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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아아. 일어나기 싫다…….”
유천이 눈을 떴을 때는 꽤나 고급스러운 소재로 된 듯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침대의 촉감을 느꼈다. 얼핏 시원함까지 느껴져 상처의 아픔이 날아가는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그러던 유천의 귓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유천은 긴장감을 곧추세우며 실눈을 뜨고는 다가오는 사람의 형체를 바라봤다. 저녁이 훨씬 지난 듯 방안에 가득한 어둠은 유천의 시야를 가렸으나, 이미 고문실에 있던 지난 2주간 어둠에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진 유천의 눈은 다가오는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소피아…….’
“안자는 거 아니까, 자는 척 안 해도 돼.”
“뭐 하러 왔냐?”
시야에 들어온 소피아를 보며 유천이 몸의 긴장을 좀 더 끌어올리던 때,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의감도, 적대감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 그렇지만 이미 소피아를 비롯한 그녀의 일행 전부에게 악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유천의 입에서는 무심코 타박하는 투의 말이 비집고 나왔다.
“여기까지 누가 데려왔다고 생각하는데?”
“…….”
“가만히 있어. 약효가 아직은 있다고 하지만 이정도 상처에도 거뜬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소피아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유천은 곧 자신의 곁에 다가오는 소피아의 품 안에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깨끗한 수건과 물, 붕대. 그리고 유천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 서툴지만 꼼꼼히 매어둔 붕대는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매어둔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거기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보이는 바닥 밑에 뒹굴고 있는 붉은색의 수건. 거기서는 어렴풋하지만 피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제서야 유천은 소피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약간이지만 땀이 맺혀있는 이마. 에어컨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틀어져 있어 땀이라곤 보기도 힘들 터인데 땀이 날 정도로 자신을 간호해 주었다는 생각에 유천은 몸의 긴장을 풀고는 침대에 편히 누웠다.
“피곤하면 그냥 자. 약이 조금 독해서 수면제 성분도 탔었으니까.”
“됐고, 뭐 좀 물어봐도 되냐.”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얼마든지.”
아직까지 붕대가 메어지지 않은 유천의 오른손에 묻은 피를 깨끗한 물로 적신 수건으로 닦으며 소피아가 유천에게 말했다. 그런 소피아의 말에 유천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유천의 말에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이 입을 열었다.
“그때, 왜 내 손을 쏜 거냐?”
“……무슨 뜻으로 하는 질문인지 모르겠는데.”
“날 잡아가는 게 목적이었다면 내가 도망을 못 치게끔 다리에 총을 쏴서 이동속도를 늦추는 게 더 현명한 선택 아니었을까?”
“글쎄. 그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쏜 거라서. 미안해. 좀 아팠지?”
“그래, 좀 아팠겠다.”
유천의 시작부터 난감하기 그지 없는 질문에 소피아가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곧 유천에게 되물었다. 그런 소피아의 태도에 유천이 알게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살짝 아물기는 했지만 아직 벌어져 있는 오른손의 상처를 가리키며. 그런 유천의 태도에 장난이란 것을 눈치채고서 소피아 또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천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장난스런 어조로 대꾸한 유천이었지만 말이다.
“날 데려온 목적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남아 있는 내 주변인물의 안전 보장은.”
“내가 최대한 힘 써볼게.”
“내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선 나도 잘 모르겠어.”
뒤이어 이어진 질문에 유천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유천의 표정은 굳어지지 않았다. 일단은 살아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살아만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의 탈출 따위는 언제든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 유천의 생각이고 계획이었다. 우선은 소피아의 표정만 보더라도 미안하다는 것이 들어났고, 굳이 그것으로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우선은 자신을 간호해주는 소피아가 기특하기도 했고, 혹시 모를 일이다. 탈출을 할 때 도움이 될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아!”
“미안. 조금 따갑지. 그러게 그냥 자라니까.”
유천이 조금은 짓궂게 웃고 있던 것이 심통이라도 난 것일까? 고문실의 사내가 칼로 손목을 긋고 그 위에 불로 지져 피고름이 진 유천의 오른손 손목을 젖은 수건으로 조금 강하게 눌렀다. 유천이 난대 없이 찾아온 고통에 신음을 내뱉자, 아까 전까지 유천이 짓고 있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소피아가 웃으며 유천에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천이 잠을 자지 않을 것처럼 보이자. 소피아는 한숨을 쉬고는 방 구석에 있는 상자를 열고는 그 안에 있는 주사를 들고 왔다.
“그건 또 뭐냐?”
“모르핀이야. 약효 끝날 때 됐으니까. 이거 맞고 그냥 자.”
푸욱-
소피아가 가져오는 주사기를 바라보며 의문을 제시하던 유천은 곧 소피아의 설명에 이어진 주사에 유천은 주사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늘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곧이어 나른해지는 듯한 기분에 유천은 다시 자신의 몸에 묻은 굳은 피를 닦아내고 붕대를 감고 있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유천이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약간의 따뜻함이었다.
“일단은 저 발로 움직이는 건 당분간 무리일 테니까 휠체어 준비하고, 모르핀도 추가로…….”
유천이 잠들고, 유천의 몸에 묻은 피를 모두 다 닦아낸 소피아는 마지막으로 손바닥의 붕대를 메어주고는 주위를 기웃거리며 고문실의 남자가 말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그 내용은 하나같이 유천을 위한 것들이었고, 그러면서도 시선은 유천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 * *
“나오자 마자 기절했다고? 그 정도로 허약한 놈이었나.”
“아버지도 그 녀석이 한 일 보면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오히려 그 이주일 동안 하루도 기절하지 않고, 미치지도 않은 게 신기할 정도면 말 다한 겁니다.”
“그래서, 네 옷에 묻은 피도 그 녀석 거고?”
“그렇죠. 상처를 내고 불로 지지고, 지 말로는 평소보다 약하게 했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약하게 한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그 동안 계속?”
유천을 방에 눕히곤 소피아가 곧장 주사를 놓는 것을 바라보며 정현은 그대로 방을 나왔다. 그렇게 그가 향한 장소는 유천이 고문실에 끌려가기 전 왔던 사내의 방이었다. 둘은 서로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가장 처음 사내가 꺼낸 말은 실망 가득한 어조였다. 그런 어조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은 정현은 물을 한 모금 들이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곧 정현의 말에 그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며 정현은 한번 더 웃고 말았지만 말이다.
“내일 아침, 녀석이 일어나면 내 방으로 데려 와. 식사는 내 방에서 하도록 하지.”
“원하시는 대로.”
식사가 끝나고 말을 꺼내는 그의 말에 정현은 얼핏 보면 개구쟁이처럼 보일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말로 정현은 새벽 6시에 칼 같이 일어나 자신의 방을 나서곤 유천의 방으로 향했다.
“…….”
그리고 정현은 유천의 방 문을 열고서 침묵했다. 자신이 업고 왔을 때만 하더라도 온 몸이 피투성이에 가까웠던 유천이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그가 누운 침대의 매트릭스가 살짝 피에 젖어있고, 주변에 있는 수건 두어 개가 피에 절어 있는 것 말고는 깨끗하기 그지없다. 옷은 아직 허름한 그대로지만 얼핏 구멍 난 티셔츠 사이로 보이기에는 상체 또한 꼼꼼히 붕대가 매어진 듯 했다. 거기다 곤히 자고 있는 유천과 그 옆에 의자에 앉아 자고 있는 소피아를 본 정현은 알 수 없는 장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일어나.”
“…….”
“…….”
낮게 중얼거린 말에 둘이 반응을 할 리가 없다. 우선 형식적으로 둘을 깨우는 시늉을 한 정현은 주위를 기웃거리며 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그만큼 피를 흘렸다면 반드시 준비했을 텐데. 무슨 뜻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말이다.
“찾았다.”
곧 정현이 방 구석의 서랍에서 발견한 것은 혈액 팩 이였다. 불길한 웃음을 씩 지어 보인 그는 곧 유천의 붕대 위로 혈액 팩을 가져가 찢어버렸다. 물론 소피아에게는 튀지 않게 나름대로 힘을 조절해서. 그리고 유천의 붕대에 피가 충분히 스며든 것을 바라보고는 소피아를 흔들기 시작했다.
“야, 일어나봐!”
“……우우, 왜 깨우는 건데에?”
정현의 다급한 어조에 잠이 덜 깬 듯 말 꼬리를 질질 끌며 자신의 눈을 슥슥 문지르며 묻는 소피아를 보며 정현은 말 없이 유천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며 상체를 세우고는 팔짱을 끼고 있는 유천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장난 치려다 들키고 말았네요. 정현이는 맨날 진지 빨고 다녔지만 사실 장난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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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트린 : 아... 왜 안슬프지?
//그러게요. 저도 안 슬픔. 이유가 뭐지?
홀카 : 헐 장난으로 했는데 적중률 75프로? 청담동에 자리나 깔까
//얼ㅋ 잘되면 저 무료로 좀 봐줘요
타지아 : 인두로지지는것말고도하다더있지 ㅋㅋ 육체적으로 무너뜨리는것보다는 정신을막살내야지 ㅋㅋ 히로인을끌고와서 사내새끼들한테 윤간 그리고나서 주인곤 멘탈브레이커 히로인 그거즐기고있음 ㅋㅋ 그담에 히로인죽여버리고 유천은 살인병기 ㄱㄱ
//ㄴㄴ 유천이 굴리는 건 괜찮은데, 채린이 굴리는 건 내쪽에서 반대임
dusckadlanjsl : 근데 왜 저 탭은 업데이크 가 안될까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겟네요.. ㅋ
사신대왕 : 5빠
//짧고 굵다.ㅋㅋㅋㅋ
제이스 올드윈 : 뭔가.... 내가 본 소설중 가장 주인공을 괴롭히는 소설인듯 ㅋ 뭐 이건 유천에게 꿈도 희망도 없엌ㅋ 벗어날수는 있나? 아... 뭐 이놈이라면 소피아같은 플래그 꼽힌여자가 보다못해서 구해줄듯... 근데 그러면 작가님이 3배는 더 괴롭히겠지... 낄낄낄(?!)
//칭찬 감사합니다. 유천이에게는 완결날 때까지 꿈도 흼아도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낄 역시 절 잘 아셔
심심판타지 : 애이 발바닥뱃기고가시달린달군철판위를걷개해야죠
//그건 표현하기 귀찮아서 안했다고 말 못해요
테레케 : 하하핳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핀 : 음...어쩨서 내가 저곳에서 그냥 총기난사를 하고싶은걸까
//기분탓이요 ㅋ
가이오가 : 너무 굴리지마요ㅜㅜ
//...무리한 부탁...
researchers : 저렇게 굴림을 당하는데 왜 안타깝지가 않지;; 굴림을 보는데 면역이라도 생기는가ㅋ
//그런건가요. 저도 요새 그런데...더 굴림ed 강도를 올려볼까
인간님 : 나 복귀함요~~ㅋㅋㅋ한달만에 뭘 이렇게 많이 올리는겁니꽈
//다가오는 개학이 아쉬워서 그랬을지도..근데 개학하니까 기분이 그렇네요. 이제 일주일 뒤면 졸업이라니까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ㅋ
NOXLUMEN : 레...레알 잔인 ㅇㅇ
//레알 기분탓임요
youngjoon12 : 침대를 끌고와야 했어 소피아.
//[소피아]:마이 미스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