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2 / 0440 ----------------------------------------------
축제(?)
“이건 또 뭘까? 응?”
“…….”
유천이 자신의 좌우와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세 명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일순간 태양광 발전기에 반사된 태양의 빛에 유천이 눈을 가리고 투덜거리는 사이 자신을 끌고서 어딘가로 들어온 것은 좋다. 그런데 어째서 들어오자마자 다시 수갑을 채웠나 이것이 유천에게 있어 불만이었다. 손목만 차도 충분할 판에, 다리에도 채우지를 않나, 심지어 족쇄까지 채우려는 걸 정현이 말린 거였다면 말 다한 것이다.
“말 안 할거면 됐고, 나는 어디 가는 거냐?”
“아버지를 만나러.”
“하?”
유천이 자신을 묶고 있는 수갑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듯 일부러 손목을 움직여가며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애초에 발목에 채워진 수갑 때문에 걷는 속도도 상당히 늦춰졌다. 유천으로서는 불만이 가득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라. 180에 달하는 장신의 소유자가 발목에 수갑이 채워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부축을 받으며 거의 끌려가다시피 한다. 나름대로 걷는다고 하는 모습이 발을 질질 끌어 걷는 것인데, 다리만 더럽게 아프고 효율도 더럽게 안 좋다. 유천은 투덜거리며 걸을, 아니 끌려갈 뿐이었다. 더군다나 정현의 대답에는 더욱 기가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총까지 겨눠가며 납치해왔다. 그런데 그 이유가 겨우 아버지를 만나게 하기 위해? 유천은 다짐했다. 이 수갑을 푼다면 반드시 저 면상에 주먹을 꽂아주리라.
“도착했나?”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알았으니까 나가봐.”
안락해 보이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말을 꺼내는 중년의 사내의 말에 말끔하게 차려 입은 정장의 사내가 목례를 하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중년의 사내의 말과 함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고서 방을 나서는 정장의 사내였다. 방 안에 남은 그는 웃으며 곧 만나게 될 유천을 떠올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 그에게 곧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야, 여긴 또 어디냐고. 거기다 솔직히 양심이 있으면 밥부터 주던가, 비행기에선 기내식도 못 먹게 한 주제에 목적지에 왔으면 먹을 거리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냐?”
사내는 당황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자신에게 올 유천이 겁에 질려 있기를 바랬다. 그쪽이 다루기도 훨씬 쉽고 편할 테니까. 그러나 이 꼴이 무엇인가, 자신의 말에 문이 열리고 유천이 들어오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치기는 한 듯 손에는 피가 묻은 붕대를 감고 있다. 하지만 겁에 질리기는커녕 되려 당당히 식사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예상 외의 행동을 보이는 유천에 대해 약간의 짜증과 호기심을 보인 그는 킥킥거리고는 곧 입을 열었다.
“식사거리를 가져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한마디. 그 한마디에 문을 열었던 정장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곧 크리스와 소피아가 유천을 방 한쪽에 있던 탁자 옆에 놓인 의자에 앉히곤 발목과 손목에 있는 수갑을 풀었다. 그러나 발목은 곧 두 개의 수갑에 의해 의자 다리와 묶이는 꼴을 면치 못했다.
“젠장. 도망 안 친다니까. 망할 년들아. 도망 치려면 훨씬 전에 쳤지.”
“알아. 아니까 발에만 차는 거야.”
“까고 있네.”
자신의 발목에 채인 수갑을 내려다보며 수갑을 채운 두 명을 쳐다보며 투덜거렸다. 투덜거린다고 보기엔 말투가 조금 험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천을 지켜보던 정현이 알약과 물을 내밀며 대답했다. 그러나 유천은 풀려난 왼손을 들어 가운데 손가락을 정현에게 선보였다. 일순간 정현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기는 했지만 중년의 사내가 손을 들어 정현을 저지시키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는 정현이었다.
“그거 항생제니까 먹어.”
유천이 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마자 몸을 일으킨 소피아가 유천의 손 위에 놓인 알약을 가리키며 말했다. 곧 유천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고는 피식 웃고는 약을 그대로 삼켰다. 물도 없이 약을 삼켜버리는 그의 모습에 소피아가 잠시 유천을 이상하게 쳐다봤으나, 유천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런 유천을 보며 사내가 입을 열었다.
“독약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나?”
“그럴 거면 여기까지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용건이 있어서 날 끌고 왔을 텐데, 얼굴을 보자마자 독약으로 죽여? 미쳤다고 그러겠냐? 머리가 달렸으면 처음부터 날 죽였겠지. 어차피 여기까지 와서 독약을 나한테 내밀 이유는 당신한테 없었어.”
“재미있군. 재미있어.”
“미쳤군. 미쳤어.”
사내의 말에 유천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런 유천의 말을 들으며 껄껄 웃으며 대답을 하는 사내를 보며 유천이 똑 같은 어조로 대꾸했다. 그러자 더욱 큰 소리로 웃는 사내의 앞으로 아까 전에 문을 열었던 정장의 사내가 쟁반에 있던 접시를 하나 둘 내려놓기 시작했다. 물론 유천의 앞에도 마찬가지였다.
“오, 서비스는 훌륭한데.”
“너희도 앉아서 먹어라.”
유천이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보며 감탄하자, 사내는 씩 웃으며 나이프를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직 서서 그들을 바라보는 세 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자, 그 셋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아 서로 식기를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자, 그럼 질문하나 해도 되겠나.”
“아니.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는 거 아니야. 하물며 사람인데 방해하면 쓰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한입에 삼키며 사내가 입을 열었다. 질문을 하겠다는 부탁 아닌 부탁이었지만 유천은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하려 드는 그의 시도를 일언에 막았다. 어차피 나머지 세 명은 구면일 텐데 질문할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유천은 그 뒤 한번 더 피식 웃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고기를 써는 것에 열중했다.
“처음부터 가상현실 게임은 군사 목적으로 발달해야 했어.”
“거 참. 밥 좀 먹자. 나 벌써 삼일 째 물 한 모금 마시고 여기까지 끌려왔어. 생각이란 게 있으면 나 밥 좀 먹게 내버려둬 봐. 인심이 야박해도 너무 야박하잖아.”
“…….”
유천의 말을 무시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내를 보며 유천이 나이프를 탁자 위로 내려치며 말하자, 사내는 눈을 크게 뜬 채 유천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슬슬 짜증이라도 나기 시작한 듯 서서히 그의 시선에 노기가 어릴 즈음, 유천이 한번 더 입을 열었다.
“밥 먹고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아. 음식에 독이 든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보채. 내가 도망치냐?”
어린애를 달래기라도 하는듯한 유천의 어조에 얼굴이 붉어진 것은 화를 내려던 사내였다. 유천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기에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는 의문이 생겼다. 어째서 놈은 이리도 당당한 것인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면 잡혀올 이유가 없다. 유천에 대한 호기심과 분노, 짜증 등의 온갖 감정은 그의 생각을 혼란케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유천은 그를 보며 씩 웃으며 다시 식사를 시작했고 말이다.
“자, 그럼 다시 말해 봐. 어째서 게임이 군사목적으로 발달했어야 하는지.”
얼마 안가 유천은 후식으로 나온 차를 홀짝 마시고는 말을 꺼냈다. 도무지 납치 당한 놈으로는 보이지 않는 태도에 되려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 세 명을 보며 이제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사내가 대답했다.
“어째서 게임에 불과한 주제에 현실에 영향을 끼칠 만큼 현실감을 높일 수 있게 했을까?”
“……내가 그걸 왜 생각해야 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아니. 이제부터 알아야 한다. 네가 살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시작부터 유천에게 알 수 없을 말을 꺼내며 대답을 요구하는 사내를 유천이 황당하다는 눈초리로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를 권총이 유천의 미간을 향해 겨눠져 있었으니까. 물론 총은 사내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유천은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끌려올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표정을 구겼다.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겠지.”
“어째서?”
“몰라. 훈련이라도 시키려고 했냐?”
“…….”
뭐야. 맞춘 거야? 유천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오는 질문을 귀찮다는 듯 대답하던 와중, 사내가 아무 말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되려 당황한 것은 유천이었다. 다행히 찻잔을 기울여 차를 마시던 도중이라 당황한 표정을 들키지는 않은 유천이었기에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놈들한테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고.
“그럼 어째서 그렇게 피를 튀기게 하면서까지 여성 유저를 포기하고 지나치게 현실성을 높인 지는 알고 있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걸 어떻게 다 맞춰. 맞추면 내가 왜 학교를 다녀, 돗자리 깔고 점이나 보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서지.”
“정정할게. ‘미쳤구나’가 아니라, 돌았네. 당신 무슨 생각이야?”
유천이 차를 홀짝이던 것을 지켜보던 그는 곧 입을 열어 유천에게 다른 질문을 꺼내 들었다. 유천이 투덜거리며 따지고 들자, 한 순간이나마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던 사내는 곧 표정을 굳히고서 진지한 어투로 말을 꺼내자, 유천은 그제서야 정색을 하며 대답을 하고는 여태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이해했다. 어째서 녀석들이 자신에게 접근할 때도 일말의 죄책감이 없었는지도, 자신을 납치할 때도 뻔뻔하도록 멀쩡했던 이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저 남자가 분명하다고.
“그건 네가 알 게 아니다. 결정해라. 내 밑에서 일을 배운 뒤, 일을 하던지. 여기서 죽을 것인지.”
‘아, 젠장. 얘들은 툭하면 권총 들이밀고 협박이야. 누가 나 좀 구해줘요. 이 새끼들 미쳤다고!’
사내는 유천의 말에 탁자로 몸을 숙이더니 찻잔을 내린 유천의 입 속으로 총구를 억지로 쑤셔 박고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유천은 그를 바라보면서도 주위에서 서 있는 세 명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에 유천은 좀 더 실망할 뿐이었다.
“집어 치워.”
그렇게 말하는 유천의 오른손은 손바닥으로 그의 손을 감싸고는 총구를 뽑아 하늘로 향하게 했고, 유천의 왼손에는 권총 한 자루가, 사내의 심장에 겨눠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결론:흑막도 또라이
-------------------------------------------------------------------------------
킴치맨 : 아직살날이많은 유천이지만그만큼굴려질날도많다는얘기
//제가 유천을 살린 이유는 더 많이 굴리기 위해서죠. ㅋ
타지아 : 한국을뜨겠어 는 나중에 일단원만하게 해결됬으니 대학을가고 ㅈ나잘난놈이되서 역관광을먹일거야
//파이팅 ㅋㅋ
가이오가 : 안녕하세요ㅋㅋ드디어 정주행 다했네요ㅋㅋ너무 재밌어요!!
//수고하셨습니다 ㅋㅋ 칭찬 땡큐요
덱스트린 : 젠장 크리스까지?!
//ㅋㅋㅋㅋㅋㅋ역시 유천이는 죽여야될듯
dusckadlanjsl : 잘읽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Darkness1021 : 태양열으로인해유천실명.avi
//아쉽지만 실패_jpg
시뮬이 : 호오 본격 역관광.jpg
//계획대로다(Ver.유천)_jpg
사신대왕 : 이제 한달간 놀고먹다가 풀려나는 건가???ㅋ
//글쎄요 ㅋ
제이스 올드윈 : 유천은 먼치킨이지만 그만큼 않죽고 굴려지는겅미?....근데 그와중에 플래그를 꼽는소리가 들리는것같아.... 착각인가....
//제가 유천을 먼치킨으로 만든 이유는 더 많이 굴리기 위해서죠 훗...근데 왜 그 착각은 저도 드는 걸까요. 왠지 모를 살심까지 피어오름
IYouMusic : 아, 픽션ㅋㅋㅋㅋㅋㅋ
//훗. 픽션 진리
테레케 : 왜 무다무다와 오라오라를 지운건데!!!!!!!!!!!!!!!!!!!!!!!!!!!!!!!!!!!!!!!!!!!!!!!!
//...그냥 용량 낚시 될까봐요 ㅋ(/먼산)
researchers : 이러다 유천의 할렘왕국에서 할렘제국으로 상승할거같은 느낌이...
//결단코 그렇게 놔두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