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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290화 (29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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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정복기

“야, 설명해. 왜 내 저녁이 이 모양 이 꼴이 돼버린 건지.”

“내가 배고파서 좀 먹었다. 됐어?”

“내 밥을 네가 왜 처먹은 건지 묻는 거잖아!”

“내가 배고프니까.”

유천은 휠체어에 앉아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제 말에 대충대충 대답하는 크리스를 보며 낮게 욕을 읊조리고는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한들 누워있는 크리스가 몸을 일으키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나쁜 년.”

“오냐.”

유천의 낮은 욕도 들은 것인지 담담히 대답하는 크리스를 노려보며 유천은 이를 갈며 제 앞에 놓여 있던 빵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누워 있는 크리스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너, 뭐하냐?”

“배고프다며, 그거 먹고 다시 가져와.”

저 역시 빵 하나를 집어 들어 뜯어 먹으면서 말하는 유천을 보며 크리스는 몸을 일으키고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유천의 태도는 요지부동. 크리스는 이를 갈며 유천에게 말했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네가 가지 그래.”

“어쩌지? 너희 아버지라는 작자가 난 방 밖으로 나가지 말라던데.”

“배째.”

“…….”

유천은 당황하고 말았다. 이런 반응이라니, 여태껏 다른 놈들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언급만 하더라도 뭐든 들어줄 기세더니, 저 년은 뭐란 말인가? 결국 유천의 어이없는 듯한 눈초리를 받던 크리스의 표정이 몽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까 누워서 제 팔에 꽂은 주사의 약효가 돌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정 배고프면, 나라도 먹을래?”

“……이 년이 미쳤나!”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몸을 베베 꼬며 말하는 크리스를 밀치기 위해 오른팔을 쳐드는 와중에 갑작스레 찾아온 고통에 유천이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에도 크리스는 유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곧 제 허리에 팔을 두르고 안겨오는 크리스를 보며 유천이 당황한 사이에 크리스는 팔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멍청아, 닿잖아!”

“어쩌라고? 어차피 이제 더한 것도 할 건데?”

유천이 그나마 멀쩡한 왼팔을 크리스의 어깨에 얹어 밀며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유천에게 있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곧 제 얼굴까지 유천에게 들이미는 크리스를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고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후회 없지?”

“에……에?”

갑작스레 바뀐 유천의 태도에 당황한 크리스의 태도에 유천은 조소를 지으며 휠체어를 밀었다. 제 무릎에 앉은 크리스 덕에 밀기는 더 힘들어졌지만, 놀리는 맛이 있었으니 유천은 웃으며 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곧 침대 옆에 도착한 유천이 크리스의 다리와 목 밑으로 팔을 끼워 넣어 들어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제 몸의 무게와 크리스의 무게가 더해져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했으나 버틸 만했다. 문제는 오른팔이었을 뿐이지. 유천은 곧 크리스를 침대 위로 던지고는 그 위로 향했다.

“각오는 했지?”

“……이, 이거 장난이야! 그만해!”

“난 진심인데.”

“어, 어?”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침대 끝자락으로 향해 이불보를 꽉 쥐고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크리스의 모습은 상당히 귀여워 보이기는 했다. 이어진 유천의 말에 장난이라며 외치는 크리스를 향해 유천은 크리스의 턱을 잡고서 제 눈을 바라보게 하고는 말했다. 더욱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려 드는 크리스를 보며 유천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진심으로 장난치고 싶었어.”

“……야!”

“킥킥.”

유천의 진지한 표정에서 튀어 나올 말을 기대하고 있던 크리스의 모습은 여느 순정 만화나 드라마를 보며 제 연애를 꿈꾸는 소녀의 모습과 버금갈 정도로 순수해 보였으나, 제 기대와 환상을 깨는 유천의 한마디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곧 크게 소리 지르는 크리스를 보며 유천은 키득거리고는 다시 휠체어에 올라타 식탁으로 향해서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중얼거렸다.

“아, 내가 정말 별명 하나는 잘 붙였네. 성격 파탄자.”

저 혼자 감탄하듯 내뱉은 말을 크리스가 못 들었을 리가 없었지만 유천은 그저 제 앞에 놓인 음식만 먹을 뿐이었다. 감히 나한테 엿을 먹이려 들다니, 백 년은 일러. 유천은 덧붙이며 혼자 킥킥대며 웃기 바빴다. 그럴 때마다 크리스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물론 부끄러움이 아니라 분노로.

빠악-

“왜 때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 댔어 미친 년아!”

“개새끼는 무니까 안 건드리는 거고! 넌 그냥 죽어!”

제 옆에 놓여 있던 검은색의 헤드 기어를 유천에게 집어 던진 크리스는 그 뒤로도 유천에게 보이는 족족 물건을 던졌다. 나중에 가서는 제가 사용한 주사기까지 집어 던짐으로써 유천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크리스의 최후는 정말 유천이 크리스를 문 뒤였다. 주사기를 제외한 작은 물건은 툭툭 맞아주면서 큰 물건은 아예 허리를 굽히거나 몸을 틀어 피하곤 했다. 이미 휠체어는 백과사전 같은 두꺼운 책에 맞아 저 멀리 날아 간지 오래였다. 예전과는 달리 약효가 꽤 도는구나 싶었던 유천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크리스에게 다가와 두 팔을 붙잡고는 손가락을 무는 유천의 대담한 행동에 크리스가 몸을 떠는 사이, 유천은 팔을 잡은 채로 크리스를 제 방문 앞으로 이끌었다.

“너, 너 뭐 하려고!”

“뭐하긴, 너 내쫓으려고 하지.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그렇게 얼굴이 빨개지셨을까?”

유천이 방의 문고리를 잡음과 동시에 깜짝 놀란 크리스가 유천에게 외쳤으나, 유천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서 크리스를 밖으로 밀어버리곤 그대로 문을 닫아서는 잠근 유천은, 바닥에 놓인 헤드 기어를 집어 들어선 휠체어에 얹고서 제 침대 옆으로 옮기고는 저 역시 남은 빵 하나를 우적우적 씹으며 침대에 누워서는 헤드 기어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뭐, 장단은 맞춰주지. 일단은 말이야.”

이미 잠겨버린 유천의 방 문 앞에서 크리스의 고함소리가 들렸으나, 유천은 피식 웃는 것으로 비웃음을 대신하고는 헤드 기어를 집어 들어 제 머리에 썼다. 제 머리를 감싸는 검은색의 금속의 촉감은 언뜻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늘했지만, 유천은 그 서늘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게임 시작.”

-[리트머스 대륙 전기]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뻐근하다.”

유천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제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몸을 움찔함 중얼거렸다. 아예 한번 날아갔던 것을 붙인 탓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뻐근하게 느껴지는 제 팔이었지만 곧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유천은 주위를 기웃거렸다.

“왜 이년들은 코빼기도 안 보여.”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보이는 여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저를 향해 다가오는 금색 갑옷의 기사들만 보일 뿐이었다. 설마 저놈들도 경비병이라는 어이 없는 말을 지껄이지는 않겠지.

“고라스 군도의 왕께서 그대를 보자고 하신다. 순순히 따라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 있던 미친 여자 둘이랑 꼬맹이 하나는 어디 있는지 아냐?”

“그분께서 데려가셨다. 좋은 후궁들이 되겠지.”

“아, 그분이라는 놈한테 안부나 전해줘라. 아마 곧 초상날 거야.”

유천은 황당했다. 갑자기 왕이라니, 더군다나 그 성격 더러운 두 녀석이 따라갔다? 잠잠한 태도가 얼마나 오래갈 지는 모르겠지만 곧 끝날 것이라 생각한 유천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기사들이 온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걸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멈춰라.”

“아, 진짜. 칼은 치워라.”

유천은 난대 없이 제 목에 들이대는 검에 기분이 나빠진 것인지 검의 옆면을 후려쳐 검을 치우는 유천이었다. 그러나 곧 다섯 개의 검이 제 목에 겨눠지는 것을 지켜본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유천에게 깔 맞춤이라도 한 듯 금색의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유천의 목울대에 검을 겨누고는 말했다.

“따라가겠나, 여기서 죽겠나?”

“엿먹어 색깔만 휘황찬란한 새끼들이. 디그.”

그들은 당황했다. 그들 나름대로 마법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서 마나가 움직이는 기색이 있다면 그대로 목을 베려고 했었는데, 그들의 앞에 있는 사내의 마법은 마나가 움직이는 속도조차 너무나 빨랐다. 순식간에 땅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를 떠올리며 기사들은 욕을 지껄였다.

콰앙-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오자, 기사들은 하나같이 그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거대한 구멍이 파이곤 그들을 땅 속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 앞에 다시 나타난 사내는 욕을 지껄이며 다시 사라졌다.

“젠장. 하여간에 저 년들은 얌전히 있는 일이 없어요.”

발록이나 라이헤르가 들었다면 반드시 반박을 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인 유천은 곧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거대한 구덩이에서 올라올 방법조차 모호한 기사들은 그저 닭 쫓던 개마냥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더러운 돼지 같은 새끼가, 뭐?”

“내 첩이 되라 했다. 나는 이 군도를 지배하는 왕이다. 감히 거절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겠지. 뭐, 이만한 영광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지만 말이지. 그 말실수도 한번은 넘어가 주겠지만 두 번째는 없다.”

“이 새끼, 정신이 나갔네.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너희가 아무리 잘난들 우리 군도의 수호룡이신 레드 드래곤님의 뼈로 만든 드래고뉴트인 나만큼 잘났을까?”

유천이 공중에 나타나서 본 장면은 상당히 웃겼다. 발록의 앞에 당당히 서서 따지고 드는 꼴이란. 둘에게는 무슨 제약이라고 가해진 것인지 손이 묶여 행동조차 자연스럽지 못했지만 유천은 의심치 않았다. 저 둘 중 하나라도 화가 나면 저 돼지는 살기 힘들 거라고. 그러던 도중 유천의 눈에 묶여있는 둘의 사이에서 벌벌 떨고 있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돼지가 그 소녀에게 손을 뻗는 것을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라이헤르. 드래고뉴트가 저렇게 살이 찌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해?”

“당연히 말이 안 돼지. 근데 얼마나 처먹으면 저렇게 살이 찌는 거야? 근데 넌 또 어디 갔다가 왔냐?”

“미안, 우선 저 돼지부터 치우고 보자.”

소녀의 양 손을 붙잡고서 등을 돌린 돼지를 보며 유천이 묶여있는 라이헤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서 대답을 하는 라이헤르를 보며 유천은 손을 살짝 들어 사과라도 된다는 양 피식 웃으며 말하곤 그대로 주먹을 말아 쥐고는 돼지의 어깨에 왼손을 올려 몸을 돌린 뒤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너, 넌 또 뭐냐!”

“뭐야, 네가 왕이란 놈 아니었어? 날 찾아 다닌다고 해서 내가 살던 곳 방식의 인사를 건넨 것뿐인데.”

“이, 인사? 그럼 나도 인사를 해야 되는 건가? 아니지, 이 군도를 지배하는 왕에게 감히 그 따위 태도라니! 죽고 싶은 것이냐!”

유천의 주먹에 맞고서 그대로 땅에 엎어져 고개만 돌린 채 유천을 노려보는 그를 마주보며 유천은 태연히 대답했다. 오죽 태연했으면 왕이라는 작자마저 넘어가 유천의 의도에 휘말렸는데, 곧 정신을 차린 그가 유천을 노려보며 외치는 그 순간, 유천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씨익 올라가더니 곧 열렸다.

“제대로 찾아왔네. 각오해. 저 두 녀석이랑 거기 울고 있는 꼬마 몫만큼 손봐줄게.”

============================ 작품 후기 ============================

넌 내가 손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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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님 : 왜 그랬데??말해봐봐 좀

//아, 인간님 센스 죽인다. 멋져요ㅋ

제이스 올드윈 : 소피아가 냠냠 한건가? 뭐 혹시 들었나 보려구? 아님 왤까나

//크리스가 배고파서 중간에서 냠냠

opogg : 참.. 눈치가없으니 구르지

//그래서 저 놈은 구를 수 밖에 없는거죠

youngjoon12 : 크리스야. 배고팠어도 먹을걸 뺏어 먹으면 안된단다.

//ㅋ

테레케 : 신유천 구를 적에 연참을 하-며 완결 끝까지 넘실거리는 굴림 을깨운다by 시유-바다의 노래

//올ㅋ

덱스트린 : 아 크리스하니까 그 여자가 생각나는게 아니라 게임 상의 크리스 생각나서 아 왜 자꾸 여깄어? 하고 놀라다가 다시 아~ 하고 납득...

//ㅋㅋㅋㅋ저도 쓰다가 가끔 얘가 누구더라 하고 당황

L은별 : 계속 미루고 있다가 맘잡고 읽었어여 에헤헤 건필하시길

//ㅋㅋㅋ네ㅋ

xldos : 즐감!^^

//코멘트 감사합니다

ordeal : 아쉬운데 그냥 1년동안 풀싱크로로 겜속에 가두면 잘 구를텐데

//근데 그건 길어져서 제가 귀찮아져서 패스

researchers : 담편 기대하겠습니다!!

//지금 올라가요 ㅋ

심심판타지 : 개사쓸만한 곡 구해요!

//낄...전 선곡 센스가 제로라서 패스

킴치맨 : 이바여 이건너우하잖슴까! 굴리는강도좀더늘려주세요. 해햇

//그쵸? 너무 안굴린듯 굴려야겠네요

Darkness1021 : 어짜피아프리카서버인데 메테오ㄱㄱ?! 그리고운석맞는기분을체험하는거임ㅋ

//오오미, 멋져..

타지아 : ㅋㅋ 발렌타인때 많이받았나? 형은 깨나 받았다 중형사이즈박스로7박스 내가먹을거빼놓고 나머진친구들나눠줬는데도 친구들이 날죽이려들더라...이해가안되

//반말 자제 부탁드리고요. 저 그날 머리아파서 한편 올리고 하루 종일 잤습니다

카에린 : 난 대악당이라는 놈들이 용사를 살려줘서 쓰잘대기없는 희망 소망 사랑따위를 왜 주는지 모르갰다

//그쵸, 걔들은 그래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못받음

은or : 누가 먹을껄 먹은거지...?어짰든 잘 보구 가요~

//크리스가 배고파서 냠냠크리요 ㅋ 코멘트 감사해요 ㅋ

dusckadlanjsl : 잘읽고 갑니기

//코멘트 감사합니기

인핀 : 어이 그 고삐가 소용없고 너는 다진고기가 됄거라는 생각은 안해봤어?

//결론= 키워주고 엿먹기

AQ240 : 길어도 2년 2년이면 내인생최고의 역관광을 볼수있을것이야

//ㅋㅋㅋㅋ 명언이닼

IYouMusic : 역관광=굴리다 after

//당연하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공식

밀리리오 : 어이어이??오늘은안굴려?걍유천인생만준다는거빼곤없잖아?어짜피유천인생은작가손에있는데ㅋ

//그 전의 덜굴림은 후에 있을 대굴림을 위한 소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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