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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너, 뭐하냐?”
“……좋은 아침?”
“개뿔이.”
정현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유천을 보며 잠시 굳어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소피아는 다시 잠들어버렸고, 유천은 여전히 굳어있는 정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제서야 머리를 열심히 굴리곤 정현이 꺼낸 대답이 아주 걸작이었다. 유천은 그런 정현의 대답을 손쉽게 밟아버리곤 짜증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이주간 못 씻어서 찝찝해 죽겠는데 말이야. 누가 아침에 차가운 피를 뒤엎어 봐라. 잠이 오나.”
“……”
“잘사는 나를 누구들이 끌고 와서 신나게 고문질 한 덕에 손 하나 물에 못 넣겠는데 말이야. 이렇게 피까지 뿌려주는 네 녀석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합당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
유천의 말에 정현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니 대답할 말이 없었으니 옛 어른들이 남긴 격언 하나가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현은 속으로는 자신이 왜 그랬을까, 하며 수 없이 후회했지만, 후회는 언제 하더라도 이미 늦은 것. 더군다나 얄짤 없기로 유명한 유천이었다. 무엇을 요구할 지 벌써부터 물밑작업을 하는 유천을 보며 정현은 몸을 떨었다.
“이 피 어쩔 건데. 옷까지 다 젖어서 씻고 갈아입어야 되잖아.”
“내, 내가 씻겨두면 되잖아.”
“미쳤냐, 네가 또 무슨 장난을 칠 줄 알고 너한테 맡겨. 야, 어제 보니까 거기 근처에 모르핀 있다던데, 그거 줘봐. 수면제 성분 없는 거로.”
유천이 찝찝하단 표정을 지어 보이며 몸에 들러붙은 옷을 가리키며 따지고 들자, 정현이 외쳤다, 그러나 이미 깎일 대로 깎여나간 정현의 신뢰는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유천은 슬슬 손바닥을 포함해 몸 대부분이 쓰려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약효가 끝나간다고 짐작을 하고는 정현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은 죄가 있는 정현으로서는 거부할 도리가 없었고 말이다.
“갈아 입을 옷은 있겠지. 방까지 준비해 놓고 갈아 입을 옷이 없다면 너한테 아마 큰 실망을 할 것 같아.”
“왜 나한테!”
“두 놈은 없고, 쟤는 어제 밤 새도록 나 간호했고, 한 년은 안 보이고. 그러니까 실망할 대상이 너 밖에 없다 이거지. 얼른 가져와 망할 자식아.”
“…….”
아침부터 날이 설 대로 선 유천의 독설을 들으며, 정현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곤 서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들은 바로는 유천이 생활할 때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은 이미 방 안에 비치해뒀다고 했으니까. 곧 속옷 한 벌과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하나를 찾은 정현은 유천에게 그 옷을 던졌다. 아무리 그래도 이 쪽에서 납치해 왔는데 되려 끌려 다니는 기분은 좋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유천은 받은 옷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불에 손을 슥슥 닦고서 그나마 피가 덜 묻은 손으로 옷을 챙기고는 정현이 가리키는 문을 열고서 들어갔다.
“오, 시설은 괜찮다.”
나름대로 걱정한 사실 중 하나였다. 유천은 이곳에 올 때 보았던 공항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에는 도저히 공항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크기의 공항. 그만큼 발달이 많이 되지 못한 곳이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이곳은 꽤나 시설이 좋다는 사실에 유천은 만족을 하며 한쪽 구석에 옷을 내려두고는 옷을 훌렁 벗기 시작했다. 몸에 달라붙는 옷이 기분 나쁜 것은 당연했으니까. 거기다 아까 놓은 주사가 꽤 강한 것이었는지, 쏟아지는 물줄기에 까지고 긁히고 화상까지 입은 피부에 물이 닿아도 그리 따갑지 않다는 것에 괜한 놀라움을 느끼며 유천은 몸에 묻은 피를 하나, 하나 씻어냈다. 그리고 유천은 그제서야 가장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수건의 부재. 샤워실을 뒤적거렸으나, 나오는 것은 린스와 샴푸, 바디 로션이 전부였다. 유천이 욕을 지껄이며 샤워실의 문을 슬쩍 열고는 목만 빼꼼 내민 채 정현을 불렀다.
“야, 수건 내놔.”
“싫은데.”
“뒈질래?”
“할 수 있으면 해 봐.”
유천의 말에 일일이 대꾸를 하는 정현의 손에 들린 것은 수건 한 장이었다. 처음부터 수건을 건네지 않은 것은 정현의 실수였다. 그러나 정현은 씩 웃으며 다른 장난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소피아를 살살 흔들어 깨우고는 유천이 씻고 있다고 알린 뒤, 수건을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천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상체를 내밀어 정현을 잡으려 했으나 거리가 살짝 부족해 놓치고 말았다. 정현은 그런 유천을 보며 실실 웃기 바빴고, 유천은 곧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너, 후회하지 마라.”
“네가 지금 빌면 수건 한 장 정도는 너그럽게 선사할 용의는 있어.”
유천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입을 열자, 정현은 수건의 끝을 잡은 채 뱅뱅 돌리며 대답했다. 유천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샤워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정현이 넘겨 줬던 상의를 집어 들어 물기를 닦기 시작했다. 어차피 상체쯤이야 보여도 상관 없으니까, 라는 생각이었고, 효과가 강한 대신 지속 시간은 짧은 듯 상처가 다시 따가워지기 시작했기에 유천은 어쩔 수 없이 내린 판단이었다. 옷에 피가 묻어 나오기는 했으나 상관하지 않았다. 붕대야 다시 매면 그만이고, 우선은 저 건방진 녀석을 처단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대충이긴 했으나 물기를 닦아낸 유천은 속옷과 바지를 입고는 샤워실 문을 열었다.
“꺄악!”
“넌 또 뭐해.”
유천이 샤워실을 나왔을 때, 보인 것은 실실 웃던 정현의 얼굴이 굳어지던 것과, 문이 열리자마자 눈을 질끈 감고서 비명을 지르는 소피아였다. 곧 정신을 차린 정현은 유천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너, 어떻게!”
“아, 잘 썼다. 모르핀 하나랑 상의는 다시 줘야겠는데.”
“응?”
정현의 외침에 유천이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에 앉고는 말을 꺼냈다. 다분히 명령조였지만 유천의 눈에 보이는 뚜렷한 살기를 본 정현은 유천의 주위에 있는 물건을 훑기 시작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유천이 앉고 있는 의자를 비롯해 깨면 충분한 흉기가 될 거울, 그리고 어째서인지 과도가 보였다. 반면 자신의 주위에는 무기는커녕 몸을 보호할 물건조차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곤 정현이 한숨을 내쉬며 옷을 하나 꺼내 유천에게 던졌다. 그리고 모르핀을 뒤적거리고 있는 사이, 소피아는 예상과는 달리 담담한 유천의 태도가 궁금한 듯 감았던 눈을 뜨고 유천을 바라봤다.
“에이, 뭐야. 시시하게.”
“뭐가 시시한데.”
소피아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상처투성이인 상체위로 옷을 입는 유천의 모습이었다. 유천이 급하게 바지를 입다가 자신이 눈을 뜬 것을 보고 적지 않은 당황을 하기를 바라기도 했으나, 이러면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소피아는 섭섭함을 담아 중얼거렸고, 유천은 상의를 입고는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행동하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은 한숨을 내쉬곤 정현을 응시했다.
“야, 모르핀.”
“이 새끼, 중독자의 기질이 보이네. 근데 어쩌냐, 수면제 성분이 없는 건 방금 다 썼는데.”
“왜!”
“처음부터 모르핀을 투여할 이유는 고문으로 생긴 상처들 때문에 네가 잠 못 잘까 봐 준비한 거였는데. 수면제 성분이 아닌 게 많을 이유도 없었다고.”
유천이 정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손을 건네며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유천의 기대를 저버리는 말이었다. 유천이 이유를 물으며 표정을 찌푸리자, 정현은 유천의 발바닥에서 다시 피가 베어 나오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유천을 의자에 앉히곤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그 끝은 유천의 욕설로 끝이 났다.
“아니, 그런데 진짜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어?”
“환자는 조용히 하고 따라와.”
“와 진짜, 이 새끼 봐라. 방 나오자 마자 진지한 척 하는 것 좀 봐봐.”
“…….”
결국 유천의 이동수단으로 채택이 된 것은 휠체어였다. 물론 유천도 발이 슬슬 아파온 것은 당연했기에 불만은 없었지만, 유천의 불만이 된 것은 휠체어에 채워진 수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 정현은 유천을 달래려 했으나, 이미 유천의 눈에 비친 정현의 모습이란 신뢰는 신뢰대로 떨어지고, 이미지도 이미지대로 박살이 난 나름대로 최악의 상황이라 할만했다.
“좀 늦었군.”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약속에서 시간 타령하면서 따지는 거 웃기지 않아?”
“그 입도 눈도 한번 고문실의 쓴 맛보다는 강한 모양이군.”
“아아, 그건 고마웠어. 덕분에 이주일간 평생 겪을 고통은 다 겪은 것 같거든. 아마 군대를 가도 이런 고통은 못 겪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어른을 상대로 하는 대화는 기본적으로 예의를 갖춰야 하는 법이다.”
휠체어에 수갑을 찬 채로 유천이 끌려(?) 들어오자마자 먼저 식탁에 앉아 유천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의 한마디에 소피아와 정현이 잠시 흠칫하는 것을 보며 유천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어제 밤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도 보았던 둘의 모습은 악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으니까. 일종의 답례라 할 수 있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유천의 생각이 끝나자 마자, 고문실을 언급하며 그가 말을 꺼내자 유천은 언뜻 보기엔 화사한 그러나 차갑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꾸했다. 그런 유천의 태도와 도착했을 때와 고문실에 종종 찾아갔을 때도 자신에게 반말을 서슴지 않던 유천의 버릇을 고쳐주겠다 다짐한 그는 강경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유천은 그런 그를 향해 장난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그만한 예의를 갖추지. 첫만남부터 몽둥이 찜질에 욕을 지껄이면 강아지라도 예의를 안 갖춰. 하물며 강아지보다 나은 내가 그런다고? 내가 개만도 못하단 걸 인정하란 거나 다름이 없네.”
“일단 앉지. 식사라도 하면서 대화를 해야겠어. 대화가 아주 길어질 것 같거든.”
“그러던지. 야, 뭐해. 안 움직이고.”
“어, 어? 알았어.”
유천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식탁 한 쪽을 가리키는 사내와,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을 하는 유천. 그 둘의 치열한 설전과 스파크가 튈 듯한 눈싸움에 정현과 소피아는 그저 고래 싸움에 낀 새우 꼴이 됐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유천이가 고문실 한번 갔다 오더니 깡만 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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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 : 아 유천...아... 너는 정말 복 받은거야... 고통당하고 히로인 다수가 좋은거야... 아무것도 없이 아무것도 없으면...
//...아, 그건 좀 슬플듯
dusckadlanjsl : 걍 앱다운로드 했음
//ㅋㅋㅋㅋ..
제이스 올드윈 : 근데 생각해보니 아직 소제목이 축제입니다... 게다가 축제(?) 라는... 뭔가 있어! 있다구!
//유천이 굴림 축제(?)요. ㅋㅋㅋㅋㅋㅋㅋ
제이스 올드윈 : 설마 유천 굴리기 축제?는 아닐거야? 아마?.....설마...
//맞습니다. 그 설마죠.
youngjoon12 : 결코 실수로 보이지 않는데? 그나저나 정현아... 유천이 뿔났다.
//ㅋ 작은 유천이를 건들면 ㅈ되느거야
타지아 : 히로인까지 굴려야 제맛이지 아니면 동생이라도 반죽여버리던지 ㅋ
//걔들은 제 애정캐라 안됨. 유정이는 유천이 굴리는 주역이라 그럴 수가 없고 채린이는 렝라 애정캐임
은or : 축제.라는 제목을 보면 뭔가 있는데 유천을 계속 굴리네... 굴리는걸 보면 불쌍해야 되는데... 왜 그저 그럴까요...?
//그러게요. 저도 왜 그저 그럴까요...불쌍하지가 않아요..
심심판타지 : 자이재슬슬갬한번들어가서여왕님이된발록누님만나는거다!
//우선 식사부터. ㅋ
테레케 : 아버지!!! 저에게 발록을 주십쇼!!!!!!! 여태 별의별것도 주여장창 달았는데!!!! 주십쇼!!!!!
//(휘잉-)찬 바람만 분다. 이미 이 자리에 있던 사람은 도망친 듯 하다.
가이오가 : ㅋㅋㅋㅋ잘보고가요~
//ㅋㅋ 코멘트 감사합니다
인간님 : 졸업 후 수능지옥 입학ㅋ
//헐, 님 그르면 안대여
IYouMusic : 밤새서 게임했는데 지금 피곤해 미치겟슴 ㅜㅜ
//개학 크리로 멘탈이 상해서 게임이 안됨
사신대왕 : 지원이였다면 저기에다가 혈액이 아니라 식초나 소금을 뿌렸을텐데말이죠, 정현이도 참 순진하군....
//하지만 장기 출장(?) 중이라 슬플 따름
researchers : 저 상황에서도 플래그가 꽂이는 느끼이;;하렘을 안고 익사해라!!
//ㄴㄴ 하렘 깨고 죽여버릴거임. 하렘 안고 죽는건 적어도 행복한 죽음이잖아요 난 쟤를 행복하게 해줄 생각이 없어요
인핀 : ㅋㅋㅋ낚을려다가 들킴ㅋ
//[정현]:어쩌지. 도망칠 곳이...
rhkddnqud20 : 앜 드뎌 처음부터 다읽었다!!!!
//수고하셨습니다 ㅋㅋ
여린o : 잊혀진 발록 누님ㅋㅋ
//쿨럭- 띠링! 야생의 작가가 도망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