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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259화 (259/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259화

81. 생명의 샘으로(7)

마법을 난사하던 남자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의료진들에 의해 바로 제지당했다.

“이렇게 갑자기 능력을 사용하시면 위험합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이거 보세요. 제가 다시 마법을......”

"알겠으니까. 일단 진정하시고 다시 검사부터 받아보시죠."

혹시나 과도한 능력 사용으로 탈이 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의료진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남자는 난사하던 마법을 그만두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의료진들은 조심스럽게 남자를 방 밖으로 데려갔다.

남자는 밖으로 나서기 직전까지 나와 이엘에게 감사 인사를 되풀이했다.

이 상황을 쭉 지켜보고 있던 이혜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오빠랑 이엘이 치료를 해 낼 줄이야...….”

"뭐야?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줄 알았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 쉽게 치료에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거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밖에서 의료진이랑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열심히 핑계를 대는 이혜린의 모습에 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이엘을 내려다봤다.

“이엘. 어디 불편하거나 힘들지는 않아?"

"괜찮아요. 아빠, 그것보다 저 제대로 한 거 맞죠?”

"응. 잘했어. 역시 내 딸이야."

“헤헤.”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득 담아 칭찬해 줬고, 이엘은 살짝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에 했던 것처럼 좀 더 할 수 있겠어?"

"네! 문제없어요."

“힘들면 꼭 나한테 말해야 한다. 절대 무리하면 안 돼. 알았지?"

혹시나 무리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몇 번이고 주의를 시키고 나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아까 남자와 빠져나갔던 의료진 중 한 명이 돌아와 상황을 설명해 줬다.

“치료를 받은 환자분 검사가 끝났습니다. 갑자기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하셔서 생긴 탈진 증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입니다. 정밀 검사가 몇 개 더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는 치료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합니다."

긍정적인 소식에 나와 이엘, 이혜린까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어떻게 할까? 다음 대기하고 있는 환자도 불러올까?"

그녀는 살짝 들뜬 표정으로 내 의중을 물었다.

이엘의 상태가 아직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다음 환자를 불러올 것과 함께 새로운 마정석과 회로를 부탁했다.

****

첫 번째 남자를 치료한 뒤 세 명의 환자를 더 치료했다.

“아아…… 진짜 치료가 되다니……"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와아아아!! 내가 다시 돌아왔다!!"

병이 치료됐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하는 사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 우는 사람, 기쁨에 겨워 목이 터지라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까지.

각자 반응은 다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다 똑같이 행복과 희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와 이엘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치료 과정에 생긴 피로들도 끔찍한 저주에서 풀려난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니 금방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엘도 사람들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강한 의욕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이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저는 더 할 수 있어요."

“아까 내가 뭐라고 했어?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그랬지?"

"......"

처음 치료를 했을 때와는 다르게, 4번째 치료를 끝내고 난 뒤에는 이엘의 얼굴에서 불편함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에 의욕을 느끼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지만, 절대 이엘을 무리시키고 싶지 않았다.

막말로 환자들의 치료보다는 이엘의 건강과 행복이 나에게는 최우선이었으니까.

"푹 쉬고, 다음에 또 치료해 주러 오자, 알았지?"

-끄덕끄덕.

이엘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 모습에 대견함을 느끼며 가슴 깊숙이 꼭 껴안아 줬다.

“오빠, 다음 환자 데리고 올까?"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어? 이제 한 사람 남았는데, 이제

그만하려고?"

“응. 이엘이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아......"

이혜린은 더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말에 처음에는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이엘의 이야기를 듣고는 금방 수긍했다.

그리고 이엘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엘, 오늘 정말 수고했어. 너는 오늘 대단한 일을 한 거야."

“저는 별로 아무것도…… 아빠가 다 한 일이에요."

"아냐, 오빠도 대단하지만, 이엘도 정말 잘했어."

그녀의 넘치는 칭찬 세례에 이엘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엘과 이혜린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오니 강유환 회장과 의료진 중의 하나였던 남자 의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은 나와 이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수고했다."

짧았지만 표정과 말투, 행동에서

대견스러움과 신뢰가 가득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나는 그 눈빛을 받으며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와 회장이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고 있을 때.

옆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의사가 눈치를

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까 도와주셨던 분이죠? 너무 어렵게 부르시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세진 님. 수고하셨습니다."

편하게 불러 달라는 말에 의사는 잠시 회장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크흠, 큼. 그럼…… 세진 씨. 오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치료받은 환자들 모두 큰 문제 없고, 건강 상태도 매우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오늘 4명만 치료를 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집중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다음 치료는 또 언제 하실 예정이신지?"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네요."

의사의 말이 길어질수록 회장의 눈동자에는 불편한 감정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의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불안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후욱. 세진 씨. 한 가지 부탁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세진 씨가 하시는 치료에 대해 자료를 모아 연구를 좀 하고 싶은데......"

의사는 내 치료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와 동시에 강유환 회장의 눈빛에는 더욱 불편한 기색이 진해졌다.

하지만 의사는 불굴의 의지로 회장의 눈빛을 받아내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세요. 서로 도움이 되면 좋은 일이죠."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의사는 내 손을 붙잡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더니, 회장의 불편한 눈빛을 피해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흐음. 어차피 돈 받고 하는 일이라 굳이 허락을 안 해줘도 되는 일인데."

“뭐. 의학적으로는 제가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까, 누군가 옆에서 봐주면 좋은 일이죠."

강유환 회장은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으나, 굳이 내 결정을 번복시키지는 않았다.

-툭. 툭.

"응? 왜 그러니. 이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옆에 있던 이엘이 내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

내가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니

이엘은 내 귓가에 얼굴을 움직였다.

“아빠, 저 배고파요.”

“아아.”

이엘은 다른 사람에게는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이 창피한지 나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목소리가 컸는지. 옆에 있던 강유환 회장과 이혜린은 대번에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이런! 배가 고프구나?”

“이엘 배고프니?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과하게 반응하는 회장과 이혜린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내 뒤로 몸을 숨겨버렸 다.

그 귀여운 모습에 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오늘 이엘이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내가

맛있는 걸 사줘야겠구나. 뭐가 먹고 싶니?"

"......"

"응?"

“고기요……”

“허허허. 고기 좋지.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맛있는 고기를 먹으러 가자꾸나."

강유환 회장은 크게 웃으며 이혜린에게 손짓했다.

그녀는 그의 뜻을 바로 알아들었는 지 바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와 이엘은 다른 일행과 합류해 강유환 회장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요리사들이 직접 구워주는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

처음으로 티머시 증후군을 치료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처음으로 치료를 받은 4명의 환자는 그 뒤로 계속 그곳에서 머물며 상태를 점검했다.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티머시 증후군의 재발이나, 부작용을 걱정했는 데. 결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4명 모두 병에 걸리기 전에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데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아직 몇 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완치라고 확정 짓기는 어려웠으나,

현재 전 세계에 이루어지고 있는

티머시 증후군의 치료 방법과 상황을 비교해 봤을 때, 정말 기적적인 치료법이라는 게 함께한 의료진들의 의견이었다.

강유환 회장의 관리 아래에 이 치료법과 완치된 환자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주변에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티머시 증후군 치료법이 개발됐다는데?

-무슨 개소리임?

-진짜임. 내 친척분 중에 병에 걸리신 분 계셨는데. 지금 완치돼서 완전 축제 분위기임.

-진짜??

-뭐야? 그럼 왜 지금까지 소문이 안난 거야?

-치료받은 지 얼마 안 됐음.

시작은 어디에서나 들을 법한 근거없는 소문처럼 조금씩 퍼져나갔다.

하지만 점차 증인이 나오기 시작하고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지면서 소문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엄청 귀여운 아기 천사님이 치료해 준다던데?

-소문에는 아르킨 길드? 거기랑 관련 있다고 함.

-사실이라면 빨리 공개됐으면. 우리 어머니 병으로 엄청 고생 중인데, 좀 살려주세요. ㅜ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받던 치료법에 관한 진실은 미래 그룹을 통해서 세상에 밝혀지기 시작했다.

-미래 그룹의 강유환 회장이 직접, 이 치료법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현재 치료법 개발은 끝났고 이미 완치자가 나온 상황.

-조만간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

미래 그룹에 공식적인 성명 발표가 나오자 사람들은 엄청난 환호와 기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티머시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티머시 증후군 환자들도 기대감을 표출했다.

성명 발표가 있고 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래 그룹과는 별개로, 강유환 회장의 의지로 새로운 재단이 만들어 졌다.

-재단의 이름은 '아르엘 재단' 이며 티머시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재단의 대표는 아르킨 길드장으로 유명한 전세진이 맡게 될 것이다.

아르엘 재단의 출범과 동시에 아르킨 길드의 길드장, 전세진의 이름이 다시 한번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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