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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297화 (29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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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정복기

“무, 무슨!”

“닥치고, 머리나 숙여.”

아까부터 자신의 눈에 띄어 기분을 거스르던 여자 기사가 자신을 보며 외치자,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손을 휘저었다. 유천의 손을 떠나간 화염의 구체는 곧 기이하게 꺾여 하늘로 치솟더니 폭발했다. 뒤이어 휘몰아치는 바람에 흩날리는 불꽃은 주변에 옮겨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성에 옮겨 붙은 불꽃을 바라보며 유천은 돼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죽기 싫으면 따라와.”

살벌한 음성이 가득한 유천의 말에 겁에 질린 돼지가 목이 부러질세라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이는 유천의 뒤를 쫓을 때, 하늘에서 흩날리던 불꽃들이 유천의 위로 쏟아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는 유천의 머리 위로 작은 반구형의 구체가 솟아나 돼지와 유천을 감싸자, 유천과 돼지에게는 불꽃이 하나도 닿지 못했다. 그러나 뒤에 있던 기사들은 그러지 못했다.

“……!”

작은 불꽃 하나였다. 단지 작은 불꽃 하나가 기사의 헬름 위로 떨어졌을 뿐이었지만, 결과는 가볍지 못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녹아 내리는 기사 둘을 보며 유천이 혀를 찼다. 기왕이면 귀찮았던 마법사나 시끄럽게 떽떽거리는 여자 기사가 죽기를 내심 바랬던 유천이었기에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용가치가 있는 그들을 버릴 수는 없었다. 단지 마지막 왕을 처치한 뒤에 귀찮은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머릿수를 줄인 것뿐이었다.

“겨우 그거 하나 못 막았나.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는 도박판에서라도 딴 모양이지?”

“네 공격이 우리까지 공격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지!”

아, 이래서 저 년을 없애려고 한 건데. 유천은 제 도발에 곧장 넘어와 외치는 여자 기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여자 기사를 무시한 채 걷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떨어지던 불꽃들이 어느새 또 한번 휘몰아친 바람에 의해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는 것. 그리고 유천과 돼지만을 간신히 가리던 유천의 베리어가 좀 더 넓어져 여자 기사의 머리 위까지 보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퉁-

“이 구역 녀석들은 머리가 나쁜 모양이지.”

유천은 제 베리어가 색을 또렷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살을 쏘기 시작한 궁수들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물론 이 구역이라는 말이 단지 이 왕이 다스리는 영지뿐인지, 아니면 이 군도에 사는 인간 모두를 지칭한 것이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팍 나빠진 여자 기사는 표정을 구겼으나, 곧 벌렸던 입을 닫았다. 유천이 제 표정이 구겨진 것을 보자마자 베리어는 좁아져 그녀의 머리만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으니까.

“쳇.”

유천이 더 이상 도발에 반응을 하지 않는 기사를 재미 없다는 듯 혀를 차자, 뒤에서 ‘허!’ 하고 기가 찬 여자 기사의 어이 없다는 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유천은 그제서야 피식 하고 웃고서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제 앞을 가득 메운 궁수들을 쳐다보며 욕을 지껄였다.

“빌어먹을. 어쩐지 쉽다 했어. 야, 여긴 너희가 알아서 해라. 들어오는 것 까지는 내가 도와줬잖아.”

“저기 있다! 검은 로브 뒤에 있는 뚱뚱한 돼지를 노려라!”

“누가 돼지라는 것이냐!”

“너지, 누구겠냐.”

유천의 욕 뒤에 이어진 통보에 남겨질 운명에 처한 마법사 둘과 기사 하나가 어이 없다는 눈초리로 유천을 바라볼 때, 궁수들이 돼지를 향해 활을 겨누며 외치자 돼지가 반박이라도 하듯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뒤이어 돼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유천에 의해 돼지는 ‘꽥!’하고 짧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고, 뒤이어 앞에 있던 궁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호오, 제법 하는데.”

“암요! 누가 키운 병사인데!”

“넌 닥쳐.”

어느새 궁수들 사이에 뛰어들어 살벌한 기세의 오러 블레이드를 검에 맺히게 하고는 휘두르는 기사와, 그에 피해가 안 가도록 비교적 작은 범위의 폭발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을 보며 유천이 감탄하자, 돼지가 뒤에서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유천의 한마디에 그는 다시 조용히 입을 닫은 채 움직이기 시작한 유천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귀찮은데, 여기 확 무너트려버릴까.”

“그게 가능합니까?”

“글쎄.”

계단을 올라가며 귀찮은 표정이 역력한 유천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것을 용케 들은 돼지가 고개를 들이밀며 물어왔지만 머리를 그대로 뒤로 밀어버리며 말하는 유천에 의해 돼지는 곧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유천은 볼 수 있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돼지를 향해 달려드는 어디서 튀어 나온 지 모를 가죽 갑옷을 걸친 검사 둘, 그리고 계단 가장 끝에서 붉은 숄을 걸친 채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 보는 여자를.

“야.”

“왜, 왜요! 왜 갑자기 밀고 난리십니까!”

“뒤지기 싫으면 말해. 여기 왕은 여자냐?”

“그런데요?”

제 주변에 있는 검사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지 유천의 부름에 큰 외침으로 화답하는 돼지를 내려다보며 유천은 표정을 와락 구기며 물었다. 그런 유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돼지를 보며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손을 내리그었다.

“에라이, 도움도 안 되는 돼지 새끼가!”

“으아아아! 잠시만요! 여태껏 죽이신 사람 중에서 여자도 많이 있었지 않습니까! 왜 갑자기 이번에서 멈추는 건데요!”

“……그냥, 네 부하 생각나서 짜증나.”

유천이 손을 내리긋자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칼날이 돼지의 통통한(?) 뱃살을 지그시 누르기 시작하자 비명을 지르며 외치는 돼지의 말에 유천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곧 유천은 막 지어낸 것이 분명한 말을 뱉었다. 욕을 지르고 싶은 심정의 돼지였지만, 지금 자신의 생사 여탈권을 가진 것은 유천이었기에 함부로 욕을 지껄일 수도 없는 돼지는 그저 ‘잠시만 참으면 군도의 왕이 될 수 있다!’라는 다짐만 다질 뿐이었다.

“닮았잖아.”

자신의 편인 것이 분명할 돼지를 향해 공격을 하는 유천이 어이 없었던 탓일까, 오만하던 여왕의 표정이 잠시 뒤틀어지더니 곧 명령을 내리듯 손을 치켜들어 돼지를 가리키며 여왕은 외쳤다.

“저 돼지의 목을 잘라버려라!”

유천의 중얼거림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게 돼지를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리는 여왕과 그 명령에 따르는 검사 둘을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고뉴트라는 놈이 고작 오러 하나 맺히지 않은 검에 저 따위 비명을 지르니 한심할 따름이었다.

“실드.”

나지막한 유천의 읊조림이 끝나자 마자 돼지의 몸을 감싼 반투명한 구체에 검사들의 검이 튕겨져 나가는 것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고는 제 앞에 있는 여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드래고뉴트가 최대한의 예기만 살린 검에 죽겠냐. 오러 정도는 맺혀야 뼈 하나 자를까 말까 할 텐데.”

“시끄럽다.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구나.”

“허이구, 성격은 아주 정 반대네. 다른 왕은 포섭을 하려 들지 죽이려 들지는 않던데. 뭐, 가까이서 보니까 외모도 별로 내 취향 아니네.”

핀잔이 분명할 유천의 말에 표정 하나 변함 없이 대답하는 여왕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태껏 만난 왕들과는 다른 반응에 신선함을 느낀 것도 잠시, 자신의 기억에 있는 여자와는 너무도 다른 성격에 피식 웃으며 주저 없이 유천은 손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뻗어진 유천의 손이 여왕의 목을 붙잡자, 돼지에게 쳐진 방어막을 후려치던 검사 둘이 후다닥 뛰어 오는 것을 보며 유천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안젤라랑 조금만 더 비슷했더라면 살려줬을 지도 모르는데. 아, 그 경우엔 크리스 새끼 엿 먹이려고 죽였을까나?”

말이 마침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검을 보며 뒤로 점프를 하는 유천. 목이 잡힌 여왕이 유천에 의해 계단에서 뛰어 내리는 듯한 포즈를 취하던 것도 잠시였다. 휘둘러진 두 검사의 검이 여왕의 팔에 박혔으나 뼈는 자르지 못했다. 곧 유천은 간단한 마법을 이용해 자신과 여왕의 위치를 바꾸고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여왕의 목을 내리쳤다. 그 뒤 간단히 목이 뒤틀린 채 죽은 여왕을 보며 아직까지 누워 있는 돼지를 발로 걷어 차며 유천은 입을 열었다.

“얼른 다음으로 이동해. 거지 같은 자식아.”

나름 여자는 잘 공격하지 않는 주의의 유천이었기에 기분은 상당히 더러웠다. 첫 번째로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서 자신을 비웃는 소피아가(어디까지나 유천의 상상) 떠올랐고, 재수 없는 말투에서 크리스가 떠올랐다. 두 번째 이유는 튜토리얼 때 본 안젤라의 모습이 바닥에 형편없이 내팽겨쳐진 여왕과 겹쳐져 기분이 찝찝해진 유천은 표정을 구기고는 후다닥 일어나 달리는 돼지의 등판을 한번 더 걷어찼다. 뒤이어 들려오는 돼지 같은 비명소리에 한번 더 걷어 차 버린 것은 여담이었다.

“다음은 그냥, 바로 끝내버려야지. 일일이 얼굴 보고 죽이는 것도 찝찝해서 못 참겠네.”

이제는 자동으로 제 부하들과 마법진을 가동할 마법사들을 데리러 가는 돼지를 보며 유천은 조용히 소리 죽여 중얼거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일일이 왕을 찾아 죽인 이유는 다른 왕의 성을 이용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기에 벌인 일이었지만 말이다. 아마 지금쯤 난리를 치고 있을 제 가디언 둘을 생각하며 유천은 비릿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헬 파이어에 눈이 팔려서 아무도 못 봤을 거다.”

씩 웃으며 중얼거리는 유천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악당처럼 보였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인데 악역삘. 입학크리. 첫날부터 정상수업. 세상이 말세야 말세 심지어 집과의 거리만 버스 타고 삼십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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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eal : 아 리리플을 못하신다니 레이드 조성을

//헐 그건 좀 에바여

제이스 올드윈 : 월요일 개학 ㅠ

//ㅠㅠㅠㅠㅠㅠㅠㅠ

덱스트린 : 아 내용보다는 개학에 더 신경쓰여...

//괜찮아요. 저도 그러니까

은or : 아...개학...공포가 떠오르는군요ㅠㅜ

//입학. 그 공포의 날이 왔습니다. 두통 재발에 잠도 잘못 자서 허리 아파 죽겠는데 입학식은 삼십분동안 날 일으켜 세우고 쉴 틈을 주지 않았다죠. 아이고 내 허리..

xldos : 개..개학......

//쿠, 쿨럭

심심판타지 : 이입하아악저두! 학교어디에요? ㅋㅋ 학교위치좋기를빕니다 울학교는 산중턱이라..ㅠㅠ

//집에서 걸어가면 한시간 삼십분쯤 나올듯요. 모의고사 없다는 소리에 친구 따라 특성화고 갔는데 멘탈 to the 붕괴

인핀 : 아아 개학이라니

//젠자앙!!!!!

Darkness1021 : 코멘생략이라니요즘들어서미스릴제야구방망이를너무자주꺼네는것같군

//그러게요. 저도 요새 두통이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아서 걱정임.

테레케 : 뽜아아아아앙!!!

//뽜아아아아아앙!!

researchers : 벌써 개학이라니ㅜㅜ

//그러니까요 ㅠㅠㅠ

킴치맨 : 유천이 씹ㅅ..아니 개놈이내요. 해먹을껀 다해먹고 다죽이내

//동감이요. 쓰고 보니 개 씹새가 되어 있음

인간님 : 월요일이 개강이네??젠장....ㅜㅜ

//힘내요 토닥토닥

AQ240 : 복수가 머지않았디

//ㅋㅋㅋ 글쎄요

IYouMusic : 엌 개학크리

//엌 입학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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