의 주변으로 땅에서 수많은 손들이 뻗어져 나와 제 몸들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제 막 썩기 시작한 시체하며, 백골까지. 거기에 막 죽은 마법사 둘과 여자 기사 하나, 돼지의 몸 또한 저절로 일어났다. 돼지의 배를 뚫고 있던 나무는 순식간에 썩어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유천의 주변에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어, 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나타난 레드 드래곤은 또 뭐고…….”

어두워졌던 표정이 당황에 묻히고, 성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언데드들의 행렬을 보며 소녀가 중얼거렸다. 그런 소녀를 보며 발록과 라이헤르는 조용히 욕을 읊조렸다. 그제서야 유천의 의도를 눈치챈 것이 그 이유였다. 데들리 나이트는 호위가 아니라 감시역이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움직이려 든다면 막기 위해 남겨둔 것. 유천은 처음부터 드래곤과 싸울 생각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 챈 둘을 보며 데들리 나이트가 입을 열었다.

[가만히 구경해라. 괜히 언데드들을 일으킨 것은 아닐 테니.]

검은 뼈로 이루어진 검을 뽑아 방바닥에 꽂아 세우며 말하는 데들리 나이트의 태도에 둘은 움찔했으나 반응할 수는 없었다. 현신 중이 아닌 라이헤르는 제 힘 전부를 사용할 수 없고 발록 또한 중간계에선 힘을 전부 쓸 수 없다. 거기다 둘은 원거리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게 주력인 반면 상대는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고, 근접전에 강하다. 상성까지 좋지 않은 상대를 남겨둔 유천을 보며 욕을 읊조린 둘은 곧 한숨을 쉬며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포자기한 듯한 둘을 보며 소녀 또한 조용히 둘의 옆에 앉았다. 어차피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          *          *

[고작 이 정도 인가. 하품도 나오지 않는군.]

“마법도 못 쓰고 있는 주제에 말이 많네.”

날개를 퍼덕여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밀어낸 드래곤이 유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반면 유천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이 사용한 마법으로 이 섬 전체에 6단계의 최상위 언데드 소환 마법이 발동되었다. 언데드들이 속속들이 탄생함은 물론이고 주변의 언데드들의 힘도 강하다. 수준 또한 낮은 것이 없고 조금이라도 유천이 손을 댄다면 더욱 강해지는 언데드들, 그리고 각 성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서 속속들이 도착하는 수많은 언데드들을 보며 유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찮은 미물 주제에.]

“미물들한테 밀리고 있으면 닥치시지.”

꼬리를 한번 휩쓸어 주변의 언데드들을 모조리 쓰러트린 드래곤이 중얼거리자 유천이 다시 손가락을 까딱하며 대답했다. 유천의 손짓에 따라 박살이 났던 언데드들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유천은 아직 웃고 있었다. 제대로 된 병력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으니까. 돼지가 가지고 있던 군사. 그들은 지금 데들리 나이트에 의해 모두 죽었다. 곧 유천의 마력이 섞인 언데드로 다시 태어나 도착할 그들을 떠올리며 유천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방에 모조리 쓸어주지.]

“쳇.”

거대한 날개를 쫙 펴고 하늘 위로 날아오르며 외치는 드래곤을 보며 유천은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고 드래곤이 입을 쩍 벌려 숨을 들이쉬려던 그 순간,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난 해골 궁수부대가 나타나 드래곤의 입을 향해 자신들의 화살을 쏘았다. 하나같이 검은색의 기운에 휩싸여 흉흉한 기세를 피우고 있었는데, 그것에 놀란 드래곤이 입을 닫고서 몸을 피하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더 많은 궁수들을 불러냈다. 이것으로 계획의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개한 언데드 따위가!]

“젠장.”

크게 외치며 날개를 퍼덕이자, 더 높이 날아오르는 드래곤이 외쳤다. 더 이상 화살들이 닿지 못할 곳까지 올라간 드래곤을 보며 유천은 욕을 중얼거렸다. 애초에 마법이 발동되며 백마법 계열의 모든 마법은 위력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드래곤의 마법은 유천이 방해해 나오지도 못했지만, 브레스라면 얘기가 틀려진다. 유천은 결국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

“이것들은 안 부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서먼 가디언.”

[죽여주지!]

유천이 중얼거리거나 말거나 드래곤은 크게 한마디를 외치고서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리고는 저 밑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유천을 향해 내려다보고서 입을 쩍 벌리는 드래곤의 목구멍 뒤로, 거센 불길이 타오르며 넘어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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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s : 자기가 자신을 굴리는경지까지 도달한 유천군ㅋㅋ

//신경지다! 유천이 정말 자기개발(?)이 철저한듯요

덱스트린 : 싱크로율 하니까 아 맞다 유천이 납치됫엇지 라고 생각낫음

//납치 당한 주제에 게임만 쳐해대는 여유로운 자식. 얘 정신 어디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ordeal : 역시 유천이는 자기를 굴리다니 대단한데 언제 한국땅으로 돌려보냄?

//얼마 안남았어요.

킴치맨 : 드디어 소녀가 진실을알았내요. 이제 더구르겠찌

//낄, 데구르르르

심심판타지 : 굴렁굴렁뒹굴뒹굴

//쿨쿨

은or : 역시 유천이는 구르기의 천재였군여...뒹구르르르~~

//구르기계의 독보적인 선두주자. ㅋㅋㅋㅋ

인핀 : 소녀는 진실을 알았다 ㅋ

//유천은 무덤을 팠다 ㅋ

IYouMusic : 엌 진실을 알아버렸다

//엌 쓰다가 졸아버렸어욬ㅋㅋㅋ

제이스 올드윈 : 유천이 지금 생각해보니 이놈 정신나갔구만 ㅋ

//그러게요. 생각할 것도 없이 얘는 정신나간 짓만 하고 다녔네요.

dusckadlanjsl : 잘읽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인간님 : 셀프디스의 선구자 유천

//우옼ㅋㅋ

이제 자러가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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