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6 / 0440 ----------------------------------------------
제 2차 유저 레이드
크르르-
벌레주제에 으르렁거리기 까지 하네? 유천은 자신이 발이 묶여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것 조차 깜빡 하고서 나방을 응시했다. 이내 나방은 다시 날개를 부르르 떨며 날개를 확 펼쳤다. 확실히 방금 전보다 검은 부분이 늘어난 것을 본 유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놔둬도 죽겠네? 그럼 난 이만. 아쿠아 볼트.”
어차피 이 따위 끈적거리는 실에 묶여있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점성은 물에 닿으면 사라지지는 않을 지라도 줄어드는 것이 정설이니까. 조금이지만 느슨해지는 실을 보며 유천이 피식 웃으며 발을 꼼지락거렸다. 역시나 조금씩 실이 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방은 그런 유천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쫙 펼친 날개에서는 다시 실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이젠 아예 마기의 침투를 막을 생각도 없는 듯 검은 부분의 확대가 빨라졌다. 하지만 검은 날개에서 조차 검은색의 실이 날아오는 것을 보며 유천은 욕을 지껄였다.
“빌어먹을 벌레 새끼가!”
물론 말만으로 날아오는 실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실은 유천에게 온통 쏟아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까의 유저들을 학살하던 날카로운 실 따위는 없었다. 다만 단점이라면 그 실들이 온통 유천을 묶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나방이 유천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타임 오버다. 흰둥이 나방, 잘 가라.”
유천은 단지 끈적거리는 실이 몸에 들러붙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유천이 발을 묶은 실의 점성을 없애기 위해 사용한 물은 주변의 온도에 의해 천천히 얼어갔고, 나방이 유천에게 다가올수록 그 얼음에 다가온 것이었다. 어느 정도 근처에 다다른 나방을 보며 유천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바닥에서 얼어있던 얼음은 날카로운 바늘로 변해 순식간에 튀어올라 나방의 꽁지부터 머리를 꿰뚫었다. 그것만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듯 꾸역꾸역 유천에게 다가온 나방은 결국 온몸이 검게 물든 채 바닥에 그 거대한 몸을 뉘였다.
“파이어 링.”
그것을 지켜본 유천이 태평히 중얼거리자 유천의 몸을 둘러싸고 화염의 고리가 나타났고, 나방이 날렸던 실은 한 순간에 불타 재로 변했다. 평소라면 보스를 해치웠다거나 아이템을 입수했다는 둥의 메시지가 들려와야 할 타이밍이지만 들려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유천이 시끄럽게 울려대는 유저들의 사망소식을 들으며 아예 메시지를 끊어버린 것이 그 이유였다.
“자, 그럼 다음 목표로 이동해야지. 근데 이거 의외로 따뜻하다?”
유천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웬 미친놈인가 싶을 터지만 피로 로브를 덮은 채 걸으며 중얼거리는 모습은 꽤 섬뜩했기에 그런 말은 함부로 내뱉지 못할 듯싶었다. 유천은 아직까지 자신의 주변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화염의 고리를 보며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뭐야?”
유천은 당황했다. 혹시라도 있을 지원병력이 끼어들어 자신의 계획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던전의 입구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막아놨었다. 더군다나 이 주변 던전은 대부분 공개되어 있던 곳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얼음 덩어리를 박살낼만한 유저가 있을 리도 없었다. 두 번째 던전의 입구 앞에서 중얼거리는 유천의 머리에 몇 명이 떠올랐다. 실력을 감춘 녀석들. 아마 그 녀석들이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며 유천은 서둘러 던전 내부로 향했다. 심증뿐이지만 현수의 집에 불을 지른 것도 녀석들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생각보다 약해서 보스한테 죽었으면 곤란한데.”
“이, 미친 놈이! 우리가 전부 크리스한테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을 지도 모른다니까! 왜 우리까지 죽이는 건데!”
“이길 생각도 없고, 질 거란 생각은 더 없어. 아마 나머지가 향한 다른 곳도 지금이랑 상황은 비슷할 거다.”
유천이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며 발걸음을 서두를 때, 앞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유천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곤 주위를 기웃거렸다. 근처에 공터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공터에서는 보라색 머리의 꼬마가 제 몸보다 큰 낫을 휘두르며 주변의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공격을 피한 이가 외치면 간단히 대꾸하고서 다시 공격을 하는 꼬마의 모습은 도무지 그들을 가지고 논다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인 거냐. 이 미친놈은.”
일단 유천은 발걸음을 돌렸다. 저쪽에서 지원이 살아남는 것은 당연한 일. 자신은 보스 스테이지에서 헛물을 키고 있을 유저들의 뒤통수만 치면 될 일이었다.
“제기랄.”
유천은 낮게 욕을 읊조렸다. 이미 이 던전은 클리어 되었다. 상처 하나 없이 바닥에 뒹굴고 있는 거대한 백색의 털북숭이 거인을 보며 유천은 지원의 소행이란 것을 짐작했다. 그 주위로 널브러진 유저들의 시체 또한 상처 따위는 없었으니까. 저번에 마룡의 체력을 무식하게 잡아먹었던 그 공격을 떠올리며 유천은 이를 갈며 외쳤다. 다른 던전도 이 모양 이 꼴이라면 자신의 계획은 저 빌어먹을 놈들에게 이미 파악되었다는 뜻이니까.
“텔레포트.”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예외는 마지막 던전. 유천의 계획은 이미 탄로났고 지원들에게 놀아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 번째 던전에서는 성열이, 네 번째에서는 정현이 있었다. 마지막 던전에서는 보스 스테이지 속에서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는 소피아가 보였다. 유천이 손이라도 까딱하려던 찰나, 거대한 백골의 언데드형 몬스터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미 다른 유저들도 주변에 널브러진 채 죽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 유천은 입을 열었다.
“무슨 짓이냐?”
“헤헤- 왔어? 너 도와주는 거잖아?”
유천의 물음에 칭찬을 바라는 꼬맹이마냥 자신이 한 일을 팔까지 쫙 벌려가며 설명한 소피아는 뒤를 가리키곤 유천에게 말했다. 온통 유저들의 시체들이 굴러다니고 있는 공터. 유천은 이를 갈며 말을 꺼냈다. 결과만 따진다면 자신의 계획은 대성공이었지만 안 좋은 불청객이 끼었으니까. 그것이 불만일 뿐이었다.
“도와주긴 개뿔. 나 엿 먹이는 짓이겠지. 현수한테는 왜 그 딴짓 했어.”
“……무슨 소리야? 걔 병원에서 잘. 쉬. 고. 있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구라 치는 년 치고 저렇게 당당한 년은 처음 본다.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 현수가 병원에 입원한 채로 쉬고 있는 것은 담임인 재희와 그날 응급실로 달려온 4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심한 감기 몸살로 병결처리가 되어 있는 현수가 병원에서 쉬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더 파고들면 뭔가 더 큰 일을 벌이겠다는 거겠지. 유천은 뻔뻔하게 물어오는 소피아의 얼굴을 잠시 노려보고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콰앙-
순식간에 사방에서 날아오는 불타는 공을 보며 소피아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날아온 화염의 구체들은 서로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유천이 유난히 이 근방의 던전 중 가장 약한 이 던전의 보스가 생각보다 빨리 클리어 될 경우를 대비해 깔아둔 함정. 사방에서 파이어 볼이 날아와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검은 연기구름이 사라지고 난 뒤, 그 곳에는 작은 그을림 하나 없는 소피아가 멀쩡히 서 있었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 이제 너희들 정체나 밝히시지.”
“안다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해 너희를 엿 먹여주지.”
유천은 점점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각 조에서 우승을 하고도 남았을 녀석들이 굳이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온 이유. 그리고 출국 전 일어난 대표 후보들만을 노린 사고. 유난히 자신과 소피아만 상처가 얕았다. 소피아는 더욱이. 이제 와서 하나씩 맞춰지는 상황을 떠올리며 유천은 소피아와 대화를 나눴다. 이미 소피아의 입에서 미소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이런 좁은 공간은 내가 싸우기 정말 불편하다고. 그래서 난 도망칠 건데. 알아서 쫓아와.”
절대 가만히 놔주란 소리는 안 하는군. 뭐 그 말은 내가 해야 될 처지려나. 유천은 속으로 실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으니까. 자신은 어차피 이 주변의 유저들을 모두 해치우거나 죽기 전까지는 로그아웃도 불가능한 설정에 거부를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유천은 재빨리 도망치는 소피아를 쫓아 달렸다. 역시나 여태 실력을 숨긴 것이 확실한 듯 예전과는 뛰는 속도부터 달라진 것을 보면서 유천은 또 한번 욕을 지껄였다.
“빌어먹을.”
도망치는 소피아의 속도에 겨우 따라가는 정도에 급급했던 유천은 던전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세 명의 모습에 표정을 찌푸렸다. 한 명이 모자라. 그런 유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공중에서 한 명이 나타났다. 부드러워 보이는 흰색의 깃털날개. 거기에 백발의 긴 생머리. 이제서야 내가 아는 얼굴이 다 모였군, 유천이 중얼거렸다. 능력치가 모두 두 배가 된 지금이라면 어쩌면 상대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여, 오랜만이지?”
“헬 파이어.”
애초에 인사 따위는 받아줄 생각도 없었다. 성열이 단검을 든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자 유천은 순식간에 손에서 나타난 청백색의 화염구를 집어 던졌다. 너무나도 강한 열기에 주변에 쌓인 눈과 얼음들이 흔적도 없이 그대로 승화되는 가운데, 아무렇지도 않게 성열은 단검을 그었다. 일순간 갈라지는가 싶던 화염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합쳐져 성열을 집어삼켰다.
“아뜨뜨……뜨겁잖아!”
그 화염을 가르고서 꽤 당황한 듯 외치는 성열의 몸 대부분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유천은 그곳에서 약간의 가능성을 보았다. 성열 하나뿐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두 배가 된 능력치는 저 녀석들 보다 높았다. 일대 다수로 덤빈다면 가능성은 없겠지만 아직 승세는 유천에게 향하고 있었다.
“마그마 로어.”
용암의 포효. 수식어 그대로 유천이 마법을 시전하자마자 그들의 발 밑으로 나타난 것은 약간의 균열이었다. 균열은 곧 깨져나갔으며 그곳에서는 용암이 튀어나와 미처 그 다섯이 피할 새도 없이 땅에서 차고 올라온 용암은 그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유천은 주머니에서 꺼낸 푸른 보석 하나를 꺼내 들고 외쳤다.
“크리스탈 포그, 헬 프리징 아이스.”
용암이 차고 오른 채 흘러내리기도 전에 그 자리에는 얼음 안개가 생겨나 그대로 용암을 굳혔고, 그 뒤 날아간 한 송이의 얼음 꽃은 굳어버린 검은 용암에 닿자마자 그것을 꽁꽁 얼렸다. 보통이라면 유천 또한 그쯤하고 공격을 멈췄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어서 공격을 준비하는 유천의 손에는 희백색의 구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카오스.”
이거로 끝이다. 유천은 중얼거리며 손 위의 구체를 앞을 향해 던졌다. 그 구체가 이미 얼음 덩어리가 되어버린 용암 덩어리에 닿자 마자 용암 덩어리는 모습을 잃고 사라져갔다. 잠시 만족스런 웃음을 짓던 유천도 의문을 가지고서 사라지는 용암덩어리를 자세히 살폈다. 사라지고 있던 것은 용암덩어리 하나가 아니었다. 유천이 던진 회백색의 구체도 조금씩이지만 사라지고 있었다.
“크리스.”
언젠가 봤던 그 여자의 기술을 유천은 떠올렸다. 난대 없이 마룡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버리지를 않나 그것을 되려 응집시켜 반격까지 가했었다. 아마 이번도 비슷한 일이겠지. 유천은 재빨리 장소를 옮겼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근접전에 강한 정현과 지원, 원거리 지원형의 성열과 소피아, 거기에 방어와 카운터까지 가능한 크리스. 웬만한 보스몬스터도 저 녀석들 앞에선 뼈도 못 추리겠군. 유천은 중얼거리며 근처에 있던 마을을 떠올렸다. 어차피 마을 안에도 유저는 많으니까. 이용할 대로 이용해주지.
“텔레포트.”
생각을 마친 유천은 재빨리 그 장소를 벗어났다. 목표는 근처에 위치한 마을. 아마도 그곳까지 쫓아올 그 놈들은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마을을 통째로 날려버릴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물론 그러지 못하도록 방해할 생각이었다. 일대 다수가 불리하다면 각개격파를 한다. 그리고 유천은 곧장 그곳에서 모습을 감췄다.
============================ 작품 후기 ============================
쳇. 츤데레 놀이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요. 추천수 보고 레알 충격받음 ㅇㅇ
-------------------------------------------------------------------------------
미노구 : 선추코후 감상 ㅋㅋㅋㅋㅋㅋㅋ
//조흔 자세 ㅇㅇ
암심 : E 등
//ㅋㅋ 다음엔 좀더 빨리 쓰셔서 1등 노려봐여 ㅋㅋ
NOXLUMEN : 내 자캐라니.... 무섭군요 그말 취소임 ㅇㅅㅇ
//ㅋㅋ 자캐에 산성 투척이라. 멋지긔
덱스트린 : 유천은 하다못해 벌레에게까지 레이드를 당하는 바닥신세가 되고 말았따.
//예상외로 벌레씨가 순삭당함.
테레케 : 으하캏카핰핰핰하카 내 자캐 언제 나옴? 천족...
//오늘요 ㅋㅋ
울프찡 : 육빵 ㅋㅋㅋ 현수씨 사정 잘 들엇습니다 광고를 수정하죠 현수백 맘껏 패고가십시오 공짭니당 대여가능 만족하시나요 현수씨 폰은 코멘달기 힘듬 달지말까 쩝
//[현수]:내가 왜 공짜야! 대여도 안 돼! 난 내 꺼라고!
IYouMusic : 학교안가는 화요일. 예수님 생일. 여친없으면 루져가되는날
//ㄴㄴ 자는날이요
타지아 : 목욜이방학식
//오늘이 방학식
사신대왕 : ㅋㅋㅋ 이번 레이드에 컬러헤어 트리오가 모두 나온다면 재밌어지겠군
//나왔긔
인핀 : 저 나방 키우고싶다
//덩치가 집채만하대요
researchers : 벌레한테도 비웃음당하는 유천이라니ㅋㅋㅋ
//신유천 찐따설. ㅋㅋㅋㅋㅋ
심심판타지 : 헣
//ㅋ
계절독감변종 : 벌레에의해굴러ㅋㅋ
//벌레찡이 순삭당해서 구르는 건 패스
카에린 : ㅋㅋㅋ 자 이제 레인보우 맨들이 나타나는거야!
//레인보우 맨ㅋㅋㅋㅋ
세리신스 : 아예타락을..
//ㅋㅋ..그건 다음 기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