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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정복기
"……. 내 눈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군."
사내는 모니터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모니터 속의 유천은 자신이 원하던 조건을 충분히 넘고도 남았으니까. 아무리 미끼라지만 제가 끌고온 사람을 주저 없이 버리고 떠나는 태도. 제 목적을 위해서 상대 왕을 거리낌 없이 죽였다. 게임 속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이 정도라면 자신이 원하는 조건은 이미 훨씬 넘었으니 문제는커녕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저 녀석 보면 볼 수록 재미있어 보이지 않느냐?"
"어떤 점이요?"
"필요하다 싶을 때는 주저 없이 적이라 할만한 자와도 손을 잡고, 필요 없다고 판단이 될 때에는 주저 없이 공격을 하는 점이 말이야. 뒤통수건 대놓고 앞에서 공격을 하건 주저하는 틈이 없어."
"그게 뭐가 재미있다는 거죠?"
사내의 말에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던 정현은 그의 의도에 따라 되물었다. 유천이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해타산이 빠르고 그것에 대한 희생할 만한 것은 제 주위의 정을 준 사람이 아니라면 주저 없이 버린다는 것과 그에 따른 결과에도 담담히 대처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던 것이 몇번인지 모른다. 그것을 모르는 사내만 계속 말을 이어가고, 정현은 그에 장단을 맞출 뿐이었다.
"저런 놈이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도 저렇게 행동한다면?"
"……."
"아마, 놈에게 임무를 시키더라도 단독 임무겠지, 물론 돌발 행동을 대비한 감시역은 붙여야겠지만 말이야."
정현은 그의 말을 듣고서 조용히 떠올려 봤다. 자신과 함께 모종의 임무를 받고서 출발한 유천을. 둘의 앞에 나타난 적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등을 떠밀었고, 유천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뛰쳐 나갔다. 뒤를 이어 도망치려는 자신의 다리에 총을 겨누곤 곧 방아쇠를 당기는 유천. 곧 자신은 적들에게 끌려가 고문을 받으며 그들의 심문을 받는다. 그러던 도중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밖을 보러 나간 사내의 몸이 허무하게 무너진다. 온 몸에 피룰 묻힌 유천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문 안으로 들어오며 나머지 사내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고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서 말한다. '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하는 그의 표정에 소름이 끼치는 정현이었다. 있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왠지 유천과 같이 임무를 받는다면 더 심한 위험을 겪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정현은 마른 침을 삼켰다.
"뭐, 놈이 임무를 받을 지도 의문이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오, 놈이 움직이는군. 이건 다 좋은데 음성 시스템이 지원이 안 되는게 아쉽단 말이야."
이어진 사내의 말에 상상을 멈춘 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더 이상 생각했다간 간 밤에 유천에게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일 지 몰랐으니까. 어차피 유천이 잠든 사이라면 눈을 감고서라도 죽일 자신은 있었다. 단지 그 뒤에 있을 '아버지'의 실망 가득한 시선과 크리스와 소피아가 자신을 곱게 쳐다볼 리가 없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정현은 도박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조금의 위험 요소가 있다면 제거하는 것이 그의 신조였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 * *
"야, 미끼들은 언제 오냐. 구조도 똑같던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그, 글쎄요.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유천의 짜증 섞인 중얼거림에 당황한 돼지가 후다닥 달려 나가는 것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이 성의 구조도 그러했고, 돼지의 성도 그랬다. 대부분이 바다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처음 보았던 퀘스트의 설명에서도 해저 화산의 지하에 레어를 둘렀다고 했었다. 아마 그 해저 화산이라는 곳도 군도의 중앙에 있는 바다일 것이다. 혹여나 자신을 향해 반기를 들거나 제 맘에 안드는 왕이 있다면 브레스를 날리기 위해서겠지.
"찾아 왔습니다!"
"다른 마법사들 불러서 다음 섬으로 이동할 준비 해."
곧 헐레벌떡한 숨소리를 뱉으며 돼지가 뛰어오고, 뒤를 이어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뒤를 이어 뛰어 들어왔다. 제 몸도 못 가누며 숨을 헐떡이는 돼지를 보며 유천이 명령을 내리자, 표정이 구겨지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들도 왕의 방으로 쳐들어갔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예 해골처럼 말라버린 왕의 모습이었다.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드래고뉴트 답게 그들은 마법에 대한 상당한 저항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를 대상으로 마법을 사용해 저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상당한 놀라움을 느꼈다. 아예 수준이 다른 것을 깨닫고서야 유천에게 대들 생각을 포기한 그들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유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숨 고를 새도 없이 다시 뛰어 나가는 돼지를 보며 표정을 구겨 보인 그들이 유천과 눈이 마주쳐 말 없이 눈싸움을 이어가는 도중, 약 일곱이 넘는 마법사들을 데려오며 돼지가 말을 꺼내서야 그들의 눈싸움은 끝났다. 유천은 말 없이 피식 웃으며 아직까지 제 오른손에 들려있던 총을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도대체 그건 무슨 무기입니까?"
"총."
"총이요?"
총을 집어 넣고서 이제는 편히 주저앉아 저 혼자 낮잠이라도 자려는 듯 눈을 감는 유천에게 기사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말 없이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기사의 눈을 바라보며 유천은 중얼거렸다. 유천의 대답에 다시 되물어 오는 기사를 보며 유천은 중얼거렸다.
"귀찮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이제 둘 남았는데. 짜증나게 하지 말고."
낮은 유천의 중얼거림에 기사는 표정을 구기며 돌아섰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보며 귀찮다니. 아무리 괜찮은 척을 하더라도 기사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일행 중 유일한 여자. 그 여자의 몸으로 기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잠시 관심을 가졌던 것 뿐이지 그 관심이 사라진 뒤에는 다시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긴 유천을 보며 그녀는 입술을 곱씹었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은 여자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으니까.
'네가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
여자 기사가 혼자 다짐을 다지고 있을 때, 유천은 조용히 떠올렸다. 저 기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을. 여태껏 게임을 하면서 본 여자 기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다섯이 넘지 않았지만, 저 여자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채린을 생각하며 유천은 낮게 욕을 읊조렸다. 그리고는 다시 다짐했다. 몸만 낫는다면 즉시 이곳을 탈출할 준비를 하겠다고. 무슨 의도인지는 몰라도 자신에게 그곳의 구조를 알려준 소피아의 의중은 모르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이용할 준비가 된 유천이었다.
"출발합니다!"
"넌 밖에서 뭐해. 들어와."
"네, 네?"
눈을 감고 있던 유천의 귀에 들려온 돼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린 유천이 마법진 밖에 서 있는 돼지를 향해 말하자, 돼지는 당황하며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유천의 손에 이끌려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곧 처음 이 섬에 넘어왔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의 몸이 빛에 둘러 쌓였고, 곧 사라졌다.
"헬 파이어."
"……!"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빛이 사라지자마자 거대한 화염의 구체를 집어 던지는 유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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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금요일이라 행복한데 다음주 월요일이 입학이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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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몬 크리로 리코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