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251화 (251/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251화

80. 뒷이야기 (4)

"그럼 첫인상은 가족 모두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함께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첫인상은 별로였을지 몰라도 계속 지내보니까, 세진이가 참 진국이더라고요. 초반에는 우리가 도움을 줬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맞아요. 세진 오빠랑 못 만났으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예요."

“저도 누나랑 같아요. 형이 있어서 우리 가족이 지금껏 잘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인상 이야기는 아주 실망스러웠어도, 뒤에 이어지는 칭찬 릴레이에 나도 모르게 우쭐하는 표정이 됐다.

-오오, 균숙자 대단한데?

-방송이라고 무조건 칭찬하는 거 아니죠?

-미궁에 같이 들어가 싸울 정도면 말다했지.

-보기 좋네요 ^^

채팅창도 그 분위기에 감화되어 훈훈한 느낌의 글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이렇게 4명의 가족은 어떻게 길드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는데, 나머지 분들은 어떤가요?"

이번에는 소개할 때를 제외하고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임진혁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카메라가 임진혁을 비추기 시작하자, 특유의 위압감이 생생하게 화면을 통해 전해졌다.

-이 형님은 보기만 봐도 엄청 세 보이는데.

-웬만한 괴물들은 맨손으로 다 때려잡으실 듯?

“이번에는 임진혁 씨의 이야기를 좀 들어볼게요. 어떻게 아르킨 길드에 합류하시게 되었나요?"

"이야기하자면 정말 길지만. 저도

세진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계속 함께하다 보니 여기까지 함께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좀...…”

“지금은 그만뒀지만, 예전에 경찰로 일하고 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임진혁은 예전에 나와 있었던 일들을 짤막짤막하게 풀어나갔다.

나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예전 일들을 하나둘씩 떠올렸다.

특히 사업 실패로 극단적인 생각하고 있을 때, 임진혁과 만난 이야기를 하자 채팅창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와. 균숙자도 파란만장한 인생이네.

-처음에는 완전 운 좋게 능력빨로 성공한 줄 알았는데, 이런 일들이 있었다니.

-나는 채널 후반에 유입돼서 균숙자가 컨셉인 줄 알았음.

-초반에는 컨셉 아니었음. 진짜 노숙자가 따로 없었는데 ㅋ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을 읽던 오연우는 잠시 임진혁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말씀하시는 중에 죄송한데. 혹시 경찰 일을 하고 계실 때, 강력계 형사라던가 그런 쪽에 계셨나요?”

“길게는 아니었지만 잠시 근무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 말 맞지? 무조건 형사 관상이라니까.

-진짜 형사들은 다 저런 분위기인 건가?

-저런 분이 쫓아오면 그냥 지려버릴 듯.

그의 형사라는 신분이 밝혀지자 채팅창은 다른 의미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짧게나마 나와 있었던 이야기를 끝낸 그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마무리를 지었다.

“이런 일들이 있고,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지금까지 세진이에게 얹혀살다시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의 겸손한 마무리에 앞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서율희가 손을 들어 올렸다.

카메라가 그쪽을 향하자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분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 하셨는데. 아르킨 길드가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진혁 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 그런가요?"

“아르킨 길드 내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길드들을 뒤져봐도 순수 무력 만으로는 최상위 실력자거든요.”

실력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증언에 임진혁을 제외한 나머지 길드원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흥미로운 주제가 튀어나오자 채팅 창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 작했다.

-저 위압감에 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정도지.

-저분이 무력 순위 1위? 그럼 2위, 3위는 누군가요?

-균숙자는 무력 몇 위?

“지금 시청자분들이 길드 내에 무력

순위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대답해 주실 수 있나요?"

약간 조심스러운 오연우의 질문에 서율희는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1위는 방금 말씀드렸던 대로 진혁 씨. 2위는 아르킨 길드원은 아니지만 엘프 경비대원들을 이끄는 엘디르 님. 3위는 뒤쪽에 앉아계시는 저 분이죠."

그녀에게 3위로 지목을 받은 아주머니는 쑥스럽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어머. 나 별로 안 센데, 부길드장 님이 너무 후하게 평가해 주셨다."

아주머니의 반응과는 별개로 나머지 길드원들은 동감한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아주머니가 서열 3위라니!

-역시 어머니는 강하다.

“그럼 길드의 수장인 전세진 님의 순위는?"

“무력만 따로 놓고 보면 꼴찌죠. 아마 퓨이 정도 선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푸훕!”

"큭큭큭!"

"......"

서율희의 잔인할 만큼 진지한 답변에 오연우를 포함한 나머지 길드원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상황은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 아르킨 길드의 길드장, 퓨이 선에서 해결 가능!

-균숙자 왜 반박을 못 해 ㅋㅋㅋㅋ

-이거 진짜냐? 이 길드 어떻게 미궁을 클리어한 거야.

-저 여자분이 진지하게 말해서 더 웃겨.

이곳과 채팅창에 한차례 웃음 폭풍이 지나가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오연우가 다시 목을 가다듬고 진행을 이어나갈 준비를 했다.

그 와중에 아저씨와 김유미는 아직도 억지로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리고 끅끅대고 있었다.

"크흠. 잠깐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부길드장님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도록 하죠. 부길드장님은 원래는 오성 길드라는 큰 길드에 소속해 계셨는데. 어떻게 아르킨 길드에 합류 하게 되셨나요?”

-오성 길드? 거기 엄청나게 큰 길드 아닌가?

-거대 길드이긴 한데. 이제는 아르킨 길드가 압살하지. 무려 미궁을

클리어했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업계에서 힘은 오성 길드 무시 못 하지.

오성 길드에 대한 말이 나오자 시청자들은 다시 관심을 가지고, 서율희의 대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가 싶더니, 대뜸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사실 저와 저쪽에 있는 윤동현 길드원은 처음에 세진 씨를 오성 길드에 스카우트하려고 했어요."

"오오! 그런 일이 있었나요? 오성

길드라면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그런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라니!"

“저도 어렵지 않게 데려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오지 않더라고요.”

-저렇게 이쁜 누님이 직접 오성 길드 스카우트를 위해 찾아왔는데 넘어가지 않는다니. 균숙자 그는 도대체?!

-진짜 꿈만 같은 일이다. 나도 오성 길드에서 그런 제의를 받아봤으면…….

서율희는 그때의 답답한 상황을 떠올렸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윤동현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시선을 돌려 딴청을 부렸다.

“그렇게 길드의 스카우트를 위해서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다 보니, 조금씩 친분을 쌓게 되고, 중간에 조금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저를 포함한, 저쪽에 두 명까지 아르킨 길드에 합류하게 됐죠.”

“그러면 원래는 스카우트 목적으로 접근하셨는데, 오히려 역으로 스카우트를 당하신 거네요?"

“뭐.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거죠.”

그 상황을 떠올리자 그녀 자신도 어이가 없었는지, 내 쪽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살짝 뿌듯해지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 다시 한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오오오! 마성의 남자 균숙자!!

-캬! 이거 완전 한 편의 영화네 영화!

-이래서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해. 저런 능력 빵빵한 미모의 누님을 역으로 데려오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오성 길드의 소속되어 있었던 세 명의 숨겨진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꽤 만족한 듯, 열심히 채팅창을 메워나갔다.

뜨거운 열기에 맞물려 방송의 시청자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오연우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계속 확인하면서 진행을 이어나갔다.

“아르킨 길드원분들의 소개와 또 길드가 만들어지게 되었던 뒷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봤습니다. 앞서 길드원분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지금부터는 여러분들이 기다리던 시간! 직접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행 빨리 ㄱㄱ

- 지금 질문 올리면 됨?

-오늘 퓨이는 출현 안 하나요? 오랜만에 퓨이를 라이브로 보고 싶었는데.

질문을 받는다는 이야기에 채팅창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시청자의 질문으로 가득해졌다.

"지금부터 후원창을 열어드릴 테니. 궁금하신 질문 있으시면 후원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후원 금액은 게스트 분들의 회식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게 그거 아님?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오연우의 안내가 끝나기가 무섭게

후원창에 질문이 올라왔다.

[길드 지망생 ₩10,000원 후원]

-아르킨 길드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나요?

"아! 이 질문. 인터넷에서도 굉장히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길드장님과 부길드장님 대답 좀 해주시죠."

질문에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옆에 있던 서율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미궁 공략이라는 큰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길드에 큰 변화는 없을 예정입니다.”

"그러면 신입 길드원은 안 뽑으신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기보다는 옆에 계신 길드장 님이 얼마나 빨리 길드 업무에 복귀 하시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균숙자는 빨리 길드 업무에 복귀 하라! 복귀하라!

-나도 아르킨 길드에 들어가고 싶다!

-일해라! 균숙자!

그녀의 매끄러운 말솜씨에 채팅창은 전부 나를 타박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최,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딩딩딩 ₩10,000원 후원]

-아르킨 길드에는 길드원을 위한 복지가 따로 있나요?

'복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뒤쪽에 김유미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네. 김유미 씨?"

“길드에 저는 가장 마음에 드는 복지는......”

"......?"

“퓨이를 실제로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아!"

그녀의 대답에 모든 길드원이 다시 한번 한 마음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퓨이는 인정 또 인정이지.

-엄청난 복지다. 나도 퓨이만 매일 보게 해주면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개빡센 길드인 줄 알았는데, 이런 비밀이?

채팅창 역시 그녀의 의견에 동감한다는 글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김유미뿐만 아니라 다른 길드원들도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점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뭐니 뭐니 해도 호숫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게 최고지. 진짜 여기만 한 곳이 없다니까.”

“모렛이랑 같이 맥주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에는 엘프주도 맛 볼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퓨이도 귀엽지만, 티아 공주님, 이엘 다 너무 귀여워서 올 때마다 행복해요."

길드원들의 생생한 복지 체험 이야기에 채팅창에는 부럽다는 반응이 계속 넘쳐났다.

“생각보다 아르킨 길드는 복지 정책이 엄청났던 걸로 판명됐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 질문은……"

계속 이어지는 다음 질문.

[액귀액귀 ₩50,000원 후원]

-퓨이는 길드원 중에서 누굴 가장

좋아하나요?

"아......”

"......"

"......"

질문이 공개되자마자 길드원들 사이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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