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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균열에 산다-241화 (241/263)

나 혼자 균열에 산다 241화

78. 미궁에 들어서다(2)

-그와아아악!

-크르르륵! 카악!

기괴한 울음소리에 모습을 걸맞게 흉측한 모습을 한 괴수들이 전방에서 달려 들었다.

기분 나쁘게 매끈해 보이는 피부에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 마치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까지.

난생처음 보는 괴수의 모습에 일행은 긴장한 표정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기이이익! 쿵! 쿵!

-기이이익!

두 대의 거대한 골렘이 먼저 일행의 앞으로 나섰다.

움직일 때마다 퍼지는 육중한 울림에도, 괴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 빠르게 달려들었다.

-......!

-부들부들.

사나운 괴수들의 모습에 위니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내 주머니 속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손을 들어 주머니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위니를 안정시켰다.

아주 짧은 사이에 거리를 좁힌 괴수들과 골렘이 격돌했다.

-콰앙!

-키에에엑!

골렘이 휘두른 주먹질에 맞은 괴수들은 순식간에 나가떨어졌지만, 아직 많은 수의 괴수가 흉포한 기세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적들의 거리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자 일행의 뒤쪽에서 원거리 공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공기를 꿰뚫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이 빗발치고, 위력적인 마법들이 적의 진영을 강타했다.

골렘의 공격을 벗어난 괴수들은 일행의 강력한 화력에 그 기세가 한풀 꺾여 나갔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 기세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괴수들의 진격이 일행의 코앞까지 다가오고.

“모두 충격에 대비하세요!"

전열에 나선 엘프들은 방패를 앞세워 괴수들의 돌격에 맞섰다.

-크와아앙!

-캉! 캉!!

적과의 근접전이 시작됐다.

엘프들은 그간의 훈련 성과를 보여주듯, 거센 괴수들의 공세에도 전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적들을 저지시켰다.

전열에서 적들을 저지하는 사이, 뒤쪽에서 이어지는 화력 지원에 괴수들은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었다.

초반에 거칠 것 없던 괴수들의 기세는 우리들의 단단한 대처로 금방 격파됐다.

-키에엑!

엘디르의 검에 꿰뚫리며 비명을 지르는 괴수를 마지막으로, 미궁의 첫 전투는 손쉽게 정리됐다.

가벼운 부상도 없이 깔끔하게 종료된 전투에 나를 포함한 모든 일행의 표정에 자신감이 살짝 깃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 표정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뒤쪽! 뒤쪽에서 다시 적이 접근

중입니다!"

엘프의 다급한 외침에 일행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졌다.

"벌써?!"

“다시 전열을 정비하세요! 세진 씨는 빨리 골렘을 위치로!"

서율희의 지시에 따라 일행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 또한 적들을 향해 골렘을 움직였다.

-그와아아악!

조금 전과 똑같은 괴수의 울음소리

와 함께 다시 전투가 시작됐다.

****

"하아아...... 죽겠다. 죽겠어."

아저씨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평소와는 다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다른 일행도 그 말에 동의하듯 굉장히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진 괴수들의 공세를 막아낸 끝에 찾아온 짧은 휴식시간.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기에 절반의 인원은 사방을 경계하고 나머지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교대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일행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율희, 임진혁, 엘디르가 아직 쌩쌩한 모습으로 다른 일행을 챙기고 있었다.

나도 골렘의 거친 전투를 이어간 골렘의 상태를 살피며 짧게나마 휴식을 취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서율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골렘의 상태는 괜찮은가요?"

“네. 아직은 큰 문제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생각보다 전투가 훨씬 격렬해서 혹시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투의 선봉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골렘이었기에, 그 상태가 괜찮다는 내 말에 서율희는 크게 안심한 표정을 내보였다.

그녀는 일행들의 모습을 둘러보며 걱정이 약간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궁...… 확실히 쉽지 않네요.”

끊임없이 달려드는 괴수들.

거기다 앞뒤 구분 없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공세.

이리저리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다 보니, 그만큼 전투 피로도 더 가중되어 쌓여갔다.

괜히 아저씨가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서율희의 정확한 지휘와 빠른 판단으로 피해를 거의 없다시피 최소화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나마 엘프를 포함한 아르킨 길드원 모두 이런 상황을 대비한 연습을 꾸준하게 이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지, 어지간한 길드는 이런 정신없는 상황에 얼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율희 씨 덕분에 어느 정도는 버티는 것 같네요.”

"지금은 그렇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하겠죠. 평소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다시 움직이죠.”

또 다른 공격을걱정해서인지, 서율희는 평소보다 휴식을 빠르게 종료했다.

그녀의 지시에 일행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연속된 정신없는 전투의 여파로 일행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나타났다.

"위니야. 다시 한번 안내 부탁해."

-빼꼼!

-......

-뽀로로롱!

내 부름에 위니는 주머니에서 얼굴만 쏙 내밀고 주위를 살피더니, 더는 괴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위니는 아까와 비슷한 표정으로 잠시 집중하는 듯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이제는 꽤 익숙해졌는지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눈을 뜬 위니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평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일행은 다시 위니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

“젠장!"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걸쭉한

욕설이 귓가에 들려왔다.

욕설의 주인은 알 수 없어도 지금 모든 일행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한 마디임은 틀림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미궁의 악랄함 때문이었다.

위니가 가리킨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던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공간으로 접어들었다.

계속 아무것도 없던 평야에서.

약간 축축한 느낌이 드는 어두운 숲으로 순식간에 배경이 뒤바뀌었다.

갑자기 변한 배경에 긴장이 되면서도, 뭔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에 설레는 것도 잠시.

곧이어 시작된 끔찍한 상황에 모든 일행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끼르르륵!

-끽! 끽!

어두운 숲을 울리는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놈들은 아까 만난 괴수보다 작은 몸집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작은 체구에 상대적으로 길쭉한 팔다리는 기괴한 느낌을 더해줬다.

녀석들은 아까 만난 괴수들과는 다르게 저돌적으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대신 어두운 숲 곳곳으로 숨어들어 우리의 빈틈을 집요하게 노리고 들었다.

푸슛!

"읏!"

"조심해 놈들이 독침을 쏜다!”

어둠에 숨어서 독침을 쏘거나.

-불쑥!

-챙!

바닥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단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 공격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녀석들은 집요하고 끈질기게 일행을 노렸다.

그나마 일행에 감각이 좋은 엘프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이런 공격에 어느 정도 반격할 수 있었다.

아마 아르킨 길드원들만 이곳에 진입했다면 꼼짝없이 놈들의 공격에 당했을지도 모를 만큼 적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악질적인 놈들의 공격 덕분에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계속 숲을 횡단한 일행의 피로도는 지속해서 높아졌다.

위니의 안내에 따라 어두운 숲을 빠져나왔다.

숲의 배경이 다시 없어지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아주 거대한 통로였다. 거대한 몸체로도 천장에 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통로.

일단 일행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악랄한 숲의 괴수들 때문에 가지지 못했던 휴식 시간을 가졌다.

휴식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경계했는데.

다행히도 아까와 같은 악랄한 기습이나, 격렬한 괴수들의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끝낸 일행은 거대한 통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일행에게 주어진 선택은 전진뿐이었다.

길고 긴 통로를 따라 도착한 아주 거대한 공간.

그곳에는 아까 처음으로 봤던 괴수와 비슷한 모습의 아주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워어어어억!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땅을 살짝 울릴 정도로 굉음을 내뱉은 거대 괴수.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녀석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까 어두운 숲에서는 장소의 제약 때문에 활약하지 못했던 골렘이 이번에는 가장 앞장서서 거대 괴수의 움직임을 틀어막았다.

더 큰 몸집을 가졌어도 우악스럽게 달려드는 두 대의 골렘에 괴수는 손쉽게 움직임을 봉쇄당했다.

골렘의 활약에 힘입어 쉽게 전투를 끝내나 싶었던 찰나.

-그워어어억!

"이런! 반대쪽에서 한 마리 더 나타났습니다!"

"모두 물러서요!"

비슷한 크기의 거대 괴수가 한 마리 더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황은 아주 순식간에 뒤집혔다.

두 대의 골렘으로는 겨우 한 녀석만을 막아내는 것이 최대였다.

그 결과 나머지 거대 괴수 한 마리는 자유롭게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율희의 저주 마법과 더불어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었지만, 거대 괴수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결국에는 피해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공격한다! 피해!"

"크흑!"

무지막지한 거대 괴수의 공격에 몇몇 엘프들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부상이 간단치 않아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 엘디르와 임진혁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파앗!

-파앗!

-그워어어억!

둘은 현란한 몸놀림으로 거대 괴수의 공격을 피하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나머지 일행은 부상자를 수습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어억...... 쿵!

그렇게 부상자를 수습하며 전투를 이어나간 끝에 우리는 두 마리의 거대 괴수를 모두 쓰러뜨렸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생각보다 심한 피해에 모든 일행의 표정이 굳어졌다.

제대로 운신할 수 없는 부상자도 다수 생겨났고.

무엇보다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주던 골렘 한 대도 큰 피해를 보았다.

아직 움직이기는 해도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데다가, 조금만 더 치명적인 피해를 본다면 기능이 완전히 정지할 것 같았다.

부상자와 피해 정도를 살피던 서율희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전투가 남았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큰 전력 손실.

딱히 전력을 보강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고민은 점점 깊어 졌다.

부상자를 치료할 겸 휴식을 취한 뒤.

상태가 심한 부상자는 균열 입구를 열어 전장에서 이탈시켰다.

다시 되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다행히 부상자들을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가능했다.

심각한 부상자들은 제외하고 몇몇 움직임이 불편한 일행은 계속 이곳에서 전투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한 명이라도 전력이 아쉬운 이때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

그렇게 어려웠던 전투 뒤처리를 끝내고 일행은 다시 거대한 통로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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