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4 / 0440 ----------------------------------------------
축제(?)
“밥 먹을 시간이다.”
“……망할 새끼야, 오늘도 수갑 안 풀고 가냐? 나도 좀 달려있는 내 손으로 밥 좀 먹어보자!”
“어차피 소피아가 오늘도 먹여주러 오면 실실 쪼갤 자식이. 닥치고 기다리기나 해.”
“……새끼, 말하는 본새 봐라. 너,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 너부터 제일 먼저 죽여버린다.”
“그 말도 몇 번째냐, 두 번만 더 들으면 딱 50번 채우겠네.”
온통 어두컴컴한 방에서 한 남자가 쟁반 위로 빵과 먹을 것을 비롯해 마실 물까지 담긴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말 뒤 곧장 방의 불을 키자, 드러난 유천의 모습은 꽤나 처참했다. 묶여 있는 양 손과 양 발의 가죽은 붉게 달아 올라있고, 터진 곳까지 보인 것은 기본이고, 손톱과 발톱은 모조리 뜯어져 나가있었다. 피범벅이 된 수족의 끝에는 하얀 소금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손목 주변에는 칼자국이, 그 외에도 유천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입고 있는 옷도 그저 허름한 반팔 티 하나와 밑단이 찢겨져 나간 청바지뿐이었고, 유천은 힘겹게 입을 열어 철창 사이로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욕을 지껄였다. 물론 허세 가득한 유천의 말에 그가 겁을 먹을 이유는 없었기에, 유천을 바라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그는 곧 자신의 앞에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유천은 그것을 지켜보며 이를 갈고 말이다.
“나 왔어.”
그리고 검게 덧칠 되어 칙칙하고 어두워 보이는 느낌이 다소 강한 문이 열리고, 금발을 휘날리며 소피아가 들어왔다. 화사한 노란색 티셔츠에 짧은 핫팬츠를 입고 들어오는 소피아를 보며 유천이 싸늘한 조소를 날리고, 음식을 먹기 바쁘던 남자는 곧 욕을 지껄이며 밖으로 나갔다. 그 뒤 벌어질 상황은 이 주가 넘도록 유천을 고문한 그로서도 볼 것이 못 되었으니까.
“먹어.”
“멍청한 년아. 내가 이런다고 너희를 용서라도 할 것 같아?”
“이해 해. 그래도 일단은 먹어.”
유천의 입 주변에 빵을 손수 들어 가져다 주고는 말하는 소피아의 얼굴은 다소 밝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유천 또한 표정을 구기며 욕을 지껄일 뿐, 자신의 앞에 있는 빵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고, 그런 유천을 보면서도 소피아는 빵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뱉는 나지막한 어조의 중얼거림에 유천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맺혔다.
“이해? 하, 웃기지도 않네. 처음부터 이렇게 나올 거였으면 나한테 접근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내 주변사람을 건드리지도 말았어야 했어. 거기다 매일같이 여섯 시간을 손톱을 드러내고 그 안에 소금을 뿌린 뒤에 대나무 가시로 찔러대는 고통을. 그 뒤에 억지로 손톱을 다시 끼워 넣고 잠도 못 자게 하고 칼로 손목을 그어가는 고통을 이해? 지랄하지 마!”
“…….”
유천의 말에 소피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유천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지난 2주간 유천은 어두컴컴하게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야간투시경을 쓴 그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고문을 똑똑히 기억했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집게로 유천의 손톱과 발톱을 하나, 하나 뽑아낸다. 그 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손톱이 있던 자리에 소금을 뿌리고는 대나무 가시를 박아버리곤 유천의 손목에 단검을 들이민다. 유천이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흠칫하면 흠칫할수록 단검은 유천의 살을 파고들어온다. 고통이 계속되면 그것조차 무뎌진다는 그의 지론 하에, 중간에 쉬어가며 고문을 하는 그의 방법은 유천을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무너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매 식사 시간에 식사를 챙겨주지만 수갑은 풀어주지 않았기에 누군가 대신 먹여줘야만 한다. 유천을 고문하기 바쁜 남자가 유천에게 먹여줄 리는 없고, 소피아가 그 2주간 꼬박꼬박 유천에게 음식을 먹여주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강제로 쑤셔 넣은 것에 불과했다. 유천은 스스로 음식을 입에 넣지도, 씹지도 않았으니까. 그뿐이 아니었다. 지난 2주간 숙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유천의 얼굴은 퀭하게 말라 있었고, 다크 서클은 무릎까지 내려갈 기세로 무섭게 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 덕에 신경은 신경대로 날카로워지고, 고통은 고통대로 더 느끼게 된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 속에서 유천이 유일하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화를 낼 수 있는 건 식사 시간. 그것도 소피아가 있을 때뿐이었다. 그럴 때 마다 묵묵하게 유천의 식사만을 챙겨주고 나가는 소피아였지만 말이다.
“정말 지극정성이 따로 없군 그래.”
“닥쳐. 그 대가리 날려버리기 전에.”
“알았습니다. 공주님. 킥킥. 네 왕자님은 내가 확실히 길 들여줄 테니 앞으로도 계속 식사시간에 찾아와.”
“도대체 내가 왜 식사시간마다 찾아와야 하는데? 수갑 풀어준다고 저 몸으로 도망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검은 문을 열고서 소피아가 방에서 나가자, 남자가 방의 불을 끄고는 문을 닫고서 소피아를 따라 걸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그가 나가서 돌아오기 전까지 유천에게는 짧은 숙면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지난 2주간 유천이 자신에게 쏘아 붙인 말을 떠올리며 소피아가 욕을 지껄이자, 능글맞게 웃으며 대꾸하는 그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피아가 그에게 묻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저렇게 싸가지 없게 굴고 해도, 끝은 있는 법이지. 인간의 마음이란 건 말이야. 간사해도 너무 간사해서 그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상대라도 자신이 두렵거나 무서운 상황에서 찾아와 따뜻한 위로 한마디만 건네도 그 상대에게 마음을 쉽게 열고 의지한다고. 난 저 자식이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잘 알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처음부터 살기를 포기한 놈이었다면 진작 혀 깨물고 죽었지 죽는 것 보다 더 심한 고통을 참고 견디지는 않아. 그걸 아니까 내가 더 즐거운 거고 말이지. 킥킥. 그것만 봐도 저 자식은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내가 가장 잘 알아.”
“미쳤어.”
“칭찬, 감사히 받겠습니다. 공주님. 전 이만 제 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팔을 벌리며 장황하게 설명을 펼치는 그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소피아가 대답하자 킥킥 웃어대며 유천이 비명을 질러대는 모습을 떠올리는 그를 보는 소피아의 눈길이 경멸로 바뀌며 싸늘히 말하자, 그는 영화에서나 보던 귀족이 하는 인사를 우스꽝스럽게 재현 해 보이고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방에서는 곧 유천의 고통에 가득 찬 비명소리가 복도 밖까지 울려 퍼졌다.
“미안해. 그래도 난 포기할 수 없어.”
그 비명 소리를 듣고, 방을 바라보며 소피아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리고는 몸을 돌려 복도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그 순간까지도 들려오는 유천의 비명소리에 귀를 막고, 눈을 꼭 감은 채로.
쿵-
그러던 와중 누군가와 부딪힌 듯, 소피아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로 엉덩방아를 찧은 뒤에서야 소피아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서 바라봤다. 넘어진 상대는 긴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정현이었다. 에어컨이 지하 가득 빵빵 하게 틀어져 있는 이 아지트 내부라면 몰라도, 밖에만 나가도 상당히 답답해 보이는 그의 긴 머리카락을 보며 소피아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앞 좀 보고 다녀.”
“그게 눈 꼭 감고 귀도 꼭 막은 채 달려오는 아가씨가 할 소리야?”
“시끄러워! 여긴 무슨 일로 내려온 건지나 말해!”
소피아의 말에 피식 웃으며 정현이 가볍게 대꾸하자, 소피아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외쳤다. 이래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정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넘어진 소피아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아버지의 명령이야. 저 자식을 제 방에다 넣어주라던데. 준비도 끝난 모양이고. 더 이상 저렇게 험한 꼴을 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신 모양이야.”
“그걸 알면서 저렇게 심하게 한 거야?”
“네가 모르는 모양인데. 저 녀석한테 맡겨진 놈들은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하루를 못 버티고 죽었어. 그것만 봐도 충분히 녀석이 봐주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둬.”
정현의 말에 소피아가 투덜거리듯 고개를 돌리며 대꾸했다. 그런 소피아의 고개를 돌려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하는 정현의 말을 들으며 얼핏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던 남자의 표정과 유천의 비명소리가 떠올라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버린 소피아는 곧 방을 향해 걸어가는 정현을 보며 외쳤다.
“내가 데려갈게! 넌 그냥 빼오기만 해!”
“마음대로.”
소피아의 외침에 그저 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곤 그대로 방의 문을 열었다. 피투성이의 수족과 붉게 달아오른 인두, 그리고 그것이 자리잡고 있는 가슴팍, 재갈이 채워져 눈은 밖으로 튀어나올 듯 크게 치켜 뜨고, 실핏줄이 터진 듯 눈의 부분부분이 이미 붉게 물들었다. 거기에 비명은 지르지 못하는 유천의 모습과 그것을 제외하고도 이미 피투성이인 유천의 수족에 붉게 달아오른 철판을 가져다 대고 있는 남자를 보며 정현이 입을 열었다.
“그만.”
촤악-
“……!”
정현의 말에 남자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두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던 양동이에 담긴 물을 유천에게 뒤집어 씌웠다. 한 순간에 식어버린 철판과 상처를 스쳐 지나가는 물 덕에 느껴지는 고통에 다시 유천이 몸부림을 치며 눈을 크게 치켜 뜨는 모습은 도저히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고는 볼 수 없었다. 정현이 손수 유천의 수갑을 풀고 유천의 한 팔을 어깨에 두르곤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발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유천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고, 정현은 그제서야 떠올렸다.
“아, 발에 화상 입었구나.”
“이 멍청아!”
정현이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중얼거리자마자 소피아가 나타나 정현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정현이 그나마 자유로운 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는 사이, 소피아는 유천을 부축하곤 정현의 오금을 걷어찼다. 오금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다리에 힘이 풀린 정현이 주저앉자마자 소피아는 유천을 정현의 등에 업혔다.
“업고 가. 그 편이 저 녀석에겐 덜 고통스러울 거야.”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유천을 바라보며 말하는 소피아를 보며 정현이 몸을 일으키고 걷기 시작하자, 소피아가 천천히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런 소피아를 보며 정현이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야, 근데 얘 왜 아까부터 조용하냐?”
“……기절했는데?”
정현이 물었던 것은, 업힐 때만 했어도 비명 지르기 바빴던 유천이 갑작스레 조용해 지자 궁금해진 유천의 상태였다. 소피아도 듣고 보니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 고개를 돌려 유천을 바라보자, 눈동자를 뒤집고서 기절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유천의 허름한 티셔츠 밑으로 새어 나오는 피를 바라보며 소피아는 한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가슴팍에도 인두를 지졌다는 사실을.
============================ 작품 후기 ============================
젠장. 내일이 개학이라니...고로 유천이 좀 굴리고 오늘은 하루종일 롤만 돌려야지. 낄
-------------------------------------------------------------------------------
dusckadlanjsl : 업데아트하는게 좋아요 안하는개 좋아요
//그냥 새 어플이라. 두개 다 받고 근야 출첵용으로 쓰면 될듯요
타지아 : 조아라 새어플 깔금하고 이쁜건좋은데 인터페이스가 불편해서 개선해야되
//출첵보다 뜰에 들어가고 싶..
가이오가 : 흑흑ㅜㅜ 주인공은 결국 굴림을 당하는..ㅜㅜ
//울지마요. 당연한건데. ㅋㅋㅋ
vkdlfjs2 : 헛 다음화 뭔가 지릴것같아! 비명소리와함께 딩동 ㄴㄹㄲ? 할거같아!
//딩동 ㄴㄹㄲ?
테레케 : 허허 272화 코멘트를 못적었군
//어제가 생일이셨다는데,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ㅋㅋ
제이스 올드윈 : 유천 망함 ㅋ
//원래 쟨 망한 인생 ㅋ
덱스트린 : 이런 종류의 굴림은 처음이다!
//참신하다고 해주세요. ㅋㅋㅋ
researchers : 조아라 어플 옛날께 확실히 좋은ㅋㅋ 그리고 오늘의 깨달음!! 적당히 팅기자ㅋㅋ
//너무 튕기면 안튕기니만 못해요. ㅋㅋㅋㅋㅋ
youngjoon12 : 고문이라... 이제 정말로 안녕이구나 신유천
//기절크리
IYouMusic : 자 이제 구르는겁니다
//데굴데굴
시뮬이 : ㅋㅋㅋㅋ왠지 고문을 이겨낼거 같은ㅋㅋ 아님 말고 ㅋ
//그냥 악바리된듯. ㅋ
홀카 : 주인공은 엄청난 고문에도 이겨내는거야! 손톱을 뽑고 주리를 틀고 물고문에 지지고 등등
//올ㅋ...주리. 그걸 생각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