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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일상
“아아……지친다.”
책상에 엎어진 유천이 중얼거렸다.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담임에게 잡혀가 약 두 시간 가량 시달리고 온 것은 기본이고, 그 뒤에도 계속해서 들어오는 선생님들 마다 유천을 한 번씩은 불러 일을 시키거나 설교를 해댔으니까. 유천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제 자리에 엎드려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는 못했다.
“유천아, 밥 먹으러 가야지.”
“귀찮아……. 오늘은 그냥 넘길래.”
어느새 다가온 세희가 유천의 어깨를 툭툭 건들며 밥을 먹으러 가자며 그를 설득했지만, 유천은 제 자리에 엎어진 채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유천은 자신의 몸을 흔들던 세희의 행동이 멈추자, 그제서야 포기를 한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인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잠을 청했다.
“이야압!”
그리고 한 번의 기합,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난 것은 유천에게 있어서 참혹한 결과였다. 힘껏 공중으로 뛰어 올라 유천의 등에 팔꿈치를 그대로 찍어버린 세희의 행동에 유천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은 것인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신의 등에 닿지 않는 손을 뻗어가며 몸부림을 쳤지만, 세희의 공격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으라고!”
“그러니까 말이야. 어제 그 방송에서……우리 나중에 들어오자.”
유천이 고통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본 세희는 유천이 베개 삼아 베고 있던 두꺼운 사전을 집어 들어 유천을 향해 찍으며 외치기 시작했고, 점심을 다 먹은 듯 교실에 들어오려던 두 명의 학생은, 그 끔찍한 장면을 차마 눈 뜨고 보는 것이 힘들었던지, 그대로 몸을 돌려 교실에서 벗어났다.
“가, 간다고! 그만 때려!”
“짜식, 누나가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진작에 갈 것이지.”
[……누난 내 여자라니까-♬]
“”……””
유천이 고통을 참아가며 겨우 몸을 일으키며 외치자, 그제서야 사전을 휘두르던 손을 멈추고 허리에 손을 얹고서 당당히 말하는 그녀의 귀에도, 유천의 귀에도 들려오는 방송의 소리에 그들은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절묘한 타이밍 덕일까, 아니면 벌써 몇 일째 들어오는 지겨운 노래 탓일까.
“이젠 자도 되냐?”
“그러던지 말던지.”
기어코 좀비처럼 힘 없이 걸어 다니는 유천을 끌고서 점심을 먹은 세희가 다시 유천을 끌고서 반에 도착하자마자, 유천은 재빨리 자신의 자리에 엎어져 고개만 살짝 돌려 세희를 바라보며 물어봤고, 세희는 그런 유천을 바라보지도 않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여간에, 옛날부터 나 괴롭히는 건 좋아해서는.”
물론 유천이 잠을 자기 직전에 내뱉은 한 마디에, 세희가 쥐고 있던 연필이 그 자리에서 반 토막 난 것은 여담이었다. 물론 유천은 종례시간에 이유도 모를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재희에게 아이언 크로를 당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말이다.
“젠장……도대체 내가 뭣 하려고 칠판에 낙서를 한다고…….”
유천은 궁시렁거리며 집으로 향했고, 그런 유천의 뒤로 유정이 몰래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다. 현수는 수능을 앞두고, 아예 포기한 것인지 혜연과 데이트를 한답시고 교문에서 만나선 시내로 가버렸고, 나머지 녀석들은 수능을 준비한답시고 유천을 내버리고 가버렸다. 유천은 이토록 얇은 자신의 우정관계를 다시 곱씹으며 집으로 향하던 도중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오빠, 안녕?”
“용케 지각은 면한 모양이네.”
“이거 왜 이래. 나 오빠보다 먼저 나갔어.”
“응?”
유천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손을 흔들며 귀엽게 말하는 유정을 보며 유천이 심통이라도 난 듯 대답하자, 유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고, 유천은 자신이 유정이 자고 있던 것을 확인하고 나왔던가를 떠올렸다.
“젠장.”
“휴대폰 줘봐.”
“왜?”
“주라면 줘 봐!”
유천이 자신의 실책을 떠올리고 욕을 지껄일 즈음, 유정은 손을 내밀며 유천에게서 휴대폰을 요구했고, 유천은 휴대폰을 꺼내 유정에게 주다 말고, 이유를 물었지만, 유정은 단지 그 휴대폰을 가로채 무언가를 조작할 뿐이었다. 얼마 안가 유천에게 휴대폰을 돌려준 유정은 휘파람을 불며 먼저 뛰어갔고, 유천은 휴대폰 액정을 내려다 보고는 욕을 지껄이며 유정을 쫓으며 외쳤다.
[사랑의 전도사, 신 유정]
“미친 년……네가 어딜 봐서 사랑의 전도사냐!”
“오빠도 나중에 다~ 알게 될 거라니까!”
“지랄! 잡히기만 해봐!”
액정을 내려다 본 유천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의 글에 그대로 욕을 지껄이며 유정을 쫓아갔지만, 이내 아예 택시를 잡아타고서 도망을 쳐버리는 유정을 보고는 혀를 차곤 등록된 유정의 명칭을 바꿨다.
[천덕꾸러기]
실로 어울리는 명칭이 아니던가? 유천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유정이 택시를 타고 향한 방향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방향이 아니었기에, 자신은 집에 가서 무언들 하더라도 방해 받을 일이 없다는 소리, 유천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도련님.”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나 안 도망쳐. 쳤다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도망쳐. 제발 날 책임감 없는 누구랑 비교하지 말라고……엄마0한테 전해줘.”
자신의 집을 향하던 유천의 눈 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걸려들자, 유천은 짜증난다는 듯 한 마디를 마치고, 뒤이어 말을 덧붙이던 도중 말을 중간에 끊기는 했으나 굳이 그 말을 그대로 끊지는 않았다. 자신이 지금 이렇게 조금이나마 시간이 남은 것도 그 여자의 변덕, 언제 변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유천의 결론. 고개를 끄덕이며 양복의 사내는 유천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고 나서야 뒤로 물러났고, 유천은 표정을 찌푸리며 그 봉투를 받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빠르기도 하시지.”
유천이 받은 봉투 속에 들어있던 물건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유천의 명의로 된 통장 하나와 비자, 그리고 여권과 비행기 티켓, 집에 들어온 유천은 혀를 차며 그것들을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자신의 방에 가방을 던지고, 갈아입을 옷을 들고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친 후, 욕실에서 나와 캡슐로 들어가 입을 열었다.
“게임 시작.”
잠시 빛이 번쩍하는 것을 보며 눈을 깜빡인 유천이 다시 눈을 뜨자, 그곳은 어젯밤 게임을 종료한 한 눈 쌓인 숲 속이었다.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유천은 발걸음을 그곳으로 옮겼고, 곧 그곳에서 야영을 하고 있는 넬을 비롯한 용병들을 바라본 유천은 입을 열었다.
“다시 출발하죠. 저는 여기서 저쪽으로 갈 테니까, 아저씨랑 여러분은 반대쪽으로 가줘요. 가다 보면 공터 하나가 나올 건데, 그쪽에서 네크로폴리스의 건설을 시작합니다. 남아있는 골렘은 전부 가져가세요. 아마 그 녀석들이 뭘 설치할 텐데, 그냥 놔두세요. 그게 가디언 놈들이 수색하는 걸 방해해줄 테니까. 그럼 건투를 빕니다.”
“자, 잠깐!”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블링크.”
유천의 말에 넬이 뭔가 말하려는 듯 유천을 불러 세웠지만, 유천은 그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작별 인사처럼 보일 그것을 한 뒤, 곧장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유천이 나타난 곳은 한 성벽의 외각이었다. 외모는 신성 제국 안에서는 작정하고 보려 해도 보기 힘들 해골의 모습. 그 모습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리치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선 검은색의 말라비틀어진 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가, 그 중앙에는 피처럼 번뜩이는 붉은 보석이 박혀있었다.
“콜 언데드. 파이어 링.”
그리고 그가 벌인 일은 간단했다. 유천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입을 열자, 땅에서는 수십, 수백의 시체들이 일어났고, 이어서 벌어진 유천의 말이 끝나자 마자, 크고 작은 화염의 고리가 그들을 감쌌다. 차가운 북부의 날씨에서는 그 화염의 고리들이 언데드들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접근하는 적을 태워버릴 것이니 꽤 훌륭한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자, 전쟁이다. 이 빌어먹을 제국 놈들아.”
유천이 팔을 쩍 벌리며 외친 한 마디는 마법이라도 걸려 있었던 듯, 그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그 목소리를 들은 성 내부의 병사들을 비롯한 구경꾼들이 성벽위로, 아니 얼음의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유천은 입을 열었다.
“글레이셜 스피어.”
유천의 입이 열리고, 그 뒤 곧장 유천의 등 뒤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얼음의 창은, 더 이상 창이라 불릴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가히 공성용 통나무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해진 창은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 기세는 저번에 유천을 공격한 드래곤 슬레이어에 전혀 꿀리지 않았다. 위력은 몰라도, 수량은 확실히 유천이 압도적이었으니까.
“공격이다! 적의 공격이다!”
“늦었어 멍청이들.”
유천의 거대한 창들이 성벽에 틀어박히는 것을 보며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유천의 말이 사실이었다. 얼음 성벽 여기저기에 틀어박힌 얼음의 창을 타고 올라간 언데드들이 그 위에 있는 병사들과 구경꾼들을 공격했으니까.
“메테오 스웜.”
유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천의 머리 위를 시작으로 성 내부를 포함해, 온 하늘이 균열이 가고, 찢어졌다. 그리고 그 곳에서 튀어 나온 것은 불타고 있는 거대한 운석들, 물론 대부분은 집보다 작았지만, 그 파괴력은 감히 종잡을 수 없을 것이 확실했다.
“이걸로 첫 단추는 끼웠고, 당분간은 시선을 여기에 끌어둬야겠지.”
운석들이 하나 둘, 성 내부로 떨어져가는 것을 지켜본 유천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운석들이 성의 내부와 성벽에 충돌하기 시작했고, 곧 주변은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운석과 충돌한 얼음 성벽은 완전히 박살이 나고, 녹아 내렸으며 성의 내부는 그보다 더욱 참담한 꼴이 분명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더욱 절망한 이유는, 아직까지 그들의 머리 위로는 수십 개의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이왕 벌이는 거, 확실하게 하자고. 에니메이트 데드. 언데드 타워, 언데드 라이즈.”
완전히 생존자가 없어진 성 내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유천의 입이 열릴 때 마다, 유천의 발걸음이 떨어지고 닿을 때 마다, 유천의 주위로 참혹하게 널브러졌던 시체들은 하나 둘 일어나 주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원래라면 성주가 쓰고 있어야 할 거대한 건물은 조금씩 피에 물든 듯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하나 둘 몰려드는 언데드들과 합쳐지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역겨울 정도로 언데드들이 달라붙은 건물은 꿈틀거리는 듯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욕지기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유천은 그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저녁 먹기는 글렀네.”
============================ 작품 후기 ============================
아아..졸리긔, 키보드 맛가서 폰으로 쓰려니 더 지치는 느낌이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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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신스 : 유천의현실에서일어나는모두사건의흑막은동생..?ㄷㄷ
//그건 아니고요, 갑자기 변한 채린의 행동은 유정의 지시..쿨럭-
세리신스 : 흑막도유전인가..?
//ㅋㅋ그럴리가요..
youngjoon12 : 회장과 결탁한 유정이?
//ㄴㄴ
인핀 : 유정흑막설이군....랄까 유천이가 불쌍해...
//유정이는 유천이 굴리는 거 좋아하지만, 흑막정도는 아닌데..ㅋ..
밀리리오 : 나쁜사람맞어야ㅡ
//쿨럭-
researchers : 잘보고 갑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덱스트린 : 모든 흑막은 유정이에 의해... 아까 그 잠깐 보여준 흑막도 말이지요. 사실은 유정이가 스파이!
//왜 이번 화 코멘은 다 유정이가 나쁜년이얔ㅋㅋㅋㅋ
코스믹 : 유정최대흑막론...애초에 자기 엄마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졌는데 동생마저 저러나요...
//유정이는 단지 유천과 채린을 이어주려고 하지만, 단지 그게 유천을 굴릴 뿐이에여...쿨럭-
vkdlfjs2 : 이중에 첩자가있다
//!?
인간님 : 유천이가 저기 가는것도 유정이의 짓?!그렇다면 유정이를 능지처참하(피유유융~~콰과과강)으 으악!!도대체 누가!!
//내가여..유정이 착한애에요..왜 이래..
테레케 : vkdlfjs2님 토끼가 바니바니하고 운다면! 남자가 바니바니하고 운다면!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칼이 어딨더라..
헬파이어맞고기절한 : 설마 엄마도 유정에의해...ㅋ
//그건 아녜여..ㅋㅋ
IYouMusic : 고로 연참하세요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