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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다-285화 (28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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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이 멍청한 놈아.”

“…….”

“제 입으로 들키지 않겠다고 힘도 다 안 쓴다고 한 놈이 드래곤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쳇.”

현재 유천의 상태는 상당히 가관이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를 마차를 혼자서 끌며 마차 위에 앉아 있는 발록과 라이헤르의 말에 표정을 구기는 유천은 얼핏 보아도 힘이 상당히 든다는 것을 보여주듯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천의 등에는 척 봐도 유천보다 커 보이는 바위가 얹어져 있었고 말이다.

“야, 이건 좀 치워라. 인간적으로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우리 인간 아닌데?”

“…….”

라이헤르와 발록은 간만에 신이 났다.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여자 아이를 끼고 있지 않나, 자신들에게는 툴툴거리며 제대로 된 인사 한번 하지 않은 유천에게 화가 날 대로 나 있던 터였다. 그런데 자신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이렇게 화를 풀 기미를 쥐어줄 줄이야. 둘은 얼씨구나 하고서 그 기회를 잡아 채고서 유천을 갈구기 바빴다. 물론 유천은 평소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몸의 무게에 절망할 뿐이었지만, 더군다나 땅은 여전히 모래사장이었다. 무거운 바위를 이고 있는 터라 유천의 다리는 절로 모래 속으로 푹푹 파였다. 심지어 마차에 타고 있는 것은 그 둘 뿐만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자고 있는 소녀를 비롯해. 모래사장에 처박혀 미동도 않던 기사의 뒷덜미를 잡아 채서는 마차 위로 얹어 놓았다. 갑옷의 무게 덕에 바퀴는 모래사장에 더욱 더 박혔고 유천의 한숨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그래도 뚜껑은 없어서 다행이네.”

만약 이 쪽으로 오기 전 보았던 전 대륙에서의 화려하게 치장된 마차였다면 유천은 마차를 끄는 것을 때려 치고서 난동을 부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유천은 작은 것 하나 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었다.

“야, 여기서 어느 쪽이라고?”

“우측 길로 들어가서 쭉 가면 됩니다.”

“근데, 이 새끼 기사 맞아? 협박 몇 번 했다고 바로 저 사는 곳까지 부네.”

드디어 숲 안쪽으로 들어와 갈림길에 들어선 유천이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봐 두 여자의 눈총에 시달리기 바쁜 기사에게 물었다. 묻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하는 기사를 보며 유천은 투덜거렸다. 적이라는 놈도 마차 위에 있는데 도대체 자신은 무슨 꼴이란 말인가.

“기사라는 놈이 말이야. 충성도 없어가지고, 고작 몇 번 때렸다고 아는 대로 다 불고 말이지. 정공법만 아는 족속이 기사들이니 함정도 없을 거고. 쟤 진짜 기사 맞아?”

“전 마을 경비병입니다만. 자꾸 왜 기사라고 부르시는 지 모르겠군요. 마을 외각에서 거대한 빛이 보이기에 노예들을 이끌고 왔을 뿐입니다. 마탑 지부장님도 함께 오셨는데 그분은 어찌 되셨을지…….”

””…….””

“미친.”

유천은 정말 몸이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 입을 나불거렸었다. 어차피 더 힘들어질 뿐이겠지만 이렇게라도 누군가를 까고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유천이 원한 것 과는 달리 돌아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소드 마스터가 경비병? 기사, 아니 경비병의 말에 라이헤르와 발록이 침묵하고 유천이 욕을 지껄였다. 제아무리 군도라도 경비병이 이 정도면 기사는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리고 그들의 위에 군림한다는 왕은 또 얼마나 강할는지. 유천은 점점 더 캄캄해지는 자신의 앞을 보며 그저 한숨 또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어, 진짜 마을이다.”

“이 개년아, 마을 아니면 나보고 또 이걸 끌게 하려고?”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뭘 잘못한 건데!”

“모르면 더 맞던지.”

“그래,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한숨을 내쉬며 마차를 끌고 가기를 약 십분. 마차를 끌기 위해, 등에 이고 있는 바위에 의해 허리를 숙이고 있는 터라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유천의 앞은 발록이나 라이헤르가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라이헤르의 입에서 아쉬운 어조의 말이 나오자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라이헤르를 바라봤다. 마을이 보인다는 라이헤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천의 등에 얹혀져 있던 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말이다. 그러나 유천의 따짐에도 불구하고 라이헤르와 발록은 뻔뻔하게 유천을 마주했고, 유천은 곧 투덜거리며 등을 돌렸다.

“용언만 아니었어도, 젠장.”

“뭐라고?”

“신경 꺼. 게임 종료.”

유천의 투덜거림에 발록이 눈을 부라리며 유천에게 따지고 들려 했으나, 유천은 그대로 게임을 종료해버렸다. 남겨진 발록과 라이헤르는 저 놈이 또 어디로 갔나, 하고 궁금해할 뿐. 굳이 찾지는 않았다. 저렇게 사라져도 얼마 안가 다시 돌아올 녀석이니까.

“…….”

유천은 캡슐의 커버 밖으로 보이는 상황에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봤다. 저 미련한 녀석은 도대체 얼마나 미련하단 것인지, 아까 그런 말을 뱉은 유천의 방에 들어와 아예 말라붙은 바닥에 묻은 유천의 피를 닦고 있었다. 굳어버려 잘 떨어지지도 않는 피를 닦아내고는 캡슐의 옆에 작은 상자를 내려두는 모습에 유천은 어이가 없어졌다. 저 상자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진통제라 할 만한 주사기가 담겨 있는 상자였으니까. 그 뒤 상자를 내려놓고서 소피아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후다닥 달아났다. 마치 무언가가 제 뒤를 쫓는 것 마냥. 유천은 소피아가 방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나마 멀쩡한 왼손을 뻗어 커버를 열었다. 그리고 손에 닿는 위치에 놓여진 상자를 가져와 주사기를 들고는 오른팔에 남아있는 주사 자국위로 주사바늘을 꽂고는 피스톤을 눌렀다. 청량하고 상쾌한 기분, 뒤이어 몰려오는 나른함. 유천은 슬슬 몸에 느껴지는 고통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발의 상처는 그 사이 피가 말라붙어 딱지가 되어 있었기에 다시 피가 터지거나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유천은 마찬가지로 침대 위에 놓여진 항생제라 적힌 알약을 물과 함께 마시고는 그대로 누웠다.

바스락-

섬유 재질로 이루어진 이불에서 나는 소리라 볼 수 없는 소리가 유천의 이불 밑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유천은 소피아가 갑자기 제 방에서 무언가에 쫓기듯 뛰쳐나가던 것을 떠올리고서는 조심스레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는 주위를 살폈다. 매트리스의 바로 위에 얹혀져 있는 작은 쪽지. 유천은 그것이 이불 밖으로 보이지 않게 조심하며 조금씩 펴서 글자 하나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그리 편하지 않을 것이란 거는 알아. 그래도 이

곳이 그렇게 불편한 곳은 아니니까, 될 수 있으면 편하게 지내길 바래.

탈출할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인생에서 탈

출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네가 그런 말을 하더라도 난 포기 안 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넌 내가 가질 테니까. 어차피 이곳에서

법이 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겠지.

이렇게 쪽지로 남기게 되어 유감스럽지만 네가 내 마음을 잘 알아주길 바래.

있잖아. 난 네가 정말 좋다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넌 내가 가질 거야. 넌 나만 가질 수 있으니까.]

“미친 년.”

유천은 잠결에도 그 쪽지를 바라보며 욕을 지껄였다. 다시 읽어봐도 어이 없는 내용이었으니까. 탈출할 생각을 버리라니. 유천에게 그런 소리를 해 보았자, 유천이 들을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고라니. 난 네 방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니 함부로 방을 비우지 말라는 추신까지 뒤에 덧붙여져 있는 것을 보며 유천은 픽 하고 비웃고 말았다.

“내가 소유물이라 생각하는 그 발상은 어디서 튀어 나온 건지 몰라.”

유천은 그 말을 끝으로 쪽지를 구겨 넣고서 제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그대로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고문실에서 나온 유천의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날 유천은 다시 제 방을 찾아온 소피아를 보며 표정을 와락 구겼다. 캡슐에서 보았던 행동을 보며 그나마 풀렸던 마음도 다른 목적이 있어 그리 행동한 것이라 단정 지은 지 오래다. 유천은 자신에게 진통제를 놔주는 소피아의 얼굴을 노려보고는 약효가 돌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소피아를 방에서 쫓아내곤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을 하나 하나 벗던 도중, 유천의 바지 주머니에서 쪽지가 떨어졌다. 욕실도 물청소를 한 듯 물방울이 잔뜩 맺혀 있었고, 그 위로 떨어진 쪽지는, 잉크가 번져가 더 이상 읽기 힘들게 변해갔다.

“아, 이걸 그년 얼굴에 집어 던져야 했는데.”

유천은 그제서야 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쪽지를 떠올리곤 피식 웃었다.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할 쪽지를 그대로 욕실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서 샤워 호스의 물을 틀었다. 감촉은 느껴지지 않지만 기분 좋은 따뜻함이 자신을 감싸는 듯한 기분에 유천은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완전히 나으실 때 까지는 방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어르신의 명령이 있으셨습니다. 매 끼니마다 식사는 방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그리고 유천이 샤워를 마치고서 욕실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탁한 금발의 소년이었다. 원치 않는 일을 하는 듯 표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으나, 유천에게 예를 갖추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것인 것 표정을 구기면서도 존대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서 나가는 소년이었다. 그 뒤를 이어 카트를 밀며 나타난 정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천에게 말을 걸었다.

“형이라고 부르면 아침 줄게.”

“안 줘도 되는데, 나야 뭐 나가서 밥 달라고 하면 그만인데.”

“쳇, 재미없는 자식.”

“닥치고 꺼져. 아침부터 기분 잡치지 말고.”

“킥, 알았어. 좋은 하루 보내라.”

유천의 앞에 빵을 들이댔다가 유천이 손을 뻗으면 제 머리 위로 손을 쭉 뻗어 올려 유천이 빵을 잡지 못하게 하는 둥의 장난을 치며 유천에게 말을 건넨 정현에게 돌아오는 유천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리 정현이라도 제 위에 있는 사람의 명령을 어기게 만드는 것은 그리 탐탁치 않았는지 혀를 차며 유천에게 빵을 비롯해 마실 우유를 건네는 정현이었다. 그걸 받아 든 유천은 곧장 축객령을 내렸고, 정현은 키득거리며 유천의 방을 나섰다. 물론 방을 나서는 정현의 뒤로 빵을 한 입 베어 문 유천의 욕설이 이어진 것은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 작품 후기 ============================

오늘의 관점. 1. 정현은 과연 빵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2. 신유천 둔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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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eal : 내 소원은 이루어지면 작가님은 다른 소설을 쓰시겠지

//올ㅋ 그렇게 되는군여

덱스트린 : 유천이는 상태이상 같은거 걸렸을 때 너무 리얼해서 짜증낼듯...

//그러게요 ㅋㅋㅋ

youngjoon12 : 원래 저런 때에 쓰라는 말이 아닐텐데

//넘어가

은or : 역시...재미나ㅎ잘 보고갑니다아~

//감사합니다 ㅋㅋ 코멘트도 감사해요

심심판타지 : 오오오! 놀라워라 여왕님 채찍! 영원히 기억하리! 발록여왕뉨. BGM스승의은해 ㅠ울랄라는어카고그냥가셔요....윤택상ㅠ ....오늘10시추모공연보고잡시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10시 못되서 곯아떨어졌..

심심판타지 : 참고로M냇에서합니다

//ㅠ 놓쳤긔

인간님 : 그래봤자 구르는건 불변의 진리

//ㅇㅇ 불멸의 진리죠 ㅋ

AQ240 : 툭맞아도 멘붕오는데미지

//으잌

밀리리오 : ㅋ윷유천아니가포기안해도작.가.가.널굴리면너는굴러야되ㄱㅋ

//정답 ㅋㅋ

인핀 : 故임윤택씨의 명복을 빕니다... 랄까 발록과 라이헤르 ㅋㅋㅋ

//쟤들도 정상은 아닌듯

킴치맨 : 도망치면 더힘들어지겠지. 작가는 유천이를 굴릴태니

//날 잘 아시네여. 쟨 도망치면 더 굴러요. 근데 도망치는 게 일상이라는 건 안함정

researchers : 구르는 길이 3배로 늘어나는것을 보고 싶닷!!!

//겨우 3배요? 그 이상은 돼야죠 ㅋ

테레케 : 하하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

Darkness1021 : 유천이는 결국상위마법쓰고잡혀가서더욱굴리면좋겠다

//잡혀가는 건 아닌데, 걸리면 곤란한 상황임.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 죽었는데, 한달도 안 되서 눈 앞에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부터 유천이 생존 추측 뜨면 사건 전면재수사 ㄱ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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