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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정복기
“저, 저기……뭐 폭발하지 않았어요?”
“화풀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누가 잘못해놓고 엄한테 화풀이야?”
“그냥 무시해.”
발록과 라이헤르의 뒤를 쫓아 걷던 소녀가 뒤에서 들리는 거대한 폭발 소리에 앞에 걷던 두 명을 불러 세우며 말했다. 그러나 라이헤르는 냉담히 말하며 가던 길을 걸을 뿐이었고, 발록 또한 무시하라며 소녀를 향해 말을 남기곤 걸었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폭발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는 점과 냉담히 말하곤 저마다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만큼이나 유천에게 실망과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곧 그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검은 불꽃이…….”
“……저 미친놈이. 걸리면 안 된다고 지랄 한 게 얼마나 됐다고!”
“미쳤어 정말!”
처음에는 단순히 유천이 많은 마법을 동시에 발동시킨 것으로만 알았다. 단순히 마나 보유량만 따진다면 웬만한 해츨링을 훨씬 앞서는 유천이었으니까, 그러나 소녀의 말에 둘은 욕을 지껄이며 등을 돌렸다. 평소에도 막무가내로 설치던 유천이 유난히 조심을 하며 사용하지 않았던 고위급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었으니까. 아무리 유천이 화가 나더라도 제 화를 풀겠다고 제 목숨을 건 도박을 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지 않았다는 것은 그 둘이 가장 잘 알았다.
“뭐야, 처음에 그 기세는 다 어디 가고 이러고 있어? 얼른 일어나. 그래야 재미라도 있지. 재미 없게 이럴 거야?”
“신경 끄시지. 얄밉게 공격만 살살 피하는 년이 뭐가 잘났다고 지랄이야.”
슬로스는 피식 웃으며 제 앞에 쓰러진 유천을 보며 비웃었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검은색으로 빛나는 총 한 개가 쥐어져 있었다.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일어나는 유천의 오른팔은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다. 오른손만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슬로스를 보며 욕을 지껄이는 유천을 보며 슬로스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아직도 그런 태도야? 애초에 그걸 쓰고 들어왔다는 거, 실험 쥐가 되기를 자초했다는 거 아니야? 싱크로율 제한도 풀어버리고 들어온 주제에 나한테 덤비다니, 정신이 나갔구나?”
-싱크로율이 95%를 넘어섰습니다. 현실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당장 조정을 하시기를 권고합니다.
“미친 년. 나가면 보자, 이번에는 진짜 물을 끼얹어 주지.”
“여기서 살아서 나가는 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오냐.”
유천을 바라보며 오만하게 말하는 슬로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천의 눈 앞에는 붉은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미 시야의 절반 이상이 붉게 물들어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유천의 입은 죽지 않았다. 욕을 지껄이며 협박 아닌 협박을 지껄이는 유천을 보며 슬로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하자 유천은 그나마 멀쩡한 왼손 손등을 오른손 손등에 찍어 내렸다.
쾅-
또 한번 거대한 폭발과 함께 주위에 마기와 마나가 폭주라도 하듯 흘러 넘치기 시작했으나, 유천이 의도한 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아예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가고, 왼팔 또한 망신창이가 되었으나, 유천의 손에도, 주위에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황한 유천의 귓가에 슬로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풉, 푸하하하! 야, 내가 신이야. 내 눈 앞에서 다른 신의 무기를 불러온다는 게 가능할 것 같았어? 멍청함이 하늘을 찌른다 찔러. 나 잠시만 더 웃을게, 어차피 넌 거기서 못 움직이잖아?”
허망한 듯 제 주변을 둘러보는 유천을 비웃으며 말하는 슬로스가 눈물을 글썽이며 실컷 웃고는 제 손에 들린 총을 세워서는 유천을 겨눴다. 유천이 제 몸을 향해 겨눠진 총을 노려보고 있을 때, 슬로스가 질문이라도 하듯 가볍게 물었다.
“어디다 쏴줄까? 난 누구랑은 다르게 응집이 가능해서 말이야. 폭발 없이 깔끔하게 날려줄 수 있는데. 뭐, 어차피 맞으면 그대로 뒤지는 건 마찬가지니까, 잘 가. 가지고 노는 건 꽤나 재미있었어. 이제 다시는 못 볼 텐데, 눈요기라도 시켜줄까?”
총을 던졌다 다시 받으며 유천에게 놀리듯 말하며 마지막에는 제 상의를 배꼽 위까지 들었다 내리며 장난을 치는 슬로스를 향해 유천은 비웃듯 말했다.
“지랄하네. 씨팔 주제에.”
“이 새끼가 끝까지!”
비웃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밝게 웃으며 유천은 말했다. 어차피 여기서 죽는다면 현실 쪽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싱크로율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거라면 끝까지 저 년을 약 올리다 가리라 다짐한 유천의 태도에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슬로스가 그대로 유천을 향해 겨눈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여, 꼬맹이. 멋진 도발인데. 오랜만이지? 아, 네가 날 보는 건 처음인가?”
유천을 향해 쏘아진 총알이 유천에게 닿기 전, 유천은 눈을 감았다. 제가 죽는 모습은 보기 싫은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는 들렸지만 제 몸에 닿는 느낌이 없자 유천은 눈을 떠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바닐라색의 긴 장발을 휘날리고 있는 사내가 한 명 서 있었다. 유천은 무심코 그 사내의 머리카락을 보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고 말았다. 얼이 빠진듯한 유천의 반응에 사내는 들고 있던 검으로 유천의 앞에 왔다 갔다 흔들기 시작했다. 검날을 시작해 검의 모든 부분이 피처럼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기이한 검. 티르빙이었다.
“……티르빙?”
“이건 알아보네?”
“넌 누구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방해하는 건데!”
유천이 그 검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하자,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뒤에서 슬로스가 외쳤지만, 곧 사내는 등을 돌려 슬로스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이 자식 구경중인 천사. 아, ‘타락한’을 빠트렸군. 어떻게 하더라, 치료방법이 있었는데…….”
슬로스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뱉고는 곧장 유천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리던 그가 곧 제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유천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렸다. 곧 유천의 몸에 난 상처들이 하나 둘 회복되기 시작했다. 날아간 오른팔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망신창이가 된 왼팔과 왼손이 원상태로 돌아오고, 몸에 난 상처들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유천의 시야 상단에 보이는 체력과 마나를 보여주는 상태창에는 반대쪽까지 가득 차오른 붉은색과 푸른색이 보였다. 그리고는 그가 손을 까딱하자 유천의 어깨에서부터 오른팔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으윽…….”
“아프지? 그러게 누가 그렇게 팔을 함부로 다루랬냐?”
“너 뭐냐고!”
제 팔이 다시 자라나는 광경과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예전의 살이 썩어 들어가는 것보다 배는 더 아픈 생살이 돋아나는 아픔에 유천이 신음을 흘리자, 유천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슬로스는 다시 한번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방해하지마.”
“뭐?”
“방해하지 말라고 반쪽 신.”
또 한번 유천과 사내의 근처도 가지 못해 티르빙에 의해 튕겨져 나가 터지는 탄환을 보며 사내가 으르렁거렸다. 슬로스가 어이 없다는 듯 사내를 노려보며 말하자, 사내는 곧 등을 돌려 제 팔을 움켜쥐고서 신음을 흘리는 유천을 뒤로하고 공중에 떠 있는 티르빙을 움켜쥐고서 다시 한번 말했다.
“난 말이야, 신이란 놈들이 정말 싫어. 전장에서 손을 피로 몇 번 씻었다고 타락 천사로 내몬 것도 모자라 날 쫓아내기에 이르렀지. 그 이유가 뭐더라? ‘신을 위협할 존재?’ 엿이나 먹어라. 더군다나 내 눈 앞에 있는 넌 정말 좋은 먹이라고. 신도가 없는 신은 그만큼 약할 수 밖에 없지. 근데 네가 지금 신도가 있어? 이제 막 풀려난 주제에?”
사내의 중얼거림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슬로스가 ‘어, 어떻게?’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리며 뒷걸음질 칠 때마다 사내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럴 때마다 사내의 등에서 돋아나는 날개 네 쌍은 점점 더 크기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사내 본인보다 커진 날개들을 보며 사내는 다시 한번 으르렁거렸다.
“이 날개가 보여? 너희한테 버림받음과 동시에 타락의 상징으로 바뀐 내게 주어진 타락의 징표다. 검붉은 날개 두 쌍, 거기에 백색의 날개 두 쌍. 물론 그나마 흰 날개 두 쌍도 조금씩 검붉게 물들고 있지.”
“겨우 천사장이었던 주제에!”
“어쩌라고.”
그의 으르렁거림에 슬로스가 발악이라도 하듯 총을 난사하자, 사내는 그저 검을 몇 번 휘두르는 것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모조리 튕겨냈다. 그 사이, 사라진 슬로스의 모습은 사내의 뒤에 있었다.
“내가 겨우 너 같은 놈한테 쫄아서 도망이라도 칠 줄 알았어?”
아까의 놀랐다는 표정도 모두 거짓이었다는 듯 웃으며 사내의 등을 향해 손을 꽂아 넣는 슬로스의 모습은 사뭇 미쳐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타앙-
작은 총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을 강타하는 폭발이 있었다. 그 폭발에 함께 휘말린 사내는 제 날개로 몸을 감싸 폭발의 여파를 피했지만 슬로스는 달랐다. 여태 유천과 싸움에도 유천의 공격이란 공격은 모조리 피해 상처는커녕 먼지 하나 얹혀있지 않던 그녀의 몸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총을 들고 있던 오른팔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네가 준 이것도 신의 무기잖아? 잘 쓸게.”
제 뒤에 있던 바위에 상체만 겨우 기대어 선 유천이 환히 웃으며 검은색의 광태를 뽐내는 총을 슬로스를 향해 겨눈 채 말하자, 슬로스는 점점 화가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때 신의 걸림돌이 된다 하여 쫓겨난 천사장 루시퍼나 유천이나, 각각 혼자만 있다면 눈을 감고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둘이 함께 덤빈다 한들 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제 몸에 난 상처에 몹시 기분이 상한 슬로스가 입을 열 때 유천을 부축하는 두 명과 그 뒤에선 한 명의 소녀를 보며 슬로스는 피식 웃었다.
“심판.”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 말이 끝나고 주위는 환한 빛에 둘러 쌓여 멈췄으니까, 그 곳에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슬로스와 유천 둘뿐이었다. 그리고 둘의 앞에 공통적으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아프리카 서버 강제 종료.]
============================ 작품 후기 ============================
결국 마지막에야 한 방 먹였는데 제대로 재미 본 놈은 아무도 없음 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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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 올드윈 : 유천이가 구원받는건 싫지만 채린이 불쌍해서 탈출시켜야할듯 ㅋ
//그쵸, 저도 그래서 쟤 그만 탈출 시킬 생각은 하는데 그닥 안끌려서 고민
ordeal : 유천이 불쌍해 그러니 굴러야지
//우왕ㅋ굳ㅋ
킴치맨 : 남은사람들은 이런대 유천이는 3명의미소녀와 놀고있니 평소의 제곱이상만큼 굴려야합돠!
//찬성
은or : 남은사람들 불쌍해요...유천이 탈출시키세요!하.지.만..구르는건 그 대가로?ㅋㅋ
//조금만 더 굴리고요 한 이년이면 될듯
researchers : 남은 사람은 불쌍한데.. 유천이는 굴리고싶다ㅋㅋ
//ㅋㅋㅋㅋㅋ동감동감
인핀 : 남은사람은 불쌍하고 유천이는 굴리고싶고....
//고로 굴립시다
인간님 : 올ㅋ유정이 철들었나??ㅋㅋ
//그런듯요
Darkness1021 : 유천이를펠프스앞으로소환시키고턴을끝내겧어
//으아니!?
덱스트린 : 남은 사람은 불쌍하다... 아아 유천이는 어딘가에서 편안생활(?) 을 즐기고있는데...
//굴림을 받는 평안(?)생활 즐기는 중
타지아 : 형졸업했다. 선물로 연참좀해라
//피곤해 죽겠다는 연참은 개뿔
youngjoon12 : 저번에 동생님이 생면부지인 사람이라도 예의는 차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반말에 명령조는 무례하다고 보는데요. 코멘트를 볼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예의좀 차려주세요.
//올ㅋ 웬일로 맞는 말임
IYouMusic : 펠프스를 곶아로 만드는거야!!
//오, 제법 끌리는 조건
심심판타지 : 신유천 굴려버릴 사람어디없나 가만히나두다간 사고계속치내 발록도 라에도 원삿원킬뜨고 유천볼까두려워 나핼파맞을까두려워 신유천 굴려버릴 사람어디없나 가만히 나두다간 학살계속되내 성왕도 천족도 막을존재없어 되려역으로따여 나죽을까봐두려워 BGM아웃사이더.외톨이
//개사 돋네여
AQ240 : 유천은 구르는수준을 넘어섰네그냥 ㅋㅋ 납치고문이면뭐 말다한거지 이젠 원망도받넼
//저 시키는 그냥 어...그냥 죽는게 편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