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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아까 그 마법이라도 써봐! 이러다 진짜 죽겠어!”
“그거, 하루에 한번밖에 못 쓰는 건데.”
“근데 왜 그걸 그때 쓴 건데!”
“누가 늦게 와서 늦게 탈출한 건지는 생각 안 하지?”
아까 전까지 고맙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존댓말 하던 그 꼬마는 어디 갔을까?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끝도 안보이던 절벽의 끝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반말을 시로 자신에게 따지기 바빴으니까. 유천은 슬슬 자신에게 틱틱 거리며 대들기 시작하는 소녀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보석 하나를 꺼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천은 공주님 안기를 풀고서 소녀의 허리만 끌어안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푸른 보석을 꺼냈다. 그러나 자세가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 네가 이래도 안 오고 베기나 보자.”
유천은 알지 못할 소리를 중얼거리며 푸른 보석을 저 밑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곧 손가락을 튕기자, 유천의 뒤에서 나타난 푸른 번개의 창은 그대로 떨어져 보석을 관통했다. 그리곤 한 순간 푸른 빛이 주변을 감싸더니 곧 그 빛은 전격으로 뒤바뀌어 주변을 내려치는 낙뢰로 변했다. 갑자기 주위에서 낙뢰가 몰아치는 것을 보며 소녀가 깜짝 놀라 자신의 귀를 막는 것을 보며 유천은 피식 웃었다. 미리 베리어를 펼쳐 번개 소리도, 번개도 유천과 소녀를 피해가고 있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유천은 잠시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이래도 오지 않는다면 그냥 제 힘으로 탈출 하면 그만이니까.
휘익-
“왔나?”
유천의 중얼거림이 똑똑히 들려오자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주변에서는 번개가 떨어지고 절벽이 박살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천의 중얼거림이 들리다니? 무척이나 놀란 표정으로 유천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유천은 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응?”
그리고 보았다. 햇살을 등지고 날아오는 거대한 그림자를. 소녀는 잠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생각하며 눈을 비비고는 다시 쳐다봤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거대한 초록색 비늘로 이루어진 드래곤이 입을 쩍 벌린 채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입 닫아 이 년아.”
“드, 드래곤한테 무슨 말을!”
드래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유천의 태도에 소녀는 경악을 하고서 외쳤다. 그리고 이제 저 드래곤이 자신들을 삼킬 것이라 확신을 하고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소녀는 당황했다. 밑에서 치솟아 올라오던 바람이 사라지고, 찢어질 듯 펄럭이던 치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정리되어 있었고, 녹색의 비늘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소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야, 너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다른 녀석들도 요새 안 보이는데.”
“글쎄, 일단은 난 죽은 거라고 쳐야 돼서 말이지. 그 녀석들이 혹시나 물어봐도 모른 척 하고,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마계로 돌아가라. 그리고 너, 오랜만에 본 친구를 입을 쩍 벌리고 삼키려고 드냐?”
-닥치시지. 몇 달 만에 나타나고선 내 레어 주변에서 깽판이나 부린 자식이 웬일로 날 부르나 했어. 겨우 그 정도면 네가 알아서 빠져 나오지 뭐 하러 날 불렀냐?
소녀는 이어서 그대로 입을 쩍 벌린 채 굳어졌다. 성에서 탈출할 때만 하더라도 유천이 평범한 인간은 아니리라 짐작했다만, 금발의 여자와의 대화에서는 마계를, 드래곤과의 대화에서는 드래곤과의 친구 사이라는 말을? 도통 이해가 안 갈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소녀가 굳어진 사이. 유천은 피식 웃으며 비늘 위에 편하게 앉고는 입을 열었다.
“사정이 있다고. 너희도 원래는 안 부르려고 했는데, 그냥 마음이 변했지. 지금 내 상황이 누구한테 쫓기고 있어서 말이야. 네가 말한 내 힘도 함부로 썼다가는 내 위치 들통나는데 내가 쓰게 생겼냐?”
“웃기는 소리. 네가 누구한테 쫓겨? 쫓고 다니면 쫓고 다닐 자식이.”
-구라를 치려면 제대로 쳐라.
“어? 요 년들이. 사람 말을 못 믿네?”
유천이 너스레를 떨듯이 지금 자신의 설명을 대충 설명하자, 라이헤르와 발록은 유천을 향해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 비웃으며 유천을 사기꾼으로 몰기 시작했다. 유천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두 마리(?)를 보며 어이 없다는 듯 말하고는 인벤토리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그건 또 뭐야? 신기하게 생겼네.”
“이 거 챙겨준 놈 덕분에 쫓기는 신세라고. 자세한 건 설명 못해.”
-그게 도대체 뭐길래? 나도 좀 보자, 망할 새끼야.
유천이 꺼내든 총을 보며 발록이 신기하다는 듯 묻자, 유천은 대충 얼버무렸다. 어차피 이것을 챙겨준 것은 메인 컴퓨터 씨팔이고, 그 씨팔을 조종하는 놈도 결국에는 그 재수없는 사내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발록의 반응에 흥미가 동한 것인지 라이헤르가 물었다.
“아, 고년 참. 요새 내가 손 안 봐줬다고 그 사이에 입 험해진 것 좀 봐라.”
타앙-
-…….
""…….""
-소형 오크 군락지를 단숨에 소멸시키셨습니다. 명성이 1,200상승합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유천이 라이헤르의 비늘을 툭툭 건드리며 퍼덕이고 있는 라이헤르의 날개 사이로 보이는 산 하나를 대충 조준하고는 그대로 쐈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유천의 시야 좌측 상단에 보이던 푸른색의 마나 게이지는 약 사할 가량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아까와 같은 반동이 유천에게 찾아왔으나, 애초에 이번에는 반동을 각오하고 라이해르의 머리 위에 있는 뿔에 기대어 쐈다. 등이 약간 아려오기는 했으나 이 정도면 충분히 본보기가 됐겠지. 유천은 자신의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무시하고는 등을 문지르며 터벅터벅 걸어와 발록의 앞에 주저앉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도,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알면 다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라이헤르였다. 기울던 몸이 다시 중심을 찾아 날기 시작할 때, 발록은 유천을 놀랐다는 듯 쳐다보았고, 소녀는 유천을 바라보며 다시 존댓말로 묻기 시작했다. 그에 유천은 간단히 대답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네 나라 궁전 박살낸 것도 나고, 네 아비 죽을 때 옆에 있던 것도 나야.’ 라고 함부로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유천의 대답에 다시 풀이 죽은 채 앉는 소녀를 보며 발록이 피식 웃으며 유천에게 말을 걸었다.
“쟨 또 누구야? 또 꼬셨어?”
“누가 누구를 꼬신다는 건지, 원. 야, 내가 언제 여자 꼬시고 다닌 거 본적 있냐?”
“여기 있잖아. 저기 저 꼬마.”
“미치겠네. 쟤 신성제국 황녀다. 됐냐?”
“이제 네가 스케일을 점점 불리는구나? 이제는 신성제국의 황녀까지 노리다니. 간이 많이 커지셨어?”
어딘지 모르게 심술 가득한 발록의 질문에 유천이 인벤토리로 총을 쑤셔 넣고서 대답했다. 무척이나 귀찮다는 표정의 유천이었으나, 발록은 풀이 죽어 제 무릎을 끌어 안고 훌쩍이는 소녀를 가리켰다. 쟨 또 왜 우는 거야? 유천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꾹꾹 누르며 소녀의 정체를 말해줬다. 그러거나 말거나 심술 가득한 발록의 말은 그치지 않았지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유천이 마나를 끌어 모음과 동시에 발록은 제 마기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유천의 주변에 있는 마나가 살벌한 기세를 피우며 공기를 진동시킬 때, 발록이 모은 마기는 채찍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누가 먼저 건들기라도 했다간 터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침묵을 깨트린 것은 라이헤르였다.
-아까 그 물건은 뭐야?
“총.”
-총?
“어떤 빌어먹을 꼬마 하나가 주고 간 물건이지. 버리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크고, 갖고 다니기엔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문제지만.”
“꼬마요? 아까 그……뭐라고 불러야 되지? 오, 오빠랑 같이 있던 그 꼬마 말하는 거에요?”
“켁!”
애써 살갑게 말하는 듯한 라이헤르의 의도는 싸움을 말리려는 기색이 다분해 보였다. 그제서야 제가 무슨 짓을 벌이려 한 건지 알아챈 유천은 끌어 모은 마나를 흩어버리곤 대답했다. 곧 다시 되물어 오는 라이헤르의 말에 대충 설명한 유천의 말에, 소녀가 뭔가 떠오른 듯 물어왔다. 호칭 부분에서 주저하던 소녀가 고른 표현에 유천은 헛기침을 내뱉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발록의 손에서 점점 사라지던 검은 채찍이 다시 나타나서는 유천을 향해 날아갔다.
“우악!”
“죽어!”
“어째서 내가 죽어야 되는데!”
유천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이자, 채찍은 방금 전까지 유천의 머리가 있던 공간을 살벌하게 휘젓고 지나갔다. 이어서 채찍을 회수했다가 그대로 휘두르며 발록이 외치는 것을 보며 유천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소녀가 외쳤다.
“꼬마의 이름이 씨팔이라고 했었죠?”
-너, 꼬마한테 저런 욕도 가르쳤냐? 도대체 꼬마한테 뭘 가르치는 건지 원.
“아, 죽일 맘도 안 든다. 그냥 네가 네 라이프 베슬 깨고 뒈져버려.”
와, 차갑다. 방금 나 울뻔했어. 알아?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녀의 입에서 빠져 나온 한 마디에, 발록을 말리려던 라이헤르도, 유천을 죽이고자 채찍을 휘두르던 발록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선 싸늘히 말했다. 어쨌거나 자신을 노리던 공격은 그만 멈췄으니 만족해야지. 유천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그건 도대체 뭐야? 다른 마족들한테서 총이란 무기가 다른 대륙에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렇게 강한 무기라는 소리는 들은 기억이 없어."
"당연하지. 그런 거랑 비교하면 준 놈……아니, 년이 난리 피울 거라고."
"년? 그 무기도 그렇고 그 사이에 다른 대륙에 넘어가서 여자라도 꼬신 모양이야네. 지금 이 대륙이 얼마나 난리가 일어났는지는 알아?"
"알 게 뭐야. 꼬신 적도 없고 다른 대륙 간 적도 없어."
유천이 저도 모르게 암울한 기운을 뿜어대며 혼자 궁시렁거리자, 그래도 발록이 가장 유천과 친하다는 명목 하에 유천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래도 제 무기랍시고 유천이 자랑을 하듯 말했다. 그러자 발록은 방금 전과 같은 채찍을 다시 불러 내고는 유천에게 비꼬듯 따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유천도 발록에게 당하는 것이 귀찮은지 아예 뒤로 발라당 누워서는 대답할 뿐이었다.
"그럼 나도 상관 없으니까. 그 년이 누군지나 설명해 봐."
"말 한다고 알긴 아냐?"
"이익!"
"야! 위험하잖아!"
"몰라! 그냥 죽어버려!"
뒤로 발라당 누워 버리는 유천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발록은 한숨을 내쉬며 유천의 옆에 앉아서는 유천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발록에게 뿔이 날대로 나버린 유천은 발록을 놀리듯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 유천의 말을 어떻게 받아 들인 것인지 발록은 그대로 주먹을 뻗어 유천의 복부에 꽂아 넣었고, 곧 둘은 평소처럼 투닥거리며 싸우기 바빴다.
"저기……저 두 사람, 평소에도 저래요?"
-저 둘이 사랑 싸움 벌일 때는 신경 끄고 제 일 보는게 신상에도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다. 신경 꺼.
"많이 보셨나 보네요?"
-지금 굳이 본모습으로 현신을 하지 않났다면 아마 난 저 녀석 머리 위에 메테오 하나를 떨어트릴 지도 몰라.
"……에?"
-아마 그래도 바퀴벌레처럼 죽지 않고 깝죽거리겠지. 뭐 그 편이 더 보기 좋다는건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니 우선 땅에 내려가면 저 녀석을 향해 고위급 마법 하나 날려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소녀가 유천과 발록이 투닥거리는 것을 보다 말고 라이헤르의 머리 위로 올라가 뿔을 잡고는 앉아선 라이헤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미 들려오는 대화 내용으로 자신의 등 위에서 벌어질 일은 예상이 갔기에 라이헤르와 소녀의 대화는 이어질 수 있었다.
'뭔가, 좋지 못한 예감이 든다.'
"빈틈 발견!"
"으아악!"
그와 동시에 유천이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자, 발록은 기회라며 유천에게 달려들어 유천의 복부에 팔꿈치를 꽂아 넣었고, 유천은 그대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유천의 어깨 위로 발록은 제 발을 올린 채 웃으며 말했다.
"여왕님으로 모신다고 말하면 풀어줄게."
"웃기고……으아아악!"
발록의 말에 비웃듯이 피식 웃으며 대답을 하려던 유천의 말은 끝마쳐지지 못했다. 발록이 제 발로 유천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자, 평소와는 비교가 안 돼는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싱크로율이 70%로 강제 상향조정 됩니다.
그리고 그런 유천의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어제 밤새 폰으로 끄적인거 투척. 리리플은 폰이라 패스. 여러분해피 설날 보내세요.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올 신정, 설날까지 빼먹지 않고 쪽지 보내주신 덱스트린님 항상 감사합니다 ㅋㅋ 베리베리 조이플 설날 보내세요. 절대 한/영 누르기 귀찮아서ㅈ저런거 아닙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