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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뭔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유천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찾아서 엿을 먹이고자 해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동성애자들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오늘은 가는 곳마다 그런 이들이 넘쳤다. 미용실만 해도 그랬었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영화도 채린이 예매한 표를 통해 손쉽게 앉았다. 다만 근처가 문제였을 뿐이었다. 커플석임에도 불구하고 앞에는 여자 둘이 앉아서 애정표현을 하기 바쁘지를 않나 뒤에는 남자 둘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한 명은 호들갑까지 떨어가며 애교를 떨고, 나머지 하나는 심드렁한 듯 대답을 하면서도 꼬박꼬박 대답은 했었다. 그것뿐이라면 친한 친구들끼리 영화 보러 왔나 보지 뭐. 이런 생각만 들 뿐이었다. 우선 자신들도 그랬으니까. 거기다 어차피 평일 오후가 살짝 지났기에 영화관의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마침 그 영화가 흥행작이란 것도 한 몫은 했다. 문제는 그곳에 있었다. 영화 후반에 가서 농도 짙은 키스신이 나왔다.
“아…….”
“크흠.”
여기서 채린과 유천이 저런 소리를 내뱉은 것은 마냥 키스신 때문은 아니었다. 얼핏 의자 너머로 보이는 앞자리의 여자 둘이 고개를 포개고선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괜히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 유천은 그 뒤로 콜라를 마시려던 채린과 손을 맞잡고 말았다. 자신도 마시려 했던 콜라였지만 채린과 손이 닿자마자 정전기라도 난 듯 곧장 손을 땐 유천은 그 뒤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누가 보면 그 영화에 나오는 배우의 팬이거나 영화광이라 착각까지 할 정도로. 사실은 단지 채린과 눈을 마주하기가 어색했을 뿐이었지만.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 점심 먹을까?”
“그러자. 저쪽 식당이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대.”
“그럼 저기로 가자.”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시간은 벌써 오후 3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늦기는 했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꽤 유명한 맛집인 듯 사람도 꽤 많았다. 하지만 오늘 유천의 불운은 또 한번 유천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기야 아~”
“아~”
가끔 커플들이 근처에서 밥을 먹는다면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유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작게 욕을 지껄였다. 목소리 굵은 남자 둘이서 서로 먹여주기 바빴으니까, 오늘 진짜 뭐 같은 날이다. 유천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채린을 바라봤다. 채린도 살짝 눈살을 찌푸리기는 했으나 입은 웃고 있었다. 하긴 건장한 남자 둘이 저러고 있는 거를 보면 꽤 웃긴 상황처럼 보이기도 했다. 피식 웃은 유천은 채린이 먹는 속도에 맞춰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은 뒤, 유천이 계산을 마치고서 나왔을 때 사건은 터졌다. 밥 먹는 데까지 평소에 쓰지 않던 안경을 쓰는 것은 불편하다면서 알 없는 테두리 안경을 벗고서 밥을 먹었던 유천이 안경을 쓰지 않고서 식당을 나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수근 거리기만 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늘어나 둘을 보고 손가락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상황을 눈치챈 유천이 안경을 찾았지만 식당에 두고 온 안경이 그렇다고 나올 리는 없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다가와 유천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닮았어.”
“네?”
“종이를 대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턱선, 외국인을 보는듯한 오똑한 코, 뛰어들어서 수영을 해도 될 만큼 커다란 눈…….”
“하하……제가 연예인 닮았다는 말은 많이…….”
“이완용을 닮았어.”
“……?”
난대 없이 다가온 아저씨가 매국노 드립을 치고는 귀신같이 사라진 것도 이십 분 가량이 지났다. 아저씨가 사라지고 휴대폰으로 이완용을 검색해본 유천이 ‘뭐야, 하나도 안 닮았잖아.’라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뒤로도 유천에게서 아까 미용실에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남자가 두 명 정도 나타나 유천의 엉덩이를 찰지게 후리고는 도망가기도 했다. 물론 유천이 따라가서 아예 죽여버리려는 것을 채린이 말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근데 말이야, 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걸까.”
“글쎄? 발걸음이 이쪽으로 가길래 그냥 갔더니 너희 학교가 나오네?”
“누나.”
“……응?”
“은근히 능글맞아졌어.”
두 사람이 태연히 대화를 나누며 주변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자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도 수근 거리던 사람들도 어느덧 사라졌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단지 채린이 이끄는 대로 가다가 유천 자신의 학교가 나왔다는 것을 보고서 유천이 중얼거리자 채린은 웃으며 말했다. 유천은 그런 채린을 보며 그녀를 불렀고, 잠시 주위를 기웃거리던 채린은 뒤늦게 유천의 부름에 대답했다. 그리곤 유천은 채린의 눈을 마주치다 말고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고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런 유천의 태도에 채린이 웃으려던 찰나, 교문으로 누군가가 나왔다. 축제라 그런지 사복. 그러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서 오시죠, 땡땡이 크리스님.”
“야, 반장. 나 그냥 가면 안돼?”
“어. 차라리 네 옆의 그 분 학교 구경시켜드리는 것 까지는 허락해주겠는데, 건방지게 땡땡이 치고서 연애질 까지 하려는 거는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연애질 아니거든.”
젠장. 지나갈 수 있었는데. 유천은 투덜거렸다. 교문을 거의 다 지나쳤을 때 세희가 튀어나와 자신들을 발견할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유천의 반이 선택한 것은 무난하게 구경이었다. 어차피 반의 대부분이 오지도 않은 대다 3학년은 특권 아닌 특권이랍시고 굳이 반에서 무언가를 열 필요도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에 자신과 채린을 감금시킨 세희를 바라보며 유천이 투덜거릴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럼 학교 구경이나 시켜드려. 언니도 우리학교는 처음 오는 거일 텐데.”
“네, 네. 가자.”
“응.”
어차피 나한테는 선택권도 없잖아, 망할 년아. 유천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중얼거렸다. 뒤이어 세희가’ 뭐라고?’라고 물었지만 유천은 그저 후다닥 달아날 뿐이었다. 아까 그 상황에서 반항이라고 해 보았자 유천의 소속팀은 엄연히 그녀의 회사 직속이었다. 구르기 싫으니 얌전히 들어줄 뿐. 유천은 그런 채린을 대리고 옥상으로 향했다.
“역시 여기가 제일 편해.”
“풋. 집보다?”
“그 집에 강원도 쪽에 있는 본가라면 더 편한 건 확실하지. 어차피 이쪽 집도 유정이가 있으면 그리 편한 것도 아니라고.”
“……그래?”
옥상에 오자마자 난간에 기대어 말하는 유천을 보며 채린이 웃으며 물었다. 채린의 물음에 얼핏 일주일도 남지 않은 출국을 떠올리며 본가를 무심코 내뱉은 유천이었다. 약간이지만 심각해진 채린의 표정을 보며 농담을 했지만. 채린은 대답을 하면서 유천의 옆으로 다가와 난간에 기대어 앉았다. 그런 채린을 보며 유천도 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려 가을의 높은 하늘을 보며 유천이 눈을 감고, 채린 또한 눈을 감고 유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그 때───
찰칵-
──하고 사진기 셔터가 눌리는 소리와 함께 갈색 정장을 입고서 살짝 벗겨진 머리와 튀어나온 배, 그리고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노인이 들어왔다. 유천은 그런 그를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늙다리 교장이 무슨 일이야…….”
“손주녀석한테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법을 배워서 우리 학교의 옥상에서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을 사진에 담으러 왔는데 이게 왠 일일까, 신 유천 학생. 자네의 옆에 앉은 처자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능구렁이 교장 선생님, 본론이나 꺼내요.”
“껄껄, 그렇게 말하면 기자들한테 들리기는 하겠나?”
아, 젠장. 빌어먹을. 어째 오늘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다. 신 유정 이 망할 년 때문에 오늘 하루 도대체 얼마나 깨지는 거야. 유천은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괜히 애꿎은 유정을 욕하며 교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원하는 조건이야 대충 상상이 갔으니까. 유천은 곧 이어질 상황에 미리 채린에게 목례를 했다.
“원하는 게 뭔데요.”
“자네가 오늘 축제에서 노래를 불러주면 될 것 같은데.”
“아아, 역시 누나 고생……네?”
“자네가 노래하라고.”
이게 어찌된 영문이란 말인지. 유천은 소위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채린이 유천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자 그제서야 이해가 된 유천이 발악을 하며 악을 썼다. 그런다고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교장이 웃으며 나가고, 기다렸다는 듯 유정과 몇몇 여학생들이 옥상의 문을 열고 튀어나와 유천을 끌고 갔으니까. 채린은 그런 유천을 보며 한번 더 웃고는 끌려가는 유천의 뒤를 쫓았다.
“그러니까 왜 내가 노래를 불러야 되는 거냐고! 저기 연예인 있잖아!”
“교장이 시켰잖아. 그냥 해, 짜샤.”
“아오, 강현수 망할 새끼!”
어째서인지 유천은 축제 중간에 학교 강당에서 벌어질 장기자랑에 나가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유천이 아직은 몇 명 없는 강당에 끌려들어가며 고래고래 악을 써댔지만 목발에 기댄 채 한쪽 입꼬리만 쓱 올린 현수가 유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차마 환자라 현수를 때릴 생각은 못하겠는지 유천은 애꿎은 강당 바닥만 발로 찍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무슨 노래를 부르라고.”
“왜, 요새 학교에서 점심시간만 되면 신나게 틀어주던 노래 있잖아. 안 그래?”
“아, 젠장. 누구 그 노래 담긴 MP3 있냐?”
“나한테 있어, 오빠.”
“줘봐.”
결국 강당에 사람들이 서서히 들어오고 교직원들이 앉은 구역의 가장 앞에서 휴대폰을 들고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교장을 보며 유천이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그런 유천의 옆에서 세희가 튀어나와 유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자 유천은 욕을 지껄이며 mp3를 찾았다. 마침 유정이 갖고 있기에 유천은 그것을 뺏듯이 가져가고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옆에서 가사가 적힌 종이를 건내주는 현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어찌 됐건 쌓인 화는 풀고 싶다 이거겠지. 그리고 유천이 한참 가사를 보며 입을 웅얼거리고 있을 때, 유정이 등을 슬쩍 돌렸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관객용 의자 하나를 가져와 거기에 다리를 꼬고서 앉고는 의자의 팔걸이에 양 팔꿈치를 걸치고 손가락을 깍지 낀 채로 인중 앞으로 들어 올리곤 유천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계획대로다.”
============================ 작품 후기 ============================
쳇, 예상 외로 몇명이 유정이가 뒤에 있을 거란 걸 맞춤. 재미없게..근데 추천이 코멘보다 10개 모자르다. 분명 코멘보다는 추천이 더 쉬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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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ness1021 : 1빠다 미용실직원=작가? ANG?!
//그런 개드립 안 받아요. 저 여자 좋아하는 이성애자입니다.
카에린 : 흠 게이의 습격도 유정의 계획중 일부였다
//[유정]:쳇. 들켰나
dusckadlanjsl : 잘읽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youngjoon12 : 1빠분 동생님은 그런 사람 아녜요. 그나저나 사고를 많이 쳤으면 자르면 되지 않나?
//근데 일을 제일 잘함. 돈벌이는 걔가 제일 잘 한다는 소리 근데 자르겠냐
인핀 : 게이는 알까기로 처리하면됌
//동감
테레케 : 게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
//그나저나 이제 곧 그게 오네요. 젠장..
츠백 : 어서와 게이바숍은 처음이지?
//[유천]:으아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엄서!
NOXLUMEN : 그것도 계획의 일부 ㅇㅇ 유정이의
//[유정]:쳇.
거지쿠마 : ㅋㅋㅋㅋㅋㅋㅋㅋ 게이라닠ㅋㅋㅋㅋㅋㅋ. 찰지구나Ang~?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게이드립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 유천이 굴리기엔 이것도 좋겠구나 싶어서. ㅋㅋㅋ
세리신스 : XX숍(흑장미의유혹)..?
//....?
세리신스 : 작가게이설.Jpg
//....!? 헐, 나 삐짐
IYouMusic : 지금 지름작 덕에 설정만 일주일째
//ㅋㅋㅋㅋㅋㅋㅋ힘내세욬ㅋ
researchers : 띠링~게이에게서 20만원을 획득하였습니다ㅋ
//사실 그 돈 유정이가 먼저 주고 시켰다는 소문이
바보같은광대 : 지아는 무주가서 보드 탓구나 나는 강습했는데 ㅠ 알펜시아 스키학교 강사 장OO입니다
//우와 강사시면 잘 타시겠다. ㅋㅋ 전 겨우 안넘어지고 탈 정돈뎈ㅋㅋ..ㄱ-
덱스트린 : 찰싹 찰싹
//[유천]:(망설이다 큰 맘 먹고서 말한다).....ANG? [채린]:(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서).....(말없이 등을 돌려 뛰어간다.) [유천]:오, 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