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균열에 산다-250화 (250/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250화

80. 뒷이야기 (3)

라이브 방송이 예정된 토요일.

오랜만에 아르킨 길드원들이 집으로 모였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아이들은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미리 길드원들에게 편한 차림으로 와도 상관없다고 말해놨었는데, 저마다 복장에 꽤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여성 멤버들은 평소보다 화려한 느낌의 화장과 복장을 했고, 남자들도 새 옷 느낌나는 복장으로 멋을 한 껏 부린 상태였다.

예외로 아저씨만 평소와 다름없이 수수한 차림이었다.

아저씨와 임진혁, 윤동현,모렛 이렇게 네 명은 언제나처럼 맥주 창고로 향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오랜만에 귀여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오연우는 방송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늘 출연 인원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서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해서 힘쓰는 중이었다.

방송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자 김유미는 긴장한 표정으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긴장되네요."

“하하.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평소에 하시는 것처럼 하시면 돼요."

"괜찮을까요? 저번에 보니까 실시간으로 엄청 많이 보시던데."

안절부절못하는 그녀 옆에서 상대적으로 침착한 서율희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을 걸요? 오늘 방송 때문에 기사가 몇 개가 떴을 정도니까요."

".…...”

“괜찮아. 괜찮아. 우리 전부 출연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김유미가 죽어가는 표정을 짓자 옆에서 아주머니가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를 해줬다.

많이 긴장한 김유미를 제외하면 나머지 길드원들은 상대적으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아저씨, 아주머니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고, 정씨 남매는 오히려 기대감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서율희는 명상하듯 눈을 감고, 무릎에 올려둔 퓨이를 차분히 쓰다듬고 있었다.

"여러분! 준비 다 끝났어요. 모두 올라가죠."

준비가 끝났다는 오연우의 말과 함께 우리는 준비된 2층의 방으로 향했다.

아이들도 방송에 참여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오늘은 인원이 너무 많은 관계로 아이들은 시르엘에게 맡겼다.

출연 인원이 많다 보니 평소에 방송을 촬영하던 공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2층에 창고로 쓰던 큰 공간을 비워내고 방송에 사용할 곳으로 만들었다.

2층의 커다란 방에는 평소보다 훨 씬 커다란 조명과 카메라, 모두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그리고 피렌느가 기다리고 있었다.

"헤헷, 어서 오세요!"

피렌느는 오연우 대신 카메라를 잡아 도와줄 예정이었다.

원래부터 방송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최근 오연우에게 집중적으로 배워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오연우는 각자 자리를 잡고 송출 화면의 상태와 음향을 점검하고, 준비한 세팅에 이상이 없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방송에 들어가기 전, 오연우는 간략하게 어떻게 방송을 진행할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시작은 간단하게 시청자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면서 시작할 거고요. 아르킨 길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에 대한 것과 미궁에 대한 썰 좀 풀어주시고, 마지막은 실시간으로 질문 좀 받고 끝내면 될 것 같아요. 혹시 질문 있으신 분?"

"......"

"......”

"......"

"아…… 그럼 시간에 맞춰서 방송

시작할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온한 모습이던 길드원들이 막상 카메라 앞에 서자 약간 굳어진 모습을 보였다.

나도 평소 방송과는 다르게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로 앉아있으니 많이 어색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에게 미리 공지했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연우는 우리에게 신호를 주고 조금 일찍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에 길드원들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입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균숙자 얼굴 깠다.

-오오! 진짜 다 나왔네. 저 사람 방송에서 본 적 있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청자가 몰려들자 방송이 조금씩 끊길 정도였다.

서버가 불안정한 상태와는 상관없이 시청자는 계속 몰려들었고,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방송 최대 시청자 숫자를 금방 돌파해 버렸다.

"잠시만요. 여러분. 너무 많은 분이

방송에 들어오시는 바람에 서버가 조금 불안정한 것 같습니다. 방송은 안정화되는 대로 시작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연우의 안내에 사람들은 더 열심히 채팅창을 올렸다.

-빨리 시작해줘요!

-오늘 왜 이렇게 유입이 많아?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 나가주세요.

-시청자 숫자 늘어나는 것 봐.

-영상 엄청나게 끊기네.

-너만 끊김. 나는 잘 나와 ㅋㅋㅋㅋ

-알트 f4 누르면 영상 안 끊기고 잘 나옴 ㄱㄱ

잠시 불안정했던 방송이 안정화되고,

오연우는 원래 예정했던 방송 시간보다 조금 늦게 방송을 진행했다.

"자! 오래 기다리셨죠?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균숙자네 퓨이' 채널, 연우 PD입니다. 반갑습니다!"

-너무 오랜만이지.

-기다리다 숨넘어갈 뻔.

“오늘은 미리 공지드렸던 대로 특별한 게스트분들과 함께 방송할 예정인데요. 게스트분들은 바로…… 화제의 아르킨 길드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연우의 소개와 함께 나와 길드원들은 카메라를 향해 짧게 인사를 했다.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짧게 소개를 들어봐야겠죠. 지금 시청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계신 '그분'부터 소개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길드장님?"

"반갑습니다. 아르킨 길드의 길드장, 전세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작게 너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쳐! 균숙자! 균숙자!

-이거 진짜 실화냐? 퓨이랑 노는 것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세진 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아무래도 세진 님에 대해서는 시청자분들이 정말 궁금한 점이 많을 거로 생각하는데요. 종종 너튜브 활동이 뜸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 설명하실 수 있겠네요?"

“네. 본의 아니게 많은 구독자분을 기다리게 했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네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러 가지로 바쁜 일이 많았습니다."

-본업 인정이지 ㅋㅋㅋㅋ

-미궁 공략은 어쩔 수 없지.

-ㅋㅋㅋㅋㅋ

"보고 계신 시청자분들이 묻고 싶 은 것이 정말 많으시겠지만, 질문 시간은 잠시 후에 갖도록 하고. 다음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오연우의 신호에 따라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다음 사람을 화면에 잡았다.

화면에 서율희의 모습이 잡히자 나와는 다르게 화사한 분위기가 화면을 뒤덮었다.

“안녕하세요. 아르킨 길드의 부길드장 서율희라고 합니다."

-누나ㅏㅏㅏㅏ

-너무 예쁘다!

-기자회견 때 나왔던 그 사람 맞지?

“채팅창에 벌써 반응이 뜨거운데요. 서율희 부길드장님은 원래 길드장님이 너튜브 채널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르킨 길드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 채널의 구독자이기도 했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균숙자네 퓨이' 채널 좋아하는 구독자로서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

“정말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세진 길드장님은 길드 일로 그렇게 바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좀 더 열심히 채널에 영상을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 채널 구독자네.

-균숙자는 각성하라!

-아아. 속이 다 시원하네.

-완전 바지사장이네. 바지사장.

-연우 PD는 왜 고개를 끄덕여 ㅋㅋㅋ

서율희의 팩트 폭행에 나는 크게 당황하며 헛기침을 했고, 오연우는 왠지 감명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율희 부길드장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채팅창 민심이 더 흉흉해지기 전에 다음 분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오연우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차례로 길드원의 소개가 이어졌다.

아저씨의 차례에서는 많은 시청자가 놀라움을 표했다.

"하하하.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르킨 길드에 소속된 정대훈이라고 합니다.”

-어어?! 낚시꾼 아재?

-뭐야? 낚시꾼 아재도 아르킨 길드원이었어?

과거 요리 대회 영상에서 이미 얼굴을 비춘 적 있는 아저씨가 등장하자 먼저 한 번 놀랐고.

이어 4명의 가족 모두 아르킨 길드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더 놀랐다.

마지막에 가장 긴장한 김유미의 소개까지 끝나고, 다시 오연우의 진행이 이어졌다.

“간단하게 길드원분들의 소개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으로는 아마 많은 분이 궁금해하고 계실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건데요. 바로 화제의 아르킨 길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오!!

-빨리 이야기 ㄱㄱ

-이 이야기 최초 공개 아닙니까?

“아 물론 최초 공개죠. 그럼 전세진 길드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연우의 질문에 나는 아르킨 길드를 만들게 되었던,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길드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자면, 대훈 아저씨 가족과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제가 처음으로 균열에 들어가게 된 건 아저씨 가족 파티와 함께하면서였거든요.”

과거에 균열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아저씨 파티에 얹혀서 D등급 균열에 들어갔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당시에 일면식도 없던 나를 파티에 넣어 균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줬던 아저씨에게 살짝 고마운 마음도 드러냈다.

훈훈한 분위기에 채팅창도 좋은 이야기가 계속 올라왔다.

-낚시꾼 아재 완전 대인배였네.

-그러게. 원래 저렇게 파티에 잘 안 넣어주는데.

-지금은 길드장이 되어서 은혜를 갚는 건가?

내 이야기를 들은 오연우는 자연스럽게 아저씨와 남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전세진 길드장님이 처음으로 균열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정대훈 길드원님과 가족분들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전세진 길드장 님 첫인상은 어땠나요?"

"으음. 솔직히 말하면 무작정 파티에 따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데, 약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죠.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니 조금 딱하게도 보였고."

“저는 처음에 오빠가 사기꾼인 줄 알고 엄청 경계했는데. 그 허름한 텐트에서 지내는 걸 보니까 조금 불쌍하더라고요. 엄마가 반찬도 많이 가져다줬어요.”

“첫인상은 별 느낌이 없었어요. 퓨이가 엄청 귀여웠다? 정도."

“......"

조금 전 훈훈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아저씨와 남매의 입을 통해 알려지는 나의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에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앜ㅋㅋㅋㅋ

-균숙자 흑역사ON

-아니, 길드원들이 입만 열면 길드장이 아무 말도 못하네.

-아아. 그 시절 생각난다. 허름하던 텐트를 배경으로 동굴 같은 곳에서 방송하던 시절 ㅋㅋ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 버렸다.

나만 뚱한 표정을 지은 채 오연우의 진행이 계속 이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